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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념·보유세·공공임대 강화
[국내특집] 부동산과의 전쟁 2라운드- ② 근본 처방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이태경 red1968@naver.com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올해 세 번째로 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주요 지표가 들썩여 국내 대출금리도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 중구 명동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판.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보니 공급 부족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서울에 379만 가구가 사는데 아파트는 164만 채뿐이어서 상시적 수요 초과 상황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대다수가 아파트 구매 의사를 가졌다는 점을 전제로 한 얘기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투기적 가수요와 과잉 유동성의 결합에 불과하다. 주택보급률과 자가소유율 통계를 보면 유의미한 실마리가 잡힌다. 서울 주택보급률은 2005년 93.7%에서 2014년 97.9%로 꾸준히 올라갔다. 반면 서울 자가소유율은 2008년 44.9%에서 2014년 40.2%로 오히려 뒷걸음질했다. 주택은 늘었지만, 소유자는 줄어들었다. 다주택자들이 주택 소유를 늘렸다는 뜻이다. 이를 ‘투기’라고 한다. 
 
투기적 가수요를 입증하는 또 다른 통계는 주택 보유자의 주택거래 비중이다. 전체 주택거래량 가운데 주택을 보유한 사람 비중은 2006~2007년 31.3%에서 2008~2012년 36.2%, 2013~2017년 43.7%로 폭증했다. 집을 가진 사람의 추가 매수가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더 충격적인 것은 2주택 이상 보유자의 주택 구매 비중이다. 2015년에 견줘 2016년과 2017년에는 2배 가까이 늘었다. 2016년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왜 그토록 가팔랐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 비중과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은 2008년 311조원에서 2012년 404조원, 2016년 545조원으로 폭증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93조원, 박근혜 정부 집권 4년 동안 141조원 늘었다. 2018년 2분기 통화량(M2)은 2600조원을 넘어섰다. 시중 유동성이 10년 전보다 거의 100% 늘어났다. 
 
서울의 아파트 공급량은 충분했다. 입주·분양·인허가 물량 모두 지난 10년 평균을 크게 웃돈다. 2017년 입주 7.4만 가구(10년 평균 6.2만 가구), 분양 6.1만 가구(10년 평균 3.3만 가구)였고, 인허가는 2015~2016년 평균 8.8만호(2005~2014년 평균 6.3만 가구)로 집계됐다. 한마디로 실수요 충족에는 전혀 모자람이 없다는 것이다.
 
폭등의 기폭제
서울 아파트 가격이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취임 이후다. 그는 2014년 7월 취임하자마자 담보인정비율(LTV)을 높이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해 주택 구매자가 더 많은 돈을 금융권에서 빌릴 수 있게 했다. LTV와 DTI 완화는 부동산 경기 부양에 올인한 이명박 정부도 하지 않던 일이다. 그래도 부동산시장이 잘 움직이지 않자, 재건축 가능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이고 재건축 때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완화하는 등 재건축 사업을 한층 쉽게 했다. 주택청약제도 또한 주택 보유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편하고, 전매 제한 기간도 2~8년에서 1~6년으로 단축했다. ‘빚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일관된 신호를 시장 참여자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로 넘쳐나던 유휴자금은 대구·부산·광주를 훑은 뒤 2014년 무렵부터 서울과 강남에 집결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은 과잉 유동성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투기 유도 정책과 결합한 결과다. 부동산 개발에 목매는 토건족들이 폭등 이유를 사후적으로 합리화하기 위해 내놓은 ‘신 공급부족론’은 시장 참여자들을 현혹하는 궤변에 불과하다. 시장에 돈이 넘쳐 주체하기 힘든 상황에서, 서울 요지에 새 아파트를 사고 싶어 몸이 단 상위 20%의 수요에 견줘 강남 벨트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아파트, 새 아파트 물량이 부족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신 공급부족론이다. 
 
