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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독일 등 미국 압박 거부
[집중기획] 화웨이의 유럽 5G시장 지키기 ① 현황
[116호] 2019년 12월 01일 (일)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본격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 5세대(5G) 통신 서비스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공방전이 뜨겁다. 기술 경쟁력과 높은 가성비로 무장한 중국 화웨이는 미국 봉쇄망이 느슨한 유럽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스위스와 독일 등 여러 유럽 나라는 미국의 압박을 뿌리치고 실리를 택했다. 5G에서 뒤처진 일본에선 삼성이 화웨이 봉쇄의 반사이익을 챙겼다. 유럽과 일본의 5G 산업 현황을 살펴본다.  _편집자
 
장얼츠 張而馳 <차이신주간>
 
   
▲ 2019년 6월 스위스의 산악 휴양지 렌처하이데에서 국영 통신기업 스위스콤의 기술자가 5G 안테나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스위스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5G 상용화를 시작했다. REUTERS
기자스위스 최대 도시 취리히 근교에 있는 통신사 선라이즈 본사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10월14일 글로벌모바일브로드밴드포럼(GMBBF)을 하루 앞두고 선라이즈는 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와 함께 만든 유럽 최초의 5세대(5G) 통신 혁신센터를 공개했다. 클라우드게임과 스마트 농장, 스마트 제조 등 5G 응용기술을 개발하는 곳이다. 이틀 뒤 화웨이는 세계 통신사에 선라이즈가 실현한 5G 응용기술을 포럼 참석자도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포럼은 화웨이가 해마다 여는 통신장비 사업부문 주요 고객행사인데 주로 유럽에서 진행한다. 10회째를 맞은 올해는 유럽 최초로 5G 상용화를 시작한 스위스를 선택했다. 포럼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5월16일 미국 상무부가 거래제한 기업 명단을 발표하고 화웨이에 수출을 금지했다. 화웨이가 미국 최신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차단해 화웨이 성장을 억제하려는 의도였다.
 
5G 전쟁터
모든 눈이 유럽을 주시했다. 유럽은 화웨이의 최대 국외시장이다. 대부분 국가의 통신사가 화웨이 장비를 구매한 화웨이의 ‘곡창지대’다. 미국의 우방국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다. 2019년 하반기부터 미국 정부는 부통령과 국무장관까지 동원해 유럽 국가들이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서 화웨이를 배제하도록 설득했다.
“5G를 둘러싼 미-중 경쟁에서 관건은 유럽이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그룹의 글로벌과학기술정책사무 책임자 폴 트리올로는 2019년 초 인터뷰에서 이렇게 예측했다. 그는 유럽의 선택이 ‘하나의 세계, 두 개의 시스템’으로 나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방국가와 중국을 비롯한 개도국이 서로 다른 시스템을 선택하는 상황을 말한다.
유럽은 화웨이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시장이다. 화웨이는 벨기에와 독일에 통신보안실험실을 세워 유럽 각국이 제품 소스코드를 검사하도록 허용했다. 7월23일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BBC> 인터뷰에서 전략적으로 유럽을 ‘제2의 본토’로 생각하고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에 설립한 반도체공장과 이탈리아에 설립한 마이크로파통신기술개발센터도 같은 맥락이다.
영국 컨설팅업체 IHS마킷의 통신기술 전문가 스테판 테랄은 이번 포럼에서 “화웨이가 미국산 부품을 쓰지 않은 5G 기지국 장비를 선보여 세계 통신사를 안심시켰고, 미국 제재에도 제품 공급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10월21일 후허우쿤 화웨이 부회장은 프랑스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유럽에 3500개 협력사가 있고, 앞으로 5년 동안 유럽 협력사에서 400억달러 상당의 제품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제재를 시작하기 전에 예측한 금액이다.” 후허우쿤 부회장은 “미국이 수출제한을 지속하면 화웨이는 유럽에서 구매를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미국의 영향을 받았지만 대다수는 화웨이와 협력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10월15일 양차오빈 화웨이 5G프로덕트라인 사장은 화웨이가 세계에서 60건 넘는 5G 장비 공급계약을 했고, 그 가운데 유럽이 32건으로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다른 화웨이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무료 광고’ 덕분에 더 많은 통신사가 화웨이 제품에 관심 갖게 됐다며 올해 열린 GMBBF 참석자가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다고 했다. 특히 프랑스 통신사 오랑주와 영국 보더폰, 스페인 텔레포니카의 고위 관계자가 연사로 나와 화웨이 지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더 이상 신기하지 않은 ‘뉴노멀’이 되면 유럽 정부와 통신사, 소비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까?
 
