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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Cover Story ● 기후변화, 경제를 지배한다- ①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29호] 2012년 09월 01일 (토) 김연기 ykkim@hani.co.kr

   
 
세계경제에 기후변화 비상이 걸렸다. 기후변화에 의한 대규모 피해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지구온난화를 넘어 상시적 기상이변이 되면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예고되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기후변화가 불러올 새 패러다임에 뒤처진 기업은 생존 자체를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이 커질수록 각광받는 산업 또한 적지 않다. 상시화된 기후변화로 세계경제가 어떻게 달라질지 예측하고 주요 산업지도의 변화를 그려봤다.  _편집자

W(Weather)의 폭풍, 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

폭염·폭우·가뭄으로 일상화된 기후변화… 적응 못하면 나라, 기업 모두 도태될 수도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과 가뭄, 태풍과 홍수 등 기상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이제 기후변화는 단순한 이변이 아니라 상시적 현상이라는 것이 기상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기후변화는 가뜩이나 힘을 잃어가는 지구촌 경제에 또 하나의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른바 'W(Weather·날씨)의 공포'다.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

2006년 당시 영국 정부의 수석 경제학자 니컬러스 스턴이 기후변화를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른바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2006)다. 스턴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기후변화 추세에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세계가 경제 대공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2006년)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에 불과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앞으로 이 비용이 GDP의 2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턴의 경고는 당시 상황에서 매우 충격적인 것이어서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주목할 것은 스턴 보고서가 전망한 예측이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은 한국판 스턴 보고서로 불린다. 이 보고서는 2012년부터 2100년까지 한반도의 기후변화 데이터를 분석했다. 보고서의 결론은 한국의 피해 규모가 스턴 보고서가 예견한 시나리오와 거의 일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보고서를 보면 이대로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2100년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누적 피해 금액은 약 2800조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GDP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이미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기후변화의 주범은 지구온난화다.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5℃ 높아졌다. 지구 평균 상승치의 2배다. 올해 8월 들어 폭염경보 기준인 35℃를 웃도는 날씨가 7일 연속 이어지면서 1994년(9일) 이후 가장 긴 폭염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7월은 한국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폭우가 내린 달로 기록됐다.

한반도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은 56년 만의 가뭄으로 국토의 절반가량이 물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이번 여름엔 시베리아도 30℃ 안팎의 이상고온 현상이 2개월 가까이 이어지면서 산불이 기승을 부렸다. 문제는 이같은 기상이변이 더 이상 일시적이 아니라 상시적 현상이라는 데 있다. 송창근 국립환경과학원 환경연구관은 "대형 기상이변의 발생 빈도가 전세계적으로 1980년대 연평균 12.7회에서 2010년대 24.5회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기상학자들의 기후변화 예측이 얼마나 정교한지를 놓고는 여전히 논란이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는 기후변화는 이미 글로벌 경제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지난 7월24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기후변화에 의한 대규모 경제 피해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 됐다"고 말할 정도다.

기온 4℃ 올라가면 GDP 5.6% 손실

기후변화는 이제 세계경제에 가장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됐다. KEI의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경제학적 분석' 자료를 보면, 기온이 4℃ 올라가면 GDP의 5.6%가 손실되는 것으로 예측됐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세계기상기구(WMO)가 공동 운영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회의'(IPCC)의 4차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2100년까지 현재보다 4℃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극심한 가뭄·홍수·태풍은 기업의 원자재 조달은 물론 판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민들은 농작물 재배지 이동에 따라 작물을 바꾸거나 기후에 맞는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이미 아열대성 작물인 감귤과 제주 특산품인 한라봉이 남해안에서 재배되고 있다.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연구 자료를 보면 직간접적으로 날씨의 영향을 받는 국내 산업의 비율이 GDP의 52%에 달하고, 기상정보의 활용 가치는 연 3조5천억~6조5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풍이나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가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명수정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부연구위원은 "기후변화 현상을 더 이상 예외적이고 대비할 수 없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제는 일상의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전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가와 기업의 운명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전세계는 오래전부터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에 주목해왔다. 기후변화의 파장은 선진국에도 큰 부담이지만,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 경제는 우기인 6~9월의 강우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5% 성장도 불투명하다. 미국 경제통신 <블룸버그>는 "급속한 경기둔화에 몬순기 가뭄까지 겹쳐 인도의 국가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 수준인 정크 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대륙 동남부 지역의 주요 항구도시들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는 앞으로 중국 경제의 큰 변수로 지목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7월 발표한 '기후변화에 취약한 전세계 항구도시' 보고서를 보면, 10대 취약 도시 가운데 4곳이 중국의 항구도시였다. 광저우가 2070년 인명 피해 1030만 명과 재산 피해 3조4천억달러가 예상돼 2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상하이(5위), 톈진(7위), 홍콩(9위)이 모두 취약 도시로 꼽혔다. 인도는 콜카타가 재산 피해 2조달러, 인명 피해 1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4위에 올랐으며, 뭄바이도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두산중공업이 2009년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쇼아이바 3단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이 담수화 시설은 하루 88만t의 담수를 생산해 메카와 메디나에 공급하고 있다. 88만t은 하루 300만 명이 동시에 쓸 수 있는 양이다. 두산중공업 제공

