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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대 육가공업체의 2급 인간들
[ISSUE] 독일 육가공 시스템- ① 저가 구조
[125호] 2020년 09월 01일 (화) 마르쿠스 베커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쿠스 베커 Markus Becker <슈피겔> 기자 외 17명

   
▲ 퇴니스는 독일 최대 육가공업체로 하나의 제국이다.한 그린피스 회원이 독일에 있는 이 회사의 도축장 건물 지붕에 올라 시위하고 있다. REUTERS

안뜰로 향하는 철문은 잠겨 있다. 아무도 나갈 수 없다. 여기에 사는 루마니아인들은 회색 셔터와 지하실 방범창 뒤에 격리돼 있었다. 이들은 레다비덴브뤼크의 독일 최대 육가공업체 퇴니스 공장에서 일한다. 그 주 화요일, 남자 몇 명이 야외 매트에 누워 맥주를 마시며 지루함, 무력감, 불안을 이겨내려고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15명이 같이 살고 있는데 그중 5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3명은 다른 숙소로 데려갔고, 2명은 아직 여기 있다.” 게오르게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이 말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었다. “우리도 감염될까봐 두렵다. 경찰에 전화했더니 우리를 도울 수 없다고 했다”고 게오르게가 말했다. 지금 확진자 2명은 각자 방 한 칸에 격리돼 있다. 게오르게는 나흘 전에 검사받았는데 아직 양성인지 음성인지 알지 못한 채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 ‘퇴니스 제국’은 연간 5500마리를 도축하고 세계 82개국으로 고기를 수출한다.REUTERS

