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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맛에 쓴 차관, 자연파괴와 빚더미로
[FOCUS] 중국 ‘일대일로’에 빠진 발칸 국가들- ① 현황
[151호] 2022년 11월 01일 (화) 닐스 클라비터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정부가 수상쩍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로 발칸 국가들을 자국에 종속시키고 있다. 그 결과 몬테네그로를 비롯한 발칸 국가들이 중국에 엄청난 부채를 지면서 국가부도 위험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와 더불어 인프라 프로젝트로 자연보호구역이 파괴되고 있다. 그런데도 유럽연합(EU)은 뒷짐 지고 바라만 본다.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세르비아의 퇴직 경찰 페리샤 보슈코비치는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느냐’는 <슈피겔> 취재진의 질문에 “잿빛”이라고 잘라 말했다. 세르비아 곳곳에서 흔하게 보이는 풍경이 잿빛이기에 그럴지도 모르겠다. 과일나무에도 잿빛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암석을 실은 화물차량이 온종일 지나다니는 도로 옆 그의 별장 진입로의 잔디도 잿빛이다. 그리고 몇 년 전 화물차량들이 별장 정원에 몰래 버려놓고 간 5m 높이의 돌무더기 역시 잿빛이다.
보슈코비치는 몬테네그로의 산악 지역에 별장을 가지고 있다. 헛간에 조그마한 증류주 양조장도 있고 채소밭을 가꿀 수 있는 별장은 그에게 안식처다. 하지만 별장 인근에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그를 포함한 인근 주민 모두가 악몽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몬테네그로는 중국에서 빌린 차관 5억달러(약 7천억원)를 상환할 능력이 없을 정도로 재정적 어려움에 빠져 있다. 중국은 유럽 국가 중 발칸 국가에서 가장 공세적으로 일대일로를 펼치고 있다. 보스니아 수력발전소, 세르비아 신규 화력발전소, 교량 및 고속도로 등 중국 없이는 생각지도 못했을 수많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다.

중국, 발칸 국가 집중 공략
몬테네그로 정부는 2021년 4월 국채 상환을 지원해달라고 EU에 공식 요청했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41km 구간의 고속도로 건설에 든 9억4400만달러를 자력으로 상환할 수 없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상환하는 차관을 “제3국이 수령”한다는 것을 이유로 몬테네그로 정부 요청을 거절했다.
한편 보슈코비치는 EU와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고속도로 공사를 맡았던 중국 국영기업 중국도로교량공사(CRBC)를 고발했다. 중국도로교량공사 노동자들은 지난 6년간 암반을 뚫고 강을 파괴했으며, 자신의 별장 주위에 흙을 몰래 버리고 가버렸다. 평범한 퇴직자가 자국 정부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 국외 국영기업에 맞서 싸운다는 이야기는 정치스릴러물 소재로 손색이 없다. 보슈코비치는 조국과 자신의 별장이 파괴되는 것을 앉아서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다.
주몬테네그로중국대사관은 모든 비난이 사실무근이라며, 중국과 몬테네그로는 “상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는 발칸의 소국 몬테네그로가 고속도로 건설 프로젝트로 자국을 스스로 파괴하는 형국이다. 몬테네그로가 연간 국채 상환을 위해 고속도로 톨게이트 비용을 내는 차량이 하루 3만 대는 돼야 한다. 하지만 교통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하루 톨게이트 통행 차량은 3만 대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몬테네그로의 지중해 항구 도시 바르에서 세르비아 국경을 잇는 나머지 구간 130km 건설 비용 조달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유일하게 확실한 것은 고속도로 건설의 비합리성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제목처럼 ‘어디로도 이어지지 않은 고속도로’가 존재한다는 점뿐이다. 해당 고속도로의 완공 여부는 미지수다. 하지만 고속도로 건설에 따른 피해는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고속도로 건설을 통한 경제 부흥에는 항상 엄청난 자연 파괴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보슈코비치에 따르면 언젠가 인근 도시 콜라신 당국자들이 동의서를 들고 자신의 별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그의 별장 앞에 쌓인 흙과 돌무더기가 드르카강의 홍수 대비 목적이라는 내용의 동의서에 서명하라는 것이었다. 중국 건설사가 주민에게 동의서를 원한다고 했다. 자그마한 개울의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폐기물로 5m 높이의 제방을 쌓는다고?
보슈코비치는 “그들은 동의서에 서명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불법행위를 세탁하려 했다”며 분노했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슈피겔>의 관련 문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중국도로교량공사 역시 <슈피겔> 문의에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
양쪽의 침묵에는 이유가 있다. 몬테네그로 정치권과 중국 투자자 사이에 ‘침묵의 계율’이 암묵적으로 존재한다고 몬테네그로 시민단체 만스(MANS)의 데얀 밀로바츠는 설명한다. 부패탐사 전문 시민단체 MANS는 몬테네그로 정부와 중국 건설사 쪽에 해당 고속도로에 대해 십여 가지 문의했지만 대부분 답변받지 못했다고 한다. 몬테네그로 정부와 중국도로교량공사 간에 오간 문서, 환경영향감사 결과, 밀로 주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의 지인들이 포함된 지역 하청업체들을 위한 세금 특혜 등이 모두 기밀사항으로 취급된다. “자연 파괴와 불법이 엄청나서 이제는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라고 데얀 밀로바츠는 탄식한다.
인프라 프로젝트로 파트너 국가를 국채의 덫에 몰아넣고 정치 조건의 재갈을 물리는 것이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메커니즘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러한 전략을 개발비용 조달과 아시아와 유럽 옛 무역로의 부흥을 위한 ‘일대일로’로 그럴듯하게 포장해 홍보한다.

