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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감소로 문 닫는 공급업체 속출
[Special Report] 휴대전화 부품업체 혹한기- ① 현황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취후이 등 economyinsight@hani.co.kr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침체가 더욱 또렷해졌다. 판매가 뒷걸음질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퇴출이 속출하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선 이들 제조업체를 떠받쳐온 부품 공급업체들이 과잉생산의 후폭풍으로 줄도산 위기를 맞았다. 제조사들의 고질적 대금 연체와 파산은 경쟁력 낮은 공급업체의 숨통을 죄고 ‘부익부 빈익빈’ 사태를 낳는다. 혹한기를 견디는 중국 휴대전화 부품 공급업계의 실태를 살펴본다.  _편집자
 
취후이 屈慧 허우치장 侯奇江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 장쑤성 난징에 있는 지오니의 휴대전화 판매점. 지오니는 매출 부진에 따른 자금난으로 2018년 11월 파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REUTERS
중국 휴대전화 업계에 2018년은 좋은 시절이 아니었다. 시장은 침체됐고 고급 브랜드 독식 현상이 심화됐다. 단말기 제조업체가 어려움을 겪자 그들에게 의존하던 부품 공급업체들이 흔들렸다. 산업 가치사슬 전체가 혹한기에 들어갔다.
 
지난 2년 휴대전화 시장은 조금씩 위축됐다. 공업정보화부 직속 기관인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중국 내 휴대전화 출하량은 4억910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줄었다. 2018년 1~11월 출하량은 3억7900만 대로 다시 15.6% 줄었다. 휴대전화 브랜드들은 위기에 빠졌다. 
 
러스(樂視), 쿨패드(酷派), 지오니(金立)는 채무를 갚지 못해 파산을 앞두고 있다. 메이주(魅族), 스마티잔(錘子), 360 등 군소업체는 잇달아 감원 소식을 전했다. 메이투(美圖)는 샤오미에 넘어갔고, TCL스마트폰은 그룹 상장사에서 분리됐다. 둬웨이(朵唯)와 ZTE 그룹의 누비아 등 귀에 익은 브랜드도 점차 사라졌다.
 
쑨옌뱌오 제일모바일연구원장은 “현재 휴대전화 산업은 정체된 상태”라며 “휴대전화 시장의 전체 규모는 한정됐기 때문에 새 기종으로 바꾸는 수요가 있어야 시장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체 수요를 이끌 혁신이 없는 상황에서 휴대전화 업계의 하락세는 당연하다.
 
단말기 제조업체 부진으로 부품 공급업체들은 일찍부터 위기감을 느꼈다. 공급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2년 동안 경기가 좋지 않아 많은 공장에서 직원을 내보내고 생산량을 줄였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생존을 위협받자 공급업체들이 대금을 받지 못하는 위험이 커졌다. 일부 소규모 공급업체들은 이미 무너졌다. 둥관시 공급업체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근처 공장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쑨옌뱌오 원장은 과잉생산을 공급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휴대전화 시장이 호황일 때 업체들은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모를 키우고 공장을 늘렸다. 업계 전체의 생산능력이 급속히 커졌다. 시장이 하락세로 돌아서자 적자생존 위기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원조’ 지오니의 몰락
지난 1년 동안 휴대전화 제조사 지오니에 납품대금 지급을 재촉하던 공급업체 사장 자이주는 2018년 12월10일 ‘지오니그룹 채권자 공동행동 합의’라는 제목의 전자우편을 받았다. 발신자는 채무조정 전문기관인 선전시 푸하이인타오(富海銀濤)자산관리주식유한공사였다. 이 회사는 지오니의 기업회생·파산 절차를 위한 의견을 모으는 작업을 했다. 같은 날 선전시중급인민법원이 지오니의 파산·청산 신청을 받아들여 지오니는 공식적으로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현재 공급업체들의 가장 민감한 사안은 제조업체의 대금 지급 연기 또는 체불이다. 지오니는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 휴대전화 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터진 가장 큰 ‘폭탄’이다. 공급사슬 가장 앞에 놓인 도미노 패다. 대다수 공급업체 사장과 마찬가지로 자이주 사장도 지오니 같은 대형 휴대전화 브랜드가 이렇게 쉽게 무너졌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2002년 선전시에서 설립된 진리(金立)통신설비유한공사, 지오니는 후난성 이양시 출신인 류리룽 회장이 세웠다. 그는 중국산 휴대전화 ‘최고참’인 지오니 지분 41.4%를 가졌다. 초기 피처폰(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 나온 최저 성능 휴대전화) 시대에 비즈니스폰을 주력 상품으로 생산해 중국산 휴대전화 판매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6년에도 지오니는 연간 4천만 대를 팔았다.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를 이어 5위였다.
 
