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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이 외면받는 까닭
[ISSUE] 위기의 독일 공영방송- ① 공동의 적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크리스티안 부스 economyinsight@hani.co.kr

극우와 중도우파 연합이 연일 공영방송을 비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독일 공영방송 <ARD>와 <ZDF>의 존재가 위험에 처했다.

크리스티안 부스 Christian Buß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안카트린 뮐러 Ann-Katrin Müller
안톤 라이너 Anton Reiner
크리스토프 슐트 Christoph Schult
<슈피겔> 기자

   
▲ 독일 베를린 하원의 기자회견장 벽에 인쇄된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로고 앞에 한 방송사의 마이크가 서 있다. REUTERS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와 <체트데에프>(ZDF) 때문에 리자(26)는 감옥에 갈 위기에 처했다. 리자는 공영방송 <ARD>와 <ZDF>를 위해 무언가를 하다가 감옥에 가는 게 아니다. 그 반대다. 리자는 공영방송을 경멸한다. 공영방송을 “프로파간다(선전) 방송” 혹은 “국영방송”이라고 말한다. 리자는 더는 시청료를 내지 않는다. 지금까지 121유로(약 16만원)가 밀렸다. 쾰른 근방의 카페에서 만났을 때, 리자는 납부 독촉장을 받는 족족 찢어버렸다고 했다.
리자는 유튜버다. 특정 시청자 사이에선 꽤 스타다. 예명은 리자 리첸치아다. 리첸치아는 라틴어로 자유와 권력을 뜻한다. 그는 얼마 전까지 잠깐이나마 극우단체 ‘정체성 운동’의 간판이었다. 이제는 그곳을 떠났다.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나 ‘정체성 운동’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너무 극단적이고 시끄럽고 남성 위주였다.
그들과는 결별했지만 쟁점 하나는 공유하고 있다. 여전히 리자와 ‘독일을 위한 대안’은 공동의 적이 있다. 바로 공영방송이다. 리자는 유튜브 방송으로 시청료 납부 거부 운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유튜브를 고정적으로 시청하는 3만6천 명에게 GEZ(시청료 징수 기관) 편지를 받지 말자고 제안했다. “시청료 청구서를 수신 거부하세요!” 만일 리자가 이 보이콧운동으로 감옥에 간다면, 어머니가 세 아이를 돌봐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미 어머니와 상의했단다.

   
▲ ‘독일을 위한 대안’ 공동대표 알렉산더 가울란트가 공영방송 와 인터뷰하고 있다. REUTERS

시청 거부의 온상, 우파 유튜버
시청 거부라는 극단적인 목소리가 울려퍼지는 공간은 단지 우파 유튜버의 공간에만 제한되지 않는다. 공영방송 반대는 극단적인 사람만 하는 게 아니다. <ARD>와 <ZDF>의 적들은 오래전부터 일반 시민층에도 있었다. 작센안할트주 총리 라이너 하젤로프(기독교민주연합·CDU)는 <베데에르>(WDR·서부독일방송,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공영방송으로 <ARD>에 속해 있다) 방송국장 톰 부로브에게 월급을 절반으로 줄이거나 방송 수신료를 올릴 것을 촉구했다. 니콜라 베어(현 자유민주당 부대표)는 어떤 공영방송도 “사람 사이에서 인기를 잃는 것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우파, 공영방송에 실망한 시청자, 중도우파 사이의 위험한 연합이 점점 커진다. <ARD>와 <ZDF>를 향한 공격은 전례 없이 심해지고 있다. 이 방송사들도 이전과 달리 우왕좌왕하고 방어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이 연합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2019년 12월 <WDR>에서 방송한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할머니’(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괴짜지만 멋진 할머니에 대한 동요를 어린이합창단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할머니로 바꿔 불러 논쟁을 불렀다)라는 풍자 노래를 둘러싼 스캔들에서 드러났다. 트위터에서 말싸움을 즐기는 이들은 방송사를 겨냥한 진흙탕 논쟁을 시작했다. 이 방송 최고 책임자인 부로브는 라디오 생방송을 통해 아버지가 입원한 병동에서 급하게 사과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 아르민 라셰트(CDU)는 이 스캔들에 어떤 잠재력이 숨어 있는지 재빨리 알아차렸다. 그리고 <WDR>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후 공영방송 특권을 지적하며 그들의 평균 이상인 임금을 비난했다. 자유민주당(FDP) 소속 볼프강 퀴비키는 “누군가를 비난하고 가르치려고 어린이합창단을 악용했다”며 “이미 사라진 동독 시절을 상기시킨다”고 했다. 리자도 <WDR>를 비난하는 일에 동참했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쾰른 방송사 앞에서 시위하자고 했다.
평범한 어린이 합창이 독일 전역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보면 최근 무엇이 균형을 잃었는지 분명했다. 공영방송 비판은 항상 있었다. 하지만 이번 비판은 방송 총책임자를 너무 심하게 흔든 나머지 직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 처음 있는 일이다. 중도우파 정당들이 우파 성향을 보일까 말까 하는 유권자를 붙잡기 위해 극우가 펼치는 공영방송 반대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ARD> 간부는 “이것이 포퓰리즘의 달콤한 독이며 중간 성향 사람들에게 침투했다”고 전했다.