   
▲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중국도로교량공사(CRBC)가 건설해 2022년 7월 개통한 몬테네그로의 고속도로. 몬테네그로 정부는 41km 구간의 이 고속도로 건설로 9억4400만달러의 빚을 졌다. REUTERS

EU 지원 거부하면 중국이 나서
중국은 특히 동유럽과 남유럽, 발칸 반도에서 일대일로 공세를 펼치고 있다. EU가 세르비아 화력발전소 건설 재정 지원을 거부하면 중국이 투자자로 나선다. 혹은 중국은 크로아티아에서 두브로브니크 인근의 거대 교량 건설 수주를 낙찰받기도 한다. 해당 교량 건설비의 85%는 EU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2009년 중국 국영기업 중원태평양(中远太平洋)은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를 인수해 디폴트 위기에 빠진 그리스 정부의 짐을 덜어주었다. 이후 피레우스 항구는 유럽 5위 항구로 부상했다. 그리스가 2018년 EU의 중국 인권상황 공동성명을 보이콧한 것도 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을 것이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환경은 뒷전에 밀려난 것으로 보인다. 몬테네그로에서 건설 중인 고속도로가 푸른 산맥을 가로질러 수도 포드고리차까지 회색 띠처럼 지나가는 것을 항공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속도로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타라강을 따라 몇㎞ 펼쳐진다.
밀레 라자레비치는 타라강이 고속도로 교량 공사장을 따라 “완전히 오염됐다”고 말한다. 고속도로 A 1은 콜라신에서 끝난다. 산악지대 콜라신이 고향인 라자레비치는 어린 시절 사루기(연어과 사루기속에 속하는 물고기)와 브라운송어를 잡으면서 놀았던 타라강을 잊을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젊은 시절 미국과 스위스에서 일했다.
이날 아침 그는 콜라신의 고속도로 교각 끝에 서 있다. 돌무더기와 차곡차곡 쌓아놓은 갈매나무 사이에서 그는 폭이 2m가 채 되지 않는 강을 바라보고 있다. “타라강은 이 구간에서는 죽은 강이나 마찬가지다.” 강은 자연 그대로 흐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강바닥 퇴적토를 준설해버렸다. 화물차량들이 강을 따라 끊임없이 질주하고, 강이 흐르는 골짜기가 강바닥 퇴적토의 수거장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건설회사들이 콘크리트 믹서기를 강에서 씻어댔다.”
밀로 주카노비치 대통령 임기 4년차에 접어든 2022년 4월에 취임한 녹색당 소속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고속도로 건설은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TV에서 인정했다. 하지만 아바조비치 총리는 8월 셋째 주에 있었던 불신임 투표에서 패배해 총리대행으로 직을 유지하고 있다. 밀레 라자레비치는 “어차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타라강은 이론상으로 유네스코 자연문화유산과 EU 자연보호구역 ‘나투라(Natura) 2000’ 이니셔티브를 통해 이중 안전장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안전장치마저도 타라강을 실질적으로 보호해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몬테네그로 정부는 유네스코가 검토를 거쳐 “타라강 유역을 세계생물권보존지역연합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고 <슈피겔>에 서면으로 확인해줬다.
몬테네그로 환경부 장관은 <슈피겔>과의 인터뷰에 동의했다가 직전에 취소하고는 대신 환경보호청장을 보냈다. 환경보호청장은 자신이 막으려는 갖가지 공사를 열거하면서 매일 투자자들과 씨름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고속도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공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주민들을 위한 보상안이 당연히 계획됐고, 환경부는 고속도로 건설사에 금지조항 목록을 추가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강바닥이나 강변에 퇴적토를 버리는 것과 콘크리트 믹서기, 콘크리트 펌프 등 콘크리트 기기를 강에서 씻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강의 흐름을 변경해서도 안 된다. 건설사가 금지조항을 모두 준수하지 않을 경우 ‘환경책임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환경책임절차는 건설사를 통제할 수단이 없다는 무기력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 Der Spiegel 2022년 제35호
Die Chinafalle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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