2017년 12월14일 오후, 카메라 모듈 공급업체 어우페이커지(歐飛科技)가 투자자 회의에서 지오니가 대금 지급 시한을 넘긴 사실을 폭로했다. 순식간에 위기의식이 고조됐다. 2018년 1월 지오니는 제품 생산을 중단했다. 3월에는 둥관 공장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고, 8월에는 선전 본사에서도 직원을 내보냈다. 마침내 10월29일에는 2016년에 발행한 10억위안 규모 채권이 부도 처리됐다. 11월 하순부터 지오니는 파산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푸하이인타오에 따르면, 2018년 8월31일 기준으로 지오니 부채총액은 202억5300만위안(약 3조3500억원)에 이른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약 75억1천만위안에 그쳐, 127억4300위안 정도를 변제하기 어렵다.
 
금융기관과 공급업체 등 채권자 또한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특히 중소형 공급업체는 소송이 해결될 때까지 기다릴 여력이 없다. 체불된 대금 수백만, 수천만위안은 회사 생존과 직결됐다. 지오니 공급업체 10여 곳을 방문한 결과, 대부분 지오니 대금 체불로 직원을 줄인 상태였다. 미지급금 규모가 클뿐더러 지오니의 주력 고객사였던 한 업체는 2차 공급사들의 폭력을 동원한 대금 지급 독촉에 시달렸다. 집을 팔아 자금을 마련한 기업주도 많았다.
 
어우페이커지, 선톈마(深天馬), 신왕다(欣旺達), 웨이커(維科)기술, 링이즈짜오(領益智造) 등 상장사 다수는 지오니로부터 받지 못한 미지급금을 손실로 처리했다. 그 가운데 어우페이커지의 물품 대금이 6억2600만위안으로 가장 많았다. 웨이커는 지오니의 대금 체불 때문에 상장 취소 경고를 받기도 했다.
 
공급업체 관계자들은 지오니가 2015년부터 상습적으로 대금 지급을 늦춰 오랫동안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오니에 채무 위기가 발생한 2017년 말에도 일부 공급업체는 2016년 말~2017년 초의 미지급금을 받지 못했다. 지오니가 발행한 어음과 수표는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다.

   
▲ 2014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박람회(CES)에 선보인 ZTE의 누비아 5 스마트폰. REUTERS
고질적 대금 연체
‘대금 연체’는 제조업체에 만연한 고질병이다. 제조업체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 그 위험은 고스란히 공급업체로 전가됐다. 화웨이나 샤오미 등 대형 휴대전화 브랜드는 비교적 제때 대금을 지급했지만 중소 브랜드는 자주 지급 기한을 미뤘다. 자이주 사장에겐 이번이 휴대전화 공급업체를 운영하면서 처음 겪은 손실이 아니었다. 2016년에도 ZTE 휴대전화 사업 때문에 손실을 보았다. 2016년 3월 미국 당국의 제재를 받은 ZTE는 이듬해 3월 화해안에 합의했지만 벌금 8억9200만달러를 물어야 했다. 자이주 사장은 2016년 ZTE와 신규 모델 개발 계약을 맺었으나 미국 제재 때문에 사업이 취소됐다. 이 사업을 위해 준비했던 800만위안어치 자재는 고물이 됐다. ZTE는 손실액의 48%만 지급했고, 자이주 사장은 400만위안 넘는 손해를 입었다.
 
휴대전화 업계에서 고객사의 자금 회전에 문제가 생기면 공급업체에 지급할 대금을 줄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2017년 러스 위기가 폭발했을 때도 공급업체 여러 곳이 대금의 50~60%를 받는 데 그쳤다. 2016년 11월 러스 위기가 가시화하자 러스 최대주주인 쿠파이그룹까지 피해를 입었다. 러스 휴대전화가 사라진 뒤 그룹의 쿨패드 휴대전화 판매량도 급감했다. 2017년 8월 쿨패드는 러스와 관계를 단절했다. 하지만 자금 사정이 좋지 않아 보유하던 부동산을 처분해야 했다. 2017년도 쿨패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매출총액이 33억7800만홍콩달러로, 최고 실적을 올렸던 2014년의 13.57%에 불과했다. 26억홍콩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러스와 지오니가 잇달아 ‘폭탄’을 터뜨리자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퍼졌다. 스마티잔 등 군소 휴대전화 브랜드는 일부 공급업체로부터 현금 지급을 요구받았다. 공급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감원 소식이 자주 들린다”며 “부정적 소식이 나온 회사에서 발주한 주문은 아무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급증하던 수요가 사라지면 과도한 생산능력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도로 통합된 글로벌 산업 가치사슬에서 초고속 성장을 경험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다. 단말기 제조업체와 그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업체는 같은 고질병을 겪었다.

