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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불평등 징표 가장 예측 힘든 시위
[Issue] 프랑스 노란조끼 운동- ① 의미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9년 1월12일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노란조끼’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유류세 인상 반대’ 구호가 쓰인 손팻말을 들고 개선문 앞 가로등 지지대에 올라갔다. REUTERS
시위 초기에는 많은 이가 최악을 우려했다. 노동계나 정치권에서 주도한 시위도 아니었다. 이민자나 사회복지 수급자에 대한 격한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그것도 유류세 인상 반대 시위라니. 아무도 노란조끼 시위의 파급력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위 시작 며칠 만에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노란조끼 운동은 프랑스에서 최근 수년간 있었던 중요한 사회운동의 하나이며, 이론의 여지 없이 가장 일어날 법하지 않은 시위라는 사실 말이다.
 
노란조끼 시위는 전통적인 정치 게임과는 가장 거리가 먼 계층의 사람이 무려 한 달 이상 주도했다. 특히 소득기준으로 중산층과 서민 사이에 낀 사람들이 그동안 프랑스 사회를 관통해온 불평등 심화에 정면으로 도전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먼저 이들은 소득 불평등 심화, 그 가운데서도 주거비 증가로 늘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부유세(ISF)가 사실상 폐지된 것은 조세정의 실현에 치명타를 가했다. 한편으로 지구온난화 방지 부담은 환경오염에 책임이 가장 큰 계층이 가장 적게 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 변두리’라는 낙인은 과거 프랑스에서 변두리 지역이 누렸던 경제·사회적 역동성을 잃은 채 외부와 고립돼 살아가는 낙후된 섬으로 전락시킨다.
 
물론 불평등 심화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프랑스 사회의 불평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이 엘리제궁 입성 이후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이 불평등을 더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가 노란조끼 시위 참가자를 달래고, 나아가 프랑스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이행한 조처도 문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서민의 구매력 저하
소득 불평등에 대한 불만은 이미 쌓일 대로 쌓여 안으로 곪아가는 상황이다. 노란조끼 시위 같은 대중의 분노는 오래전에 터질 수도 있었다. 10년 전부터 소득분위 최하위층 소득은 반토막이 났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2008~2016년 소득분위 하위 40%의 평균 생활수준(가계의 가처분 소득/구성원 수)은 감소했다. 저소득층의 낮은 소득을 고려할 때 소득 감소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높은 실업률, 평균임금 인상률보다 낮은 최저임금 인상률, 시간제와 초단기 고용 확대 등을 통해 심화된 저소득층 빈곤 문제를 가늠할 수 있다.
 
같은 시기 소득분위 상위 10% 생활수준도 비슷한 비율로 줄어 전체적인 불평등 정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불평등의 지속적 완화’라는 역사적 추세를 거스르는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 2000~2008년 평균 생활수준은 10% 이상 늘었고, 1992~2000년도 마찬가지였다. 그전에도 생활수준은 나아져왔다.
 
금융위기 훨씬 이전으로 분석 기간을 확장해보면 불평등 심화가 더욱 뚜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 국민 가운데 소득기준 상위 10%와 하위 10%의 연평균 격차는 1995년 3만7천유로였다. 2016년 이 격차는 4만8천유로(약 6144만원)로 늘어났다.
 
필수 지출 비중 증가
소득 저하에 주거비, 전기·수도·통신요금, 보험료, 급식비 같은 필수 지출이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생활수준이 더 악화됐다. 필수 지출 비중은 60년 전부터 꾸준히 증가했고, 특히 2000년대 초반 이후 급격히 늘었다. 이제는 30%에 육박한다. 최근 프랑스 보건부 산하 조사·연구·평가·통계국(Drees)의 연구(2011년 자료를 바탕으로 진행된 한계가 있음)에 따르면, 필수 지출이 빈곤선 이하 인구 예산의 61%, 이른바 서민(소득이 빈곤선과 소득 4분위 사이) 가계 예산의 3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전 계약대로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필수 비용에 식료품비까지 포함하면, 프랑스의 소득 기준 하위 10% 인구가 그나마 쓸 수 있는 소득은 고작 월평균 180유로(약 23만원)에 불과하다. 이 돈으로 옷을 사고, 여가생활을 누리고, 무엇보다 자동차 연료통도 가득 채워야 한다. 이런 소득은 소득 5분위 가계에선 380유로, 6분위에선 540유로다. 2015년 국립 빈곤·사회적 소외 관측소(Onpes)는 프랑스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월 최저소득을 1인 가구는 1424유로, 자녀 2명이 있는 4인 가구는 3284유로(약 420만원)로 계산했다. 많은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빈곤이 얼마나 클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정부가 공식 통계 수치로 파악할 수 있는 정도를 훨씬 뛰어넘는다.
 
