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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과 뇌졸중 등 각종 질환 유발하는 건강의 적 ‘설탕’
[권말특집] 달콤한 중독- ① 지방보다 위험한 설탕 속 ‘자당’
[98호] 2018년 06월 01일 (금) 요르크 블레히 economyinsight@hani.co.kr

지방보다 위험한 설탕

바쁘고 복잡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설탕’은 큰 위안이 된다. 달달한 무언가를 먹으면 피로가 풀리고 스트레스도 날아가는 것 같다. 최근 설탕의 ‘달콤한 유혹’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설탕과 식품제조업체들의 속임수와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고 설탕의 위해성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면서다. 설탕은 비만,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금 부과, 설탕 사용자제 등 설탕 소비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_편집자

요르크 블레히 Jörg Blech <슈피겔> 기자

   
▲ 설탕은 식품의 양을 늘리고 보관을 쉽게 해주는 저렴한 첨가제다. 하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REUTERS
‘설탕 없는 오전’ 실천하는 독일 학교
“콜라를 좋아하지 않아요. 좋아하면 안 돼요. 콜라에는 각설탕이 35개나 들어 있어요.” 2a반의 7살 소녀 에마가 말했다. 같은 반 친구 다비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목이 마르면 물만 마시고 싶어요.”
 
독일 헤센주 호이젠슈탐에 있는 아달베르트슈티프터초등학교 학생들에게는 설탕을 넣지 않은 차를 제외하면 마실 것으로 오로지 물만 제공된다. 콜라, 레모네이드는 물론 과자와 초콜릿도 오전에는 금지다. 얼마 전 교사와 학부모들이 함께 ‘설탕 없는 오전’ 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정당방위였다고 크리스티아네 크니켈 교장이 말했다. 학교는 슈퍼마켓과 빵집이 즐비한 상업 거리 근처에 있다. “그냥 놔두었으면 아이들은 날마다 아침에 부모한테 받은 5유로(약 6500원)로 달디단 빵과 과자를 사먹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 농장에서 자란 그는 아이들에게 균형 잡힌 식단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얼마 전, 2a반은 주말농장이 있는 곳에서 도보로 1~2분 거리에 있는 학교 텃밭으로 야외활동을 갔다. 에마, 다비트 등 학생들은 텃밭에서 사과, 콩, 감자, 구스베리(범의귓과의 과일나무), 마르멜루(장미과의 과일나무), 주키니호박을 기른다. 카트에 생수 한 상자를 가져온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건강음료를 만들기 위해 민트(박하)를 꺾었다.
 
매년 첫 학부모 모임에서 신입생 학부모들은 식품영양 전문가 강의를 듣고, 아달베르트슈티프터초등학교가 희망하는 학생들의 오전 간식 도시락 구성에 대한 설명이 담긴 책자를 받는다. 통밀빵, 치즈, 당근, 견과류, 사과로 구성된 식단이다. 교실 곳곳에 관련 협회에서 지원하는 생수 상자가 놓여 있다.
 
“학생들이 합의 사항을 지키기 위해 서로 주의를 기울인다. 학생들이 이 문제에 관심 갖게 했다는 것이 감격스럽다.” 크니켈 교장이 말했다. 학부모들도 학교의 교육 방식에 찬성하고 있다. 이 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고 싶어 하는 예비 학부모도 많다.  
 
모든 사람이 ‘설탕 없는 오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현수막식 활동”이라고 귄터 티센은 말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이 농업 엔지니어는 본에 본부가 있는 설탕경제협회 로비스트다. 설탕경제협회는 약 3만 명의 사탕무 재배자와 설탕제조업체 운영자를 회원으로 두었다. 회원들은 독일 사람들이 설탕을 많이 섭취하게 만들라고 티센에게 급여를 준다.
 
그래서 티센은 학교의 ‘설탕 없는 오전’에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제조업체가 자사 제품에서 설탕 함량을 줄이는 것에도 반대한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각’을 억지로 가르치고, 인간의 ‘단맛 선호’ 습관을 버리게 하려는 것은 애초부터 필요 없다. 설탕은 사람을 병들게 하지도 살찌게 하지도 않는다.”
 
티센의 주장을 믿을 수 있다면 축복일 것이다. 식품업계는 자사가 만드는 제품 3개 중 2개에 설탕을 첨가한다. 현대인의 식생활을 ‘당’화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보통 시민이라면 매일 식품에 들어간 설탕 약 70g을 먹는다. 이 설탕만으로도 하루 필요한 에너지의 약 14%가 충당된다. 일부 어린이는 1년에 먹는 설탕의 양이 자기 몸무게보다 많다.

