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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뒷짐 진 사이, 중·러에 의존 심화
[FOCUS] 중국 ‘일대일로’에 빠진 발칸 국가들- ② 우려
[151호] 2022년 11월 01일 (화) 닐스 클라비터 economyinsight@hani.co.kr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 중국도로교량공사(CRBC)가 2022년 7월 개통한 몬테네그로 고속도로의 터널 모습. REUTERS

중국 국영기업 중국도로교량공사(CRBC)의 처벌이 어려운 상황에서 몬테네그로는 현실적인 위험에 처했다. 2021년 6500만유로(약 914억원) 상당의 1차 차관상환액은 국가 부채가 40억유로 규모인 몬테네그로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었다. 몬테네그로가 6500만유로를 제때 상환하지 못한다면 스리랑카처럼 중국에 대출 담보로 설정된 몬테네그로 국토 중 일부가 중국에 넘어갈 수도 있었다. 스리랑카는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2017년 주요 항구 한 곳의 운영권을 중국에 넘겼다. 2022년 8월16일 스리랑카 항구에 ‘스파이 선박’으로 지목받은 중국 측량선이 인도의 우려 속에 입항한 일도 있었다.
몬테네그로 바르 항구는 중국이 눈독 들일 만한 인프라다. 고속도로는 바르 항구에서 시작해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를 잇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베오그라드에서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까지 철로를 깔고 있다. 이러면 네덜란드 로테르담이나 독일 함부르크 등 북유럽 항구는 발칸 국가로의 화물 수송에 더는 필요하지 않다.

국토 일부 중국 넘어갈 위기
독일 프리드리히나우만재단의 서발칸 전문가 아트난 후스키크는 “EU는 몬테네그로를 쫓아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발칸 국가들의 EU 가입을 지연시키면서 불안정을 초래하지 말고, 발칸 국가들을 EU 시장에 강력하게 묶어두는 것이 EU에도 좋다고 후스키크는 말한다. “EU는 발칸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감시 기술을 이전받은 세르비아에서처럼 ‘EU 때리기’가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중국은 발칸 국가들에서 에너지 수급 등도 일대일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고속도로 참여와 똑같은 방식으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에서는 투즐라 화력발전소 확장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중국 지원을 받고 보스니아 정부가 보증하는 식이었다. 현재 화력발전소 프로젝트는 중단된 상태다. 미국 기업 제너럴일렉트릭이 정치적 이유로 해당 프로젝트에서 철수했고, 보스니아 정부도 중국에만 전적으로 기대는 것을 원치 않아서다.
세르비아계 자치공화국인 스릅스카공화국에서는 EU에 대한 확신이 점차 사그라지는 분위기다. 스릅스카공화국의 페타르 도키치 에너지 장관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부 도시 바냐루카에서 <슈피겔>과 만나 “유럽은 우리를 원치 않는다”는 자기 생각을 스스럼없이 털어놓았다. 스릅스카공화국의 EU 가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도키치 에너지 장관은 EU 가입을 원하지만 EU가 스릅스카공화국에 지금처럼 계속 모욕감을 안겨준다면 “가장 저렴하게 차관을 구할 수 있는 국가에 빌리면 된다는 것을 EU는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관을 가장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을 가리킨다. 중국은 “스릅스카공화국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며 정치 조건을 제시하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릅스카공화국은 중국처럼 러시아와 협력하는 일에도 스스럼없어 보인다. 2022년 6월 중순 스릅스카공화국의 지도자 밀로라드 도디크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났다. 도디크는 푸틴에게 저렴하게 가스를 공급해주는 것에 감사 인사를 했고, 드리나강을 따라 가스 수송관 연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에너지 장관이 인정했듯 스릅스카공화국에서 가스로 난방을 하는 지자체는 거의 없다. 그렇다. 러시아가 발칸을 새로운 에너지 수출 시장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숯 더미 사진이 에너지 장관 집무실 로비를 장식했다. 스릅스카공화국은 화력발전으로 전력의 무려 30%를 수출할 수 있다고 에너지 장관은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향후 수출용을 포함해 친환경 전력 생산을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전력이 깨끗하기 때문이란다.
실제로 깨끗한지는 사라예보에서 남쪽으로 2시간 떨어진 네레트바강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십여 개 수력발전소 중 하나가 네레트바강에 건설되고 있다. 중국은 네레트바강 수력발전소 투자자지만, 지금까지 현장 공사만 맡아서 했다. 중국 국영기업 중국수전건설그룹(Sinohydro)의 노동자들은 천혜의 자연 한가운데에 53m 높이의 댐을 짓고 있다.
투자는 세르비아 EFT그룹이 맡았다. 세르비아 EFT그룹은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아 화력발전소 한 곳을 건설했다. 하지만 비정부기구(NGO) 뱅크워치(Bankwatch) 조사에 따르면 해당 화력발전소는 2016년 가동 시작 무렵 기술이 낙후된 상태였다. 7500만유로가 들어간 네레트바강 수력발전소도 수상쩍은 대목이 한둘이 아니라고 뱅크워치는 전한다. 중국 은행들의 자금조달 계획은 일단 없던 일이 돼버렸다. 보스니아 출신 공사장 노동자 두 명이 지진으로 사망한 후 EFT그룹이 새로 수력발전소를 짓자 중국이 다시 참여했다.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중국 노동자들이 채용됐다. 2020년 여름 이후 중국 노동자들은 공사장 컨테이너에서 숙식 중이다. EFT그룹과 중국수전건설그룹 모두 <슈피겔>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 2018년 11월 스리랑카의 금융도시 콜롬보 한가운데에 중국이 자금을 지원한 로터스타워가 보인다. REUTERS

