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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받는 공영방송 다양한 대안
[ISSUE] 위기의 독일 공영방송- ② 대응전략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크리스티안 부스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안 부스 Christian Buß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안카트린 뮐러 Ann-Katrin Müller
안톤 라이너 Anton Reiner
크리스토프 슐트 Christoph Schult
<슈피겔> 기자


   
▲ 독일 공영방송 소속 앵커들 등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텔레비전 토론에 앞서 사진을찍고 있다. REUTERS

AfD, 공영방송 전문조사위원회 구성 요구독일 극우 성향의 야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대표들은 공영방송 파괴를 극단적인 주장이라고 입에 올린다. 하지만 ‘독일을 위한 대안’ 미디어정책 담당 대변인 마르틴 레너(65)는 공영방송이 ‘독일을 위한 대안’에서 핵심 주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화와 미디어는 정치에서 반죽의 효모 같다. 장식품이 아니다.” 레너는 브란덴부르크문 근처 사무실에서 매일 50~60개 필터 없는 담배를 피우면서 ‘국영방송’을 자신의 상상대로 만드는 방식을 고민한다.
레너는 다른 정당이 어떻게 공영방송을 불평하는지 웃으며 이야기했다. 공영방송에 관해서는 다른 정당과 경쟁할 필요가 없고 공동 쟁점만 있다. 독일 튀링겐에서 자유민주당(FDP) 총리가 ‘독일을 위한 대안’ 표에 따라 당선된 것은 보수 정당과 자유주의 정당의 정치 협력 깊이를 재는 첫 번째 시험이었다.
레너는 이 협력관계에 두 번째 시험이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독일연방의회에 낼 두 가지 제안서를 준비하고 있다. 첫째는 공영방송을 조사할 위원회 설립을 요구하는 것이다. 위원회는 각 정당 대표로 구성되고 현재 존재하는 기관의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둘째는 미디어가 질적으로 기준을 지키는지 감시하기 위한 ‘미디어 평가 재단’을 만들자는 것이다. 기자의 권리침해나 감춰진 프로파간다(선전) 등을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레너는 이 재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 언론인 처형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단을 만들려면 연방의회에서 1천만유로(약 135억원)를 재단 자본으로 허가해야 한다. 재단 이름이 새롭지는 않다. 1994년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이 미디어 평가 재단을 만들려고 했다. 당시 <RTL>이나 <Sat.1 und Co>의 프로그램에 토크와 섹스, 타블로이드 잡지 영향력이 너무 커서 이를 막으려는 방도였다. 하지만 이 정치적인 시도는 빨리 시들해졌다.
레너는 이 계획을 추진 중이고 미디어 평가 재단 대표 후보를 누구로 할지 생각해뒀다. 베를린에서 미디어를 연구하는 노베르트 볼츠다. 볼츠는 우파 지지자로 메르켈리즘(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리더십을 가리킴)과 언론 조작을 비판할 근거를 모아놓았다. 볼츠는 <슈피겔>에 “나를 생각해준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너는 사람을 잘못 골랐다. 볼츠가 그 자리를 맡을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정당이 이 요구에 동의할 가능성도 적다. 아무도 연방의회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과 손잡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공영방송에 도움이 되지 않기로는 중도우파도 마찬가지다.
‘독일을 위한 대안’을 제외하면, 공영방송을 향한 가장 맹렬한 공격은 FDP에서 나온다. 2015년 젊은 자유주의자들은 공영방송을 최소한으로 줄이자고 제안했으며, 2019년 11월 말 그들은 “<ARD>와 <ZDF>가 시대에 걸맞지 않게 불공정 경쟁으로 돈을 낭비한다”고 트위터에 의견을 올렸다.
FDP 청년위원장 리아 슈뢰더는 “어떤 경우에도 ‘독일을 위한 대안’과 일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공영방송을 비판하는 모두가 민주주의 적은 아니다.”
정치인이 방송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시청자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쨌든 독일 사람은 하루 평균 3시간30분 텔레비전을 보니 말이다. 아직도 1천만 명이 매일 저녁 뉴스 프로그램 <타게스샤우>를 보고, TV드라마 <타토르트>는 그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에게도 별로 기대할 것은 없었다.
“문제는 우리에게 반대하는 20%에 있는 게 아니라 나머지 80%다. 그들은 우리를 위해 싸워주지 않는다”고 독일 라디오 총책임자 슈테판 라우가 말했다.
무엇보다 젊은 시청자가 공영방송을 보지 않는 게 문제다. 2019년 14~29살 시청자 가운데 4%만이 <ZDF>를 봤다. <ARD> 시청도 5%에 지나지 않는다. 많은 방송사 책임자가 이 수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그들은 다양한 미디어 채널과 유튜브 핑계를 댄다. 하지만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도 절대 이길 수 없다.
공영방송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이런 일이 놀랍지 않다. <ARD>와 <ZDF> 프로그램은 영원히 가구가 바뀌지 않는 아파트 같다. ‘모든 친구 사이’나 ‘닥터 크라이스트 가족’이나 ‘하늘이 명하시는 대로’라는 수녀원 이야기는 거의 20년 동안 방송되고 있다. ‘꿈의 유람선’은 1981년부터 계속 바다에 떠 있다.

