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블록체인 기술 상용화 판단 원년
[국내특집] 2019년 블록체인 시장 전망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정성동 kyle@foundationx.io
2018년 2천만원대까지 올랐던 비트코인이 1년 만에 400만원대로 폭락하는 등 암호화폐 투자 열기와 관심이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투자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뒤 거래량은 줄었지만, ‘암호화폐 결제 시스템’ 등 실생활에 블록체인을 적용한 서비스, 관련 업체의 진출과 투자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몇몇 전문가는 결제 수단으로 상용화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낙관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블록체인 업계와 암호화폐 시장 현황을 살펴보고, 미래를 예측해봤다.  _편집자
 
정성동 파운데이션엑스(FoundationX) 전략팀장
 
   
▲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 빗썸을 인수한 김병건 BXA 대표가 2018년 12월27일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아인슈타인이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을 봤다면 ‘무지, 탐욕, 공포’라고 했을지 모른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이 청년을 강제 징집하는 것에 이 세 단어로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실제 2018년 암호화폐 시장에서 아인슈타인이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거대한 세 가지 힘을 극명하게 볼 수 있었다. 암호화폐에 투자한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 기술에 ‘무지’했고, 시장에는 ‘탐욕’스러운 프로젝트팀·투자자·사기꾼이 바글바글했으며, 각국 정부가 규제를 예고하거나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면 대중은 ‘공포’에 질렸다. 아인슈타인이 이런 시장 상황을 목격했다면 대중에게 ‘암호화폐에 많은 투자를 하지 말라’고 경고했을 것이다. 
 
2018년 키워드는 ‘무지·탐욕·공포’
네이트 실버는 저서 <신호와 소음>에서 “탐욕과 공포는 변덕스럽다. 둘 사이의 균형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탐욕이 과잉 상태가 되면 거품이 생기고, 공포의 과잉 상태가 되면 공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은 상반기에 탐욕 과잉, 하반기에 공포 과잉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가격은 전반적으로 큰 낙차를 보이며 하락했다. 암호화폐공개(ICO)에 주요하게 쓰였던 이더리움 가격이 2018년 1월 1800달러에 이르렀다가 12월 80달러 수준까지 약 95% 떨어졌다. 2017~2018년 ICO를 통해 자금을 모았던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팀이 곤란에 빠졌다. 암호화폐로 모은 암호화폐(특히 이더리움)를 법정화폐나 스테이블 코인(Stable-Coin·가치안정화폐)으로 전환 또는 헤지(hedge)를 적절히 하지 않아, 모금한 자금의 가치 폭락을 경험해야 했다. 많은 팀은 로드맵 변경과 인원 감축을 피할 수 없었다. 이더리움 클래식의 주요 개발사인 ETCDEV가 경영난으로 운영을 중단했고, 대표 블록체인 서비스인 스팀잇(Steemit)은 직원 70%를 해고했다. 이더리움 기반 기술회사인 컨센시스(Consensys)도 2018년 12월 직원 60%를 해고했다. 프로젝트팀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관련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국내에서도 주목할 만할 변화들이 있었다. 국내 거래량이 가장 많은 거래소인 빗썸이 성형외과 출신인 김병건 대표가 이끄는 BK글로벌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이후 빗썸은 픽썸 등 새 서비스를 개시하며 활발히 사업을 전개해가고 있다. 또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펀드를 상장했던 거래소 지닉스가 폐업했다. 2018년 10월 금융감독원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현재 업비트는 카카오가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으며, 코인빗은 넥슨이 지분 투자에 나서 지원사격에 나선 상황이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CCN>은 BK컨소시엄의 빗썸 인수와 관련해 “한국 투자자들은 빗썸 보안과 내부 시스템 관리 및 투자자 보호 개선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한국 암호화폐 시장 합법화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BK컨소시엄이 싱가포르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고려할 때,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국 탈출 러시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2019년 암호화폐 시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기술·비즈니스 문제 본격 해결  
2019년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에게는 지루한 해, 새 기술과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흥미로운 해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2017년 말 ICO 전면 금지를 발표한 뒤, 지속적으로 암호화폐에 부정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암호화폐 투자를 위한 통장 개설조차 어려워진 상황이다. 
 
거래소 다수도 가상 계좌를 발급받지 못해 ‘벌집 계좌’ 등 편법을 써서 운영 중이다. 대중은 가격 폭락을 겪고 모호한 규제 여파로 암호화폐에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 암호화폐 규제가 만들어져 자리잡기 전까지 다시 2018년과 같은 열광적인 분위기가 쉽사리 오지 않을 듯하다. 
 
