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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IBM 가세… 독일도 도전장
[SPECIAL REPORT] 양자컴퓨터의 미래- ② 전망과 과제
[113호] 2019년 09월 01일 (일) 토마스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 기자
 
   
▲ 양자컴퓨터는 일반인이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며, 머잖은 미래에 인공지능·우주개발 등 특수하고 극단적으로 복잡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쓰일 전망이다. REUTERS
양자컴퓨터는 세계적으로 채 5대도 되지 않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항공우주국(NASA) 연구소에 양자컴퓨터가 있다. NASA와 구글은 수년 전부터 정보처리와 물리학에서 협력하고 있다. 두 기관의 협력은 근거리에서 이뤄진다. NASA 연구소와 구글 본사는 불과 수㎞ 떨어져 있다. 양자컴퓨터 외양은 특별히 초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원에 있는 창고 크기의 검은색 네모상자처럼 생겼다. 하지만 내부는 영하 273℃로, 완벽한 무소음과 어둠만이 존재한다. 어떤 소재도 움직이지 않는 조건에서만 양자역학이라는 이상한 세계가 작동한다.
 
양자컴퓨터의 핵심인 양자 마이크로칩 크기는 손톱만 하다. 양자 마이크로칩은 2m 남짓 복잡하게 얽힌 케이블, 금속판, 도관의 가장 끝에 있다. 양자컴퓨터에 트랜지스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 완전히 다르다. 다중우주(Multiversum)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르트무트 네벤 소장이 설명했다. “그렇기에 양자컴퓨터는 일반인이 쓰는 기존 컴퓨터를 대체하지 못할 것이다. 머잖은 미래에 특수하고 극단적으로 복잡한 과제를 풀기 위해서만 사용될 것이다.”
 
현재 모든 양자컴퓨터 연구원의 목적은 오직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Oak Ridge National Laboratory)의 슈퍼컴퓨터 서밋(SUMMIT)을 이기는 것이다. 구글 연구원들은 이를 위해 구체적인 실험을 할 계획이다. 기존 슈퍼컴퓨터로 보통 일주일이 걸리는 연산 과제를 구글의 자체 양자 프로세서로 몇 초 안에 해결하는 실험이다. 성공한다면 기존 컴퓨터가 양자컴퓨터를 따라올 수 없는 ‘양자 우위’ 시대가 열릴 것이다. 네벤 소장은 수개월 안에 테스트에 성공하리라고 낙관한다. 
 
“우리는 이 실험을 위해 주말 없이, 심지어 크리스마스 휴일도 반납한 채 미친 사람들처럼 일한다.” 구글 외에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양자컴퓨터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네벤 소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제일 먼저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생각이다. 양자컴퓨터에 많은 것이 달렸고, 양자컴퓨터 개발은 노벨상을 받을 만한 업적이기 때문이다. 

   
▲ 독일 정부도 양자컴퓨터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고 한다. 2018년 가을 양자 기술의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6억 5천만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REUTERS
복잡다단한 과제 수행
양자 우위는 새 컴퓨터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다.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지려면 10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양자 프로세서는 여전히 오류투성이다. 미미한 오류지만, 연산 과제를 수행할 때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구글은 현재 양자 프로세서를 30마이크로초 동안 가동할 수 있다. 만약 양자컴퓨터가 밤새 가동한다면 거대한 새로운 분자의 조합, 화성 식민지 계획, 대기 중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 필터링 기계 개발 등 현재 슈퍼컴퓨터가 하면 100년 이상 걸릴 연산 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구글은 이런 세상이 오리라고 확신하며 사내 양자 부서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 또한 양자컴퓨터 하드웨어,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 양자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다양한 스타트업(신생 기업)을 분사했다. 아무런 오류 없이 가동되고 산업계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양자 애플리케이션을 앞으로 몇 년 동안 개발할 것인지가 중요한 물음이다. 네벤 소장은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100% 확신하지는 못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구글은 양자컴퓨터에 관심 있는 대기업이 정확히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필요로 하는지 고려하며 양자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스펙을 검토하고 있다. 네벤 소장이 개발 중인 ‘구글 퀀텀 클라우드’를 2019년 안에 외부 기업이 쓸 수 있을 정도로 완성할 계획이다. 
 
구글은 이를 위해 폴크스바겐, 다임러 등 독일 기업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단순히 네벤 소장이 독일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기초산업 분야가 양자 애플리케이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선도적인 제조·기술 기업은 예외 없이 양자컴퓨터를 담당하는 총괄이사를 뒀다. 보슈, SAP, 바이엘, 텔레콤, 자동차업체 등 많은 기업이 자체 양자 연구그룹을 운영 중이다. 
 
독일 은행 도이체방크도 양자컴퓨터 부서를 운영한다. 데이터를 하마처럼 잡아먹는 양자 알고리즘이 수많은 투자은행에서 오래전부터 고대하던 것을 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로 금융시장의 눈에 보이지 않는 패턴을 해독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은행들은 양자컴퓨터가 자사 거래 전략과 포트폴리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자 분야에 준비돼 있지 않은 기업한테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양자 알고리즘으로 작업하지 않은 은행이 퇴출되지는 않을지, 양자컴퓨터로 시제품을 시험하지 않은 기계업체는 뒤처지게 될지 생각해봐야 한다. 
 
