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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 목마른 쿠웨이트, 중국자본 ‘대환영’
[Business] 중국 기업의 쿠웨이트 진출기- ① 중동 교두보
[98호] 2018년 06월 01일 (금)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비전 2035’ 앞세워 10년 면세 등 파격 혜택… 2017년 중국 기업 신규 수주 40% 증가
 
쿠웨이트의 국토면적은 1.78만㎢로 베이징보다 약간 넓다. 인구 430만 명 가운데 3분의 1이 쿠웨이트인이고 나머지는 남아시아와 아랍국가 출신 외국인노동자다. 작은 나라에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모여든 것은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설명해준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금융·무역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외국자본 유치가 시급한 쿠웨이트에 ’일대일로’를 천명하며 대외 확장 노선을 걷는 중국은 더없이 반가운 손님이다.
 
장얼츠 張而馳 <차이신주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4년 6월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6회 중국-아랍 각료회의의 참석하기 위해 자베르 무바라크 알 하마드 알 사바 쿠웨이트 총리와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REUTERS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에서 출발해 서남쪽으로 30분쯤 달리면 유니버시티시티 공사 현장에 도착한다. 황토 위에 건물 수십 동이 즐비하게 서 있고 금색 타워크레인이 들어선 모습은 철골로 만든 숲을 연상시킨다. 올해 서른여덟 살인 리뱌오는 중국건축주식유한공사 중동지사 쿠웨이트대표처 부총경리다. 쿠웨이트에서 10년 넘게 일한 그는 “370만㎡ 토지에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인도, 중국 현지 건설사가 있다”며 “발주사가 마음에 저울을 놓고 어떤 회사가 일을 잘하는지 평가한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은 2010년부터 쿠웨이트 유니버시티시티 개발공사에 참여했다. 중국야금공과그룹과 중국수전건설그룹이 먼저 공사를 수주했다. 중국건축도 2014년 이후 모두 11억달러(약 1조1753억원) 규모의 공사 3건을 잇달아 수주했다. 다른 걸프 지역 국가와 마찬가지로 쿠웨이트는 석유를 생산하고, 석유자산은 대부분 국유기업이 통제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통계를 보면, 쿠웨이트에서 탐사된 원유매장량은 1015억 배럴로, 세계 6위다. 천문학적 원유매장량 덕분에 쿠웨이트 국민은 수준 높은 복지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경제구조가 단순해 국제 유가 동향에 따라 부침을 거듭해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국제 유가가 폭락하자 2009년 쿠웨이트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28%나 줄기도 했다.
 