감염 위험에 노출된 노동환경
이 노동자들이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일할 경우, 이들과 다른 계약직 노동자들은 하루에 돼지 수만 마리를 해체한다. 이 일을 하기 위해 그들은 여기에 왔다, 오직 돼지를 해체하려고. 그들은 육가공업계 1급 도구로 활동하지만 ‘2급 인간’ 취급을 받는다. 하청업체에 고용된 저임금 노동자다. 빠르게 대체할 수 있고,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하는 이들의 처지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이 퍼지는 시기에도 변함이 없다.
몇 주 전 도축장 입구에 체온측정기가 설치됐지만 체온을 재는 사람이 없었다고 게오르게는 상황을 전했다. 매일 아침 노동자들은 그냥 그 앞을 지나쳐서 갔다. 그저 ‘지체 없는 공장 가동’만을 목표로 하는 것 같았다. 전체 직원이 격리되기 이틀 전, 봉쇄령(록다운)이 내려진 뒤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퇴니스에서 일어난 것이 확실해진 다음에야, 회사는 체온 재는 직원을 작업장에 배치했다.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고 게오르게는 말했다.
지난 수십 년간 무자비하게 사업모델을 완성한 사업가에게 이제 문제 하나가 생겼다. 모든 독일인이 클레멘스퇴니스, 일명 ‘고기 남작’ ‘커틀렛 황제’로 불리는 이 남자가 운영하는 업체의 공장 문 뒤에서 진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어 한다.
인간과 동물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받아내고, 살아 있는 생물을 공산품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그보다 더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대량생산과 무자비한 비용절감을 무기로 그의 업체는 대형 할인마트 체인에서 가장 사랑받는 납품업체가 되었다. 그의 회사가 차지하는 독일 돼지고기 유통 시장 점유율은 30%에 육박한다.
퇴니스의 도축 공장, 특히 레다비덴브뤼크 공장은 가축을 값싼 고기로 바꾸는 핵심 공급망이다. 이 공급망의 끝은 돈가스를 최저가로 파는 창고형 할인매장 알디(Aldi)와 리들(Lidl)의 냉장 코너다. 사육업자와 퇴니스에게 이윤을 남기려면 당연히 그 전 유통 단계의 가격이 그보다 더 싸야 한다. 이 방법으로 퇴니스는 육가공업계에 혁명을 일으켰고, 이후 시장을 장악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아무도 먹지 않는 돼지족발도 중국에 별미 재료로 팔아넘겼다.
소비자가 더는 돈을 지출하려 하지 않고, 퇴니스가 계속 낮은 육류 가격을 보장하고 이를 위해 인간과 동물, 축산업자, 계약직 노동자, 돼지가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에 계속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는 한, 이 모든 일은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코로나19와 함께 이대로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육류 공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일어났다. 레다비덴브뤼크 공장에서만 노동자 1400명 이상이 감염됐고, 공장 인근 지역인 귀스터로와 바렌도르프가 다시 봉쇄됐다. 이 사건은 왜 하필 도축 공장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퍼졌는지 의문을 가지게 할 뿐만 아니라 전체 상황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냈다. 도대체 이 업계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가? 이들은 어떻게 일하는가? 아침 식사에 오이피클과 함께 올라온 소시지 두 조각이 모든 걸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나?
이런 질문은 과거 식품 스캔들 이후에도 있었지만 금방 잊혔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녹색당 대표는 “퇴니스 사태는 생각의 전환이 얼마나 시급한지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코로나19 감염병이 이제 진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육류산업 노동계약 법률로 오랫동안 알려졌던 폐해를 빠르게 개선하려는 독일 연방정부의 노력은 긍정적 요인이다.
유럽연합(EU)도 개입했다. 니콜라스 슈미트 유럽연합 고용담당 집행위원은 필요한 경우 EU 조약 위반 소송도 고려할 수 있다며 지침으로 공정성을 향상하라고 독일과 다른 EU 국가를 위협했다. 할인매장 알디도 퇴니스에 압박을 가했다. 퇴니스 입장에서 타격이 컸을 것이다. 공급업체에 보낸 서신에서 알디는 합의된 “노동 및 사회적 기준 준수”를 촉구하며, “인간적이고 공정한 노동조건 아래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업무 계약에서도 “직원의 숙소 부분을 포함해 사회적 기준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계급 출신 육가공 기술자에서 억만장자가 된 퇴니스는 불과 몇 주 만에 증오의 대상, 동물 보호, 자본주의의 추한 얼굴, 노동자의 안전과 질병 통제를 짓밟는 인물이 되었다.
그가 공개적으로 사과하고(무엇을 사과하는지 정확하게 말하지 않았다), 모든 것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해도(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도 말하지 않았다), 일어난 일을 잊어버리게 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몇 마디 참회의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퇴니스는 <슈피겔>과의 인터뷰를 거부했다. 그와 그의 회사에 제기된 혐의를 묻는 질문지에 아무런 답변도 남기지 않았다.
너무 불리한 시점에서 스캔들이 일어났는지도 모른다. 현재 예전보다 채식주의자,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육류를 섭취하거나 최소량만 먹는 사람이 훨씬 많다. 퇴니스는 지금까지 주기도문을 “오늘 일용할 고기를 주시고~ 이제 와 함께 앞으로도 영원히 아멘”이라고 외울 육류 애호가들 덕분에 잘 살았다.

   
▲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독일 육가공업체 퇴니스 소속 트럭이 이 회사 도축장 앞에 도착하고 있다. REUTERS

