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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방탕에 미스터리
[SPECIAL REPORT] 세계 최대 주류회사 바카르디 일가의 상속 싸움- ② 누가 상속 막았나
[166호] 2024년 02월 01일 (목) 잉고 말허 economyinsight@hani.co.kr

 
잉고 말허 Ingo Malcher <차이트> 기자

   
▲ 쿠바 아바나에 있던 바카르디 본사 건물 위 박쥐 문양의 조형물. 쿠바에서 박쥐는 건강, 가족 화합, 부의 상징 등 좋은 의미를 지녀 바카르디는 박쥐를 회사 로고로 쓰고 있다. REUTERS

바카르디 일가
아바나, 아투에이 양조장, 1959년 1월
부패하고 무능했던 독재정권 풀헨시오 바티스타로부터 쿠바를 해방한 피델 카스트로는 승전고를 울리며 아바나에 입성해 혁명 성공을 자축했다. 바카르디는 당시 이미 쿠바의 대표적 최대 기업 중 하나였다. 루이스 바카르디의 증조할아버지 파쿤도 바카르디가 1862년 설립한 바카르디리미티드는 전세계 절반의 지역에 럼을 수출했다. 파쿤도의 사업은 물 흐르듯 잘됐고 증류공장도 하나 더 열었다.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최고의 맥주는 아투에이”라고 칭송할 정도였다.
바카르디 일가는 각계각층에서 인맥을 탄탄하게 쌓았다. 스페인 식민지배 세력에 저항하는 쿠바 독립운동을 지원했고, 카스트로의 혁명도 지지했다. 아바나의 아투에이 양조장에는 게릴라군 승전 이후 “환영합니다, 피델 카스트로, 감사합니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내걸렸다.
하지만 바카르디 일가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카스트로는 바카르디를 포함해 쿠바 내 증류공장을 모두 국유화했다. 바카르디 일가는 이미 상품권을 미국에 등록해놓았고, 증류공장은 오래전에 푸에르토리코와 멕시코로 이전을 마친 상태였다. 바카르디 일가는 차례로 쿠바를 떠났고, 대부분이 미국 마이애미로 갔다. 쿠바를 떠난 바카르디 일가는 버뮤다에서 사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고, 바카르디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이러한 성공 스토리는 바카르디 일가를 하나로 뭉치게 해줬다. 바카르디는 창업주 일가라면 누구나 지원해줬다. 피델 카스트로, 사회주의 등 무엇이 됐든 바카르디 창업주 일가는 항상 뭉쳤고 부유해졌다. 바카르디는 세계적 대기업이 됐고 ‘바카르디 필링’(Bacardi Feeling)이란 말도 생겨났다. 주주 이사회는 여전히 창업주 일가로 채워졌다. 바카르디리미티드는 1965년 이후 단 한 번도 중단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2022년 영업연도에는 주주 배당금으로 3억5500만달러를 지급했다. 가족기업 바카르디에서 최대주주 중 하나가 바로 리히텐슈타인의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다. 매년 배당금의 6%가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로 들어간다. 이렇게 모인 돈은 후일 모니카 바카르디와 그의 딸 마리아 루이사에게 지급될 것이다.

   
▲ 루이스 바카르디의 유산은 리히텐슈타인의 ‘바스티유 트러스트’라는 신탁펀드에 묶여, 그의 여섯 번째 부인 모니카 바카르디와 딸 마리아 루이사는 손대지 못한다. 리히텐슈타인의 수도 파두츠에 신탁을 관리하는 로펌이 있다. REUTERS