   
▲ 소비자단체 ‘푸드워치’는 “코카콜라가 비만, 제2형 당뇨병 같은 영양 관련 질병의 확산에 결정적인 공동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REUTERS
<내과학연보>(1965)에 따르면 설탕을 과도하게 먹으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 설탕업계가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자당이 죽종을 형성하고 혈맥을 석회화한다는 것이다. “설탕은 몸속에서 지방으로 변하고, 그 지방이 혈관벽을 좁힌다.”
 
코카콜라, 비만과 당뇨 등 질병 확산 책임 있어
이런 설탕 소비가 귄터 티센이나 다른 식품산업계 대리인의 주장처럼 무해하지 않다면 어떨까? 달콤한 사업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설탕 로비가 과학적 증거를 단순히 부정해버린 것이라면? 만일 설탕을 위험한 물질로 낙인찍은 의사와 정치가들이 옳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다면 대사장애, 심혈관 질환, 지방간, 병리학적 비만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설탕 소비를 크게 제한하는 것이 정치의 의무 아닐까?
 
영국에서는 얼마 전 정부가 이 질문의 답변을 내놓았다. 2018년 4월6일부터 영국에서는 설탕을 과도하게 첨가한 음료에 세금을 매긴다. 많은 식품회사가 이에 반응해 음료의 설탕 함량을 상당히 줄였다. 소비자단체 푸드워치(Foodwatch)는 독일에서도 이 조처가 취해지기를 바랄 것이다. 푸드워치는 얼마 전 인터넷 광고에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설탕을 첨가한 음료를 소비하도록 오도한다며 코카콜라를 공격했다. “코카콜라는 비만, 제2형 당뇨병 같은 영양 관련 질병 확산에 결정적인 공동책임이 있다”는 것이 푸드워치의 주장이다.
 
지구상에서 설탕보다 많은 양이 생산되는 유기물은 없다. 2016~2017년 전세계적으로 약 1억7800만t의 설탕이 생산됐다. 독일도 설탕 생산국이다. 괴팅겐의 작은 마을 홀텐젠 외곽에 사탕무 경작지가 있다.
 
“이곳은 수세대에 걸쳐 사탕무를 재배하고 있다. 사탕무는 황토흙에서 아주 잘 자란다.” 농부 카이 메케가 말했다. 그 옆에 ‘북부설탕’이란 뜻의 ‘노르트추커’(Nordzucker)라는 회사명이 쓰인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브라운슈바이크에 본사를 둔 노르트추커는 유럽 최대 설탕제조업체 중 하나로, 농부 메케의 밭에서 열린 현장 방문 행사에 초대됐다. 재배자, 육종회사 또는 비료제조업체 대리인과 연구원 등 30여 명이 왔다. 안네라우라(Annelaura), 아르메사(Armesa), 다니시아(Danicia), 한니발(Hannibal), 바스코(Vasco) 같은 품종이 자라는 재배지를 시찰했다. 사탕무는 설탕 제조업체들로 옮겨져 눈처럼 흰 정제 설탕으로 만들어진다.   
 
‘당’이라는 용어는 포도당, 과당, 젖당도 포함되는 단당류를 총칭한다. 사람들이 보통 집에서 쓰는 설탕은 자당이다. 이 설탕은 사탕무뿐만 아니라 사탕수수나 사탕야자로도 만들 수 있다. 자당은 총 설탕 섭취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이 유기화학물질을 지금과 같은 양으로 먹는 것은 인류의 전통적 식생활이 아니다. 인간은 꿀을 좋아하지만, 꿀 성분 중 자당 함유량은 2.1%에 불과하다. 인간의 몸은 자당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신진대사는 곡물이나 감자 전분을 쉽게 뇌에서 에너지원인 포도당으로 변형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단백질을 포도당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뮈슬리‧요구르트‧크박치즈에도 든 설탕
설탕은 어떻게 서양 식단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을까? 설탕은 식품 양을 늘리고 보관을 쉽게 해주는 저렴한 첨가제다. 특히 설탕은 지방과 혼합될 때, 폭식을 유발할 수 있다. 사람들은 배가 부른데도 계속 음식을 먹는다. 이를 ‘쾌락성 음식중독’이라 한다.
 
식품산업계는 많은 가공식품에 인위적으로 설탕을 넣는다. 아침식사용 뮈슬리(곡물과 과일을 말린 것) 성분 중 4분의 1이 설탕인 경우도 있다. 슈퍼마켓에서 과일 옆에 놓인 말린 붉은 크랜베리는 거의 70%가 설탕으로 만들어진다.
 
