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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의 알리바바’ 목표 맞수 통합
[집중기획] 중국 도로화물운송 천하통일한 만방그룹- ① 벼랑 끝 합의
[98호] 2018년 06월 01일 (금) 왕충후이 economyinsight@hani.co.kr

500만 운전기사 거느린 유니콘 ‘윈만만’과 ‘훠처방’ 극한 대립서 극적 선회

넓은 중국 대륙의 도로들은 언제나 짐을 잔뜩 실은 화물차들로 붐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수출항구부터 내륙의 오지까지 화물을 날라야 하는 거리와 시간은 급속히 늘어났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화물차와 짐을 이어주는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가 일찍부터 발전했다. 2017년 말 500만 명의 화물기사를 거느린 양대 인터넷 플랫폼이 손을 잡았다. 사실상 도로화물운송 천하통일이다. 두 플랫폼은 한때 맞고소까지 가는 혈투 끝에 공생을 선택했다. 화물차에서 항공기·선박으로 화물운송 범위를 넓히고, 유류결제와 자율운행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1700조원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_편집자
 
왕충후이 王瓊慧 취윈쉬 屈運栩 <차이신주간> 기자
 
   
▲ 양대 플랫폼인 훠처방과 윈만만의 합병으로 도로화물운송시장을 장악한 만방그룹이 19억달러(약 2조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알리는 홈페이지 화면. 훠처방 홈페이지
2018년 4월23일 중국 베이징 시내 호텔에서 만난 엔젤투자자(벤처기업 투자자) 왕강은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는 도로화물운송 인터넷기업 만방그룹(滿幇集團)을 소개했다. 왕강은 디디추싱(滴滴出行) 엔젤투자자로 나서면서 단번에 유명해진 투자자다. 그는 2012년 디디추싱에 70만위안(약 1억1850만원)을 투자해 지분 40%를 확보했다. 디디추싱 창업자 청웨이가 알리바바에서 함께 근무한 동료였다. 2017년 말 진행한 자금조달에서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560억달러(약 60조4800억원)로 평가됐다. 왕강은 1만 배 넘는 투자수익을 얻었다. 왕강은 “만방그룹은 디디추싱에 이어 손에 쥐고 있는 가장 좋은 패”라고 했다. 만방그룹은 5개월 전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조원 넘는 스타트업)인 윈만만(運滿滿)과 훠처방(貨車幇)이 합병해 탄생했다. 윈만만의 에인절투자자였던 왕강은 만방그룹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로 신분이 바뀌었다.
 
윈만만과 훠처방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았다면 두 기업의 명성은 창업투자와 도로화물운송 업계에 머물렀을 것이다. 두 회사의 경쟁은 2016~2017년 극한으로 치달았다. 명예훼손과 시스템 불법 침입 등을 이유로 맞고소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지 공안(경찰)이 분쟁에 개입했고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한 투자자는 “윈만만은 장쑤성, 훠처방은 구이저우성에 본사가 있어 현지 지방정부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들”이라며 “훠처방 직원을 체포하러 온 경찰이 저항을 우려해 한밤중에 직원을 체포해 난징으로 데려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 편의 범죄수사물 영화였다”고 덧붙였다.
 
극한 치달은 고소전
두 회사는 2017년 11월 전격 합병했다. 왕강은 불교 선종의 방법을 빌려 두 회사의 가치관을 새롭게 정립했다고 소개했다. 직원을 해고하지도, 창업에 참여한 팀이 회사를 떠나지도 않았다. 두 기업이 합병하고 5개월 만에 19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합병 전 각각 10억달러 수준이던 기업가치는 60억달러(약 6조4500억원)로 뛰었다.
 
지금까지는 시작일 뿐이다. 왕강은 만방그룹을 도로화물운송 분야의 알리바바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윈만만은 플랫폼 사업에 집중해 알리바바의 오픈마켓인 타오바오(淘寶) 역할을 하는 한편 수직으로도 업무를 확장할 계획이다. 훠처방은 부가서비스에 집중해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支付寶) 기능을 맡을 예정이다. 앞으로 플랫폼의 두 주체인 화물주와 기사를 중심으로 금융, 에너지, 물류용 부동산 등 분야로 업무를 확장하고 자율주행 화물차 분야에도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왕강은 “이번에 조달한 19억달러의 3분의 2를 인재 채용에 사용할 생각”이라며 “지금부터 6~8개월이 중요한 시기인데 앞으로 만들 8개 사업군을 책임질 사장과 40개 부서를 맡을 총경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본이 고속 성장을 주도하는 인터넷업계지만 만방그룹의 확장 속도는 특히 놀랍다. 왕강은 벌써 기업 한 곳을 인수했고 지금도 투자 대상 두 곳을 접촉하고 있다.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팀과 인재 때문이다.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능력이 10배는 될 수 있다.” 만방그룹의 투자자 명단에는 텐센트와 바이두도 있다. 그룹이 확장하면서 왕강은 투자 대상과 시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물류시설 제공업체 GLP(普洛斯)와 알리바바 계열 물류정보 플랫폼 차이냐오넷(菜鳥網絡), 세부 시장별 스타트업 등이 그것이다. 투자자와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중국의 도로화물운송 인터넷이 기업 대상 2B 사업이어서 스토리가 ‘매력적’이지 않지만, 산업생산액이 10조위안(약 1700조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자의 경쟁과 협력관계가 일반 소비자 대상 2C 인터넷시장보다 훨씬 복잡할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합병 전야
윈만만의 장후이 창업자와 왕강은 알리바바 B2B사업부인 중국공급상시스템에서 함께 일했다. 중국공급상시스템은 초기 소비자 대상(2C) 인터넷시장에서 가장 유능한 ‘영업의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청웨이 디디추싱 창업자, 간자웨이 메이퇀 최고운영책임자(COO), 장창 취날(去哪兒) 사장이 같은 부서 출신이다. 윈만만의 ‘왕강+장후이’ 조합은 창업 초기 디디추싱의 ‘왕강+청웨이’ 조합과 비슷했다. 시장에서는 이들을 도로화물운송의 디디추싱(우버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 -편집자)으로 평가했다. 장후이는 윈만만이 화물운송 분야의 타오바오에 가깝다고 했다.
 