낡은 가구 같은 공영방송 프로그램
텔레비전 영화도 다를 바 없다. <타토르트>에서 방영된 90분짜리 영화는 2019년 한 해 동안 시대가 당면한 주제를 다룬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우파 포퓰리즘, 난민 문제, 디지털로 인한 사회 변화 등 마치 프로그램 책임자들이 사람들 분노를 일으키는 주제는 다 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공영방송은 사회에 가짜 약을 주고 그들에게 잠자리 동화를 읽어주는 것 같다. 모든 게 괜찮다고 이야기해주는 식이다.
문제를 피해가려는 성향은 프로그램에서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방송사 자체에도 있었다. 헤센 방송사 TV 담당 임원 회의를 하는 방 한가운데에는 게임쇼에서 볼 수 있는 벨이 놓여 있다. 어떤 이가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에게 방해받거나 모욕을 느끼면 벨을 누르게 돼 있다.
이 벨이 쓰이는 일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토론자들이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주제는 피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동료에게 주의를 환기하려고 벨을 누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책임자들이 논쟁을 원치 않는다면, 방송사는 장기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을 어떻게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을까?
방송사들이 편안함을 추구하는 동안, 공영방송의 적들은 이미 문을 마구 두드리고 있었다. 1월 초 바덴바덴의 <SWR> 방송사 앞에서 시위가 있었을 때,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바덴바덴 시의원 두브라브코 맨디치도 참여했다.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할머니’ 영상이 시발점이었지만, 사실 전체 시스템에 대한 시위였다. 맨디치는 마이크에 대고 방송사 직원들을 편집실에서 내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폭풍의 시작이라고 그는 말했다. 정당 위쪽에서 질책을 받은 맨디치는 방송사에 전자우편을 보내 적절치 못한 말을 썼다며 사과했다. 하지만 그는 시청료가 없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철회하지 않았다.
증오와 비판을 다루는 두 가지 전략이 있다. 하나는 싸우고 투쟁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모든 걸 평화롭게 두고 자기 일을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카이 그니프케는 두 번째 방식을 좋아한다. “나는 조용히 있는 것을 선호한다.”
2020년 1월 중순 그니프케는 슈투트가르트 포도밭이 보이는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그는 2019년 9월부터 <SWR> 총책임자가 됐다. 이전에는 함부르크에 있는 <ARD 악투엘> 보도부장을 14년 동안 맡았다. 그니프케는 ‘독일을 위한 대안’ 소속 시위원인 맨디치가 벌인 소란에 반응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SWR> 보도국은 다른 시위와 마찬가지로 이 시위도 보도할지 말지 결정할 자유가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알아보는 리트머스시험지 같은 것이다. 우리는 보도하는 사람이지 활동가가 아니다.”

   
▲ 독일 민영방송 은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 헝가리, 체코,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이탈리아에서도 위성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다. 로고. REUTERS

가짜뉴스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그니프케는 자신을 올바른 민주주의자라고 정의하는 동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위협을 심각하게 여길 필요가 없다. 직원들이 적에 대항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 나는 이렇게 답한다. 우리는 하나의 기관으로서 적이 없다고. 순교자가 될 의무도 없다. 대중이 우리가 그들에게 은근슬쩍 선전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것으로 충분하냐다. 맹렬한 비평가들은 공영방송을 더는 기존 채널로 접하지 않는다. 그들은 <타게스샤우>나 <호이테 주르날>을 보지 않고 주로 유튜브를 본다. 유튜브는 많은 음모론자와 공영방송의 적이 자신만의 방송을 만드는 곳이다.
<ARD>와 <ZDF>도 젊은층을 겨냥한 <풍크>라는 인터넷방송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젊은 시청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풍크>가 아니었으면 젊은층은 공영방송이 자신들 이야기를 한다는 걸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풍크>에서 활약하는 프란치스카 슈라이버(29)는 흔치 않은 경력이 있는 우파 인물이다. 그는 한때 ‘독일을 위한 대안’ 당수 프라우케 페트리의 오른팔이었지만, 2017년 이 정당과 인연을 끊고 토크쇼를 통해 유명한 ‘탈당인’이 됐다. 슈라이버는 이제 과거 정당 친구들이 타도하려는 시스템의 한 부분이 됐다. <풍크>에서 그는 공영방송과 비판자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한다. 하나의 실험인 셈이다. 슈라이버는 <ARD>와 <ZDF>를 많이 얘기하는데, 이는 메인 프로그램이 아닌 틈새 프로그램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슈라이버는 공영방송 권리가 ‘독일을 위한 대안’을 선택한 유권자를 가짜뉴스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슈라이버의 비디오는 극우 콘텐츠처럼 들리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다. ‘더러운 좌파?’ ‘흑-적-금색을 자랑스러워하라’ ‘페미니즘이 끔찍하고 쓸데없는 이유’ 등이다. 어떤 때는 보수적이고 어떤 때는 자유주의 색깔을 띠지만 해로운 내용은 없다.
만일 <ARD>에 새로운 지그문트 고틀립이 필요하다면 슈라이버일 것이다. 슈라이버는 <ARD>와 <ZDF>가 실패한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우파 거품을 터뜨리는 것이다.

ⓒ Der Spiegel 2020년 9호
Gemeinsamer Gegner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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