   
 
정부 대응의 문제점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훨씬 커지고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은 투기 속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측면이 있다. 정부가 과잉 유동성 관리에만 적극적일 뿐 투기적 가수요 억제에는 소극적이라는 사실을 시장 참여자들이 정확히 간파한 것이다.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는 최적의 정책 수단은 보유세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사람들은 보유세 강화에 일관되게 미온적이었고,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만든 종합부동산세 개선안마저 사실상 무력화하는 ‘정책적 폭거’를 저질렀다.
 
2018년 4월 이후 소강상태로 접어든 투기 심리는 기획재정부의 ‘종부세 개악안’ 발표일인 7월6일 이후 완연히 살아났다. 투기 심리가 걷잡을 수 없는 비이성적 열광과 자기실현적 예언 상태로 접어든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후퇴 결정이 시장에 얼마나 치명적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9·13 대책에 담긴 종부세 강화안이 보여주듯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개혁 의지는 여전히 박약하다. 예컨대 다주택자 주택분 최고세율을 기존 2%에서 3.2%로 올린 것이 엄청나 보이지만, 보유 주택 공시가격이 94억원을 넘는 다주택자가 대한민국에 몇 명이나 되겠는가?
 
지금 문재인 정부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부동산에 대한 올바른 철학과 정책 목표 수립, 그에 조응하는 정책 수단을 마련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나온 일련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특수성이 있지만 부동산시장도 자산시장의 하나다. 부동산시장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고, 가계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소비자물가 상승률 수준에서 관리하고, 저소득층의 주거복지에 자원을 배분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철학과 정책목표로는 투기장으로 변한 ‘부동산공화국’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시장 상황을 안정시키는 것도 가능할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토지 등 천연자원은 모든 국민이 평등하게 누려야 할 공동의 자산과 가치라는 철학과 인식을 바탕으로 토지공개념을 확실히 정립하고, 이런 철학을 구현할 정책 수단 채택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토지·주택 소유와 처분에 따른 불로소득에서 발생한다. 불로소득은 다수 국민의 성실한 노동을 무력화하며, 계층 격차를 극대화하는 ‘만악의 근원’이다. 이 때문에 불로소득을 사전에 차단하거나 사후에 환수하는 정책의 설계와 집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토지공개념을 현실에서 구현할 정책 수단으로는 ‘공공토지임대제’ 도입과 보유세 강화가 가장 적정할 듯싶다.
 
공공성 강화가 최우선
공공토지임대제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이 토지 소유권을 보유한 채 임대료를 받는 조건으로 민간에 빌려주는 제도다. 택지를 개발한 뒤 매각하지 않고, 민간 건설업체에 건물만 짓게 한다. 소비자는 민간 건설업체가 지은 주택을 분양받고, 공공기관에 토지 임대료를 내면 된다. 주택은 소비자 소유이므로 자유롭게 매각할 수 있다. 토지불로소득이 원천적으로 국가에 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토지불로소득의 사전적 차단에 최적인 이 정책은 막대한 재정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토지불로소득을 사후적으로 환수하는 정책은 보유세, 양도소득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발부담금제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보유세가 가장 좋은 정책 수단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번 기회에 부동산 가액 기준으로 ‘실효세율 1%’(현재 0.16%)를 목표로 하는 보유세 개혁 방안을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임기 안에 실효세율 0.5% 달성을 약속했으면 한다. 정부가 이런 수준의 보유세 개혁안을 발표하면 비이성적 과열 상태에 빠진 시장은 곧바로 이성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시민 주거 안정성을 비약적으로 높일 공공임대주택 건설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주택 보급의 양과 질에서 기존과 완전히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 중산층도 기꺼이 살고 싶고, 누구에게나 입주 기회가 개방되며, 분양이 금지된 공공임대주택 건설은 서민 주거 불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토지공개념이라는 확고한 철학 아래 공공토지임대제 실시, 보유세 현실화, 공공임대주택 대폭 확대라는 정책 패키지를 추진한다면 미친 집값을 잡는 것은 물론 부동산공화국 혁파도 가능할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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