파산 도미노
공업정보화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2013년, 2015년 중국 내 휴대전화 출하량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출하량이 급감한 2014년만 예외였다. 이때는 2세대(2G)와 3세대(3G)에서 4세대(4G)로 넘어가는 전환기였다. 당시 중국 이동통신 3사는 휴대전화 제조업체에 지급하던 보조금을 대폭 줄였고, 주로 통신사에 판매를 의존했던 휴대전화 출하량이 크게 줄었다. 중국 내 휴대전화 출하량 증가율은 2016년부터 한 자릿수로 떨어졌고, 지난 2년 동안 판매가 급속히 줄었다.
 
시장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고급 브랜드로 집중됐다. 유명 브랜드 시장점유율은 상승한 반면 중소형 브랜드 위치는 갈수록 위태로워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8년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3억5520만 대의 66.2%를 상위 5개 기업(삼성·화웨이·애플·샤오미·오포)이 차지했다. 전년 같은 기간 이들 5개 기업의 시장점유율(60.4%)에 견줘 시장 집중도가 심화됐다.
 
제일모바일연구소에 따르면 2018년 10월 오포, 비보, 화웨이, 아너(榮耀·화웨이 소속 브랜드), 애플, 샤오미 등 6개 휴대전화 브랜드가 중국 내 판매량의 90%를 차지했다. 차이나모바일·메이주·삼성의 점유율이 3.5%였고 그 외 군소 브랜드가 나머지 6.5%의 시장을 나눠가졌다. 2018년 10월 중국 오프라인 점포에서 팔린 휴대전화의 브랜드는 72개로, 전년보다 37개가 줄었다. 
 
부익부 빈익빈을 뜻하는 ‘마태효과’는 공급망으로 확산됐다. 전시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부품 공급업체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사 수가 줄면 필요한 공급업체도 그만큼 줄어, 정말 실력 있는 공급업체만 대량 주문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10개 고객사를 위해 공급업체 3천 곳이 있었는데 적자생존을 거쳐 4개 고객사만 남았다면, 공급업체 또한 1천 개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는 “나머지 공급업체는 경쟁력이 없어 점차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 러스와 지오니 사건은 도화선이자 기폭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과잉생산 후폭풍
공급업체는 단말기 제조사보다 먼저 경기를 체감한다. 공급업체 관계자들은 지난 2년 동안 주문량 감소로 설비와 직원을 줄이고 감산에 들어갔다고 했다. 일부 업체는 문을 닫아야 했다. 선전시에서 휴대전화 덮개를 공급하는 업체 관계자는 “2018년 공장 매출이 90% 이상 줄어 감원으로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다른 공급업체 관계자는 “지오니라는 최대 고객사를 잃은 뒤 대형 주문이 없어 4층 규모의 공장 대부분을 놀리고 있다. 생산설비를 팔아 자금을 융통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둥관시에서 온 공급업체 관계자는 “대규모 감원 뒤 빈 작업장을 창고로 임대했다”고 말했다.
 
1차 공급업체의 생존 위협은 도미노처럼 2·3차 공급업체로 고스란히 전달됐다. 정밀기기 제조 분야의 휴대전화 2차 공급업체 관계자는 “2017년부터 주문이 줄었고 일부 대형 공장은 2018년부터 구매를 중단했다. 단말기 제조업체 가운데선 화웨이 등 소수만 구매량을 일정하게 유지했다”고 전했다. 쑨옌뱌오 원장은 중국 휴대전화 산업이 10여 년 동안 성장해 이미 성숙한 수준에 이르렀지만 기업이 무분별하게 생산능력을 확장해 심각한 과잉생산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수많은 공급업체가 직원을 줄이고 파산한 주요 원인이다.
 
지오니 사례도 마찬가지다. 2010년 둥관지오니산업단지 건설 당시 연간 생산능력을 8천만 대로 설계했다. 둥관단지가 절반 정도 가동될 때 다시 쓰촨성 이빈시와 충칭시에 새 산업단지를 건설해 생산능력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실적이 가장 좋았던 2016년에도 지오니의 판매량은 4천만 대에 불과했다. 위기가 발생하자 지오니의 확장 계획은 중단됐다.
 
정저우, 시안, 우한, 충칭, 청두 등 지방정부의 투자유치 사업에서 휴대전화 디스플레이와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공장 같은 공급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왕옌후이 모바일차이나연맹 사무국장은 “지방정부가 제공하는 보조금이 휴대전화 산업 가치사슬의 확장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보조금이 끊기고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가자 과잉생산 문제가 더욱 선명하게 부각됐다.
 
쑨옌뱌오 원장은 과잉생산의 근본 원인으로 혁신 부족과 심각한 동질화 경쟁을 들면서 제조업체들이 가격경쟁에만 몰두하는 상황이 산업의 몰락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낮은 이윤은 업계 최대의 위험 요소다. 성장 단계에 있을 때 보이지 않았던 위험은 하락세에 접어들어야 위기로 드러난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51쪽에 실렸습니다.

ⓒ 財新週刊 2018년 제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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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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