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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송출에서 인프라 투자 큰손으로
[Business] 중국 기업의 쿠웨이트 진출기- ② 달라진 역학관계
[98호] 2018년 06월 01일 (금)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쿠웨이트 특유 ‘반민주’ 체제로 자체 경제개혁 녹록지 않아… 중국 정부·기업 의욕적 개발 참여  

중국 기업에 쿠웨이트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땅이다. 중국 개혁·개방 초기 중동 국가들에서 건설 붐이 일어 외국인 노동자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고 일부 사업은 포기해야 했다. 중국 기업은 최근 중동 지역에서 EPC(설계·조달·시공) 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 저임금 노동자 송출이 고작이던 중국의 중동 진출은 40년 만에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건설을 주도하는 ‘큰손’으로 바뀌었다.
 
장얼츠 張而馳 <차이신주간> 기자
 
   
▲ 쿠웨이트 중앙은행 신청사의 전경. 2006년 쿠웨이트에 복귀한 중국건축이 10년 남짓 만에 완공한 이 건물은 5디나르 짜리 쿠웨이트 지폐에도 실려 있다. 중국건축 홈페이지
1977년 중국을 방문한 쿠웨이트 외교장관은 쿠웨이트의 사회기반시설 공사에 참여해줄 것을 중국에 제안했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쿠웨이트를 비롯한 석유 수출국들이 자본을 축적하고 대대적으로 토목공사를 추진하던 상황이었다. 걸프 지역은 노동력이 부족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마침 외국에 문호를 개방하기 시작한 중국은 외화가 부족했고 양쪽 수요가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중국은 국제 건설공사를 수주한 경험이 없었다. 중국 정부는 경제원조 방식으로 ‘쿠웨이트원조판공실’을 만들었지만, 쿠웨이트는 중국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공개입찰로 참여하길 원했다. 그러자 국무원 비준을 받아 국가건축공정총국 소속 중국건축공정공사를 설립했다. 중국건축의 전신이다. 당시 쿠웨이트에 파견된 직원들은 가장 기본적인 입찰보증서도 본 적이 없었다. 중국 쪽은 주로 용역 하청을 맡아 중국 노동자를 현지로 보냈다. 이후 두 차례 걸프전이 일어나면서 중국건축은 쿠웨이트에서 철수했다.
 
상징적 프로젝트 도전
중국건축은 2006년 봄 쿠웨이트로 복귀했다. 양춘썬 중국건축 쿠웨이트대표부 총경리는 그해 2월부터 쿠웨이트 중앙은행 신청사 건설 프로젝트를 검토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그는 중국건축 해외사업부 부총경리로 싱가포르 등 국제시장에서 일했다. 2006년 국제 유가가 오르자 쿠웨이트 중앙은행은 수도 중심 지역에 범선 모양을 본뜬 상징 건물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마침 중국건축은 베이징에서 중국CCTV 신청사를 완공하고 상하이 글로벌파이낸셜센터를 짓는 중이었다. 초고층 건축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한 상태였다. 쿠웨이트 새 지폐에 중앙은행 신청사 도안을 사용하기로 할 만큼 영향력이 큰 사업이어서 중국건축은 수주를 결정했다.
 
그때 중국 기업 신용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2006년 9월 쿠웨이트 재정부는 중국 거저우바그룹(葛洲壩集團)을 고소했다. 사비야 배수시설 공사 때 계약금 35%를 쿠웨이트 국내에 투자한다는 계약 조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198만쿠웨이트디나르(약 70억원)를 배상하도록 요구했다.
 
사비야 배수시설 공사는 거저우바그룹이 2003년 수주한 9억위안(약 1520억원) 규모 사업이다. 중국 기업이 EPC(설계·조달·시공) 방식으로 쿠웨이트 시장에 진출한 첫 사업이었다. 거저우바는 양쪽 투자사업을 정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충돌해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거저우바가 투자하길 원하는 사업에 쿠웨이트 정부가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소송은 쿠웨이트 최고법원까지 갔다.
 