   
▲ 2019년 9월 독일 베를린 시민들이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자파 피해를 우려하며 5G 통신망 구축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REUTERS
스위스의 야심
올라프 스완티 선라이즈 최고경영자는 화웨이 열혈 지지자다. 2011년 영국 통신사 EE 최고경영자였던 그는, 2014년 125억파운드에 회사가 브리티시텔레콤(BT)에 인수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스완티가 경영하던 기간에 EE는 코어망과 기지국 구축을 위해 화웨이 장비를 구매했다. 하지만 BT는 지금 코어망에서 화웨이 장비를 제거하고 있다.
스완티는 2016년 스위스 2위 통신사 선라이즈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종전 방법대로 스위스 국영기업 스위스콤에 도전했다. 그는 GMBBF 기간에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격이 싸서가 아니라 제품 성능과 서비스가 훌륭해 화웨이를 택했다고 답했다. “화웨이는 세계 수백 개 통신사와 협력하고 있다. 그런데도 후허우쿤 부회장을 비롯한 화웨이 임원은 선라이즈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어떤 터널에 통신 문제가 있는지 알 정도였다. 상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갖고 통신사 네트워크에 결함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런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물론 선라이즈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했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5G 시대에 진입해 혁신 의지를 보였다. 스위스는 2019년 2월 5G 주파수 경매를 마쳤다. 3월 말 스위스 150개 도시와 농촌에서 5G 통신망 구축을 완료해, 스위스 통신사 가운데 처음으로 5G 신호를 제공했다고 선언했다. 스위스콤도 뒤지지 않았다. 에릭손과 손잡고 4월부터 5G 통신망을 만들었고 2019년 말까지 스위스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 3위인 쏠트는 노키아를 선택했다. 애초 2019년 3분기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5G 통신망 구축 상황이 알려지지 않았다.
스완티는 “선라이즈가 앞장서 5G 통신망을 구축한 것은 스위스 시장에서 도전자이기 때문”이라며 “더 훌륭한 통신망을 깔아 시장 구도를 바꾸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선라이즈 통신망의 데이터가 20개월마다 두 배로 늘어 5G 통신망을 깔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트래픽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뢰하는 파트너
선라이즈가 스위스콤에 도전하도록 화웨이는 기술로 도왔다. 화웨이 현지 직원은 농촌 지역에서 두 통신사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자본이 막강한 스위스콤은 전국에 광섬유망을 깔았다. 선라이즈가 농촌 시장에 진출하려면 스위스콤의 광섬유망을 임대해야 했다. 하지만 5G 시대에는 선라이즈가 마이크로파 기술을 이용해 농촌 사용자에게 초고속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무선전파의 일종인 마이크로파는 신호 무선전송에 쓰인다.
2019년 1월 런정페이는 5G와 마이크로파 기술을 기지국 하나에 통합한 기업은 세계에서 화웨이가 유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이크로파 기술을 적용하면 5G 기지국을 광통신으로 연결하지 않고도 초광대역 통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과거 농촌 지역에 적용했지만 지금은 서방국가에도 적합하다. 서방국가에선 주택이 분산돼 8K 고화질(HD) TV를 보고 초고속 통신을 이용하려면 우리 장비를 사야 한다.”
선라이즈가 스위스 농촌 지역을 겨냥한 또 다른 이유는 도시에서 새 기지국을 세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통신 기지국의 전자파 규제가 까다롭고 유럽연합(EU) 표준보다 10배 이상 엄격하다고 화웨이 직원은 말했다. 스위스 도심에서 통신주와 기지국을 새로 설치하려면 인허가를 받는 데만 2년이 걸린다. 게다가 스위스 국민은 5G 기지국에서 강한 전자파가 나온다고 생각해 5G 통신망 구축 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결국 도심에서 통신망을 깔기 힘들어 현재 기지국을 대체하는 방법밖에 없다.
화웨이와 협력하면서 미국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스완티는 미국의 제재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2010년부터 화웨이와 거래했지만 보안 문제는 의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 6월 중국을 방문해 런정페이를 비롯한 화웨이 경영진을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스완티는 여러 조처를 통해 이번 사태가 선라이즈 사업에 가져올 영향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미국 기술과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면 선라이즈가 직접 구매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런 내용을 제외하면 통신 분야에서 모든 것이 그대로다. 화웨이는 4G 시대부터 통신장비에 쓰이는 부품을 개발했다. 5G 장비에 쓰이는 부품은 대부분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생산한다. 이 때문에 화웨이 제품의 공급 중단을 우려하지 않는다. 스위스가 중국과 양호한 양자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스위스 정부는 화웨이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하지 않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킬 것으로 스완티는 확신했다.
 
ⓒ 財新週刊 2019년 제41호
華為歐洲攻守戰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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