연간 5500마리 도축, 세계로 공급
식품산업계는 16개 하위분류로 나뉜다. 그중 가장 큰 분야가 연간 매출액이 420억유로인 육류업계다. 독일 사람은 평균 1년에 1인당 60㎏의 소와 닭, 특히 돼지 고기를 먹는다. 현재 독일 도축장은 독일 사람이 먹는 양보다 더 많은 돼지를 도축한다. 연간 5500만 마리로 2000년대 초반보다 확실히 많은 수다. 당시 독일의 국내 생산량은 수요를 충족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지만 현재 독일은 전세계에 육류를 공급하고 있다. 수출량이 네 배로 늘었다. 중국 수요가 엄청나다. 거래는 대량으로만 이뤄지고 공장식 사육과 도축, 가공의 현실은 아름답지 않다.
“30년 전엔 전통 정육점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후 도축사업 마진이 완전히 줄었다.” 독일 식음료·케이터링업 노조(NGG)의 토마스 베른하르트 분과위원장의 계산에 따르면, 대형 도축업체는 돼지 한 마리당 불과 몇유로의 이익을 얻는다. 도축, 해체, 가공에 드는 전체 비용은 얼마인가? 노조 위원장은 5~6유로라고 했다. 유통업계의 가격 하락 압박이 어마어마하다.
이 거대 사업의 한가운데에 유럽 4대 육가공업체 중 하나인 오스트베스트팔렌의 퇴니스홀딩(Tönnies-Holding)이 있다. 다른 3개 기업은 독일 뮌스터의 베스트플라이히(Westfleisch), 덴마크의 대니시 크라운(Danish Crown), 네덜란드의 비온 푸드(Vion Food)다. 이 가운데 독일에서 퇴니스보다 더 많이 돼지를 도축하는 업체는 없다. 퇴니스는 불과 수십 년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도 정육업자로 1960년대 레다시 구도심에 있는 가게에서 한 주에 7~8마리를 도축했다. 사업가이자 육가공 기술자인 아들 클레멘스 퇴니스는 1994년 세상을 떠난 형 베른트와 함께 가업을 산업으로 만들었다. 그는 하루에 최대 3만 마리까지 가공할 수 있다. 다르게 계산하면, 아버지가 일주일 동안 도축한 10마리를 아들은 30초도 안 돼 처리할 수 있다.
퇴니스에서 생산한 육류는 저가 할인마트에서 바우어른글뤼크(Bauernglück·농부의 행복), 란트융커(Landjunker·시골 귀족) 같은 브랜드로 팔린다. 퇴니스는 세계 28개 공장에서 1만6500명을 고용하고 있다. 퇴니스홀딩의 2019년 매출액은 70억유로 이상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선정 세계 부자 순위에 따르면 클레멘스 퇴니스 회장의 개인 자산은 약 20억유로다.
오늘날 퇴니스는 82개국으로 수출한다. ‘성장이 아니면 퇴출’, 농축산업계의 이 격언을 그보다 더 내면화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현재 퇴니스는 영국과 덴마크에도 공장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에선 사육농장 14곳을 운영하고, 중국에도 파트너와 함께 도축장을 세울 예정이다.
퇴니스의 전략은 판매 규정에 따라 정육업자가 매대 뒤에 서 있어야 하는 신선식품 판매대를 포장된 육류가 쌓인 셀프서비스 코너로 바꾸는 것이다. 매대와 직원이 없으면 육류를 더 싸게 공급할 수 있고 수익도 올라간다. 한 녹색당 국회의원은 “그는 리들이나 알디가 3명의 정육업자와 거래하는 것보다 독일 전역 또는 최소한 절반을 공급할 수 있는 중앙 공급업체를 원한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퇴니스는 대형 식품유통업체가 대형 육가공업체를 원하고 냉동고로 통하는 길이 그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줄 거라는 사실을 이해했다. 베스트팔렌에서 상대적으로 소규모 육가공업체를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그는 속도를 내기 시작했고, 경쟁에서 낙오하는 중소업체가 점점 많아졌다”고 말했다.
퇴니스를 지켜본 사람들에 따르면, 그는 항상 허용되는 최대한도 안에서 움직였다. 절대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지만 무자비할 정도로 최저 수준만 유지했다. 이런 교활함으로 그는 주기적으로 동물과 인간을 위한 개선 조처를 피했다. 개선 조처를 하면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놓고 벌어진 토론을 경험했던 한 사람에 따르면, 퇴니스는 단순하게 ‘아니요’라고 말하지 않는다. 퇴니스는 동물복지 사육장 수만 곳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러면 당연히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유감스럽지만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자체 정보에 따르면 퇴니스 업체에서 가공하는 육류 중 오직 2%만 최소 조건보다 나은 곳에서 사육된 가축에서 나온다.

ⓒ Der Spiegel 27호
Das Schweinesystem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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