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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가 가장 피해 그룹”
[집중기획] 코로나 시대의 패배자 ① 노동자와 청년
[125호] 2020년 09월 01일 (화)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팬데믹은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다. 교역 단절과 경기침체로 해고된 실업자, 직업교육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 금리 인하로 망연자실한 저축자와 노년층 연금생활자 등이다. 어린이집과 학교 폐쇄로 가족 또한 피해자가 아닐 수 없다. 정부 지원에도 파산 위험에 안절부절못하는 기업가와 상인도 예외가 아니다. 승리자는 없고 패배자만 가득한 상황이다. 이들의 절규에 국가와 정치는 과연 제대로 응답하고 있는가. _편집자

팀 바르츠 Tim Bartz 다비트 뵈킹 David Böcking
마르쿠스 데트머 Markus Dettmer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헤닝 야우어르니히 Henning Jauernig 안톤 라이너 Anton Rainer
안네 자이트 Anne Seith <슈피겔> 기자

   
▲ 핀란드 헬싱키에서 저성장으로 인한 실업급여 감축과 불평등에 대한 시민의 분노가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가 침체하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REUTERS

연초 새 직장을 찾았을 때 안드레아 아네저는 자신의 행운을 믿을 수 없었다. 6년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살다가 얼마 전에야 슐레스비히홀슈타인으로 이주한 49살 여성은 자신을 ‘브렉시트 난민’이라고 일컬었다. 그는 영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기 전에 탈출하고 싶었다.
산업 분야에서 강하고 미래가 안전해 보이는 독일에서 모든 일이 더 나아지리라고 믿었다. 실제 함부르크의 한 전통 있는 선박·자동차 산업 공급 업체에서 아네저를 프로젝트 매니저로 채용했다. 연봉도 높고 위기에도 취약하지 않은 자리다. “2020년은 나의 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아네저는 말했다. 이후 중국에서 첫 번째 소식이 전해졌다. 아네저는 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했다.

   
▲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3월 중순 해고된 독일 여성 아만다 제노가 집 앞에 앉아 있다. 당장은 실업급여 등 정부 지원으로 임대료와 전기세 등 각종 청구액을 감당하지만 얼마나 버틸지는 아무도 모른다. REUTERS

‘브렉시트 난민’의 두려움
아네저의 업무는 이탈리아 자동차 산업계 고객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그는 처음에 피아트 공급망이 무너지고, 다음으로 자신의 회사 매출이 무너지고, 마지막으로 새 삶을 향한 자신의 꿈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았다. 수습 기간이 끝난 뒤 아네저는 회사를 떠나야 했다.
코로나19는 수백만 명을 패배자로 만들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죽일 수 있고, 사회를 분열시킬 수도 있다. 경제적 피해를 막지 못하고 부담을 공정하게 나누지 못해 평화로운 질서에 금이 가면, 독일 같은 부유한 나라도 흔들릴 수 있다.
세계경제는 1920년대 후반 대공황 뒤 깊은 불황에 빠졌다. 국제노동기구(ILO) 추정에 따르면 전세계에 최대 2억 명이 실직 위기에 놓였다. 독일에선 600만 명 이상이 단축근무 노동자다. 이 중 많은 사람이 앞으로 몇 달 안에 해고될 것이다. “우리 자신을 속이지 말자. 유감스럽게도 많은 단축근무 노동자가 실직할 것이다. 독일은 지금보다 가난해진다.” 클레멘스 푸에스트 뮌헨 독일경제연구소(Ifo) 소장이 말했다.
풍요의 시기가 지나고 빈곤의 시기가 오는 것인가. 독일 연방공화국 역사상 가장 빠르고 강하게 지속해서 사회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인가.
<슈피겔>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치베이(Civey)가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인 75%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불평등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청년이 두려워하고 있다. 불평등에 대한 추상적인 공포뿐만이 아니다. 독일인의 33%는 ‘2020년 자신의 소득과 자산에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 36%는 ‘앞으로 3년 동안 이 손실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수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사라진 것 같던 중산층의 계층 하락 두려움을 반영한다. 자영업자 절반 이상이 2020년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본다. 30~40대가 재정적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그룹이다. 많은 사람이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기간에 일과 가정생활을 동시에 꾸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일 킬(Kiel) 세계경제연구소(IFW)는 2020년 독일 국내총생산(GDP)이 6.8%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엄청난 보조금과 위기극복지원금을 지급했음에도, 국민소득이 2019년과 비교해 1100억유로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젖먹이 아기부터 노인까지 모든 국민의 가처분소득이 평균 1325유로 줄어드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실제 영향은 훨씬 더 크다. 팬데믹이 없었다면 경제는 정체되지 않고 성장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가브리엘 펠버마이어 IFW 소장은 “경제는 2021년에 다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리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소득 3900억유로를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가정할 경우 2021년 말까지 기대소득과 비교한다면, 2021년 경제성장률이 6%가 된다 해도 달성할 수 없는 금액이다.
독일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미 불평등한 상황이 심각했는데, 그 불평등이 극적으로 악화되는 미국과 같은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독일에서도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일부 고난과 갈등을 지원금 패키지에서 뿌리는 ‘돈 세례’로 덧칠할 수 있다. 게다가 독일 정부는 곧 수십억유로 규모의 세금 감면을 실시할 예정이다. 마지막에 누가 청구서 금액을 내야 하느냐는 질문은 이미 던져졌다. 누가 코로나 시대의 패배자가 될 것인가? 누가 비교적 상처받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부담은 얼마나 공정하게 이루어질 것인가?

