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퇴니스 직원 다수는 하청업체 소속
[ISSUE] 독일 돼지 육가공 시스템- ② 고용구조
[125호] 2020년 09월 01일 (화) 마르쿠스 베커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쿠스 베커 Markus Becker <슈피겔> 기자 외 17명

   
▲ 독일 돼지고기의 가격이 낮은 것은 도축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에서 비롯됐다. 도축장 노동자들이 출근하고 있다. REUTERS

퇴니스 직원 약 1500명은 대부분 독일에서 일한다. 최소한 이것은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가? 니더작센주 바트베르겐에 있는 퇴니스 도축장의 화요일 정오, 퇴니스는 지금 이곳 넓은 부지에 유럽에서 가장 현대적인 쇠고기 도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8500만유로를 들여 짓는 이 공장은 하루 최대 900마리까지 도축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 달 190시간 작업에 월급 250만원
흰색 작업복, 마스크, 붉은색 헤어캡 차림의 남녀가 도로 바깥에 서 있다. 한 젊은 여성은 청소할 때 쓰는 것처럼 생긴 사각 플라스틱 양동이를 가지고 있다. “이 통은 음식과 근무할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몇 가지 개인 물건을 담기 위한 것”이라고 부쿠레슈티(루마니아 수도)에서 온 도축인 장 라두는 말했다. 위생상 이유 때문이다. 이웃들은 공장 노동자에게 ‘양동이 인간’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라두와 그의 동료들은 총격법으로 하루에 소 500마리를 도살한다. 그는 별로 불만이 없다. 돈을 벌기 위해 한두 달만 독일에 와서 일하는 젊은 루마니아인들은 상황이 좋지 않지만, 라두는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12년째 독일에서 일하고 있다. 보수도 좋다. 아내, 자녀 2명과 함께 라두는 개인 집에서 산다.
레다비덴브뤼크 지역에서 일했던 폴란드인은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두려워했지만, 조금 더 많은 정보를 제공했다. 그는 한 달에 190시간을 일하고, 월급으로 1600유로(약 250만원)를 받는다. 근무 시작 시각은 새벽 3시고, 종료 시각은 오후 1시다. 근무할 때는 3시간마다 30분씩 휴식한다. “우리는 서로 20~30㎝ 간격을 두고 컨베이어벨트 앞에 나란히 서 있다. 컨베이어벨트 이동 속도가 더 빨라지고, 감독관이 자주 일하는 손을 쳐다본다.” 그럼에도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내 딸이 아프다. 나는 병원비 때문에 빚을 졌다.” 폴커 브뤼겐위르겐은 이런 이야기를 수시로 듣는다. 퇴니스 공장이 있는 귀터슬로 구역의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Caritas)의 간부다. 카리타스는 2016년부터 퇴니스 직원과 가족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브뤼겐위르겐은 레다비덴브뤼크시의회 녹색당 원내대표다. 수천 회에 걸친 카리타스의 상담 결과는 다음과 같다. 예전보다 좋아진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은 거의 전 직원에게 의료보험이 제공된다. 하지만 아파도 일하러 나와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나 노동자가 독일어를 못한다는 것에서 이미 시작되는 의존 문제 등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말을 잃게 하는 부분이 있다”고 브뤼겐위르겐은 말했다.
한 폴란드 여성이 임신해서 더는 일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이 여성은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다. 집세를 두 배로 내야 했을 뿐만 아니라, 더는 사용하지 않는 작업 신발의 정액 이용료 22유로도 계속 내야 했다.
퇴니스 직원 중 다수는 사실 퇴니스 직원이 아니다. 이들의 고용주는 하청업체다. 이들 노동자가 없으면 도축공장은 돌아가지 않는다. 이 시스템은 퇴니스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가 완성했다고 말할 수는 있다. 퇴니스홀딩에 따르면 직원의 약 절반이 하청업체에 고용됐다.
“우리는 구인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우리에게 와서 일자리를 구한다.” 두미트루 미쿨레스쿠는 자신 있게 말했다. 직원 1700명을 보유한 그의 업체는 퇴니스 하청업체 중 가장 크다. 미쿨레스쿠의 고향 루마니아에서 사람들은 그를 ‘돼지의 왕’이라 부른다. 그는 자기 회사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우리는 독일에 세금을 내고, 사회보험료도 낸다.” 지금 자가격리를 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급료가 지급된다. 하지만 미쿨레스쿠도 확진자와 접촉한 몇몇 노동자가 독일에 머물면서 자가격리를 해야 함에도 무단으로 자국에 돌아갔다는 것을 인정했다.
퇴니스의 또 다른 주요 하청업체 사장인 요제프 베셀만의 회사는 25년 이상 퇴니스 도축장의 청소를 맡고 있다. 별도로 계약직 노동자도 중개한다. 2019년 매출액은 약 1억7천만유로다. 베셀만은 루마니아에서 풀서비스 조건으로 노동자를 구한다. 그는 노동자를 독일로 데려와 오래된 단독주택·아파트·단체숙소에 거처를 마련해준다. 노동자가 빠르게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을 때도 그들을 도와주었을 것이다.
2020년 6월17일 수요일, 해당 지역 지자체는 레다비덴브뤼크 도축장의 임시 폐쇄를 발표했다. 두 시간도 안 돼 퇴니스 직원들의 숙소가 있는 타데우스 거리 49번지에 베셀만 서비스의 자동차가 들어갔다. 남성 여러 명이 냉장고 3대, 침대 6개 그리고 많은 양의 푸른색 쓰레기 봉지를, 베셀만이 소시지 공장에 임대한 꼭대기층 집에서 가지고 나왔다. 이들은 버스를 타고 떠났다.
몇 달씩 다세대주택 소유주는 상업용 공간으로 등록된 꼭대기층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루마니아인 6명 중 한 사람은 아프고 열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이웃 여성이 같은 날 저녁 시장에게 편지를 썼다. “급료를 주지 않으려고, 이 사람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낸 것인가?” 이웃 여성의 추측은 우연이 아니다. 그와 같은 건물에 사는 입주민들은 루마니아인과 불가리아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있다. 이 노동자들은 한 달에 한 명당 350유로를 베셀만에게 낸다. 총 2100유로다. 500유로만 받아도 충분했을 거라고 이웃 여성은 말했다. 아파서 일을 나가지 못하는 사람은 ‘처리 비용’으로 하루에 10유로를 내야 한다. 또 직장까지 데려다주는 ‘운송비’가 한 달에 100유로다.
독일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시간당 최소 세전 9.35유로(약 1만3천원)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독일의 최저임금이다. 주말과 휴일 수당은 한 푼도 없다. 다만 야간 근무를 하면 추가 수당을 받는다. 독일의 법이 그렇고, 독일의 소비자가 그것을 원한다. 그러므로 기업이 도축장의 힘든 노동에 급료를 더 주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건 의미가 없을 것이다.
하청업체가 정말 그들이 줘야 할 돈을 지급했는가? 최저임금보다 더 적게 준 것은 아닌가? 몇백유로가 될 수도 있는 ‘숙소 정액 이용료’를 받거나, 실수·지각·음주를 구실로 ‘임금 공제’를 하거나 초과근무 수당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는 방식으로 노동자를 착취한 것은 아닌가?

