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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편의, 상가·주택 재개발로 활력
[Focus] 프랑스 중소도시들의 현주소- ② 생존 위해 안간힘 쏟는 도심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주민·기관 떠난 공동화가 위기의 핵심… 무료 대중교통·건물 공공관리 등 대책 활발
 
프랑스 중소도시 위기의 본질은 도심 공동화다. 도시 기능을 주도해온 도심은 인구의 외곽 이동과 그에 따른 상업활동 쇠퇴, 공공기관 철수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도심의 주택과 상가가 비어가면서 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는 등 여러 문제가 도미노처럼 일어난다. 이런 사태를 촉발한 자동차 중심 문화를 바꾸기 위해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을 도입하는 등 중소도시들은 나름의 위기 해결책을 찾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스 남부 지중해 연안도시 니스의 철도역. 프랑스 중소도시들에선 학교, 유치원, 병원 등 공공서비스 기관과 함께 철도역마저 철수해 도심 공동화가 심화되고 있다. REUTERS
 
굳게 닫힌 셔터, 내려진 커튼, 비어 있는 진열장, 비에르종 주민들에겐 익숙한 광경이다. 물론 아직 비에르종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그러하다는 뜻이다. 지난 40년 동안 비에르종 주민은 8800명이 줄어 현재 2만7천 명에 지나지 않는다. 상점 수도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프랑스 특별상업지구개발연맹 프로코의 자료에 따르면, 비에르종의 상가 공실률은 25%로 칼레(29%)와 게레(26%)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다.
 
그런데 같은 상업지구라도 비에르종 북부는 전혀 쇠락한 지역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인구가 늘고 있는 생로랑과 부제롱 같은 비에르종 근처 도시에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비에르종과 주변 지역 전체의 고용 상황이 양호한 것은 아니다. 이 지역 실업률은 13.2%로 높고, 4만7천 명에 이르는 전체 인구도 감소세에 있다. 이 지역의 각종 경제활동 지표가 좋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비에르종 도시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한 바가 크다.
 
도심 위기의 본질
중소도시의 위기는 도심의 위기다. 도심에 내린 ‘철의 장막’은 주변 상업지구의 발전을 무색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도심의 빈 아파트는 주변 마을의 토지 분양 열풍보다 훨씬 충격적으로 비친다.
 
그렇다면 도대체 도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첫 번째 문제는 인구다. 가장 어려운 상황인 중소도시들에선 도심이 공동화하는 반면, 외곽과 주변 농업 지역의 인구는 오히려 늘고 있다. 2018년 1월 초 전국부동산연맹(FNAIM)의 발표에 따르면, 외곽보다 도심에서 주택 공실률이 훨씬 높다. 파리 고등도시학교 교수 장클로드 드리앙은 “도심에 있는 집들은 정원이 딸린 단독 거주 공간을 확보하기엔 너무 좁고 실용적이지 못해 많은 가족이 도심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공동화가 도미노처럼 다른 문제들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시경제학 전임강사 요앙 미오는 생활의 질이 떨어지고,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고, 임대주택 사업자의 재정이 약화되는 것이라고 좀더 자세히 설명했다.
 
두 번째 어려움은 상업활동과 관련 있다.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에 따르면, 상업활동의 상당 부분이 여전히 대도시 중심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비식품 상업 부문에선 경제활동의 중심이 점차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도심에서 먹거리 장사만큼은 상황이 아직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도심에 있던 많은 빵집, 정육점, 과일가게 등이 문을 닫았다. 이런 경향이 중소도시에서 더 뚜렷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도시 역시 도심 공동화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2년부터 2017년 사이 프랑스의 평균 상가 공실률은 7.2%에서 11.7%로 늘었다. 동시에 도시 외곽 지역은 거대한 상업지구로 변했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상업지구로 허가된 지역은 4500만m2에 이른다. 그 4분의 1은 2009~2011년에 집중됐다. 2008년 제정된 경제근대화법의 영향으로, 1973년 소상공법 제정 이후 규제 대상이던 도시 외곽의 개발이 자유화됐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날 도시 외곽 상업지구의 상가 공실률이 2012년 5.5%에서 2017년 7.5%로 늘어나는 등 도심과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도심이 직면한 세 번째 어려움은, 몇몇 공공기관의 철수다. 때로는 단순히 외곽 지역 이전으로 끝나기도 한다. 특히 국공립병원이 그렇다. 이런 일은 도심뿐 아니라 농촌을 포함한 프랑스 전역이 겪는 문제다. 그럼에도 많은 중소도시의 중심부는 유치원, 파출소, 학교, 심지어 철도역까지 다양한 공공기관의 폐쇄를 지켜봐야 했다.
 
이런 변화는 자가용 승용차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일어났다. 2016년 기준, 프랑스 국민의 83%가 자가용이 있다. 릴대학의 도시경제학자 프레데리크 에랑에 따르면, 자동차는 고급 빌라 신축, 대형마트 입점 등 도심 외곽의 확대를 불러왔고 도심에서도 모든 경우의 우선권을 누리고 있다. 예를 들어 노르망디의 쿠탕스에서는 주차구역이 차도뿐 아니라 인도까지 점령했다.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전지전능한 자동차는 모든 인프라를 자동차 이용에 적합한 형태로 만든다.” 그리하여 복선 도로, 터널 등이 생기고 도시의 연속성이 끊어져 자동차 없이는 이동이 어려워졌다.
 
