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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한 속도… 기술혁명 주목
[SPECIAL REPORT] 양자컴퓨터의 미래- ① 배경과 과정
[113호] 2019년 09월 01일 (일) 토마스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슈퍼컴퓨터보다 최대 1억 배 성능을 갖춘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로 150년 걸리는 데이터를 4분 만에 처리할 정도로 압도적인 연산 능력을 자랑한다. 양자컴퓨터는 블록체인, 인공지능(AI)은 물론 우주의 비밀을 푸는 등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기술혁신을 통해 우리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글로벌 기업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었다. 양자컴퓨터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그 현황과 가능성을 짚었다.  _편집자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 기자
 
   
▲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 해석에 무덤에 갈 때까지 부정적이었다. 현재는 전세계에서 미래를 위한 기술혁명이 양자컴퓨터에서 시작된다고 여기며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2005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출판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독일 기념우표. REUTERS
얼마나 복잡한 이론이었으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마저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을까.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 해석에 무덤에 갈 때까지 부정적이었다. 그의 양자역학에 대한 뿌리 깊은 의구심은 “신이 우주를 가지고 주사위 놀음을 한다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는 유명한 말에 녹아 있다. 아인슈타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 세계의 양자란 유령 같은 것”이라며 양자 법칙을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자신이 노벨상을 받은 근거인 광전효과의 양자적 해석을 의심하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심지어 “나는 물리학자가 되기보다 차라리 구두 수선공이나 카지노 직원이 되겠다”고 말했다.  
 
양자의 세계는 좋게 말해서 난해하다. 아인슈타인처럼 노벨상을 받지 않아도 이것만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양자에서 전통적인 물리학 규칙은 통용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인간 직관은 아예 통하지 않는다. 양자 세계에서는 물체가 다양한 상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이는 켜진 상태에서 동시에 꺼져 있는 텔레비전에 비유할 수 있다. 입자 형태는 관찰되는 순간 달라진다. 원래 붉었던 하늘이 누군가가 쳐다보는 순간 푸르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인류가 양자를 완벽히 이해하고 제어한다면 어떤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아인슈타인은 양자를 완벽히 다룰 줄 안다면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역사를 보더라도 인류가 우주를 더 많이 이해하고 이용할수록 엄청난 발전을 이뤘음을 알 수 있다. 원자가 그랬고 바이트(Byte)가 그랬다.

무엇이든 저절로 계산한다
양자컴퓨터가 있으면 자연은 저절로 계산된다고 한다. 양자컴퓨터는 현존하는 모든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연산능력이 빠르며, 지금까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는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다. 슈퍼 두뇌이자 모든 것을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다. 
 
양자컴퓨터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란 아주 어렵다.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전통적인 컴퓨터의 정보 단위는 비트(bit)로, 0 아니면 1로 저장됐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퀀텀비트, 줄여서 큐비트(qubit)로 작업한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이 원리에 따라 양자 세계에서는 한 원자가 두 곳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 중첩’(Superposition) ‘양자 얽힘’(Entanglement) 같은 양자역학 현상을 활용해 기존 컴퓨터보다 훨씬 더 많이 결합할 수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도 있다. 
 
지금은 엔지니어가 새 배터리 아이디어가 있으면, 일단 배터리를 만들어 테스트해야 한다. 그래서 연간 테스트되는 새 배터리는 수십 개에 그친다. 반면 양자 프로세서는 복잡한 전기화학 프로세스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동시에 수백만 개 아이디어를 검토할 수 있다. 배터리 개발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다. 이외 무수히 많은 사례가 있다. 양자를 다룬다면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산업, 기계공학, 화학공장, 자동차업체에서 혁신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 각국 정부와 기업은 미래 기술혁명을 위해 양자컴퓨터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현존하는 모든 슈퍼컴퓨터보다 수백만 배 빠른 연산능력을 갖췄다. 한 컴퓨터 매장 모습. REUTERS
2차 양자혁명 새로운 기회 
“최근 양자컴퓨터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10년 이상 양자 메커니즘을 연구 중인 미하엘 마르탈러는 초전도체에서 양자 효과에 대한 기술로 카를스루에공과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마르탈러는 박사학위 취득 후 대학에서 논문을 쓰는 대신, 대학 근처 옛 양조장 건물 1층에 기업용 양자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HQS 퀀텀시뮬레이션(Quantum Simulations)을 세웠다. 독일 기초과학 연구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분명히 2차 양자혁명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 마르탈러는 진단한다. 1차 양자혁명은 원자구조를 두고 이른바 ‘태양계 모델’을 제시한 닐스 보어와 ‘불확정성 원리’를 발표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같은 천재 덕에 가능했다.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는 1920년대 원자구조를 밝히는 양자역학 체계를 완성했다. 이들의 원자구조 연구로 트랜지스터, 레이저, 위성항법장치(GPS) 등 세상을 뒤바꾼 발명품이 나올 수 있었다.기술혁명이 으레 그렇듯, 2차 양자혁명은 1차 양자혁명보다 지대한 영향을 전체 사회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종국에는 디지털화에 따른 온갖 기술 발전조차 초라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문제는 그렇게 되기까지 5년, 10년 혹은 15년이 걸릴지 전문가조차 예측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몇몇 전문가는 양자컴퓨터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예상보다 더 빨리 개발될 것이라고 본다. 반면 천재조차 양자 기술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전문가도 있다. 
 
