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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엔 이롭지만 건강에도 좋을까
[SPECIAL REPORT] 활짝 열린 대체식품 시장- ② 성찰
[137호] 2021년 09월 01일 (수) 필리프 베트게 economyinsight@hani.co.kr

필리프 베트게 Philip Bethge <슈피겔> 기자
피올라 킬 Viola Kiel 자유기고가

   
▲ 식물단백질로 만든 대체고기가 자연에 이롭다고 하지만 인간 몸에도 이로울까? 2020년 1월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대학에서 학생이 비건스테이크를 시식하고 있다. REUTERS

거대 기업들이 대체식품 시장에 뛰어들고 관련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이 새로운 녹색 시장에 대한 비판도 함께 늘었다. 물론 완제품 대체식품이 육류가 포함된 식품보다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탄소발자국 수치가 낮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예컨대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재래 방식의 햄버거와 비교해 ‘비욘드버거’(Beyond-Burgers) 제품은 (생산과정에서) 나쁜 환경 가스를 90%나 적게 배출했다. 또한 대체식품은 (기존 육류식품보다) 에너지의 경우 46%, 물은 99%나 적게 썼다. 땅은 93%가량 적게 소모됐다. 그런데 자연에 이로운 대체식품은 인간의 몸도 건강하게 해줄까?
“거기서 만든 식품은 아주 짜고 설탕과 지방이 잔뜩 든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하면 잘 팔리기는 한다. 그런데 식물을 원료로 한 대체식품을 생산한다지만 기업들의 작업 형태는 이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독일 베를린대학 의과대학이자 대학병원의 영양의학과 안드레아스 미하엘젠 교수의 비판이다.

‘비건 버거’ 13종의 절반에서 기름 찌꺼기 발견
비욘드버거 같은 식품에는 심장에 부담을 줄 만큼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지방 함유량은 진짜 고기로 된 햄버거 못지않게 높다. 게다가 이 가짜 햄버거에는 비타민과 무기질이 거의 들어 있지 않다. 그러지 않아도 얼마 되지 않은 귀한 영양소마저 강력한 가공 과정을 거치면서 다 망가진 것이다. 이 대체식품에는 색과 맛, 제대로 씹는 느낌을 주기 위해 또다시 재래식 가공식품과 똑같이 수많은 물질이 첨가된다. 예컨대 식품공학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 메틸셀룰로스(Methylcellulose) 같은 것이다. 이 물질은 벽지를 도배할 때 쓰는 풀의 원료다. 독일의 소비재 품질 심사기관인 외코테스트(Ökotest)가 2020년 시중의 ‘비건 버거’ 13종을 실험한 결과, 절반이나 되는 버거들에서 미네랄오일 찌꺼기가 발견됐다.
미하엘젠 교수가 “후” 하고 한숨을 내쉰다. 그는 “시중에 판매되는 먹거리를 보면 ‘저 속에 뭐가 많이 들어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늘 든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그는 신선한 재료를 사서 되도록 집에서 요리해 먹으라고 충고한다. 그렇게 하면 육류 소비를 줄이고 그런 식생활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다. 동물성 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심혈관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일주일 육류 소비량을 300g에서 600g으로 한정하되, 600g은 절대 넘지 말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독일 국민의 평균 육류 섭취량은 이 권장량의 두 배에 이른다. 게다가 붉은색 살코기는 장암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역으로 고기를 먹지 않으면 영양소가 부족할 거라는 위협적인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균형을 잘 맞춰 채식주의나 비건주의 식품을 섭취하면 누구나, 심지어 최상급 운동선수들도 단백질 권장량을 쉽게 채울 수 있다”고 미하엘젠 교수는 설명한다. 순전히 비건 음식만 먹으면 비타민B12와 철분 같은 영양소가 결핍될 수 있다. 요즘에는 비건을 대상으로 특수한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약도 개발됐다.
육류 섭취를 포기할 때 얻는 이익이 많다고 미하엘젠 교수는 강조한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육류 대신 먹는 대체식품이 가공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식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하엘젠 교수는 “채식주의 식품이 굳이 진짜 고기와 똑같아 보일 필요가 있는지 우리는 한번 자문해봐야 한다”며 근본적인 성찰을 촉구한다. 그는 식물성 완제품 식품은 일반의 식생활 문화가 완전히 바뀔 때까지만 필요한 일종의 ‘과도기 상품’이라고 본다.
오늘날 채식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몇 년 전 채식주의자가 먹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비건 슈퍼마켓에선 다양한 먹거리 세상이 펼쳐져 있다. 채식 요리 사이트나 채식 레스토랑도 생겼다. 이런 곳에서는 대체육이 아니라 순전히 식물성 식자재만으로 만든 요리를 선보인다. 그렇다면 식물단백질과 두부가 정말 맛이 있을까?
제바스티안 코핀(40)은 채식 전문 요리사다. 요리책 저자이자 요리 강사이기도 하다. 그는 식물성 식자재만으로도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코핀은 뮌헨 교외의 부자 동네인 그륀발트의 작은 쇼핑센터에서 요리스튜디오를 열었다. 요리스튜디오에서 냄비들이 김을 폭폭 내뿜는 가운데, 그는 하얀 생두부와 갈색 훈제 두부를 오븐용 철판에 펼쳐 담으면서 입을 연다. “채식 요리는 밋밋하고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는 편견을 들으면 나는 아주 영양가 많은 렌틸콩수프를 제대로 한번 요리해 보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코핀은 초보자와 전문 요리사를 대상으로 요리 강습을 한다. 전문 분야는 ‘새로운 채식 요리’라고 직접 이름 지었다. 그의 목표는 고기 없이 어떻게 요리할까 막막해하는 사람들의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다. 코핀은 “양념하는 법만 몇 가지 달리하면 된다”면서 “그 외에 다른 요리 기술은 사실상 모두 같다”고 단언한다. 예컨대 “오늘 요리하는 볼로네제(파스타 소스 종류)도 열두 살 때 어머니에게서 배웠던 것을 아주 똑같이 반복하는 것뿐”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단지 고기가 없다는 점만 빼놓고는 말이다.