분노를 촉발한 불씨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이 정부의 유류세 인상이다. 유류세 인상은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뒤 추진한 조처의 연장선에서 진행됐다. 일련의 조처는 서민층 구매력을 떨어뜨리거나 부유층 구매력을 높이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주택보조수당(APL) 5유로 삭감, 월소득 1200유로 이상 퇴직자의 사회보장기여금(CSG) 인상, 부유세 폐지 등이 노란조끼 시위자의 분노를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2018년 노령수당과 장애수당이 오르기는 했다. 그러나 마크롱 정부의 방향성을 보여준 앞의 세 가지 조처에 비하면 저소득자 삶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악재는 계속될 전망이다. 프랑스의 대표적 사회복지수당인 주택보조수당과 가족수당의 물가연동제가 폐지됐다. 2019년과 2020년 양대 수당의 인상률이 0.3%에 그칠 예정이다. 수그러든 노란조끼 시위를 다시 불붙게 할 수도 있는 소식이다.
 
   
▲ 2019년 1월7일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방송에 출연해 공공질서를 지키기 위해 과격한 시위에 엄중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REUTERS
너무 비싼 주거비
노란조끼 시위는 유류세 인상에 대한 반발로 촉발됐다. 그러나 요즘 유류세가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 초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16년 이후 다소 늘어나기 했지만, 유류세 인상 이외 요소가 노란조끼 시위 확산에 더 결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바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주거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프랑스 국민소득은 거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통화확대 정책 탓에 급등했다.
 
환경부의 환경·지속가능개발 일반위원회(CGEDD)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선진국 가운데 가계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지난 20년 동안 가장 많이 오른 나라다. 2000년부터 2018년 중반까지 프랑스에서 이 비율은 무려 63%나 올랐다. 같은 기간 영국은 60%, 스페인은 51% 올랐다. 심지어 독일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주택 가격 급등은 파리와 리옹에서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2000~2018년 파리는 145%, 리옹은 153%까지 가계소득 대비 주택 가격이 급등했다. 일드프랑스 지역을 제외한 프랑스 본토 전체에선 평균 54% 올랐지만, 이 또한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높은 수치다.
 
가계소득과 주택 가격 격차는 빠르게 증가했고, 그에 따라 주거비를 부담할 만한 수준인 거주지와 직장 거리도 점점 멀어졌다. 프랑스에서 다른 나라보다 연료 가격 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련해진 내 집 마련의 꿈
이런 격차는 내 집 마련에서 계층 불평등을 더욱 심화했다. 프랑스 국민 대부분이 물려받은 유산이나 부모 도움 없이는 일자리 밀집 지역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소득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주택 유무에 따라 생활수준 불평등이 더 심해졌다. 이것이 2018년 말 거리 곳곳을 물들인 노란조끼 시위의 분노로 표출됐다.
 
지구온난화 방지는 누구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알고 동의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모두가 동일한 수준의 방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계층에 따라 생활방식이 다르기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계층별로 다르다. 이 점을 확인하려면 공식 통계가 필요한데 관련 자료가 놀라울 정도로 부족하다.
 
노력의 불평등한 분배
그나마 쓸 만한 프랑스 통계청 연구는 2010년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가구는 구매 행위로 전체 이산화탄소의 29%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1%에 불과하다. 물론 통계학자들은 가계가 지출하는 1유로로 유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가계의 생활수준에 반비례한다고 설명한다. 가계소비에서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소비(여가·문화생활 등)의 비중이 노동자보다는 관리자급에서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비량 차이를 따져보면 이 부분이 그다지 의미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부유층은 서민층보다 항공기를 훨씬 자주 이용한다. 보유 차량도 더 크고, 차로 움직이는 거리도 훨씬 길다. 집이 넓으니 난방 수요도 더 많고, 전자제품도 더 많이 갖고 있다.

* 2019년 2월호 종이잡지 84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1월호(제386호)
Les cinq fractures françaises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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