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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스스로 가치 창출 주체 돼야
[국내특집] 암호화폐의 역할과 미래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최공필 gpchoi@kif.re.kr
최공필 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금융감독원 블록체인 자문단장
 
   
▲ 자료: UCF
2018년 거듭된 가격 추락 여파로 암호화폐 시장 기대가 많이 사그라졌다. 일부 혹세무민이라는 비판적 시각은 세상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크립토(Crypto·암호) 세상을 평가하는 현주소다. 이는 비트코인 커뮤니티의 하드포크(Hard Fork·기존 블록체인과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블록체인으로 암호화폐를 업데이트하는 것) 관련 내분도 문제지만, 암호화폐 생태계를 주도하는 집단의 편협함과 조급함이 드러난 측면도 있다. 이래저래 비트코인은 현실 세계와 접촉할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폐쇄적이고 무모한 시도를 되풀이하면서 애매한 대상으로 전락했고, 크립토 빙하기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것이 가격 폭락 가능성을 내포한 본질적 가치 평가를 뜻하는 건 아니다. 근본적으로 암호화폐나 자산은 법적 신뢰 주체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전하고 저렴하게 가치를 창출하고 교환할 수 있다. 따라서 가치 상승만 기대하는 기존 투자 관점에서 본다면 본질과 동떨어져 보일 수 있다. 오히려 많은 개발자는 거품이 정리되면서 차분하게 개발에 집중하고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암호화폐의 효시인 비트코인과 관련한 제한적인 틀을 넘어서, 폭넓은 시각과 심층적인 직관이 필요한 이유다. 비트코인의 본질적 가치 평가는 현재완료가 아니라 미래진행형이다.
 
향후 비트코인의 가치 평가
현실 세계의 가치 평가와는 별도로, 비트코인 레볼루션은 그 자체가 지나치기 어려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초연결 환경에서 가치 창출은 레거시 신뢰 주체들이 유지하는 틀 밖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 핵심은 모든 가치 생성에 기여하는 요소가 다면적 시장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달렸다. 외국 업계를 둘러보면 크립토 세상의 개발을 위해 놀랄 정도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머잖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기반의 ETF(Exchange Traded Fund)를 승인할 경우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진입해, 각종 인프라 역할도 활발해질 것이다. 이미 기존 법정화폐로 무겁게 느껴졌던 청산 결제, 무역금융, 의료기록, 여러 등기와 원산지 증명, 재고관리 분야에서 대안적 화폐 기능을 넘어선 가치 창출 노력이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 제한적이지만 암호화폐 생태계는 아이디어만으로도 기존 세상에 없던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므로 암호화폐 가치를 평가하는 데 기존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결국 암호화폐에 대한 미래지향적이고 포괄적인 평가 기준은 진행형인 관련 시장의 신뢰 구축 여하에 달렸다.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차원에서 암호화폐 세상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자료: blockgeeks
레거시 체제의 한계
첫째, 현 레거시 체제의 한계가 점점 드러났다. 기존 신뢰 주체의 중간적 역할이 필수적인 법정화폐를 기반으로 한 레거시 체제의 독점적 위치가 약화됐다. 더욱이 기존 레거시 체제의 규제와 전략으로는 더 이상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어렵다. 가치 창출 기반이 질적으로 변하는데 기존 방식으로 이를 이해하고 엮어내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중앙화된 조직과 구성원들의 자체적 유인 구조만으로 외부에서 전개되는 다양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볼 이유가 없다. 더욱이 미래에는 새로운 디지털 기반의 세상에서 다수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는 능력이 가치 창출의 핵심 요소다. 미래 환경과 대응 주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서비스일수록 절대적으로 고객데이터가 필요하다. 끊임없는 해킹과 피싱, 보안사고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체제에 의존한 영업 방식으로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크립토 분야 투자 촉매제
둘째, 기존 금융권의 서비스 제공 범위는 강력한 위험관리와 건전성 규제·감독으로 확대되기 어렵다. 반면 암호화폐는 이전에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사물인터넷 스마트 센서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까지 아우르는 크립토 분야의 투자를 가능케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선진 환경에서는 디지털금융 인프라 차원에서 투자는 물론이고 헤지펀드에서도 크립토, 즉 암호자산에 구체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초연결 환경에서 연관과 수익을 이끌어내려면 마이크로 보상체계와 즉시 결제가 가능해야 한다. 이를 특정 신뢰 주체의 자본 토대 기반 위에서만 처리할 수는 없다.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을 작동하는 데 필요한 여러 투자를 위해서라도 암호화폐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크립토 영역은 새로운 민간 창출 화폐로서의 가능성은 물론 ETF, 수탁 업무 서비스, 디지털지갑 개발로 새로운 자산 범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 개념은 전통 화폐 범주를 넘어선 변화를 전제로 한다. 특히 본격적으로 시간 개념을 화폐에 도입해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전달함으로써 화폐는 더 이상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나 기능의 영역을 벗어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가 기존 화폐금융론의 기본 틀까지 바꾸는 것이다. 좋든 싫든 머잖은 미래에 상전벽해를 경험할 것이다. 
 