   
▲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티 북부 자흐라 신도시에서 다리 공사가 한창이다. ’비전 2035’를 제시한 쿠웨이트는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낙후된 사회기반시설을 개·보수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REUTERS
경쟁적 비전 제시
2010년 2월 쿠웨이트 의회는 국가개발계획 ‘비전 2035’를 승인했다. 석유산업 의존에서 벗어나 민간경제를 발전시키고, 걸프 지역 금융과 무역 중심지로 성장하겠다는 뜻을 세웠다. ‘비전 2035’에 따라 쿠웨이트는 외자기업에 ‘10년 면세’ 혜택을 제공했다. 또 현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70억달러를 투입했다. 경제구조 전환의 ‘전반전’인 2025년까지 쿠웨이트 정부의 주요 목표는 △외국인 투자 관련 법규 개정 △외자기업 전담 정부기관 설립 △1천억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을 추진해 물리적·제도적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웃 국가들도 비슷한 개혁 청사진을 발표했다. 2008년 바레인과 카타르가 먼저 ‘비전 2030’을 제시해 경제 다원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에는 아랍에미리트가 ‘비전 2021’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2016년 ‘비전 2030’을 내고 급진 개혁을 추진해 여러 차례 국제뉴스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쩌우즈창 상하이외국어대학교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규모가 작은 걸프 지역 나라일수록 마음이 급할 것”이라며 “이들 계획은 저유가 충격을 받은 걸프 지역 국가들이 경제구조를 조정하고 새 성장동력을 찾아 고용 부담을 완화하려는 의도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걸프 지역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외자 도입을 추진하자 천리 밖에 떨어진 중국 기업에도 기회가 생겼다. 청융루 주쿠웨이트중국대사관 상무참사관은 “쿠웨이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대부분 국유기업으로 주로 사회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사관 통계를 보면, 2017년 쿠웨이트에서 중국 기업이 진행 중인 건설사업은 모두 80건, 계약금액은 148억5800만달러(약 15조8600억원)다. 특히 2017년 신규 수주 금액이 31억5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0% 늘었다. 2013년 중국이 내륙과 해상의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지칭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발표하자 쿠웨이트 정부는 적극 호응하면서 중국자본 유치에 나섰다. 쿠웨이트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창립회원국이며, 가장 먼저 중국과 일대일로 협약을 맺은 나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중동 지역 투자에는 조심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외국인은 대부분 걸프 지역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황금이 지천으로 널려 있을 것으로 상상한다. 그러나 걸프 지역 국가는 국제적으로 수준이 높고 상당히 개방적인 시장이다. 미국·터키·한국·중국 등 외국 기업이 현지 기업과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고, 미국와 유럽 기준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걸프 지역 국가 정부기관의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공사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쩌우즈창 연구원은 “중동 국가는 정치제도, 사회문화, 법률, 정책, 자연환경 등 모든 면에서 중국과 크게 다르다. 충분한 시장조사와 위험 평가 없이 무턱대고 진출하면 반드시 큰코다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전세계로 진출하려는 야심이 있는 중국 기업에 부유한 걸프 지역은 무시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이 지역에 개혁 봄바람이 불어오면서 어떻게 기회를 선점할 것인가는 이곳에 진출하려는 중국 기업들을 시험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 중국 화웨이의 새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 10’의 출시를 환영하는 모임이 5월1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고 있다. 두 번째로 쿠웨이트에 자회사를 설립한 글로벌 기업인 화웨이는 쿠웨이트 정부의 기술 전수 요구에 적극 부응해 현지 정착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REUTERS
쿠웨이트의 부침
2018년 3월20일 오전 쿠웨이트의 대표적인 국제회의장 토폴팰리스에서 ‘2018 쿠웨이트발전포럼’이 열렸다. 쿠웨이트에서 두 번째로 열린 포럼으로, 각 정부 부처 책임자가 직접 참석해 투자 기회를 소개했다. 중국 대표단은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주최 쪽은 장정웨이(姜增偉)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 위원장에게 기조연설을 요청했고, 중국대표단을 위해 중국어 동시통역도 제공했다.
 
중국인에게 쿠웨이트는 익숙한 국가가 아니다. 두 나라가 1971년 수교했지만,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발생한 1차 걸프전 정도를 기억할 뿐이다. 이 전쟁은 쿠웨이트 역사의 전환점이었다.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중동 경제를 연구하는 장프랑수아 세츠네크 겸임교수는 전쟁 전에 쿠웨이트를 방문했다. 그는 “1990년 이전까지 쿠웨이트는 걸프 지역 무역 중심지였고 페르시아만에서 이라크로 진입하는 화물이 거쳐가는 곳이었다”며 “그때 쿠웨이트는 다른 국가보다 앞서 있었고 걸프 지역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현지 인구가 적어 석유를 팔아 얻은 돈을 사회기반시설 확충, 새로운 항구와 호텔 건축 등에 사용했다.
 
전쟁이 쿠웨이트를 혼란에 빠뜨렸다. 외국 기업들이 철수했고 국가 경제는 타격을 받았다. 이후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두각을 보여 새 무역 중심지로 떠올랐다. 지금도 쿠웨이트에 전쟁 흔적이 남아 있다. 중국 대표단이 머문 셰러턴호텔 엘리베이터 벽면에는 전쟁 뒤 호텔의 처참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렸다. 1966년 개장한 이 호텔을 이라크 군대가 지휘본부로 사용했고 철수할 때는 철저하게 약탈했다.
 
