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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업에 디지털 기술을 입혀라
[집중 기획] ‘산업의 역주행’, 수공업자 전성시대- ② 혁신의 고찰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베네딕트 베커 등 economyinsight@hani.co.kr
몸으로 때우는 고전적 작업 방식 여전… 호황기가 미래의 수공업 위한 혁신에 적기
 
독일 수공업계가 요즘 최고 호황기를 누리지만 그 이면에는 그림자가 있다. 건축주가 배관공과 미장공, 지붕 시공 같은 수작업 기능공에게 일을 맡기려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작업비도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직업교육이 줄어든 탓에 이 현상을 단기간에 개선하기는 어렵다. 돈이 몰릴 때는 현실에 안주하느라 미래에 대비할 생각을 하지 않기 마련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술을 수공업에 접목해 더 효율적인 작업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베네딕트 베커 Benedikt Becker
마르쿠스 브라우크 Markus Brauck <슈피겔> 기자
 
   
독일 베를린 지멘스의 직업훈련센터에서 수습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직업교육보다 대학교육에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기능직 인력난이 심각하다. REUTERS
 
현재 독일 노동시장에서는 대학 졸업자보다 기능공의 사정이 더 좋다. ‘뉘른베르크 노동시장·직업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마이스터와 엔지니어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실업자가 될 위험이 가장 낮다. 2016년 이들의 실업률은 1.7%인 데 비해 대학 졸업자는 2.4%였다.
 
직업교육 졸업 예정자의 사회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독일수공업중앙회는 기존 세대가 은퇴해 앞으로 10년 동안 약 20만 개의 업체에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스 페터 볼자이퍼 독일수공업중앙회 회장은 “독일은 이들 회사가 무너질 경우 발생하는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사회구조가 무너진다. 특히 농촌 지역의 타격이 심각할 것이다.”
 
그렇다고 수공업이 업종과 무관하게 좋은 상황은 아니다. 독일에서는 500만 명이 100만 개의 수공업체에서 일한다. 여기에는 130개 이상의 직업이 포함된다. 제과제빵업부터 정육업까지 식품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3.5%에 불과하다. 전체 노동자 중 절반 이상이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하는 일에 종사한다. 전기기계 제작자, 냉동설비 공사업체 같은 설비제조업체도 큰 그룹을 이룬다. 전체 수공업 회사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13.5%다.
 
클라우스 페터 아벨(47)의 회사는 금속업 분야에서의 성공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그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작은 금속회사를 직원 80명을 고용한 중견회사로 키웠다. 아벨은 “20년 전 누가 나한테 이렇게 될 거라고 말했다면 난 ‘당신 돌았냐’고 했을 것”이라며 자기 이마를 톡톡 쳐 보였다.
 
아벨은 회사가 전통적인 가족기업이었다며 오래된 흑백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에는 나무 달구지와 손수레가 찍혀 있다. 사진 속 배경에는 아벨의 할아버지가 1920년 튀링겐주 가이자에 설립한 공장이 보였다. 헤센주와 바이에른주의 경계 지역인 이곳에 오늘날까지 본사가 줄곧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목공산업으로 시작했다가 아벨의 아버지 세대에 볼트와 너트, 와셔 등을 만드는 금속가공 제조업으로 전환했다. 통일 뒤에는 이 사업을 접었다. 아시아 국가에서 너무 낮은 가격에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아벨은 “중국이 끝없이 가격을 끌어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통일 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동독 시절에는 직원을 4명 이상 고용한 적이 없었다. 만일 그 이상 직원을 고용했다면 생산협동조합에 흡수됐을 수도 있다. 통일 독일에서는 더 큰 공장을 세우고 더 많은 직원을 고용하며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기가 더 수월해졌다.
 
1995년 아벨은 아버지 회사를 이어받았고, 몇 년 뒤 더 이상 선반기계 앞에 서지 않게 됐다. 그는 이제 시제품을 기획하는 발명가가 됐다. 지난 10년 동안 15개의 특허를 취득했다. 그의 성공작은 사람들이 고층 빌딩에서 창문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된 추락방지장치다. 이 장치는 유리창 한 장을 틀에 끼워 창문 앞에 설치하고 특수 뒤벨(구조용 철물)로 고정한다. 아벨의 전략은 성공했다. 지난 몇 년간 회사 매출은 연 30%씩 올랐다.
 