시스템 한계 극복 기대
셋째, 암호화폐는 현 체제와 기존 화폐 기반 시스템 한계로 지적되는 각종 시장 마찰을 줄이고 포용성 제약을 넘어서는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제약을 넘어 미래 세상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와 진화를 하는 것이다. 기능이 다양한 암호화폐는 범산업 차원의 문제를 포괄한다. 그래서 기존 평가 기준과 더불어 연계돼 작동되는 인프라, 즉 생태계 차원에서 평가돼야 한다.
 
특히 새롭게 형성된 민간 주도의 신뢰 토대가 더욱 중요해졌다. 물론 아직 다소 어색하고 생경하다. 그러나 열린 자세로 직접 ‘참여’해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새로운 신뢰 기반은 기술만으로 불가능하며 개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구축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기준이 미래 기준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ICO(Initial Coin Offering·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판매해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에서 ETO(Equity Token Offering·주식 토큰 오퍼링. 주식 토큰을 투자자에게 팔아 자금을 확보하는 방식. 주식이 작동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회사의 가치와 의결권을 제공)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 역할과 책임 등 모든 것이 바뀌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초래하는 변화는 기존 화폐 시각을 넘어 광범위하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 참여와 관심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점이다. 참여 방식에 따라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멋진 기회를 가져올 수도, 혹은 또 다른 철저한 통제사회에 이를 수도 있다.   
 
역할 조정과 변화 주체
기존 체제 한계를 넘어 무궁무진한 새로운 가능성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양극단의 현실과 미래에 대한 견해 차이를 좁혀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참여해야 한다. 물론 초기의 참여와 조정 과정은 기존 기준에서 봤을 때 실패에 가깝고, 법적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 과정 없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 연결된 미래의 분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디지털 네트워크 출현으로 갑자기 넓어진 지평에서,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는 초기에 낮은 신뢰를 얻을지라도 적극 지지돼야 한다. 암호화폐 역시 별개 이슈로 분리해 판단하기보다 기존 체제를 미래 환경에 적합하도록 적응하는 귀중한 노력 과정으로 봐야 한다. 아직은 여러 문제와 한계가 드러났지만 개발이 진행 중이고 향후 미래 가치를 창출하고 교환의 기본 틀을 갖추는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현 시스템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 역할을 강화한다면 미래를 밝히는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현재의 혼란과 난항, 탈중앙화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의 또 다른 한계, ICO를 둘러싼 분쟁과 혼란은 길게 보면 개발 초기에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봐야 한다.   
 
