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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 막으면서 블루오션 찾는다
Cover Story ● 기후변화, 경제를 지배한다- ② 어떤 사업이 주목받나?
[29호] 2012년 09월 01일 (토) 정남기 jnamki@hani.co.kr

   
중국이 2010년 완공한 중국 간쑤성 카자크 자치구의 풍력발전소. 풍력, 태양광, 수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 혁명은 기후변화가 몰고 온 새로운 경제 트렌드다. 뉴시스 신화

기후변화로 성장하는 산업 속속 등장… 수백조원대 신규 시장 선점 위해 각축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가 본격화하면서 각광받는 산업이 적지 않다. 지역별 상세 기상정보 제공부터 시작해 날씨 선물·옵션, 교통정보와 기상정보를 결합한 웨비게이션 산업, 해수담수화나 하수재처리 등 물 산업,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새로운 산업재를 만들어내기까지 분야가 다양하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질수록 관련 산업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비 오는 날 막걸리에 파전을 부쳐 먹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식품회사의 부침가루 판매량을 보면 그 실상을 엿볼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백설 부침가루 판매량은 한 주에 7천~8천 개 수준이다. 6월 넷쨋주의 경우 7600개 안팎이었다. 그러나 장마철인 7월 첫쨋주엔 50%가량 증가한 1만1400개가 팔렸다. 비는 파전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고, 기업 매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처럼 날씨는 기업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레저·관광·패션의류·운송·도소매업 등에 미치는 영향은 특히 크다. 날씨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회성 날씨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기후변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당연히 산업도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피해를 보는 산업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도 적지 않다. 기상정보 산업과 물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후변화로 가장 주목받는 산업은 기상정보 산업이다. 지난해 여름 폭우와 올여름 폭염이 말해주듯이 예측할 수 없는 기상이변은 기업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는 관련 업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의 '웨더2000'이란 업체는 1개월~1년의 장기 예보를 한다. 적중률이 80%에 이른다. 고객은 주로 기업들이다. 농업·소매업·레저·놀이시설·파생상품 거래 업체들을 대상으로 기상정보를 제공한다. 이 밖에 기상컨설팅회사 '웨더뱅크'와 날씨방송 채널을 자회사로 둔 기상 전문 기업 'WSI'도 있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 자료를 보면, 미국의 기상 산업 규모는 이미 9조원 안팎으로 성장했다.

미국 기상 산업 규모 9조원대

미국만큼 활발하지는 않지만 영국은 산업에 필요한 기상예보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예를 들면 '낙엽예보'라는 게 있다. 기차 레일 위에 떨어진 낙엽이 레일과 바퀴의 접착력을 저하시키는 위험을 막기 위해 5일 전에 낙엽 발생 예보를 한다. 또 파이프 파열 위험, 녹조 발생 가능성, 공기 흐름에 따른 악취 발생 방향 등 분야별로 산업에 필요한 상세한 예보를 하고 있다. 조금만 더 나아가면 바로 산업화가 가능한 단계다. 일본도 2000년부터 장기예보가 민간에 허용되면서 기상 산업이 커가는 과정에 있다. 독일에선 기상과 건강을 결합한 사업이 활발하다.