2003년 이라크전쟁이 일어난 뒤 국제 유가가 오르자 쿠웨이트 경제도 다시 활력을 찾았다. 하지만 복지 수준이 높은 사회가 지닌 폐단도 늘어났다. 코트니 프리어 런던정치경제대학 중동연구센터 연구원은 “쿠웨이트 국민 70% 이상이 정부와 국유기업에서 일하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비와 의료비가 무료이며, 국가에서 주택을 분배한다. 개인소득세도 없고, 여러 생활보조금도 지급된다. 프리어 연구원은 “쿠웨이트 국민은 대학을 졸업하면 정부나 국유기업의 연봉이 높은 자리로 갈 수 있다”며 “근무시간이 길지 않고 휴가도 넉넉해 민영기업에 가서 모험을 감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체제는 지속될 수 없다. 쩌우즈창 연구원은 “쿠웨이트는 재정수입의 약 90%를 석유산업에 의존하는데 2014년부터 저유가가 지속돼 정부 재정과 사회 안정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걸프 지역 국가들의 정권과 사회 안정은 돈이 있느냐에 달렸다” 며 “경제성장이 재정지출에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쿠웨이트는 1회 쿠웨이트발전포럼을 열었다. 1999년 이후 처음 재정 적자가 발생한 해였다. 2018년 포럼에 참석한 나세르 사바 알아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제1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셰이크 사바 알아마드 알사바 국왕이 직접 ‘비전 2035’를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올해 89살인 국왕은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고 독특한 항구문화도 만들었던 과거 쿠웨이트를 겪은 동시에, 국가는 부유하지만 석유산업 의존도가 매우 높은 지금 모습도 지켜보고 있다.
 
나세르 국방장관은 쿠웨이트가 근시안적이고 2~3년 뒤의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장기적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교육제도 개혁, 법률 개정과 다양한 사회습관의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민 저축을 장려해야 하는데 쿠웨이트 국민은 대부분 저축계좌의 필요성조차 모른다.”
 
기술 배우려 파격적 대우
‘비전 2035’의 하나로, 쿠웨이트는 2013년 직접투자촉진법을 통과했고, 직접투자촉진국을 만들어 쿠웨이트에 투자한 외국 기업을 전담하도록 했다. 조건을 갖춘 외국 기업이 국내에 100% 출자 자회사를 설립하면 최대 10년 동안 면세 혜택을 준다. 쿠웨이트 공무원은 지식과 기술을 현지인에게 전수해줄 기업이 필요하다고 반복해 강조한다. 핵심은 돈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이라는 것이다. 쿠웨이트 공무원에게 화웨이는 전형적인 성공 사례다.
 
2015년 화웨이는 IBM 뒤를 이어 두 번째로 쿠웨이트에 자회사를 설립한 글로벌 기업이다. 정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화웨이는 이곳에 교육센터를 세워 현지 청년을 육성하고 있다. 2014년 쿠웨이트 의회는 새 정부와 사회자본협력(PPP)법을 통과시켰다. 협력사업관리국을 만들어 자국과 외국 투자자가 현지 공공사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기업환경을 개선하고 사회기반시설 개·보수하는 데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아마드 알하산 쿠웨이트 공공사업부 도로과 차장은 “쿠웨이트의 교통설비는 대부분 1990년 이전에 지어진 것이어서 현재 수요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2013~2026년 82개 교통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연륙교와 신공항청사 건설을 포함해 모두 약 82억쿠웨이트디나르(약 29조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7개 프로젝트가 이미 완공됐고, 24건은 건설 중이며, 14건은 입찰을 마쳤다. 나머지 37개 프로젝트는 순차적으로 발주할 예정이다.
 
쿠웨이트는 전통적으로 에너지 분야가 강점이다. 쿠웨이트석유공사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1140억달러(약 121조6천억원)를 투자해 원유 생산을 늘리고 정유시설을 확충하며 화공제품 등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쿠웨이트는 원유 생산 등 석유산업의 업스트림 분야를 개방하지 않았기에 중국 기업은 석유 서비스와 정유, 화학 등에서 협력할 수 있다.
 
하마드 마흐디 쿠웨이트 최고계획발전위원회 사무국장은 “‘비전 2035’의 기본 논리는 정부와 국유 부문 구실을 줄이고 민간경제가 공백을 대신하는 것“이라며 “민영기업이 성장한 뒤 거꾸로 정부 개혁을 압박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석유산업이 발전하면 우리는 최상의 생활을 누릴 수 있고, 부의 배분은 정부와 국유기업에 맡기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비전 2035’를 통해 민간경제가 주도하고 작은 정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으로 돌아가길 희망한다.”
 
ⓒ 財新週刊 2018년 제15호 
中資企業的科威特之春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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