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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2인 가구, 큰 집 필요한가요?"
Cover Story ● 주택 2.0 시대- ① 인구구조 변화와 주택시장의 새 패러다임
[48호] 2012년 08월 01일 (수) 김연기 ykkim@hani.co.kr

   
 
사람 한 명이 살림살이를 해가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면적은 얼마일까. 지난해 5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1인 기준 최소 주거면적은 14m²(4.2평)다. 건축 전문가들은 여기에 부엌과 화장실을 더해 사람에게 필요한 최소 공간은 27m², 약 8평으로 추산한다. 단순 계산해 3인 가구는 81m², 2인 가구는 54m²면 살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는 산업화 이래 단 1평이라도 크기를 늘려 큰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 성공의 조건인 시대를 살아왔다. 가족 수에 상관없이 전용면적 85m²는 넘어야 한다는 상식이 뼛속 깊이까지 뿌리박혔다. 이런 고정관념이 급속히 깨지고 있다. 1~2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고, 장차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2인 가구 중심으로 주택 형태의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_편집자

"대세는 2인 가구, 큰 집 필요한가요?"

가구원 수 현재 2.7명에서 20년 뒤 2명으로… 3~4인 가구 비중 30%로 줄어든다.

우리나라 인구가 지난 6월22일 5천만 명을 돌파했다. 인구 구조도 획기적으로 바뀌고 있다. 2010년 2.7명이었던 평균 가구원 수가 2035년에는 2.1명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젠 1∼2인으로 구성된 '나노 가구'가 주류로 자리잡으면서 3인 가구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주택시장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택 선호도가 대형에서 중소형으로 급격하게 바뀌는 중이다. 바야흐로 2인 주택이 대세인 '주택 2.0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김연기 <이코노미 인사이트> 부편집장

집이 작아지고 있다. 서울 왕십리뉴타운 1구역은 최근 계약을 마친 재개발 사업 조합원의 80% 이상이 전용면적 85m² 이하의 중소형을 선택했다. 중대형을 잡아야 큰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통념을 완전히 벗어난 경우다. 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과거와 달리 85m² 미만 중소형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며 주택시장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2인 가구의 증가와 급속한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서 일차적 원인을 찾는다. 여기에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택을 바라보는 가치관의 변화,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이 맞물리며 '축소 지향의 주거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공급되는 아파트 평균 크기가 많이 줄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평균 공급면적은 최근 4년 동안 22m²(16%)가 줄었다. 2008년 130m²를 정점으로 2009년 121m², 2010년 118m²로 차츰 줄어들어 올해 1분기에는 108m²까지 낮아졌다. 공급면적만 줄어든 것이 아니다. 주택 거래에서도 중소형이 대세를 이룬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전국에서 거래된 주택 265만여 채 가운데 전용면적 85m² 이하 중소형 주택이 81.5%를 차지했다. 신규 주택 공급에서도 소형이 증가 추세인 반면 대형은 줄어들고 있다. 국토해양부 자료를 보면, 전국적으로 중대형 공급량은 2007년 11만6222채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08년엔 6만6040채, 2010년 5만7046채로 감소했다. 반면 60m² 이하 소형은 2005년 5만6668채에서 2007년 7만3944채로 증가한 데 이어 2010년 8만2084채로 늘었다.

중소형 주택의 인기는 매매가격에서도 드러난다. 국민은행의 아파트 규모별 매매가격지수 통계를 보면, 전용면적 95.9m²(전용면적 29평, 분양면적 31~32평형) 초과 대형 아파트 가격지수는 지난해 말 100.4에서 올해 7월 98.8로 떨어진 반면 전용면적 62.8∼95.9m² 중형과 62.8m²(19평) 미만 소형은 103.1에서 103.5, 104.9에서 106.4로 각각 올랐다. 임병선 부동산114 팀장은 "4~5년 전 빚을 내 대형 아파트를 사들인 이들이 최근 오피스텔이나 중소형으로 갈아타기 위해 한꺼번에 매물을 쏟아내면서 대형 아파트 매물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대형과 중소형 아파트의 가격 격차도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소재의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 전경. 전용면적 70m² 이하의 작은 집 9가구가 모여 산다. 한겨레 정용일