   
등 독일 방송사의 앵커들이 2017년 방송토론에 앞서 이야기하고 있다.REUTERS

독일인 열에 한 명 이상 공영방송 믿지 않아
과거엔 공영방송을 향한 불만은 취향 문제였다. 어떤 사람은 민속음악이 너무 많다고, 어떤 이는 스포츠가 너무 적다고 불평했다. 이젠 공영방송 존속 여부가 문제다.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2019년 한 미디어 신뢰 연구에 따르면, 독일인 11%가 더는 공영방송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6년보다 두 배 커진 수치다.
공영방송은 해마다 80억유로(약 10조9천억원)를 받는다. 최근 ‘공영방송 재정수요 조사위원회’(KEF)는 2021년 18.36유로로 시청료를 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금보다 86센트 오른 것이다. 인상폭이 너무 적다고 위원회는 불평했지만, 사실 동결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있었다. 이 제안에 16개 주의 총리가 동의해야 하고, 그다음은 연방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에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침투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영국 선례에서 볼 수 있다.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은 <비비시>(BBC) 수신료에 의문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같이 신청해서 돈을 내는 모델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는 한 권력기관의 종식이 될 것이다.
누군가 왜 공영방송에 불만을 갖는지 묻는다면 우파 정당 간부들은 항상 같은 답을 하겠지만, 수십 년간 프로그램을 애청하다가 등을 돌린 시청자의 대답은 다를 것이다. 일반 시청자에겐 난민 문제와 쾰른의 2016 새해 전야(이날 쾰른에서 여러 건의 성범죄가 일어났다) 사건이 등을 돌린 계기가 됐다.
첫째 이유는 너무 긍정적으로 관련 문제를 보도했고, 둘째는 너무 늦게 보도했기 때문이다. 셋째는 사실을 그대로 보도하기보다 특정한 편에서 보도했기 때문이다. 어떤 방송기자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 우파 진영에서 혐오 대상이 됐다.
“‘독일을 위한 대안’ 지지자는 기존 정당을 강하게 비판하는 보도를 원했다”고 <ZDF> 진행자 하얄리가 말했다. 만일 어떤 진행자가 ‘독일을 위한 대안’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면 “즉시 거짓말쟁이 언론”이 됐다.
“‘독일을 위한 대안’과 다른 우파 대표자는 우리에게 적군 이미지를 뒤집어씌웠다”고 <ARD> 방송의 정치 프로그램 <모니터> 편집장 레슬이 말했다. “우리 사회를 대표하는 민주주의 기관 중 하나인 공영방송을 약화한 다음에 공격하려는 전략이다.” 레슬은 이를 도전으로 받아들인다. “우리 임무는 프로그램을 통해 민주주의와 자유를 방어하는 것이다.” 이는 <WDR> 규정에 명시됐다.
레슬은 방어하는 것에만 머물지 않고 공격도 시작했다. 트위터에서 그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2019년 말, 그는 2020년 소망에 대해 “제대로 된 민주주의자들이 더 눈에 띄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기를 바랍니다. 항상 시끄러운 민주주의의 적들과 그들의 자유는 수적으로 열세임을 보여줍시다”라고 썼다.
2019년 7월, 레슬은 심층보도 프로그램 <타게스테멘>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을 “극단적인 우파 운동이 국회에 뻗은 팔”이라고까지 칭했다. 사회적 정체성을 중시하는 ‘나치 네트워크’를 약화하고 싶다면 절대 ‘독일을 위한 대안’에 표를 던져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우파는 이런 논평이 바로 <ARD>와 <ZDF>가 ‘편파적으로 보도한다’는 증거라고 한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베를린에서 공영방송 와 인터뷰했다. 그는 최근 정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REUTERS