“양자 기술이 완성되는 즉시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양자 기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지멘스에서 양자 기술을 총괄하는 막스 리델은 자신을 ‘양자 복음 전도사’라고 부른다. 그는 이르면 5년, 어쩌면 10년 후에나 완성 단계에 접어들 미지의 기술에 대비해야 한다고 동료를 설득하고 있다. “적잖은 사내 부문장들이 양자 기술이 가동되면 다시 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 같은 획기적 변화 앞에서 10년은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리델은 강조한다. 그는 반문했다. “지멘스에 1997년 아이폰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거라고 말하는 스마트폰 복음 전도사가 있어서 아이폰 시대를 준비했다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독일, 양자컴퓨터 공격적 투자
현재 독일 정부도 양자컴퓨터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려 한다. 2018년 가을, 독일 정부는 양자 기술에서 선도적으로 발판을 만들기 위해 6억5천만유로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엄청난 액수처럼 들리지만, 독일 정부의 자체 분석 결과를 보면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다. “양자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기회가 아주 많다. 경제 전반과 사회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며, 안보에도 상당히 중요하다.”
 
독일 율리히연구소에서는 조만간 고성능 양자컴퓨터가 가동될 예정이다. 구글 프로세서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를 통해 전세계 이용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해당 프로젝트는 유럽연합 양자 플래그십 프로그램의 재정 지원을 받고, 독일 자르대학 연구팀이 주도하고 있다.  
 
일단 첫걸음을 뗐지만, 신기술을 정복하는 데 필요한 모멘텀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 정체성을 무엇보다 경제 우위에서 찾는 독일 같은 국가에서 놀라울 정도로 경솔한 태도다. 국가 미래를 결정할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위기의 자동차산업을 제외하면 독일을 이끌 미래 모델이 있기는 할까. ‘경제 기적’ 시대 모델을 계속 발전시키고, 명확한 미래 계획 없이 중소 히든챔피언(우량기업)을 만드는 것으로 충분할까. 보슈와 지멘스가 어떻게든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인가. 
 
미하엘 마르탈러라면 이 질문에 충분히 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마르탈러는 재료공학, 화학, 제약산업 위주로 양자 애플리케이션이 생겨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양자 기술로 복합적인 분자구조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분자구조의 시뮬레이션은 이미 지금도 부분적으로 슈퍼컴퓨터에서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마르탈러가 카를스루에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HQS 퀀텀시뮬레이션은 보슈와 BASF 등을 포함한 기업을 고객으로 두었다. 
 
실리콘밸리였다면 마르탈러와 그의 연구팀은 스타 대우를 받으며 온종일 에인절투자자(신생 벤처기업에 자본을 대는 개인 투자자)를 만났을 것이다. 미팅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가지 않을까. “우리는 세기의 미래 기술을 둘러싼 경쟁에서 앞서 달려가게 된다. 새로운 거대 시장에서 최고가 되려 한다. 지금 당장 2억달러가 필요하다. 우리는 글로벌 대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우버, 페이스북, 아마존처럼 신속하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HQS 퀀텀시뮬레이션은 지금까지 에인절투자를 전혀 받지 않았다. 마르탈러는 “전적으로 용역을 받아서 자금을 조달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마르탈러의 신생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를 바라는 잠재 투자자가 많이 있다는 것이다. “잠재적 투자자들과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 마르탈러는 실리콘밸리를 그대로 모방할 생각은 없다. “우리에겐 독일 남부의 중소기업 정신이 아주 강하다. 자원이 한정됐기에 집중할 수 있다.” 

   
▲ 2012년 10월9일 프랑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미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와인랜드의 실험실. 그는 양자 입자를 파괴하지 않고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첨단기술인 양자컴퓨터와 양자시계 연구의 실험적 토대를 마련했다. REUTERS
양자컴퓨터 경쟁 본격 시작
HQS 퀀텀시뮬레이션이 있는 빌딩에는 공교롭게도 기계제작업체 ‘트럼프’에서 분사한 벤처기업도 있다. 트럼프는 1970년대 최초로 레이저 절단기를 개발했다. 1980년대 글로벌 시장에서 레이저 절단기를 팔기 시작해, 현재는 세계시장을 주도한다. 마르탈러에게 트럼프는 신중하고 성공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한 최고 사례다.  
 
마르탈러는 약 3년 뒤 양자컴퓨터 최초로 수익성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고, 시뮬레이션 틈새시장을 선점해 지속적으로 확장한다는 장기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어 6~7년 뒤에는 새 알고리즘으로 시뮬레이션 분야를 선점해 완벽하게 지배하고, 소재공학에서 양자 시뮬레이션의 히든챔피언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마르탈러는 충분히 검토해 계획을 세운 것처럼 보인다. 기후 대재앙을 막고 전세계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양자 클라우드를 만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구글을 생각하면, 그의 장기 계획은 야심도 없고 너무 조심스럽다고도 볼 수 있다. 분명한 점은, 젊은 독일 기업인과 미국 캘리포니아 기술 정복자 사이에 태도 차이가 확실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일에선 수많은 소규모 히든챔피언이 있고, 미국에서는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대기업이 생긴 것인지도 모른다. 핵심은 발전 속도가 빠른 가운데 장기적으로 누가 더 나은 실적을 낼 것이냐다. 
 
구글 퀀텀인공지능연구소의 네벤 연구 소장과 울름대학교 토마소 칼라르코 교수는 최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유럽연합 양자 플래그십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조정자 역할을 맡은 칼라르코 교수는 구글 관계자한테 유럽이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이미 너무 늦은 건 아닌지 평가를 들으려 했다. 
 
“아니다. 양자컴퓨터를 둘러싼 경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유럽, 특히 독일이 제대로 뛰어들 용기를 내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투자를 아껴서는 안 된다. 그래야 유럽은 양자컴퓨터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 

* 2019년 9월호 종이잡지 50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1호
Die Maschine für alles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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