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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 흐름 속 ‘직원 보상’이 쟁점
[COVER STORY]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노동- ② 재택근무
[138호] 2021년 10월 01일 (금) 사빈 제르맹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에서 18개월 동안 이어진 강도 높은 재택근무가 장점과 한계를 드러냈다. 재택·원격근무에 대한 실질적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사빈 제르맹 Sabine Germa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나이지리아 정부가 이동제한령을 내린 2020년 5월, 20대 데이터 분석가가 최대 도시 라고스의 이코이에 있는 자택에서 일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REUTERS

2020년 봄, 국민 이동제한령이 떨어진 것과 동시에 대대적인 재택근무가 시작됐다. 이후 재택근무의 강제성이 서서히 약해졌다. 재택근무를 다시 생각하고, 그 틀을 짤 때가 왔다. “원격근무의 성공적인 시행을 위한” 전국 산업 간 단체협약이 2020년 11월26일 체결됐다. 2021년 4월13일에는 프랑스 노동총국이 이 협약의 적용 범위를 모든 기업으로 확대했다. 그래도 강제성은 없다. 노동총연맹(CGT)은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가 노동자의 신체와 정신건강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충분히 생각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단체협약 비준을 거부했다.
노동자 건강에 대한 원격근무의 영향이 실제로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동제한령이 시작된 뒤 관련 연구가 수십 차례 진행됐다. 하지만 원격근무 시행 방식과 노동자 의사, 통근 시간, 근무환경, 기업 조직문화 등에 따라 그 영향이 달라 종합적인 평가를 하기 어렵다.

새로운 정의
코로나19 감염병이 유행하기 전부터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있었다.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고 개방형 사무실이 확산하면서 집에서 조용히 일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가 많아졌다. 대도시에서 통근 시간이 늘어나는 점도 재택근무 열망을 부추겼다. 이렇게 재택근무로 전환해달라는 노동자의 요구가 계속 강해졌는데도 프랑스 기업은 업무 관리·감독의 어려움을 구실로 시행을 끝까지 미뤘다.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재택·원격근무를 하는 기업이 늘어날 수 있게 대통령령으로 이를 새롭게 정의했다. ‘사용자가 마련한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노동자가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그 공간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수행하는 근무형태’다. 이 대통령령으로 재택·원격근무의 법적 틀도 유연해졌다.
그전엔 근로계약서나 추가계약서에 재택·원격근무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시행 조건과 함께 명시해야 했다. 지금은 단체협약으로도 노동자가 재택·원격근무를 할 수 있다. 단체협약 체결이 어려우면 사용자가 기업의 사회경제위원회(CSE·일종의 사내 직원회의체) 의견을 종합해 ‘원격근무 헌장’을 만들어도 된다. 그마저 어렵다면 노동자와 사용자가 전자우편으로 간단히 재택·원격근무 시행에 합의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원격근무가 확대됐다. 2019년 10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포프(Ifop)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프랑스 노동자의 약 15%가 ‘공식·비공식으로 재택·원격근무를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근로계약에 따라 일주일에 하루 이상 원격으로 일한다’고 한 응답자는 6%였다.

   
▲ 2020년 3월 프랑스 정부의 이동제한령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 노동자와 시민들이 파리의 빵집 앞에 줄지어 있다. REUTERS

불확실한 효과
2020년 봄 엄격한 이동제한령 기간(6주) 동안 전체 노동자 가운데 재택근무자 비중은 4월 39%, 5월 41%였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이전에 재택근무를 해봤지만, 나머지는 해보지 않았다. 생전 처음 해보는 재택근무를 그것도 아주 특별한 시기에 겪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있는 컴퓨터로 부엌 식탁이나 거실 소파에 앉아 배우자 혹은 아이들이 말하는 소리를 들으며 일해야 했다.
기업이 확인한 결과는 놀라웠다. 직원을 집에서 일하게 두면 일하는 시늉만 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되레 노동생산성이 높아졌다. 다만 문제는 그 차이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점이다.
201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 니컬러스 블룸 교수(경제학)가 발표한 논문이 ‘원격근무가 노동생산성을 높인다’는 근거로 오랫동안 제시됐다. 블룸 교수에 따르면 2010~2011년 2년간 중국 여행사 씨트립이 노동자에게 재택근무를 시킨 뒤 업무 효율이 13% 향상됐다. 사무실 임대료와 결근, 인력 교체로 나가는 비용까지 종합하면 생산성 증가 폭은 20%를 훌쩍 넘었다.
블룸 교수가 내린 결론과 상관없이 이 수치는 지표가 됐다. 그는 논문 말미에 재택근무 시행 10개월째로 접어들자 실험 대상자들이 우울감과 의욕 저하를 호소하며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고 했다. 그러나 재택근무 옹호자들은 앞의 수치만 보고 재택근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10월 블룸 교수는 과거 자신이 쓴 논문을 훨씬 비판적으로 해석한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기업 경영자와 관리자, 공직자 수십 명”과 이야기를 나눈 뒤 쓴 글이었다. 블룸 교수는 이동제한령 기간에 하는 재택근무가 “생산성 재앙” “불평등을 심화하고 정신건강을 해치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택근무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기업별로 차이가 날 수 있어 딱히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2020년 11월 프랑스 국가재정총국은 ‘원격근무의 경제적 영향’ 자료에서 “원격근무가 생산성에 끼치는 영향을 하나로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영향은 “재택근무 시행 여건(디지털 기반 업무 인프라, 임직원 교육 등), 업무관리 방식과 조직문화(직원 자율성을 중시하는 문화, 노동시간이 아닌 성과 중시 문화, 새 관리 방식에 적응하는 역량), 각 직업의 특징(다른 업무와의 상호의존성, 업무의 창의성과 독립성)같이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프랑스 여론조사업체인 오독사(Odoxa)가 2021년 2월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재택근무 때 ‘업무 효율성이 더 높다’(33%)는 답변과 ‘차이가 없다’(35%)는 답변, ‘업무 효율성이 더 낮다’(32%)는 답변이 모두 비슷하게 나왔다.

