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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직, 호황의 새 주인공
[집중 기획] ‘산업의 역주행’, 수공업자 전성시대- ① 미다스의 손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베네딕트 베커 등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건설업 붐으로 수공업자 몸값 상승에 경력자 영입전 치열… 직업교육 강화 필요
 
1차 산업혁명은 수공업에서 대규모 기계공업으로 산업의 기초를 전환했다. 세기를 뛰어넘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지금 수공업자들이 뜨고 있다면 말장난처럼 들리겠지만 독일에서는 엄연한 현실이다. 독일의 장기 호황을 등에 업은 건설업을 중심으로 업종마다 수공업자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일감을 주는 쪽이 일감을 받는 수공업자의 번호표를 받고 대기하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난데없는 수공업 흥행의 배경과 수공업의 건설적 발전 방향을 살펴봤다.
 
베네딕트 베커 Benedikt Becker
마르쿠스 브라우크 Markus Brauck <슈피겔> 기자
 
   
독일은 나라 전체가 공사 중일 정도로 건설 경기가 좋다. 덩달아 수공업 일감도 늘고 있다. 집 벽에 시멘트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 REUTERS
 
아파트 수천 가구를 짓고, 수공업자 수천 명을 고용하며, 그 자신도 미장공 직업훈련을 받은 억만장자가 있다. 온갖 속임수를 알고 날림 공사는 하나도 놓치지 않는 사람이지만, 이날 일요일 오후는 부동산 재벌 디터 베켄(68)조차 기능공과 대화하다 한계에 이르렀다. 베켄은 독일 함부르크 중심부에 신축 중인 본사 건물의 완성을 눈앞에 둔 회의실에서 큰 실수를 저지르려는 기능공에게 힘겹게 설명했다. “천장을 그렇게 낮게 시공하면 안 된다. 이건 잘못됐다. 누군가 설계도를 잘못 읽었다.”
 
대화 상대는 작업에 열성적이지만 유감스럽게도 독일어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통역할 사람이 주변에 한 명도 없었다. 수십 명이 주말 동안 부동산 재벌을 위해 일했지만, 베켄이 누구인지 아는 사람도, 그의 언어를 이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베켄은 건물 안을 돌아다니며 팔을 흔드는 등 몸짓을 동원해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 이 순간 베켄은 비슷한 처지의 다른 건축주와 마찬가지로 무기력했다.
 
다음날 그는 신축 중인 본사 건물 회의실에서 몇m 떨어져 있는 자신의 새로운 사무실에 도착해서야 숨을 돌리고 관리자에게 잘못 설치된 천장을 고치도록 지시할 수 있었다. 다시 기능공들이 달라붙어 주말 내내 설치한 천장을 뜯어냈다. 베켄은 이를 “미친 짓”이라고 했다. 그는 “공사판의 바빌론”이라며 열변을 토했다.
 
문제의 원인은 공사 현장에서 일하려는 독일인이 거의 없고, 젊은이들도 미장공과 콘크리트 작업자, 철근 공사자 같은 직업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독일인은 한때 세계 최고의 건축 장인이었지만 지금은 어떤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 건설회사가 단 한 곳도 없다. 독일의 주요 건설회사들을 살펴보자. 필리프홀츠만(Philipp Holzmann)은 이미 오래전에 망했고, 빌핑거베르거(Bilfinger Berger)는 사업 영역을 바꿨다. 호흐티프(HochTief)는 웃음거리가 됐다.
 
그 일요일 오후의 사건만 빼면, 베켄은 굳이 자기 회사의 공사 현장에 독일어를 쓰는 작업자가 많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럼에도 베켄은 날마다 기술자 부족을 절감하고, 건축 붐의 어두운 면이 부동산 재벌인 자신에게조차 서서히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음을 알아챘다. 매달 품삯이 오른다. 일을 맡길 기술자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기뻐해야 할 때가 많다. 그들의 일정이 베켄의 건축 계획과 맞아떨어지면 그는 자신의 행운을 믿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수공업자의 우월적 지위
베켄은 “갑을관계가 완전히 역전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기능공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어떤 일이라도 맡으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그들이 조건을 제시한다. “그나마 나는 대규모 의뢰를 하는 편이라 사정이 낫다. 소형 건물 건축주들은 일을 맡길 수공업자를 어떻게 찾아낼지 상상도 못하겠다.”
 
경제학자들은 현재 독일 건축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과열’, 전체 수공업계의 상황을 ‘수요 초과’라고 한다. 독일 경제에서 호황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보다 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분야는 없다. 곳곳에서 건설 설비와 건설 현장, 건설 차량을 볼 수 있다. 도시들은 도로를 뜯어내고, 정부는 고속도로와 다리를 지으며, 투자자들은 땅 위에 새 건물을 잇따라 솟아나게 하고, 개인 건물주들은 건물 전면을 보수하며 지붕을 새로 덮고 벽에 페인트를 칠한다.
 
대도시에서는 수공업자에게 일을 맡기기까지 대기시간이 2017년 기준으로 전년 대비 평균 10주 이상 늘었다. 비용도 올랐다. 지붕 공사, 난방·위생 설비 설치업자 등 수요가 많은 기술자는 거의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다.
 