2016년 쿠웨이트 최고법원은 쿠웨이트 수력전기부가 투자 조항을 계약 조건에 추가한 것 자체가 법률 위반이므로 거저우바가 투자 의무를 이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중국 쪽이 승소했지만, 10년 동안 재판이 진행된 것은 쿠웨이트 시장에서 계약 의무 이행을 평가하는 기준이 얼마나 엄격한지를 잘 보여준다. 양춘썬 총경리는 쿠웨이트 진출을 계획하면서 조사를 반복했고, 2년 동안 7∼8차례 방문한 뒤 2008년 4월 발주사와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은 4억달러였다.
 
양춘썬 총경리는 “외국 건설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노동자의 높은 생산성이 핵심 경쟁력이다. 쿠웨이트에서는 이런 강점을 발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집트와 파키스탄, 방글라데시에서 온 노동자의 임금이 중국 노동자보다 낮아 중국 기업도 제3국 노동자를 고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관리자 임금이 올라 인건비만 따지면 중국은 터키 등 다른 국가의 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한다. 외국 기업 관리직 직원들은 임금이 매우 높은데 우리도 마찬가지다. 결국 사업 관리가 경쟁력이 된다.”
 
쿠웨이트에서 수주한 사업은 공사 기한을 맞추기 어렵다. 양춘썬 총경리는 “쿠웨이트 EPC공사는 기본적으로 ‘턴키’ 방식”이라고 말했다. 중국 기업은 일반적인 구조물 건설과 인테리어·전기·기계 등의 공사를 세계 각국에서 온 분야별 하청업체들과 조율해 진행해야 한다. 쿠웨이트 중앙은행 신청사 건설에서도 은행시스템, 보안시스템, 전자동금고 등 익숙지 않은 분야가 공사 범위에 포함됐다.
 
쿠웨이트는 여름이면 평균 기온이 40℃까지 올라 오후에는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또 해마다 라마단 기간에는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반일만 근무해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 이 모든 것이 공사 일정이 지연되는 요소다. 양춘썬 총경리는 쿠웨이트에 진출한 중국 기업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공사를 수주하면 이익률이 20%를 넘지만, 쿠웨이트에서는 경쟁이 치열해 10%를 밑돈다. 인내심도 있어야 한다. 쿠웨이트에서는 몇 년이 지나야 공사 한 건을 끝낼 수 있어 국내와 속도감이 다르다.
 