정신건강 악영향
반면 재택근무가 노동자의 정신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그보다 명확해 보인다. 2020년 9월 비영리 사회보험업체인 말라코프위마니스의 조사에서 ‘이전보다 일을 많이 한다’(59%), ‘일에 집중하기 어렵다’(51%), ‘직장 동료, 상사 혹은 고객과 관계가 나빠졌다’(41%),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기 어렵다’(39%)고 한 응답자가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제 분명해졌다. 재택근무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노동자 건강에 해롭다. 코로나19가 유행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오독사 조사에 참여한 노동자 74%는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18~24살(82%)이 50~64살(65%)보다 사무실 근무를 더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사흘을 넘어가면 재택근무에 질려 했다. 이상적인 재택근무 일수는 평균 2.6일이었다.
재택근무에 대한 모순적인 반응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 첫째,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 방식은 노사 대화와 단체협약(업종 또는 기업)을 거쳐 마련해야 한다. 재택·원격근무 일수, 근무환경(사무실과 자택), 연결되지 않을 권리, 관리·감독과 업무보고 방식, 재택·원격근무 전환 지원금 등 근무 여건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다. 2019년 프랑스 통계청은 관리직 노동환경에 관한 연구보고서에서 “원격근무 협약은 그 틀이 잘 짜일수록 노동자를 보호하는 구실을 잘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원격근무 협약은 아직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노동자가 사무실로 복귀할 때를 대비해 협약 체결을 계획하고 있다. 프랑스 보험회사 뮈튀엘제네랄은 5월11일 ‘유연근무 협약’을 마련해 직원 1700명에게 며칠 원격근무를 하고 싶은지 물었다. 월 4일 이상 회사에 출근하는 조건으로 일주일에 0~5일 원격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출근하는 4일은 회의, 협업 등을 하면서 ‘기업 공동체’와 보내도록 했다.
뮈튀엘제네랄의 유연근무 협약은 노동자에 대한 ‘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노사 간의 끈질긴 협상 끝에 노조의 비준을 통과했다. 회사는 유연근무 규약을 마련하고 임직원을 교육할 뿐 아니라 사무용품과 디지털 기기를 제공하고, 재택근무 수당으로 근무일당 2유로(약 2800원, 한 달 최대 40유로)의 외식권을 지급하기로 했다. 도시에서 먼 곳으로 이사하는 직원에겐 회사가 통근경비를 전액 부담한다. 회사 입장에선 본사를 이전하고 사무공간을 줄여 임대료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적절한 보상은?
기업 처지에서 임대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기회다. 지출에서 임금 다음으로 많이 차지하는 비용이 임대료다. 최근 재택·원격근무 협약에는 임대 공간을 줄여 ‘플렉스 오피스’(사무실 유연화)를 조성한다는 내용이 거의 자동으로 포함돼 있다. 오늘날 프랑스 노동자의 17%는 정해진 업무 공간이 없다. 2017년에는 이 비율이 6%밖에 되지 않았다.
그뿐이 아니다. 자동차제조업체 스텔란티스는 2020년 1월 체결한 협약에서 재택근무를 아예 ‘표준’ 근무형태로 바꾸었다. 협약 개정으로 회사 전체 임직원 4만2천 명 가운데 재택근무가 가능한 1만8천 명은 일주일에 1.5일만 사무실로 나온다. 그 대가로 회사는 150유로(약 21만원) 상당의 근무환경 조성 지원비와 더불어 재택근무 일수와 상관없이 매달 10유로를 수당으로 준다. 회사가 절약할 수 있는 임대료(기존 임대료의 30~50% 수준)에 견줘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일할 장소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어떻게 얼마나 보상해야 하는지가 단체협약 협상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1년 9월호(제415호)
Demain, tous en télétravail?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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