그럼에도 2019년에는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로드맵상 서비스가 쏟아질 예정이다. 투자가 예전 같지 않더라도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 사업이 끊임없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술적으로 블록체인 서비스의 대중화를 막는 요인으로 ‘확장성’(Scalability)을 들지만, 실제 프로젝트팀들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로 ‘프라이버시 이슈’(Privacy Issue)와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를 꼽는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변경 불가능하며 공유되는 데이터베이스를 전제로 하므로, 사용자가 드러날 수 있는 데이터가 블록체인상에 기록될 경우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 그동안 프라이버시 이슈와 오라클 문제는 중요도에 견줘 덜 주목받았다. 2018년에는 많은 프로젝트가 서비스 구현보다 기획에 초점을 맞췄다. 2019년에는 실제 서비스 구현에 집중하면서 이 문제들을 풀기 위한 기술이 훨씬 중대하게 다뤄질 것이다. 
 
   
▲ 2018년 11월20일, 암호화폐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장중 13% 이상 급락한 4708달러까지 밀리는 등 201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5천달러 아래에서 거래됐다. 비트코인은 2018년 들어 65% 하락률을 보였다. 연합뉴스
다양한 블록체인 서비스 기대 
비즈니스 부문에서도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2018년은 블록체인 분야에 유례없이 큰 투자가 이뤄진 해였다. 라인의 링크(Link), 두나무의 루니버스(Luniverse), 티몬의 테라(Terra), 블로코의 아르고(Aergo), 코인플러그의 메타디움(Metadium) 등 여러 유명 기업이 앞다퉈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특히 카카오의 클레이튼은 엔터테인먼트, 게임, 헬스케어, 소셜미디어, 디지털 광고, 비디오 스트리밍, 금융 등 분야에서 17개 프로젝트와 서비스 파트너십을 맺어 실생활에 쓰일 블록체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중견 기업들 프로젝트를 포함해 2018년에 시작된 많은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2019년 서비스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 지원도 늘어난다. 정부는 2019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신규 플랫폼과 서비스 개발을 통한 공공선도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12개 과제로 나눠 블록체인을 여러 분야에 접목해 시험해보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2018년 사업 규모가 42억원이었지만, 2019년에는 85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적잖은 블록체인 개발사가 정부 지원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것은 ‘블록체인이 과연 실생활에 쓸모가 있을까’일 것이다. 2019년은 그 해답을 찾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2018년 하반기에 유난히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2019년 증권형 토큰이 실생활에 널리 쓰일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증권형 토큰은 넘어야 할 높은 장벽으로 기술과 규제가 있다. 기술 장벽의 경우, 현재는 실물 자산과 토큰을 기술적으로 엄밀히 연결할 수 없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오라클 문제에 해당한다. 실물 자산과 토큰이 기술적으로 엄밀히 연결될 수 없다면, 기존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에 비해 블록체인의 장점이 증명된 게 거의 없다. 
 
규제 장벽도 녹록지 않다. 증권형 토큰은 애초에 각국 법을 따라야 하는 유형이다. 관련 법이 먼저 정비되지 않으면 그전에 만들어지는 모든 증권형 토큰은 불완전한 형태가 된다. 언제든지 법 개정으로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아직 블록체인은 여러 합의 알고리즘으로 실험 중인 기술이다. 정의도 모호하고 표준화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관련 법을 완벽하게 정비할 수 없다. 증권형 토큰은 갈 길이 멀다. 더욱 장기적 관점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다.  
 
환멸 시대 vs 계몽 시대
미국 정보기술 연구·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기술 성숙도를 표현하기 위해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개발했다. 이에 따르면 블록체인은 현재 ‘환멸 시대’를 거치고 있다. 실험과 구현이 결과물을 내놓는 데 실패함에 따라 대중의 관심이 시들해지며, 제품화를 시도한 주체들이 포기하거나 실패하는 시기를 뜻한다. 관심을 잃은 대중, 무너진 관련 사업 등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을 적절히 묘사하는 단어다. 하이프 사이클에서 ‘환멸 시대’ 이후는 ‘계몽 시대’다. 기술이 실제 수익모델을 보여주고, 대중이 기술을 천천히 이해하는 시기를 말한다. 블록체인 업계는 지금 ‘계몽 시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2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