'작게, 더 작게' 축소 지향 주거문화

자연스럽게 청약 경쟁률도 면적이 작을수록 높다. 이지건설이 올해 서울 역삼동에 분양한 도시형 생활주택 '소울리더'의 경우 전용면적 12~27m²의 경쟁률이 최고 102 대 1에 달했다. GS건설이 올해 서울 대현동에 분양한 소형 주택 '자이엘라'도 평균 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4~5년 전만 해도 이런 현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006년 11월 현대건설이 서울 성수동에 분양한 '서울숲 힐스테이트'는 117m²의 경쟁률(50.8 대 1)이 42m²(18.5 대 1)의 2배 이상이었다.

최근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주택 공급 인허가 현황만 봐도 달라진 선호도를 알 수 있다. 인허가 실적이 실제 착공·준공 실적과 일치하지는 않지만 최근 트렌드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참고할 만하다. 60m² 이하 소형 주택이 전체 주택 인허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48%로 2000년(24.2%)의 2배 수준이다. 특히 올해 들어 5월까지 전용면적 40m² 이하의 초소형 주택 인허가 물량은 4만2383가구에 이른다. 집값 상승기였던 2007년 같은 기간(4115가구)의 10배가 넘는다.

장기적 안목으로 주택시장을 전망하려면 무엇보다 인구구조 변화 추이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최근의 주택 소형화 트렌드는 무엇보다 1∼2인 가구가 가파르게 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1∼2인 가구 증가는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2인 가구의 비중은 1985년 19.2%에서 1995년 29.6%, 2005년 42.2%, 2010년 48.1%로 늘었다. 반면 3∼4인 가구의 비중은 1995년 52.0%에서 2010년 43.8%로 줄었다.