식량·에너지 수급 불균형 일상화

기후변화가 불러온 파장이 가장 크게 미치는 곳은 에너지와 식량 산업이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지구온난화를 넘어 상시적인 기상이변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에너지와 식량의 수급 불균형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이상고온 현상은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사용 증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도는 몬순기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지난 7월 최악의 정전 사태를 겪었다. 루마니아에서도 폭염과 가뭄이 잇따르면서 다뉴브강의 수위가 대폭 낮아져 수력발전소의 발전량이 25% 이상 줄었다.

기업도 에너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전기요금의 대폭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인상에 적극 나서면서 그동안 싼값에 펑펑 써왔던 전기가 더 이상 값싼 재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에너지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 큰 틀은 절전 혁신과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우선 전기요금 상승과 전기 부족에 허덕이는 생산 현장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은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소비 전력을 줄이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체질 개선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 산업에서 에너지 절전형 산업으로 급속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앞으로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시설 투자가 불가피하다"며 "생산 현장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저탄소 혁명도 기후변화가 몰고 온 새로운 트렌드다. 지난해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의 움직임이 가장 눈에 띈다. 정부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원전 가동 중지로 인해 생긴 공백을 태양광·태양열·풍력 등 대체에너지가 메꾸기 시작했다. 일본은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를 500만 대로 늘리고 수소충전소 3천 곳을 세워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도 에너지관리공단,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을 중심으로 수소에너지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에 뒤처지는 기업들은 이미지 추락뿐 아니라 생존 자체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진우 연구원은 "과거 정보기술(IT) 시대에 뒤처진 기업들이 쇠락의 길을 걸었듯이 기후변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 역시 미래 경쟁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식량 공급 부족과도 직결된다. 국제쌀연구소(IRRI) 자료를 보면, 온도가 1℃ 상승하면 쌀 생산이 1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100년 세계 온도가 최대 4℃ 상승할 것이란 예상을 감안한다면 쌀 생산량이 40%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자연스럽게 곡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 발표를 보면, 글로벌 식량가격지수는 7월 한 달 동안 6% 상승했다. 2009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미국 중서부를 뒤덮은 최악의 가뭄에 러시아·우크라이나·발칸반도 지역의 고온 현상, 인도의 가뭄, 중국의 홍수 등이 곡물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 5월 말 이후 옥수수 가격은 47%, 콩은 26%나 올랐다.

   
자료: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기후변화 적응 여부가 기업 경쟁력

UNFAO가 매년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를 보더라도 최근의 가파른 곡물값 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식량가격지수를 100으로 삼았을 때, 2012년 식량가격지수는 194.8로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이는 2008년 식량 파동 때의 164.6보다 높은 수치다. 급기야 유엔이 미국 정부에 옥수수를 주원료로 하는 바이오에탄올 생산 감축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식량 가격 상승이 선진국은 물론이고 브라질·중국·인도 등 이미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신흥 경제국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변화는 위기일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저명한 경제 저술가 토드 부크홀츠는 "온난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극항로 이용이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경제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기후변화가 일방적으로 경제에 악영향만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기업들 역시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요를 예측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날씨경영'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이 제정되면서 국내에선 비로소 날씨컨설팅 서비스가 시작된 상황이다. 특히 올해 들어 폭염 등 날씨재해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면서 날씨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날씨경영이란 기업이 날씨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에 대응해 경영전략을 짜는 것을 말한다. 기상이변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기회를 살려 매출을 늘리는 것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기후변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삼성이다. 삼성은 이미 2000년대 초반 삼성지구환경연구소를 만들어 기후변화에 따른 경영전략을 짜고 있다. 백재봉 소장은 "기상에 대한 투자는 투자액의 10배 이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기후변화는 이변이 아니라 일상이라는 인식 전환 등 치밀하게 대응해야 기후변화를 새로운 발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연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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