오버하우젠시는 비용 상승을 견디지 못하고 여러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시립 수영장에 만들려던 놀이터에 책정된 예산은 200만유로(약 26억원)였지만 입찰 공고에 응한 유일한 업체는 거의 두 배를 요구했다. 다리 2개 교체 공사에 입찰한 회사는 하나도 없었다.
 
어떤 업종에서는 수공업자의 시장 지위가 너무 우월해 입찰 공고 업체가 수수료를 내줘야만 수공업자가 공사 입찰에 응하기도 했다. 작업 결과에 만족하지 않는 일부 공사 발주 고객은 결함이 수정될 때까지 수개월간 수공업자의 회사를 쫓아다녀야 한다. 함부르크 변호사 클라우스 폰데어하이트는 “유감스럽게도 독일의 호황은 ‘검은 양’(나쁜 놈 또는 불량업자라는 뜻 -편집자)도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준공검사를 잘 모르고 자신의 권리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개인 건축주와 공사 의뢰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
 
“친절한 척하며 성실하게 일하는 시늉만 하면 일반 고객들은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 건축법 전문가 하이트가 말했다. 공사 결함은 계산이 끝난 뒤에 발견할 수 있는데, 이때는 대부분 개인 고객에게 너무 늦은 시기다. “가격이 유난히 낮으면 항상 의심해야 한다. 저가 업체 대부분은 보통 원가를 절감하는 것으로 이익을 내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 상황에서 낮은 가격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최근 공임에 놀라는 이는 오버하우젠시나 배관 작업을 의뢰하는 개인 건축주만이 아니다. 베켄 같은 대규모 투자자도 예정한 건축비 안에서 작업을 마치는 것이 어렵다.
 
베켄은 “건설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엄청나게 비용이 늘었다”고 말했다. 5년 전만 해도 그는 종합건설업자에게 공사를 의뢰했다. “당시에는 기공식을 할 때, 상량(기둥에 보를 얹고 그 위에 처마도리와 중도리를 걸고 마지막으로 마룻대를 올리는 작업 -편집자)을 할 때, 건물을 인수인계할 때 세 번만 만나면 끝이었다.” 지난 2년 사이 가격이 50% 올랐다. “이제는 건축주로서 스스로 종합건설사 역할을 하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베켄은 현재 건설 공사를 할 때 부문별로 의뢰한다. 문, 전기, 페인트, 카펫 등 총 24개 작업 부문이 있다. “사실 이런 상황은 건축주에겐 악몽이나 마찬가지다.” 베켄은 수백 명을 조율해야 한다.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곳에 수십 개의 후유증이 나타난다.
 
대참사는 단순하게 시작된다. 한 회사가 유감스럽게도 작업 인력을 2주 뒤에나 파견할 수 있다고 말하면 전체 일정이 엉망이 된다. “업자가 악의가 있거나 게을러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라고 베켄은 말한다. “주문은 밀려 있고, 각 업체는 원래 할 수 있는 작업량보다 더 많이 일한다. 여기서 하나만 어긋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독일은 통일이 가져온 호황에 취했다가 곧바로 불어닥친 불황으로 경제가 휘청거린 트라우마가 있다. 여행객들이 베를린장벽을 둘러보고 있다. REUTERS
 
홀대받는 직업교육
호황의 가장 큰 문제는 호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독일 건설업계는 동·서독 통일에 따른 경기 호황 이후 수요가 붕괴되고 수천 개의 업체가 파산했던 2000년대 초반의 위기를 뼛속 깊이 기억한다. 지금 당장 고용을 늘려 건설업계 호황이 계속 유지되기를 마냥 바라고 있을 업체는 거의 없다. 그러느니 차라리 공사 수주 한두 건을 놓치더라도 뒤로 미루는 업자가 대부분이다.
 
직원을 고용하고 싶어도 도대체 어디서 데려온단 말인가? 최근 수요가 급증한 수공업 분야에서 특별수당을 미끼로 다른 업체 직원을 영입하는 일이 빈번하다. 더 큰 문제는, 젊은 기능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독일수공업중앙회(ZDH) 발표에 따르면 2017년 1만5천여 개의 수습생 자리가 채워지지 않았다. “청소년 수습생을 얻기 위해 우리는 모든 단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독일수공업중앙회 회장 한스 페터 볼자이퍼가 말했다. “숙련공 부족은 수공업계뿐 아니라 독일 경제 전체의 성장을 둔화시킬 위험 요소다.”
 
독일수공업중앙회 요청에 정치권이 귀를 기울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난 수십 년간 정치권의 관심은 주로 대학의 국제 경쟁력에 쏠려 있었다. 볼자이퍼 회장은 대학 순수학문 교육의 과도한 공급을 언급하며 “학업과 직업교육의 비율을 다시 합리적 수준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생들은 수공업계에서도 성공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볼자이퍼 회장은 “현재 성공적인 대학교육 정책이 이뤄지고 있으니 이제는 정치권에서 실업교육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수한 실업학교 교사를 양성하고, 실업학교의 기술 설비를 현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습생이 학교에서 산업용 로봇이 어떻게 작업을 수행하는지 배울 수 있어야 한다.”
 
ⓒ Der Spiegel 2017년 52호
Stein und Sei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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