   
▲ 독일 최대 육가공업체 퇴니스 직원 다수는 하청업체 소속이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REUTERS

육류 최저가 경쟁 치열
“위생상 이유로 직원들은 시계와 휴대전화를 근무 장소로 갖고 가지 못한다. 그리고 작업장에는 시계가 거의 없다.” 카리타스 간부 브뤼겐위르겐은 말했다. “퇴니스는 지금 도입되는 디지털 근무 시간 기록 방식을 수년간 거부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보건부 장관 카를요제프 라우만(CDU)은 “퇴니스는 어떤 돼지의 고기로 소시지를 만들었는지 말할 수 있지만, 디지털 근무 시간 기록은 실행하지 못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인들은 언제나 동물복지와 좋은 근무조건에 찬성하지만, 이를 위해 비용을 내려는 사람은 없다. 이런 독일인의 소비 성향은 유럽연합 내에서도 특별하다. 다른 유럽연합 국가 어디에도 육류 제품의 최저가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지지 않는다. 지난 목요일 레다비덴브뤼크에서 할인매장 리들은 ‘란트융커’ 브랜드, 즉 퇴니스의 삼겹살을 4.99유로에서 4.90유로로 할인해 판매했다. 마찬가지로 퇴니스 제품인 ‘마이네 메츠거라이’ 상표의 닭다리는 알디에서 ㎏당 2.72유로에 팔렸다.

ⓒ Der Spiegel 27호
Das Schweinesystem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