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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랩, 정치주 운용도 ‘안철수식’이 정답
[Special Report Ⅱ] 코스닥 위협하는 정치 테마주
[22호] 2012년 02월 01일 (수) 박윤배 naengsu@hanmail.net

투기종목으로 지정된 회사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보유 주식 처분을 금지하는 입법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경영진이 앞장서서 자기 주식의 투기종목 지정 해제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영진이라면 전혀 이익도 없으면서 불명예만 잔뜩 떠안게 되는 상황을 방치할 리 없다.

   
지난 1월8일 미국으로 출국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인천공항에서 출국장으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말했다. “주식을 산다는 건 그 회사를 사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는 인기 투표장이지만, 장기적으론 언제나 저울이다.” 한국의 투자자들에겐 다소 현실성이 떨어질지 모르겠지만, 주식투자와 관련해 이만큼 진실된 말은 없다.

한국 주식시장은 지금 ‘정치주식’의 투기 열풍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8개 종목이 이른바 ‘정치 테마주’로 활개치고 있다. 약 12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MB 정권에서 만개한 ‘정치 테마주’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씨가 대주주로 있는 EG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설립한 안철수연구소(안랩)의 주식이 각각 순이익의 180배(EG)와 100배(안랩)의 시가총액을 기록하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답게 정상 가치의 10배가 넘는 ‘도박 장세’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그리 낯설지 않다. 10여 년 전 코스닥 시장 초기에 벤처 열풍이 불 때도 질풍노도와 같은 투기판이 주식시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정치주식이 투기판의 주요 메뉴로 본격적으로 떠오른 건 이명박 정부 들어서다. ‘자전거 주식’ ‘4대강 주식’ ‘자원개발 주식’이 순식간에 1천% 고지를 뛰어넘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말할 필요 없이 이 투기 광풍에 편승한 주식투자자는 거의 개인들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감독 당국도 마냥 팔짱 끼고 지켜볼 순 없다. 뒤늦게 금융감독원이 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긴급조치에 나섰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미 투기종목에 물려 큰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이들은 대부분 투기 피해를 염려하는 게 아니라 투기시장의 위축을 걱정한다.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들에게도 할 말은 있다. “이미 판이 커질 대로 커졌는데 지금까지는 뭐하다가 누굴 죽이려고 이제야 끼어드나?”

이 투기판은 금감원 정도의 의지와 신뢰로는 규율되지 않는다. 잠시 위축되긴 하겠지만, 이미 도박과 투기장으로 변모한 정치주식 열풍을 잠재우기엔 명백한 한계가 있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지금까지 한국의 금융 당국이 자본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제대로 된 의지와 행동을 보여준 적이 거의 없고, 성과도 없었다. 언제나 시장이 달아올랐다가 제풀에 식기를 반복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우리나라는 이미 수십 년간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 열풍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부동산으로 얼마의 재산이라도 늘려야 정상인 취급을 받던 때가 바로 엊그제였다. 고관대작들의 축재 비결은 언제나 부동산 투기였다. “땅을 사랑하고 땅으로 생일선물을 준다”는 어느 인사청문회 후보자의 고백은, 불법적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최대한 활용해 투기에 매진했음을 자백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나 ‘영원불패’처럼 보였던 부동산 투기 신화도 최근 몇 년을 거치면서 막장에 다다른 분위기다. 불로소득과 투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여전한데 그것을 실현해줄 판이 실종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발견된 투기 테마가 바로 정치주식이다. 한국의 정치주식과 투기시장은 뚜렷한 사회적 근거를 가지고 있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안철수연구소, 너마저도?

그렇다면 자기 회사 주식이 투기 도박판으로 변질됐을 때 해당 기업의 대주주와 경영진은 어떻게 해야 할까? EG의 오너와 경영진은 이미 모범답안을 들고 행동하고 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있으나, 쉬지 않고 틈만 나면 수백억원의 불로소득을 열심히 챙기고 있다. 단 한 번도 투기적 과열로 투자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 적이 없다. 현재의 경영 성과나 미래 전망과는 전혀 무관하게 전개되는 주가 폭등임을 누구보다 소상히 잘 알고 있을 텐데도 말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투기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보유 주식 처분을 금지하는 입법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경영진이 앞장서서 자기 주식의 투기종목 지정 해제를 위해 무언가 조처를 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대주주와 경영진이 자기에겐 전혀 이익도 안 되고 불명예만 잔뜩 떠안게 되는 상황을 그냥 놔두고 방치할 리 없다.

대부분의 투기종목 사례를 살펴보면 대주주와 경영진의 협조 내지 방조가 곁들여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들은 그 판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익을 취하려 든다. 상품으로 소비자를 만나던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피땀을 가로채는 주식 장사꾼이 된다. 이 게임에서 경영진은 절대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 안랩의 경영진 또한 주식 폭등 장세를 이용해 주식장사 대열에 합류하는 일을 저질렀다. 그들이 주주들에게 취한 조처는 단 한 번의 ‘투자 주의’ 경고다. 인색하다. 이들이 ‘안철수 대권 열풍’이 아닌, 회사에 대한 성장성과 시장의 기대치가 반영된 주가 상승 국면에서 보유 주식을 팔았다면 5만원이 아니라 50만원에 처분했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누가 봐도 ‘안풍’에 따라 전개된 투기 도박 장세에 그들은 보유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겼다. 현재 안랩의 향후 성장성을 감안한 적정 주가는 3만~5만원 수준으로 평가된다. 정치 테마주가 되기 전에 6~7년 동안은 주가가 2만원대에 머물렀다. 그게 시장의 평가다.

안철수 원장이 기부를 약속한 지분 18.5%를 적정 가치로 환산하면 약 550억~900억원이 된다. 그런데 이 주식의 현재 거래 가격은 3배에서 최대 5배를 넘나들고 있다.

안철수가 왜 국민적 존경을 받고 있는가? 지금까지 한국을 지배해오고 있는 몰상식과 편법에 맞서 어느 정도의 상식과 정의를 되찾아줄 희망과 기대를 품게 만들기 때문이 아닌가? 이를 안다면 안철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안랩의 경영진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답이 나온다.

그들은 이렇게 항변할지 모른다. “주식을 시장가격에 파는 게 뭐가 문제인가? 오히려 자사주나 대주주, 경영진의 지분 매각이 투기 과열을 식히는 데 도움이 되지 않나?”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오묘한 논리를 갖다댄다 해도 결코 바뀌지 않는 사실은 지금의 안랩 주가는 투기적 상황에 따른 것이며, 바로 그런 점에서 누구보다 훨씬 이를 잘 이해하고 있을 경영진이 이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안철수연구소다운 게 아닐까?
 
버핏이 주는 교훈

워런 버핏이 2008년 말 중국의 BYD라는 회사의 지분 10%를 매입했을 때 주가가 순식간에 10배 이상 폭등했다. 전세계적인 ‘전기차 열풍’에 더해 버핏이라는 세계적 투자자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이후 어떻게 했을까? 한 주도 안 팔고 지금까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왜 그랬을까?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살 때는 향후 5년 동안 그 주식시장이 폐장되는 셈치고 산다. 주식을 산다는 건 그 회사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버핏의 대답이다. 

/ 박윤배 서울인베스트 대표 naeng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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