EU에 대한 확신 사라지는 중
밀자나 시키미치(68)의 집은 공사장 바로 인근에 있다. 그는 소유한 땅의 일부를 투자자에게 팔아야만 했다. 염소와 닭도 처분했다. 이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초록의 산비탈이 아니라 끊임없이 오가는 화물차들과 공사장 격납고다. 그래도 이 여성은 여기를 떠날 생각이 없다. “내가 나고 자란 곳이다. 나는 여기서 자연의 일부처럼 살아왔고 이곳에 뼈를 묻을 생각이다.” 그는 유고슬라비아 시절에 네레트바강 댐 건설 사전조사가 이뤄졌다고 회고한다. 하지만 댐 건설 사전조사는 지질학적으로 가파른 해안 협곡의 불리한 여건이 확인되면서 중단됐다. “지금도 지진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투자자들이 믿는 것처럼 댐 건설은 그다지 손쉽고 저렴하지 않다.”
그럼에도 시키미치는 반대시위를 자제하고 있다. 그는 스릅스카공화국 칼리노비크시의 열렬한 댐 건설 지지자들을 알고 있다. 중국인 관리자들과 공사장 감독들은 라도미르 슬라도제 칼리노비크 시장이 소유한 호텔에서 숙박 중이다. 슬라도제 시장은 스릅스카공화국 지도자 밀로라드 도디크의 지인이다. 칼리노비크 입구의 추모공원에는 스릅스카공화국 참모총장이자 전범 라트코 믈라디치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이날 오후 환경운동가 여러 명이 시키미치를 방문했다. 네레트바강에 추가로 수력발전소 7곳이 건설 인가 과정에 있다. 에너지부는 수력발전소 7개 건설 승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네레트바강과 지류에는 70곳 이상의 소형 수력발전소가 줄지어 들어설 계획이다. 그런데 수력발전소는 전력생산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으면서 환경에는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오랫동안 유럽의 강 보호에 앞장서는 오스트리아 빈의 NGO 리버와치의 환경운동가 울리 하이헬만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고 보호할 가치가 있는 네레트바강이 제대로 연구되기 전에 에코사이드(생태학살, 대규모 생태계 파괴 행위) 위험에 노출됐다”며 안타까워한다.
하이헬만은 수력발전소 건설 반대시위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강의 생태계에 얼마나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는지 입증하고자 유럽 9개국의 학자 50명 이상을 초대했다. 밤이면 박쥐 전문가들이 숨죽여 박쥐를 관찰하고, 아침이면 생물학자가 수달의 대변을 연구한다. 네레트바강 인근 숲에서 확인된 발자국 흔적에 따르면 곰, 여우, 스라소니도 서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류 생태학자가 쳐놓은 그물에 희귀종 아드리아송어가 잡힌 적도 있다. 수력발전소가 새로 지어질 때마다 어류의 산란 장소는 점점 줄어들고, 강바닥의 퇴적물이 늘어날수록 부화에 실패하는 물고기 알은 늘어난다.
건설 계획 중인 수력발전소의 새로운 환경영향평가가 조만간 이루어질 예정이다. 수력발전소 건설 승인을 받으려면 전문가 50명의 상세한 조사와 꼼꼼한 기록에도 합격해야 한다. 학술보고서도 발표될 것이다. 투자자들과 관계 당국도 이제는 환경영향평가를 무시할 수 없다. 환경운동가 하이헬만은 “필수인 환경영향평가를 허위로 작성하고 생물다양성에 대한 실질 조사를 누락하는 기존 관행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이헬만은 수력발전소 건설 반대를 위해 자체적으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있다. 이른바 ‘친환경 에너지’ 수력발전소 건설은 앞으로 어려워질 수 있겠다. 그리고 중국 투자자들은 발칸 국가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생물종다양성 보호는 중국 투자자들의 핵심 역량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 Der Spiegel 2022년 제35호
Die Chinafall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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