건강식품으로 보이는 냉장 유제품 역시 대부분 설탕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호헨하임대학 학생들이 600여 종의 요구르트와 크박치즈 데이터를 수집한 결과, 150g 용기에 평균 21g 설탕이 들어 있었다. 베를린의 막스플랑크인간개발연구소는 2018년 1월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서 심리학자들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250g 과일 요구르트에 설탕이 얼마나 들었는지를 예측하게 하고 그 답변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해당 부모의 자녀들 몸무게와 키도 측정했다.
 
그 결과 92%의 부모가 가공식품에서 설탕 함유량을 너무 낮게 추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평균적으로 부모들은 요구르트 한 컵에 각설탕 4개 정도가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11개가 들어 있었다. 게다가 그들이 생각하는 설탕 함유량과 실제 설탕 함유랑이 크게 차이 나는 부모의 자녀가 비만인 경우가 많았다.   
 
마테아 달라커 연구원은 “가공식품 설탕 함유량을 많은 부모가 잘못 생각하는 것은 잠재적인 어린이들의 비만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부모들은 일반적으로 건강하다고 여겨지는 요구르트나 오렌지주스 같은 식품에서 실수했다. 대부분의 소비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달콤한 덫에 빠진다. 사람들은 일일 설탕 섭취량 중 대부분을 무의식적으로 가공식품에서 먹는다.
 
   
▲ 설탕은 뮈슬리·유제품·크랜베리 등에도 많이 함유돼 있는데, 이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잠재적으로 비만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REUTERS
지방 못지않게 위험한 설탕의 ‘자당’
설탕 소비량이 이 정도까지 늘어난 이유 중 하나는 설탕 로비단체가 비만과 심혈관 질환 발생의 주된 책임을 지방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그들 주장에 따르면, 특히 포화지방산이 동맥경화를 유발해 혈관을 좁히고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킨다.
 
문제는 이 주장이 옳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건강연구학자들은 설탕 로비단체가 어떻게 이 거짓말을 세상에 널리 퍼트렸는지를 밝혀내 폭로했다. 하버드대학 의학 도서관과 다른 자료실에서, 이들은 잊혔던 설탕 로비 문서를 발견했다. 문서 내용은 마치 경제범죄 소설 같았다.
 
문서를 보면, 이미 1954년에 로비협회 설탕연구재단 협회장은 사탕무 전문가들 앞에서 악마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소비자에게 저지방식을 하도록 하는 게 가능하다면 설탕 소비량을 3분의 1가량 늘릴 수 있다. 저지방 식품에서는 지방을 설탕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설탕업계는 ‘생화학 수업을 단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사람’에게 ‘당은 모든 사람의 생명을 유지하는 영양소’로 인식시키는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후 서방세계의 시민은 점점 더 많은 설탕을 먹게 됐다.
 
그러나 1965년 여름 유명한 국제 학술지 <내과학연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오른 여러 논문이 설탕연구재단 로비스트들 사이에서 큰 불안감을 일으켰다. 설탕을 과도하게 먹으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내과학연보>는 사설에서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자당은 ‘죽종(동맥 벽에 세포 부스러기, 지질(콜레스테롤·지방산), 칼슘, 여러 결합조직이 쌓여 커진 것)을 형성한다’, 즉 혈맥을 석회화한다고 발표했다. 그에 대한 생화학적 설명은 다음과 같다. “설탕은 몸속에서 지방으로 변화하고, 그 지방이 혈관벽을 좁힌다.”
 
이 발표가 나오고 몇 주 뒤, 설탕연구재단 수뇌부들은‘프로젝트 226’을 시작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연구학자들이 6500달러(현재 기준 약 5만달러)를 받고 지방, 설탕, 혈관 석회화에 대한 기사를 썼다. 거기에는 사람들이 콜레스테롤을 적게 섭취하고, 불포화지방산으로 포화지방산을 대체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다. 이것이 바로 ‘확실한’ 관상동맥성 심장 질환을 방지하기 위한 식이 변화라는 것이다. 설탕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나쁜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았다. 설탕로비재단 로비협회에서 이 원고를 의뢰했다는 사실은 원고를 발표할 때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재정적 얽힘은 당시 대부분 감춰졌지만, 돈의 영향력은 변하지 않았다. 이후 많은 전문협회 소속 과학자들이 저지방 식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설탕을 섭취하는 식이를 권장하고 있다. 지방에 대한 공포는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2018년 6월호 종이 잡지 103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15호
“Süße Sucht”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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