공사 완공 뒤 중국 기업이 얻는 효과는 명확하다. 오늘날 모든 쿠웨이트 국민이 사용하는 5디나르 지폐에는 2016년 완공된 쿠웨이트 중앙은행 신청사 그림이 들어 있다. 양춘썬 총경리는 “중국건축은 앞으로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석유화학 분야로 업무를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알리 알 오마이르 쿠웨이트 석유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2017년 3월26일 쿠웨이트시티에서 열린 제2회 석유수출국기구 장관급 감시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REUTERS
독자적인 개혁의 길
쩌우즈창 연구원은 경제 다원화를 추진하려는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개혁이 처음은 아니라고 했다. 1980년대 유가 폭락 뒤 여러 국가에서 비석유 부문 육성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개혁은 쉽지 않았고 유가가 다시 폭등할 때마다 동력을 잃었다. 쩌우즈창 연구원은 “바레인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경제구조 전환을 비교적 일찍 추진한 것은 석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석유 의존도가 높아 석유가 있으면 경제구조를 전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프랑수아 세츠네크 교수는 “쿠웨이트의 경제구조 전환은 이웃 국가보다 훨씬 힘든 일”이라고 했다. 쿠웨이트는 ‘반민주’ 체제다. 왕실에서 정부 부처를 장악하는 반면 의회는 대부분 직접선거로 선출한다. 쿠웨이트 정부가 국민 지지를 받지 못해 재정지출을 줄이거나 복지를 삭감하려 할 때마다 의회에서 거부당했다. 이와 반대로,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민주화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오히려 위에서 아래로 개혁을 추진해 신속하게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하마드 마흐디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쿠웨이트를 다른 국가와 비교하지 마라. 국가마다 각자 필요한 체제가 있기 마련이다. 쿠웨이트는 급진적으로 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쿠웨이트 정책은 합의로 결정된다. 모든 사람이 참여해야 더욱 훌륭하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100% 위에서 아래로 또는 100% 아래에서 위로 이뤄지는 개혁이 아니라, 쿠웨이트의 특별한 비법이다.” 그는 개혁을 시작했다는 것은 쿠웨이트 사회가 충분한 에너지를 축적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또 다른 문제는, 두바이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이냐다. 세츠네크 교수는 “풍족한 석유자원을 활용해 화학공업과 화학비료를 포함한 다운스트림 산업을 육성해야 국내에 더 많은 부가가치를 확보하고 과도한 원유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유산업 하나로 쿠웨이트 정책결정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순 없다. 2018 쿠웨이트발전포럼에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북방 5개 섬 개발계획’을 강조했다. 샤트알아랍강 하구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곳으로, 이라크와 이란에 인접한 섬들이다. 쿠웨이트 정부는 여기에 항구와 금융센터, 관광시설, 병원, 대학 등을 건설해 동서양을 잇는 자유무역지구로 육성하려 한다. 나세르 국방장관은 “오래전부터 쿠웨이트는 이라크와 이란으로 향하는 중계지였다”며 “우리는 이 지역 섬을 개발해 이라크와 이란 국민이 배를 타고 이곳에 와서 쇼핑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5년 발표한 이 원대한 계획은 아직까지 서류 작업에 머물러 있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 계획의 20%를 진행하는 데 외국자본 1500억~2천억달러(약 214조원)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한다. 이 때문에 중국으로 눈을 돌려 일대일로 구상과 연계하길 기대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청융루 상무참사관은 “쿠웨이트 북부 5개 섬의 개발은 사회기반시설 건설과 도시계획, 스마트시티, 관광개발 사업이 많아 중국 기업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쿠웨이트는 채무 상환 능력이 우수해 채권 발행 등 자금조달 협력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 기업은 북부 5개 섬 개발 계획과 ‘비전 2035’에 관심 가져볼 만하다. 중국 정부도 중국 기업이 쿠웨이트 경제발전 계획에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것이다.”
 
코트니 프리어 런던정치경제대학 중동연구센터 연구원이 말했다. ”쿠웨이트가 진심으로 실크로드를 복원하길 원하고 있으며, 무역이 발전하면 그들 이익에 부합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북부 5개 섬 개발은 국제 사업이어서 이라크, 이란과 협력해야 추진할 수 있다. 소국인 쿠웨이트는 주변 대국과 관계를 처리할 능력이 있다. 과거 오랜 세월 동안 쿠웨이트는 성공적으로 해냈다.”
 
쿠웨이트에 진출한 중국 기업 대부분은 앞날을 자신했다. 양춘썬 총경리는 “1년 동안 연구한 결과 중국건축도 화웨이처럼 직접투자촉진법을 이용해 쿠웨이트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를 설립하면 세금 면제 혜택을 받고 현지에 등록한 기업 자격을 갖고 독립적으로 공사를 수주할 수 있어 현지 대리인이나 보증인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 심사 요건에 부합하기 위해 중국건축은 쿠웨이트 국적 청년을 위한 기술 교육을 확대해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40년 전 이곳으로 노동자를 송출하던 중국의 전혀 다른 모습이다.
 
ⓒ 財新週刊 2018년 제15호 
中資企業的科威特之春
번역 유인영 위원
 
 
ⓒ 財新週刊 2018년 제15호 
中資企業的科威特之春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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