   
▲ 2020년 6월29일 이스라엘의 한 식당은 채식주의자를 위해 식물단백질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 REUTERS

채소를 이용해 고기 맛 얼마든지 낸다
채소를 작게 썰어 토마토 퓌레(걸쭉하게 만든 소스), 향신료인 타임을 넣고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포도주를 부어 재료를 다시 졸인다. 이 졸이는 과정을 네다섯 번 반복한다. 이 시간에 코핀은 두부를 볶아놓는다. 이 재료들을 토마토와 함께 오븐에 넣고 3시간 동안 가열한다. 코핀은 “이 희석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이 비결이다. 굽는 냄새와 진한 우마미(Umami·감칠맛)가 우러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마미는 기본 맛인 단맛, 신맛, 쓴맛, 짠맛 외에 인간이 구별해낼 수 있는 제5의 맛이다. 고기가 함유한 대표적인 맛이다. 고기를 쓰지 않고 이 맛을 내는 건 코핀에게 아주 쉬운 일이다. 렌틸콩수프를 만들 때는 훈제한 피망으로 우마미를 낸다. 굴라시(Gulasch·쇠고기와 양파, 매운 파프리카를 함께 넣어 끓인 헝가리의 국물요리)는 그가 아주 좋아하는 요리인데 이때에는 “같은 양의 버섯과 양파를 함께 볶아” 사용한다.
브라텐(Braten·고깃덩어리를 양념해 통째로 오븐에 넣어 익히는 독일 요리) 소스를 만들 때도 그에겐 나름의 방법이 있다. 뿌리채소, 셀러리 줄기, 말린 버섯, 벨루가 렌틸콩을 쓰면 된다. 재료를 모두 함께 볶은 다음 포도주를 넣고 ‘희석하기’를 열 번에서 스무 번 정도 반복한다. 재료의 색이 어두워질 때까지 소스를 졸이다가 채소물을 부은 다음 6시간 동안 약한 불에서 끓인다. 재료를 체로 걸러 내고, 불 세기를 낮춘 뒤 걸쭉하게 만든다. 포트와인 같은 술로 맛을 내도 좋다.
“그렇게 만든 브라텐 요리는 호프브로이하우스(독일 뮌헨에 있는 대형 맥주 홀)의 손님들 식탁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고기가 들어 있지 않다는 걸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라고 코핀은 장담했다. 새송이버섯과 익힌 적채(Blaukohl), 크뇌델(Knödel·감자나 빵가루로 만든 큼직한 경단)을 곁들이면 이 브라텐은 아주 훌륭한 성탄 요리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코핀은 “내가 어릴 때 먹었던 요리의 거의 전부를 채식 메뉴로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그가 육식을 포기한 이유는 채식주의자인 여자친구 때문이었다. “그녀 덕분에 나는 눈이 뜨였다.“

채식 요리 즐기는 신세대
자녀 덕분에 가족 전체의 생활 방식이 바뀌는 사례도 자주 있다. 그런 체험을 하면 많은 사람에게 즉시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현대의 채식주의자들은 건강과 환경보호, 두 가지를 다 고려해 노력하면서도 먹는 일을 즐길 수 있다.
오스트리아의 식품경영 전문가 하니 뤼츨러는 “채식 식품과 채식 요리를 즐기는 이 세대는 우리 식단을 현재 상태에서도 어마어마하게 풍요롭게 만들어줬다”고 강조한다. 판매되는 채소의 종류가 다채로워지고 새로운 양념이 많이 나왔으며 나물 종류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그뿐인가. 코핀은 “견과류를 빻아 만든 반죽, 아몬드 퓌레까지 나와 있지 않은가”라며 “육식주의자의 로비와 채식주의자의 도덕적 강령 사이의 첨예한 대립은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뤼츨러는 소비자가 양쪽 모두에게서 교훈을 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도시에서 생산되는 채소, 식물성 원료로 만든 해산물과 치즈 같은 새로운 먹거리가 현재 대거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렇게 혁신을 일으키는 활동이 더 많이 일어나야 한다.”

ⓒ Der Spiegel 2021년 제27호
Das bessere Fleisch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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