가파르게 늘어나는 1∼2인 가구

독신 및 이혼 세대 증가와 함께 급속한 고령화는 앞으로 이런 추세를 더 가속화할 것이다. 이미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통 65살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에 접어든 데 이어 2018년이면 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단 18년 만에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셈이다. 일본이 24년 걸린 것을 비롯해 미국, 독일 등이 각각 71년, 40년 걸린 것에 견주면 가히 그 속도를 짐작할 수 있다. 통계청 추산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65살 이상이면서 혼자 사는 가구를 뜻하는 독거노인의 비중은 2000년 54만3천 가구(3.7%)에서 2010년 102만 가구(6%), 2020년 151만 가구(8.0%), 2030년 234만 가구(11.8%)로 늘어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상황을 반영해 추산해보면, 2010년 48.1%였던 1∼2인 가구 비중은 2035년 68.3%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점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자산시장의 변화다. 손은경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원에 따르면, 65살 이상 인구의 1인당 평균 금융자산은 2004년 3894만원에서 2010년 2641만원, 2015년에는 2098만원까지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만약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 보험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이들은 생계 유지를 위해 부동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손은경 연구원은 "자녀와 대형 주택에 살던 고령 세대들은 자녀와 분가한 이후 주택 다운사이징을 통해 가계 지출의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특히 연령층이 높을수록 독거노인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 고령인구의 소형 주택 선호도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움직임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이들이 부동산과 관련한 빚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퇴직한다면 이들은 노후 준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최희갑 아주대 교수(경제학)는 "은퇴 또는 자녀의 출가에 맞춰 집을 줄여 노후 대비용 현금자산을 확보하려는 것이 베이비붐 세대의 최근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택을 바라보는 가치관이 변한 것도 주거 트렌드 변화의 중요한 배경이다. 이들 세대는 외형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성삼경 삼경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금 50대 이상 세대만 해도 주택 소유에 강한 집착을 보이지만 젊은 층은 집을 '사는(buy) 것'이 아닌 '사는(live)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114와 한국갤럽이 한 설문조사를 보면, 젊은 층의 주택에 대한 인식 변화 현상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30대 응답자의 55.6%가 '내 집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다'고 말해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고 답변한 38%를 크게 웃돌았다. 230m² 한 필지에 단독주택 2채를 짓는 '땅콩집' 열풍을 불러온 이현국 광장건축사무소 소장은 "더 비싼 값에 팔 수 있는 집보다 지금 가족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이 주택 구입 때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며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라도 반드시 집을 사야 한다는 '소유' 개념이 차츰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1~2인 가구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고 20년 뒤 7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면서 2인 가구 중심으로 주택 형태의 지각변동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소득수준 변화가 앞으로 변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형 아파트가 더 이상 투자 수단이 되지 못하는 상황도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대형 아파트가 곧 재산으로 인식되며 재테크의 중요한 수단이던 과거에는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아파트 평수를 늘리는 데 열중했다. 그러나 재테크 수단으로서 대형 아파트의 매력이 금융위기와 함께 사그라지면서 소비자의 눈높이가 중소형으로 쏠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성국 대우증권 미래설계연구소장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시장의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산업화 이래 우리 머릿속에 자리잡은 부동산 '대마불사'는 예상보다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주택 공급이 최근 크게 늘고 있지만, 이를 필요로 하는 1∼2인 가구의 증가 추세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다. 2010년 기준으로 1∼2인 가구 수는 834만7천 가구다. 1∼2인 가구가 살기 적합한 주택 규모를 전용면적 60m² 이하로 가정했을 경우 해당 규모의 주택 수는 2010년 534만7천 가구에 불과하다. 300만 가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의 주택정책은 여전히 4인 가구에 맞춘 85m² 아파트 건설에 매달리고 있어 1∼2인 가구를 겨냥한 주택정책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은 "가구의 유형이 4인에서 2인으로 바뀐다는 것은 앞으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시사하는 점이 많다"며 "하지만 여전히 4인 가족을 전제로 정한 국민주택 규모 기준에 따라 주택정책이 시행되고 있어 최근의 시장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주택은 1972년 주택건설촉진법을 만들 때 등장한 개념으로 전용면적 85m² 이하를 기준으로 한다. 85m² 이하 주택을 짓는 건설사에는 국민주택기금을 저리로 빌려주고 분양받는 사람에게는 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준다.

2020년까지 전용면적 50m² 이하의 소형 주택 3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인 서울시가 올해 초 국민주택 기준을 65m²로 줄일 것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1~2인용 주거시설에 대한 두꺼운 수요층을 감안해 더 작은 집에 세제와 금리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국민주택 규모 기준을 바꾸면 주택법뿐 아니라 세제, 대출, 청약제도 등 20가지가 넘는 기준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어려움이 많다"며 "현재도 60m² 이하 소형 주택에 국민주택기금을 중점 지원하고 있어 국민주택 기준 변경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변수는 앞으로의 소득수준 변화다.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이 실시한 '소득이 증가할 경우 선택하는 주택 유형이 달라질 것인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78.5%를 차지했다. 또 '그렇다'고 답한 이들을 상대로 '앞으로 10년 뒤 소득이 증가한다면 주택 크기를 얼마나 늘리겠는가'라는 질문에는 '33m²(10평) 이상'으로 답한 이가 40%로 가장 많았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60m² 이하의 소형 주택은 자녀 한두 명을 둔 가정의 장기적 거주 공간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소득수준에 따라 선호 주택 유형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소형 주택을 늘리더라도 인구구조 변화와 함께 자산시장 변화를 면밀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0년대 중반 집값 상승을 이끈 중대형 아파트가 넘쳐나면서 현재 미분양 몸살을 앓는 것처럼 소형 주택도 같은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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