공영방송 편파성이 또 다른 원인
이렇게 강한 비판은 제대로 아픈 곳을 찌른다. 공영방송에서 나오는 논평에 다양한 견해를 골고루 담았는지 의문이다.
<ARD>에선 편파 보도를 방지하는 일이 중요하고 몇십 년 동안 지켜졌다. 매일 오후 2시, 9개 지방 방송사의 최고 편집자는 화상회의를 한다. 저녁에 방송되는 <타게스테멘>에서 어떤 주제로 누가 방송할지를 놓고 회의한다. 각 방송사에는 간판 진행자가 있다. 티나 하셀은 베를린 스튜디오의 책임자로, 가장 먼저 한 주제를 제안할 수 있다. 다음에는 <ARD> 책임 보도국장 라이날트 베커가 회의를 진행한다. 그리고 토론하고 결정을 내린다.
결정은 다수결을 따른다. 동점이 나왔을 때 베커가 결정한다. 방송사들은 번갈아 다양한 진영의 뜻을 담으려 한다. 이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이 시스템은 다양한 견해를 전달할 수 있다. 한번은 좌파 입장의 진행자 보도를 하고 다음에는 자유주의 정당을 지지하는 진행자가, 그다음은 보수 진영 입장의 진행자가 보도한다. 문제는 보수 진영을 대변할 진행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놓고 <벨트> 편집장 울프 포샤르트는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나는 <타게스테멘>에서 운전 제한 속도가 재앙이라는 논평을 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감히 이런 논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방송국에서도 이 문제가 계속 지적된다. <타게스테멘> 편집팀은 현재보다 많은 보수주의자나 자유주의 정당의 목소리를 방송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지그문트 고틀립 같은 이가 다시 필요한지도 모른다. 그는 사람들을 쉽게 격앙시킨다. “그런 사람이 더는 없다는 건 불행”이라고 <SWR> 편집장 프리츠 프라이가 말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
고틀립은 바로크 스타일에 드라이어로 한껏 멋을 낸 머리 모양으로 유명하다. 22년 동안 바이에른 방송사 보도국장을 지냈다. 전형적인 바이에른 사람으로, 상대방을 쉽게 흥분시키는 언변을 가졌다. 그는 <타게스테멘>에서 자신이 속하기도 한 기독교사회연합(CSU) 색깔을 담은 보도를 했다. 2017년 은퇴했다.
고틀립은 <차이트> 기자와 만나기 위해 뮌헨 시내 맥줏집을 선택했다. 그는 바이에른 사람답게 레버케제(수제햄)를 주문했다. 고틀립은 많은 사람이 다시 자신을 브라운관에서 보기 원하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그도 같은 의견이었다. 현재 <ARD> 기자들은 자신만의 견해를 갖고 있지 않았다. “그들은 더는 첨예한 대립이 펼쳐질 만한 주제를 다루려 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공격당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는 견해를 잘 피력하는 기자로 좌파 성향을 가진 레슬과 <파노라마>의 안야 레슈케를 들었다. 보수 진영에선 하인츠 클라우스 메르테스가 있다. 그는 <리포트 뮌헨>을 진행했지만 거의 30년 전 일이다. 헤센 방송사의 알루이즈 테이젠도 2여 년 전 은퇴했다.
천성이 보수주의인 고틀립을 놀리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68살인 그가 공영방송을 언급하는 것은 수위가 셌다. 자신이 한 일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가해자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미국 뉴욕, 보스턴, 로스앤젤레스에 갔지만 어려운 문제에 당면하고 있던 중서부에는 가지 않았다. 엉덩이가 무거웠던 거지. 브렉시트 투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극우파 다룰 때 큰 실수 저질러”
‘독일을 위한 대안’을 다룰 때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다고 고틀립이 말했다. “처음에 그들을 토론회에서 빼려고 했다. 그러나 덩치가 점점 커져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됐다. 그들은 ‘독일을 위한 대안’ 대표들에게 취조하듯 물었다. 다른 초대 손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이것이 ‘독일을 위한 대안’을 피해자처럼 보이게 했다. ‘독일을 위한 대안’ 자체가 너무 자주 화제 중심에 놓였다.
2019년 12월 <ZDF> 보도국장 페터 프라이는 <차이트> 인터뷰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 중에서도 극단적인 성향을 가진 비요른 회케를 더는 토크쇼에 초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결정은 방송가에서 논란이 됐다. 피해야 하는 초대 손님 목록이 있다면, 그는 초대를 원하는 손님 목록을 정당화해야 한다.
라인란트팔츠주 ‘독일을 위한 대안’ 대표 우베 융게는 정당에서 가장 온건파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국영방송에 관해 이야기하는 거다. 왜냐하면 <ARD>와 <ZDF>에서는 정부 정책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융게 대표는 “이 방송사들에는 비판적인 보도가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몇십 년 동안 그는 <타토르트>를 시청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범죄 시리즈는 “이데올로기 교육방송”이 됐다. 그는 ‘독일을 위한 대안’ 정당에 반대하는 그라피티(벽그림)가 나오는 방송 편을 예로 들었다. 공영방송이 “중립 위치에 있기를 바랐다”고 했다. “왜 아직 <ARD>와 <ZDF>가 존재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 Der Spiegel 2020년 9호
Gemeinsamer Gegner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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