배후
리히텐슈타인 수도 파두츠의 국도, 2023년 10월
산 위에는 리히텐슈타인 대공(Prince of Liechtenstein)이 성에 거주한다. 산 아래 리히텐슈타인 수도 파두츠에는 수많은 수탁회사가 있다. 베른하르트 로렌츠가 운영하는 로펌 사무실은 리히텐슈타인 대공의 궁정 양조장 맞은편에 있다. 로렌츠는 현재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의 수탁자로 모니카의 ‘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몇 년 전 법원에 의해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 수탁자로 임명됐다. 이전에 그는 다른 소송에서 루이스 바카르디와 모니카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로렌츠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외부로부터 차단돼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다. 지하 주차장에 주차한 뒤 엘리베이터로 로펌 사무실까지 바로 올라갈 수 있다. 로렌츠는 인터뷰에 변호사를 동석시켰다. 두 명 모두 50대 후반이다. 로렌츠는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 운용 기본 수수료로 연간 10만스위스프랑(약 1억5천만원)을 받는다. 이 금액은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 설립 때 정해졌다.
로렌츠는 루이스의 ‘보물’을 지키는 사람이다. 트러스트 펀드 계약서에 나온 대로 그는 현재 22살인 마리아 루이사를 “엄청난 재산에 서서히 다가가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젊은 루이사를 “내용도 모르는 외부 세력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이 규정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에 든 바카르디 주식의 액면가를 정확히 산정하기는 힘들다. 바카르디의 연간 수익, 은행 예금액과 부채를 다른 주류 업체와 비교하면, 바카르디의 시장가치는 약 124억달러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루이스의 지분 6%는 7억4400만달러(약 1조원)이다.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에 든 주가의 대략적인 가치도 이 정도 될 것이다. 매년 영업연도의 수익이 배당금으로 지급된다. 하지만 펀드에 묶인 주식 자체에는 누구도 손댈 수 없다.
모니카는 남편의 사망 뒤 매년 자신의 수익을 받지만, 딸 루이사는 18살이 돼서야 배당금을 받았다. 그리고 현재 딸은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의 3분의 1만을 받는다. 그래도 2022년 기준으로 딸이 받은 배당금은 300만달러(약 40억원)가 넘었다. 펀드 계약서에 따라, 딸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수령액이 늘어난다. 딸은 40살 생일에 펀드가 해지돼 마침내 주식을 받는다. 어머니 모니카가 사망했다면 말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 펀드는 모니카의 사망 시점까지 해지되지 않는다. 루이사가 혹시 그 전에 죽고 자녀가 없다면, 모든 주식은 바카르디 일가의 누군가에게 가게 된다. 그렇게 펀드 계약서에 나와 있다.
이 약정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 의문이 든다. 대체 누가 이런 약정을 생각했을까? 로렌츠는 신탁펀드란 게 원래 그렇다며 웃었다. “나는 루이스의 유언을 충실히 이행 중이다.” 모니카와 루이사가 우려하는 것처럼, 자신이 둘의 자산을 빼앗거나 펀드 자산이 언젠가는 버뮤다(바카르디 일가)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는 모니카의 주장은 “완전히 말도 안 된다”고 했다. 제삼자가 이렇게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다면 모니카와 루이사가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루이사가 18살 생일에 빌라 구입을 원했다는 것에 로렌츠는 강한 의구심을 내비쳤다. “빌라 구입에만 그치지 않고, 특히 딸이 원하는 게 아니라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모니카가 딸을 조종한다고 로렌츠는 의심한다. “비교 대상도 중요하다. 혹시 모녀의 비교 대상이 러시아 억만장자이자 영국의 전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 정도는 아닐까? 딸 루이사는 펀드에서 매년 지급되는 배당으로 고급 아파트를 충분히 장만할 수 있다. 그것도 여러 채나 말이다.” 로렌츠는 이 모든 것에 배후가 있다고 의심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그의 말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할까?

복수
생트로페, 골프클럽, 2023년 7월
코트다쥐르에 오후가 시작됐다. 모니카가 골프클럽에 들어온 지도 두 시간이 흘렀다. 카포네가 시가에 불을 붙인다. 로렌츠가 ‘주위 사람’으로 의심하는 사람은 바로 카포네다. 카포네는 모니카에게 법률상담을 해주고 소송을 조율해준다. 하지만 그는 변호사가 아니다. 그래서 모니카가 그를 왜 그리 신뢰하는지 궁금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카포네는 룩셈부르크에 있는 자사를 통해 고객에게 세금과 투자 상담을 한다. 그는 에스토니아에서 부동산 사업도 하고, 금융지주회사를 가지고 있다. 스위스에는 호텔, 스페인 이비사섬에는 비치클럽이 있다. 스포츠비즈니스도 한다. 취재진이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인터뷰 뒤 2017년 이탈리아 검찰로부터 받은 수사 중단 공문을 보냈다. 한 전직 축구선수의 수상한 금융비즈니스에 카포네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사건이었다. 수차례 복사한 흔적이 있는 공문에 따르면, 관련 사건에서 카포네는 더 이상 수사 대상이 아니다. 그는 무죄라는 의미이다.
돈이 많은데도 이 진흙탕 싸움에 뛰어든 이유를 묻자, 모니카는 갑자기 취재진에게 화내고 욕을 퍼부으며 레스토랑 문밖으로 나가버렸다. 모니카는 자신이 탐욕스럽다는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소리쳤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그래도 카포네는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모니카를 찾아보라 취재진이 부탁하고 나서야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마쯤 시간이 흘러 모니카는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은 그는 먼저 립스틱을 바르고, 커피와 함께 나온 스틱설탕을 뜯어서는 자기 입안에 털어넣었다. 다시 진정한 모니카는 지난 20년 동안 소송과 관련한 너무 많은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모니카의 하소연은 끝날 줄 모르고 이어졌다. 리히텐슈타인에서 지금까지 거쳐간 법정은 “공작과 민족의 이름으로” 모녀의 소송을 모두 패소시켰다. 이제 모녀는 카포네의 도움으로 다른 지역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모나코에서 217쪽 분량의 소장을 통해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가 ‘무효임을 입증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로렌츠가 모녀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단 하루 지연에도 50만유로 벌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의 소송이었다. 모녀는 스페인에서 루이스의 상속자격 인정 소송을 제기했다. 딸 루이사가 바스티유 트러스트 펀드의 주식을 즉시 양도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나코는 루이스의 어머니가 살았던 곳이다.
모니카는 한발 더 나가 그의 영화제작사를 통해 이 소송 건에 관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다. “시나리오는 이미 완성됐다.” 영화 장르는 스릴러로, 레이디 모니카와 바카르디리미티드의 한판 대결 내용이 될 것이다.

ⓒ Die Zeit 2023년 제54호
Mein Schatz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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