인터넷 수공업 중개업소
CEO인 아벨과 회사의 제품 전시실을 둘러보면, 그가 성공했음에도 자신을 경영자가 아닌 수공 기능자로 생각한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수공업은 모든 것의 기반”이라고 말하는 아벨은 한쪽 구석에 세워진 선반기계로 다가갔다. “할아버지도 이 선반기계로 일했다.”
 
조금 전 자신이 거둔 성공을 이야기할 때는 사무적 태도를 보이던 아벨은 갑자기 신이 난 듯 문틀과 구동장치, 회전축, 지지대 같은 기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벨은 전시실 끝에 있는 컴퓨터로 제어되는 기계를 가리키며 “저 기계도 비슷하게 작동한다. 단지 모니터만 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율리안 파프는 아벨의 회사에서 2년째 교육받고 있다. 그의 집은 회사에서 두 마을 건너편에 있어 그리 멀지 않다. 한 달에 일주일 직업학교에 갈 때는 아침에 거의 2시간이 걸린다. 파프는 이제 겨우 17살이라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아이제나흐로 가는 첫 버스를 타지만 항상 등교 시간에 늦는다. 그는 지각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아벨의 회사에서 현장 직업교육을 받는 수습생은 8명이다. 더 고용하고 싶지만 시골 지역에서 좋은 지원자를 찾기는 힘들다. 많은 청소년이 시골을 떠나 풀다와 바트헤르스펠트 같은 인근 도시로 이주한다. 아벨은 젊은 인력을 확보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수습생 중개 사이트에 공고를 올리고, 직업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는 행사에도 참여했다. 그럼에도 2년 전에는 고용할 수습생이 한 명도 없었다. 청소년들이 직업학교를 기피하는 것도 큰 원인이었다. 때로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수공업의 미래가 망가지기도 한다.
 
어쨌든 아벨은 더 많은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 진학 대신 기능직을 선택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2018년부터 응용학문대학과 협력해 기술 지식을 상업적 이해와 결합하는 ‘이중 전공’ 과정을 제공한다.
 
인터넷 중개 사이트 마이해머(MyHammer)는 고객과 수공업자를 연결해준다.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고객이 견적 의뢰서를 등록하면 수공업자가 입찰하고, 고객은 그중 마음에 드는 제안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중개 사이트가 존재한 18년 동안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애초 의도한 거래 작동 원리는 고객이 가격을 비교해 최저 가격을 제시한 수공업자에게 낙찰되는 역경매 방식이었다. 당연히 수공업자들은 경쟁업체보다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고객이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을 맡길 수공업자를 찾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한다. 우리가 공급 부족 현상을 조금이나마 평준화하고 있다”고 마이해머의 CEO 클라우디아 프레제가 말했다. 예를 들면 서비스 이용 고객과 수공업자 중개 사이트를 통해 튀링겐에 사는 가구공은 함부르크에 사는 고객이 주방을 리모델링하려는 걸 알게 된다. “대도시 고객들이 수공업자를 찾아 의뢰하는 거리 범위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물론 시골에 있는 수공업자는 도시의 공급 부족을 이용한다. “동일한 서비스라도 도시 고객에게 부르는 가격이 두 배 이상인 경우가 많다.”
 
프레제 최고경영자는 수공업시장의 수요와 공급 현황을 잘 파악하고 있다. 현재는 대기시간이 많이 늘어났지만, 그래도 대부분 고객의 견적 의뢰에 최소한 수공업체 한 곳은 입찰한다. “시장 상황은 빠듯하지만, 인터넷에서는 돌아간다.” 호황 속에서도 업체들이 원래 사업 분야만 고수한다는 사실도 관찰할 수 있다.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견적 의뢰는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마트홈 시스템을 설치할 업체를 찾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호황기에는 수년 전에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업체들이 게을러지는 것일까?
 