마르탈러는 “2차 양자혁명이 일어날 때까지 정확히 얼마나 걸릴지 기간은 상관없다”고 말한다. 이보다 초기 애플리케이션을 산업계 현장에서 바로 테스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주 중요한 대목으로, 미래 유망 기술을 뛰어넘어 독일이 기술 선진국으로서 자아정체성을 찾는 사안이기도 하다.
 
과장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독일은 지난 수십 년간 중요한 기술혁신에서 흐름을 놓쳤다. 기초연구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선도적인 기업이나 새 업종이 생기지 않았다. 독일에는 컴퓨터 혁명을 선도한 IBM이나 애플, 휴대전화 혁명을 이끈 노키아, 인터넷 혁명을 이끈 구글 같은 기업이 없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독일 대기업은 글로벌 차원에서 뒤처졌다고 볼 수 있다. 
 
대신 독일은 기계공학을 최신 기술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연명하고 있다. 독일은 여전히 인텔리전트 소프트웨어가 장착됐거나, 컴퓨터로 조종되는 지게차나 가스터빈을 제작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미래 총아로 주목받는 양자는 새 기회를 안겨줄 것이다. 양자 세계는 디지털 세계와 완전히 다르며 새로운 규칙이 적용된다. 그런 이유로 양자 세계에서 선도적 기업이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독일 카를스루에나 튀빙겐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독일과 유럽은 이번만큼은 절대로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양자역학 원리에 따라 작동되는 미래 첨단기술의 양자컴퓨터는 기존 컴퓨터로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처리할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양자컴퓨터. REUTERS
인류의 모든 문제 해결 기대
유럽연합(EU)은 2018년 가을 양자기술 지원 프로그램에 10억유로(약 1조3700억원)를 배정했다. 정치인과 물리학자들은 오스트리아 빈의 호프부르크 왕궁에서 열린 킥오프(착수) 회의에서 “양자가 미래”라고 선언했다. 
 
중국은 안후이성 허페이에 양자정보과학용 국영 실험실을 짓고 있다. 2020년 완공될 예정으로 100억달러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자했다. 아마존, IBM, 알리바바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대표 정보기술(IT) 기업도 미래 디지털 시대를 선점하기 위해 오래전에 양자 연구 부서를 만들었다. 
 
양자라는 이상하고도 복잡한 세계에 몰입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하이테크 주제라면 일단 구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구글은 2011년부터 자체적으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최고의 하이테크 기업 위치를 지키려는 대기업에 양자컴퓨터는 피할 수 없는 승부처다. 전설적인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먼 같은 학자들은 수십 년 전에 양자역학 기반 컴퓨터는 일반 컴퓨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고 예측했다. 
 
구글의 퀀텀인공지능연구소 하르트무트 네벤 소장은 “일반 컴퓨터에서 양자컴퓨터로 전환이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겠지만, 양자물리학은 자연의 운영체제로 논리적인 귀결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네벤 소장은 독일 아헨 출신으로 보훔대학교 신경정보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독일인 연구원이 미국 IT 대기업에서 중요 부서를 총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독일 기초학문 분야가 더할 나위 없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상품을 만들려면 돈과 야심으로 넘치는 캘리포니아로 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네벤 소장은 “양자컴퓨터가 세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기적의 묘약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희망과 기회로 가득한 양자 시대의 비전을 이야기했다. 
 
“세계 인구는 머잖아 80억 명을 돌파한다. 하지만 현 기술로는 80억 인구가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서구 생활방식을 누리며 살 수 없다.” 인류는 일단 기존 산업 토대를 빠르게 변화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용하고 저장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 과정에 양자 프로세서가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수많은 아이디어와 연구를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태양전지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는 효율적인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수년이 걸리고 엄청난 비용이 든다. 실험실 시험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다. 시험에 실패하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 데이터와 인수가 너무 많아 기존 컴퓨터로는 이 과정을 거칠 수 없다. 하지만 양자 프로세서로는 이 모든 개발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 양자 프로세서 덕에 태양전지가 매년 성능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면 이 분야는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30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눈에 보이는 우주의 모든 원자를 기억소자로 변환시키는 컴퓨터만큼이나 막강하다”고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 페터 촐레 교수는 설명한다. 네벤 소장이 이끄는 구글팀은 이미 72큐비트 양자컴퓨터 개발에 성공했다. 

* 2019년 9월호 종이잡지 46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1호
Die Maschine für alles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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