다만 엄청난 미래지향적 변화가 특정 소수의 주도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수익성이 뒷받침돼야 하고, 이는 다수가 참여하는 네트워크 기반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접근 방식 자체가 정부나 거대 기업 주도가 아닌 대중의 창의성과 자발적 참여로 이뤄져야 한다. 적어도 민간 신뢰의 핵심인 암호화폐가 돌아다니는 세상에서는 그동안 소외됐던 구성원에게도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따라서 핵심적인 공감대 형성은 제도적 신뢰 토대를 넘어서 탈중앙화되고 분산화된 환경 토대 위에서 구체화돼야 한다. 과거와 같이 특정 주체 주도로 가시적 결과가 빠르게 보인다고 해도 이는 네트워크 효과 면에서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모순적이지만 철저하게 검증받은 신뢰 주체들의 중간 역할에 의존할 경우 네트워크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래 성장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작 큰 문제는 민초가 아니라 기존 패러다임 주도 계층이다. 기득권 스스로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상당한 저항도 예상되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재연결 작업일뿐더러 더 큰 파이를 얻기 위한 공동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연결사회가 가져다준 불가피한 변화다. 다만 지금부터 적응해나가지 않으면 기존 신뢰 기반의 인프라는 타당성을 일거에 상실하기 쉽다. 이른바 특이점(Singularity)을 뜻하는 ‘우버 모멘텀’(Uber Momentum) 준비는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준비 부족으로 초래되는 혼란과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폐쇄적 환경에서 정부 주도의 결정 방식에 익숙한 우리 사회의 연결고리마저 위협할 수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은 지금부터라도 미래지향적 적응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 2018년 11월8일 자유한국당 송희경 의원(왼쪽 셋째)과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왼쪽 둘째) 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블록체인 산업 제도화를 위한 법령 정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치 상승만 기대하지 마라   
미래 암호화폐 모습은 플랫폼 확보에 달렸다. 일부는 이를 위해 프라이버시를 강조하고, 일부는 국경 간 거래에 특화돼 있다. 또 다른 부류는 마이크로 지급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특정 분야의 적용 가능성과 가치 창출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 역할에 따라 우리의 암호화폐 활용도나 참여 정도가 달라진다. 복잡한 게임 이론적 인센티브 구조를 장착해야 관심을 길게 가질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토큰의 성격상 암호화폐의 투자증권 여부 판단은 아직 유보적인 측면이 있으나, 향후 다양한 모습을 가진 증권적 성격의 자산에 대해 더 수용적인 사회적·법적·제도적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결국 암호화폐나 토큰은 다양한 검증 과정을 거쳐 암호자산으로 진화할 것이다. 미래는 과연 어느 화폐가 어떤 플랫폼을 기반으로 우리 관심을 잡아둘 것인가. 그것에 따라 여러 모습이 전개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생태계 형성을 위해서는 중앙화와 탈중앙화 시스템의 진화적인 틀 안에서 개인과 집단의 이익이 조화롭게 조율되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탈중앙화와 중앙화의 정도나 방식에 관한 사회적 합의는 모두가 공감하는 새로운 신뢰 토대를 만들어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동시에 내포하는 암호화폐의 미래는 세상의 주인이 누구이며 이들이 무엇을 추구하는지에 달렸다. 
 
모처럼 일어난 지배구조 변화로 더 많은 것을 포용할 기회를 살릴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민간의 의식과 공감대 형성에 의존한다. 특히 신 성장동력인 상자 밖의 가치 창출 기반을 다져가려면 암호화폐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인센티브로서의 암호화폐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한다. 아직도 다수의 크립토 투자자들은 가치 상승만을 기대하면서 스스로 가치 창출 주체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간과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두가 책임 있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가장 중요한 신뢰 구축에 실패할 경우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암호화폐 혁명의 속성과 관련돼 있다. 과거의 법정 신뢰 토대 주체가 아닌 민간 주도의 신뢰 구축은 기술이나 화폐가 아닌 바로 우리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 있다. 게임 법칙이 최대한 연결돼야 자신에게도 이로운 신뢰 토대 위에서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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