   
급증하는 수공업 수요를 맞추려면 인력 양성 못지 않게 디지털화로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마룻바닥을 수리하는 노동자. REUTERS
 
과잉 공급 우려
베를린 CG그룹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부동산 개발업자 크리스토프 그뢰너는 오랫동안 동료들의 혁신 부족을 비판했다. 그는 게으름이 업계 숙련공 부족의 원인이라고 믿는다. “건물을 너무 많이 짓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고 잘 조직된 산업으로 전환시키는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마치 자동차 제조업체가 차 문을 아직도 손으로 용접해 조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뢰너 최고경영자는 건설업 분야의 숙련공 부족 현상은 직업적으로 매력적이지 않고 보수가 낮은 것과도 관련 있다고 진단한다. “수공업체가 생계 유지에 충분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게 된 것은 5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전 거의 20년 동안은 일감이 부족해 저가 수주로 간신히 경영을 유지하는 한계상황에 처한 업체가 어디나 있었다. “이제야 미장공이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일 일하지 않아도 되는 가격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다른 노동자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처럼, 미장공도 금요일 오후 2시에 흙손을 놓고 일을 마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호황이 끝나가며 수요가 적어지는데도, 수공업자의 생산성이 계속 호황기와 동일하게 유지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러면 과거의 비참한 시절로 되돌아가게 된다.
 
지금은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 수공업자의 수익이 많아졌을 뿐이다. 건설 수공업계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그뢰너 최고경영자가 말했다. “수공업자들이 더 많이 일하지 않으면서도 하루 작업량을 늘려 임금을 계속 상승시킬 수 있다. 그러면 건설업 분야의 직업도 언젠가는 자동차 산업 분야만큼 매력적인 직업이 될 것이다.”
 
타일 시공업자는 지금도 기본적으로 20년 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시공한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먼지를 뒤집어쓰고 얼룩을 옷에 묻히면서 타일을 한장 한장 붙인다. 이 방법으로 타일 20m2를 사용하는 욕실 한 개를 작업하는 데 이틀이 걸린다.
 
그뢰너 최고경영자는 “말도 안 된다”는 말을 반복했다. 타일 시공업자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공간을 측정하고, 사전에 산업로봇에게 그에 맞춰 타일을 재단하게 한다면, 시공 시간을 4분의 1 이하로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오랜 시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거나 먼지를 들이마시지 않아도 된다. “마룻바닥 시공업만 전문으로 하는 업자도 생각해볼 수 있다.” 목재를 미리 재단해 번호를 붙여 현장에 가져오면 시공업자는 현재 작업 시간의 30%만 쓰고도 작업을 마칠 수 있다.
 
이것이 호황의 그림자다. 주문량이 많아 업체 사정이 좋아지면 혁신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대부분 뒤로 미뤄진다.
 
건설 수공업계 외의 분야에서는 새로운 것에 도전해 성공한 업체가 많다. 예를 들면, 전기설비 업자 크리스토프 키나스트는 튀링겐주 더름바흐에 있는 회사를 디지털 기술 혁신에 맞춰 변화시켰다. 그는 제품만 파는 게 아니라 판매한 제품에 접속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키나스트의 회사 사무실에서 판매한 전기설비를 모니터링해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다. 영국에서 문제가 일어났다고 해서 회사 직원이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갈 필요가 없다. 컴퓨터에서 오류를 감지해, 필요한 경우 현지의 전기 기술자에게 어떤 부품을 교체해야 하는지 지시할 수 있다.
 
키나스트는 자신의 사무실 창문으로 뢴 지방의 푸른 언덕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사람들이 장인 정신을 가진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키나스트의 회사는 그가 고향이라고 느끼는 곳과 분리됐다. 회사 매출의 일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탈리아, 루마니아, 영국 등 외국에서 올린다. 특히 독일 할인점 자회사를 위해 전기설비 설계·설치 업무를 하는 영국에서 매출이 높다.
 
“독일의 정밀한 작업 방식은 어디에서든 높이 평가 받는다”고 키나스트는 말했다. 독일 수공업 분야의 현장·학교 이중 교육 방식은 독특한 체계다. 그가 공급하는 상품은 유독 외국에서 수요가 높다. “우리 회사는 모든 제품을 맞춤형으로 제작한다. 양산품이 아니다.”
 
키나스트는 유명 건축물과 스포츠 경기장, 고급 호텔에 장비를 설치했지만 해당 건물의 이름을 밝히고 싶어하지 않았다. “수공업이 작은 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큰일도 할 수 있다.”
 
ⓒ Der Spiegel 2017년 52호
Stein und Sei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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