피고용자
‘브렉시트 난민’ 아네저는 실직으로 몹시 당혹스러웠다. “나는 마비된 것 같았다.” 아네저는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 있다가 남성이 압도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이 되어 돌아왔다. 이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는 건 아네저에게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상당한 도전이었다. 코로나 위기 때는 어떠했을까.
독일 연방공화국 노동시장 역사에서 오늘날과 비교할 수 있는 상황은 없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지금 같지는 않았다. 2020년 6월 실업자 수가 285만 명으로 늘었다. 노동시장이나 직업 연구소에서는 곧 30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본다. 독일 전역에서 2차 봉쇄 조처가 없다는 것이 전제다. 만일 2차 봉쇄를 해야 한다면 모든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다.
국내외 전문가는 독일의 코로나19 정책을 칭찬하고 있다. 도이체방크는 최근 낸 보고서에 ‘독일에 형성된 저항력’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회적 시장경제, 보건 시스템, 비교적 좋은 사회 보장이라는 독일 모델이 팬데믹 상황에서 일단 그 가치를 입증했더라도 급속한 호황기로의 전환을 보증할 수는 없다. 국가가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은 결정되지 않았다.
벌써 불균형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숙련 노동자는 단축근무 영향을 더 많이 받고, 대학 졸업자보다 재택근무로 전환되는 일이 적다. 자영업자와 프리랜서 노동자는 단축근무 수당을 받지 못한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사이에서도 격차가 생겼다. 국립극장에서 일하는 예술인은 단축 근무수당을 받지만, 자유 창작가는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다. 공무원은 손실이 없지만, 자영업자는 실업급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경제학자 펠버마이어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직원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방, 주, 지자체는 노동자와 피고용자의 소득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몇 년 동안 공무원 임금 인상률을 일정 수준 줄일 수 있다.
가장 취약한 이들은 여유 자금이 없는 사람이다. 독일 인구의 25%가 해당한다. 독일 소비자 문제 전문가 자문위원회는 코로나 위기가 여유 자금이 전혀 없는 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계산 기준은 주거비 비율, 즉 소득 중 월세·관리비 등의 지출 비율이다. 주거비 비율이 40%를 초과하면 해당 가정은 과도한 부담을 지는 것으로 간주한다. 여유 자금이 없는 가정은 매월 소득이 200유로만 줄어도 이 한도를 초과한다. 이런 가정이 많다. 지난 몇 달 동안 피고용자는 평균 한 달에 400유로를 이전보다 적게 받았다.

   
▲ 독일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코로나 세대’ 해고에 대한 지원책을 세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미국 월마트의 해고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REUTERS

청년
비비안 보리츠카(24)는 장점이 많은 젊은 여성이다. 그는 배우려는 자세와 일하려는 의지가 있다. 고객에게 올바르게 다가가는 방법도 안다. 보리츠카의 이력서 12쪽에 그렇게 쓰여 있다. 직업적성검사 결과다. 보리츠카는 팬데믹으로 취업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전, 3월에 학교를 졸업했다. 현재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이력이지만, 그래도 보리츠카는 이 결과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보리츠카는 수의사 보조원이 되고 싶다. “12곳에 수습사원을 신청했고, 4곳에서 개인 면접을 봤다.” 지금까지 모든 곳에서 회신조차 하지 않았다.
팬데믹으로 가장 크게 고통받을 사람은 20~30대 사회초년생이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12년 국가 부채 위기 때 정부가 제때 대처하지 않을 경우 청년 실업률이 얼마나 빨리 치솟는지 보여줬다.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젊은이는 지금까지 그들에게 아무것도 제공하지 못하는 구직 시장과 씨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이 문제는 독일에서도 시급해졌다. 2020년 1~5월 수공업회의소에 등록된 직업교육 계약이 전년보다 18.3% 줄었다. 독일 수공업 중앙협의회에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업체 중 25%가 2020년 가을 이전보다 적은 수의 직업교육생을 모집할 예정이다. 지난 몇 달 동안 실습과 취업박람회가 모두 취소됐기 때문에, 2020년 졸업생 중 많은 이의 진로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독일 정부는 ‘코로나 세대’ 지원책을 내놓았다. 직원이 250명 미만이면서 직업교육생 자리를 줄이지 않는 기업은 직업교육생 한 명당 2천유로의 보조금을 받을 것이다. 직업교육생 자리를 늘리면 보조금이 3천유로로 증가한다. 회사에 동기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조처일까.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위험그룹이 뒤바뀐다. 고령 직원은 수년에 걸쳐 쌓은 재정적 여유에 기댈 수 있고, 무기계약을 체결했거나 조기퇴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는 건 젊은 직원인 경우가 많다. 연방정부에서 2020년에 늘리려는 2190억유로의 부채를 나중에 갚아야 하는 이도 바로 젊은이들이다. 그들이 나중에 국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는 국가가 지금 그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렸다.

ⓒ Der Spiegel 2020년 28호
Die Verlierer der Kris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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