훠처방은 항구와 물류 환적 허브가 없는 구이저우성에서 탄생했다. 오프라인 물류단지를 중심으로 시장에 진출했고 구이저우성의 유명 인터넷기업으로 떠올랐다. 뤄펑 훠처방 최고경영자는 최근 “많은 사람이 내가 정부와 관계가 밀접하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정책 기회를 잡은 덕분이다. 구이저우성의 ‘클라우드 구이저우’ 전략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2016년 하반기에 도로화물운송 시장이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윈만만과 훠처방이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2017년 두 기업은 자금조달 전쟁을 벌였다. 8월 훠처방은 라운드B3 투자로 56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발표했다. 라운드B2에서 1억5600달러를 조달한 뒤 3개월 만이다. 라운드B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모두 3억2700달러(약 3518억원)다. 같은 해 10월 윈만만은 라운드D3 투자로 1억2천만달러를 조달했다. 2013년 회사 설립 뒤 4년도 지나지 않아 7차례 자금조달에 성공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두 회사는 잇달아 유니콘 대열에 합류했고, 양쪽의 경쟁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017년 8월 윈만만은 난징시 공안국에 훠처방을 신고했다. 훠처방이 불법으로 시스템에 침입해 화물정보를 빼냈다는 이유였다. 그해 9월 훠처방의 뤄펑은 언론 인터뷰에서 “업계의 극단적 경쟁에 대응해 기술적 수단을 강구했고 난징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2016년 11월 훠처방도 경찰에 윈만만을 신고했다. 윈만만이 훠처방 이용자에게 스팸전화를 걸어 업무를 방해하고 비방해 상업적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구이양 공안국이 수사에 나서 일부 관계자들이 경찰에 체포되고, 용의자 두 명이 자수했다.
 
함께 이기는 길 
2017년 11월27일 시장에 정보가 새나가지 않은 상황에서 윈만만과 훠처방이 전격적으로 합병 소식을 발표했다. 지난 2년 동안 인터넷업계 분야별(버티컬) 시장은 신속한 자본 투입 경쟁 양상을 띠었고, 선두 기업들과 합병하거나 ‘AT’(알리바바와 텐센트)에 분할되는 길을 걸었다. 일부는 창업자가 지배권을 잃었고, 일부는 합병을 통해 독립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유지했다. 왕강은 “모두가 합병한다면 투자를 계속받아 지분을 희석시키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왕강은 2017년 7월 한담을 나누던 투자자 쉬신이 합병을 건의한 것으로 기억했다. 쉬신은 캐피털투데이(今日資本) 창업자로 징둥닷컴과 왕이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기업에 투자했다. 왕강은 쉬신의 제안에 마음이 움직였다. 다음달 왕강의 주선으로 윈만만과 훠처방 경영진의 첫 번째 만남이 성사됐다. 왕강은 “50억달러 규모 회사 최고경영자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500억달러 규모 기업의 고위 경영자가 될 것인지로 합병 관점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양쪽의 합병이 알려진 뒤 파격적 인사는 다시 한번 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장후이와 뤄펑이 그룹 사장으로 남고 왕강이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것이다.
 
뤄펑 훠처방 최고경영자는 “솔직히 말하면 이번 합병은 내 기대를 벗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아마 모두에게 최적의 답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큰 꿈 앞에서 고민은 그만하고 일단 성사시키고 보자는 마음이 강했을 것이다.” 장후이 윈만만 최고경영자도 경쟁과 합병을 언급하며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화물운송 시장 규모가 3조위안, 유류 제품 등 관련 소비시장 규모가 7조위안으로 모두 10조위안(약 1691조6천억원)의 거대한 시장이다. 그는 합병 이후 회사의 규모를 생각하면 “경쟁자가 없는 구역에 진입하는 것과 같다”며 “개발해야 할 시장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시장점유율이나 기업가치, 합병 비율, 경영진의 직급 변동 등은 합병 전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문제다. 물류업 관계자들은 “물류는 험한 분야라서 심각할 때는 매주 병원에 입원하는 직원이 있을 정도”라고 했다. 이렇게 피 튀기는 전쟁터에서 확보한 시장을 순순히 다른 사람에게 넘겨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앉은 양쪽 관계자들은 각자 강점이 있고 합병은 제로섬게임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훠처방 직원들은 물류업에 익숙하고, 전국에 물류망을 구축했으며, ETC(전자 요금 징수) 등 부가서비스 분야로 발전해 물류업을 전반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알리바바 ‘철인’ 출신인 윈만만은 인터넷 운영과 오프라인 마케팅에 유능했고 화둥 지역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다.
 
합병 전 훠처방과 윈만만의 기업가치는 6 대 4 정도였다. 한 투자자가 말했다. “훠처방의 사업 규모가 윈만만보다 커서 1 대 1 비율로 합병할 수는 없었다. 이후 합병을 성사시키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해, 결국 약간의 차이를 두는 것으로 합의했다.”

ⓒ 財新週刊 2018년 제17호 
三個司機的貨車“獨角獸”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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