국내에선 어떨까?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 제정으로 간신히 싹을 틔우는 단계에 들어선 정도다. 전체 기상 산업 규모가 1500억원대로 미국의 1.7%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89%가 기상장비 산업이다. 기상 예보나 컨설팅 산업은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은 단계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결코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별 기상정보 서비스다. SK텔레콤은 국지적인 실시간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300여 개 기지국에 기상장비를 설치해 실시간 날씨 상태를 파악한 뒤 거래 업체에 제공한다는 것이다. 연내에 시행 여부를 확정해 내년부터 서비스를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서비스는 휴대전화 위치정보서비스와 결합되면 그 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도 웨더(Weather)와 내비게이션(Navigation)을 결합한 '웨비게이션'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내비게이션 기기를 통해 이동 경로에 따라 도로별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연내에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내비게이션이 길찾기 서비스에서 교통혼잡 상황과 도로별 기상정보 제공 서비스까지 진화해가는 경우다. 이 서비스가 상용화할 경우 미국처럼 장거리 운전이 많고 기상 변화가 심한 곳에서 많은 수요가 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국내 정보기술(IT) 산업과 기상 산업의 결합은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명수정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은 "기상 산업 발전에 IT 기술의 활용도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관련 파생상품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날씨보험은 이미 오래전에 도입돼 정착된 사업이다. 최근에는 날씨를 지수화한 파생상품 거래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1999년부터 냉방온도지수와 난방온도지수를 개발해 선물과 옵션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도 2001년부터 기온을 기초로 한 날씨 선물 상품을 거래하고 있다. 애초 에너지 기업들이 날씨 변화에 따른 수요 예측을 위해 개발했으나 다른 기업들도 날씨에 따른 재무 위험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날씨 파생상품 거래 금액은 매년 수십%씩 증가하고 있다.

   
라젠드라 파차우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회의'(IPCC) 의장이 지난 6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온실가스 감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뉴시스 AP

"IT, 기상 산업 활용도 높다"

물 산업 또한 주목받는 분야다. 물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장차 전세계적으로 물 부족이 심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회의'(IPCC)는 2060년 세계적으로 11억~32억 명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은 인공강우를 시행할 정도로 전통적인 물 부족 국가다. 상수도 수질이 좋지 않고 전 국민의 29%가량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뿐 아니다. 미국 서부 지역처럼 비가 잘 내리지 않아 산에 쌓인 눈을 수자원으로 이용하는 곳이 많다. 그만큼 물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 관심을 끄는 것은 물 산업의 성장 속도다. 매년 6~7%씩 성장하고 있다. 동양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물 관련 인프라 투자 금액이 현재의 4050억달러에서 2030년 9천억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 물 산업의 규모가 15년 뒤면 두 배로 성장할 것이란 얘기다.

물 산업은 주로 수처리장비 산업이다. 상하수도,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해수담수화, 물 재이용을 목적으로 한 하수재처리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상하수도에서부터 산업폐수 처리까지 물 관련 세계 1위 기업인 프랑스 베올리아워터는 67개국에 진출해 4만여 기업과 1억7천만 명의 고객에게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0년 매출이 121억유로(약 16조8천억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업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하수 및 폐수 처리 시스템, 코오롱은 오·폐수 처리 시스템 및 관련 용제 생산 사업을 하고 있다.

환경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가장 각광받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S 산업이다. 전력·철강·시멘트·정유 등 산업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포집해 압축한 뒤 땅속이나 바닷속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지상 과제로 떨어진 상황이어서 최근 들어 가장 각광받는 기술이다. 각국 정부가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정부는 물론 포스코, 한국전력, 두산중공업 등이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에너지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로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경 산업 분야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미국, 일본 등은 2020년이면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것으로 보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 분야에서 원천 기술과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면 막대한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0년 발표한 '국가 CCS 종합 추진계획'에서 2030년까지 관련 산업의 세계시장 규모가 55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CO₂포집 산업 550조원 규모

이 밖에도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다. 더불어 새로운 산업이 싹트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이상기온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가격 상승에 대비해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자동차·가전 등 모든 분야에서 에너지 효율이 높은 부품과 장비에 대한 수요가 쏟아질 전망이다.

건축 또한 열 효율을 높이는 설계와 자재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어 관련 산업의 성장이 예상된다. 대도시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새로운 도시계획, 효율이 크게 떨어지는 유리 건축물을 대신하기 위한 새로운 건축설계, 냉난방 효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건축자재의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난방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뒀던 기존의 건축 방식은 앞으로 냉방 효율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박환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금 우리 건축은 벽에 단열재 한 장 넣는 원시적인 단계에 있다. 일조량과 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냉난방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관리 시스템이 갖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남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편집장 jnam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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