보행자 위한 새로운 발상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이동 측면에서 자동차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반드시 큰 비용이 드는 건 아니다. 이는 자동차를 왕의 지위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도 공공도로를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도심 재개발 계획에 주차 시설 건설이 포함돼 있다. 사실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는 소비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들은 산 물건을 싣고 갈 트렁크가 없기 때문이다. 도심 관련 책을 저술한 올리비에 라즈몽은 상인들이 자동차로 이동하는 고객의 비중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게다가 무거운 장바구니를 힘겹게 들고 가는 보행자의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강하게 각인돼 있다고 지적한다.
 
니오르, 샤토루, 오바뉴, 카스트르, 됭케르크 같은 도시들은 무료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됭케르크는 주말만 대중교통이 무료다. 중소도시의 저조한 대중교통 이용률을 고려하면 요금 수입은 전체 비용의 극히 일부를 감당할 뿐이다. 실제로 무료화 이전 대중교통 이용률이 니오르에서는 10%, 됭케르크에서는 12% 수준이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중교통 무료화 정책이 투자 부족을 초래해 서비스 질을 저하하고 자원을 낭비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현재 상황만 보면 대중교통 무료화는 어느 정도 긍정적 결과를 낳은 것으로 판단된다. 됭케르크에선 대중교통 이용률이 급증했다. 시민 간 다툼도 줄고, 도심 유입도 조금이나마 늘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자동차 운전자 위주의 교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버스 요금이 무료라도 자동차 운전자는 여전히 자기 차로 이동하며, 무료 버스 이용자는 대부분 과거에도 버스를 탔기 때문이다.
 
   
 
공공 주도 도심 재개발
높은 상가·주택 공실률 문제는 빈 상가나 주택이 방치될 때 정부가 관리에 나서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당국은 소유주가 건물을 개·보수하도록 합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다. 만약 건물주가 당국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해당 건물은 당국에 몰수된다. 지자체가 해당 건물의 소유주가 돼 건물을 개·보수한 뒤 새 희망자에게 팔 수 있는 것이다. 장클로드 드리앙 교수는 카오르시가 이런 조처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같은 논리를 상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상가 재개발 전문 공공기관 스마에스트(Semaest)는 파리시의 위탁을 받아 ‘활력 넘치는 우리 동네’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스마에스트가 빈 상가를 사서 개·보수한 다음 미래의 인수자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스마에스트의 개발 담당자 마갈리 베르녜코보는 “파리 같은 대도시나 생플루르 같은 중소도시나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단언했다. 다만 높은 공실률이 문제인 생플루르와 달리, 파리는 상업지구가 구역에 따라 옷가게·은행·식당 등 소수 업종에 지나치게 집중돼 다양성이 부족한 게 문제다. 따라서 파리든 생플루르든 업종을 다변화하거나 상가의 5~10%만 재건한다고 해도 시장 전체에 주는 지렛대 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물론 고객이 더 이상 소비에만 만족하지 않고 기억에 남을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프랑스 정부는 2017년 12월 50억유로(약 6조67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전방위적 중소도시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도시 외곽 상업지구를 법적으로 엄격히 관리하는 것은 비용이 덜 들지만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겉으로는 프랑스의 상업지구 승인 절차가 복잡해 보인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독일, 벨기에, 영국, 네덜란드가 프랑스보다 훨씬 더 많은 상업지구 건설 계획을 승인하지 않았다. 도시공학자 르네폴 데스에 따르면, 그나마 1999년 이후 중소 행정단위를 하나로 묶은 지자체가 나오면서 도심에는 상업지구가 더 많이 생기고 외곽의 상업지구는 조금 줄어들었다. 특히 대도시 권역 내부에서 몇 가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다른 지역 단체장·의원들과 경쟁해야 하는 일종의 사업가가 되었다. 새로운 상업지구 건설 계획을 승인하지 않는 것은 그로 인해 창출될 일자리와 조세수입을 고려하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장클로드 드리앙은 반문한다. “아무도 원치 않는 도심을 굳이 재건할 필요가 있는가?” 물론 이런 문제제기는 정당하다. 다만 프랑스가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 시기에 도시 외곽의 과밀화를 방치하는 것은 도심의 위기만큼이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난한 도심
부유층이 떠난 도심에 서민들이 몰리는 것은 지자체 재정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도시경제학자 요앙 미오는 인구에 비해 규모가 커져버린 도심의 상하수도나 난방시설을 유지하는 데 지자체가 많은 관리비를 지속적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도심 거주민뿐 아니라 주변 지역 주민들도 이용하는 극장 같은 시설 관리에도 비용을 부담한다. 2015년 프랑스 지자체 수입의 55%는 지방세였다. 지방세 대부분은 주민세와 지역활동에 부과된 세금이다. 따라서 부유층과 대형마트 등이 도시 외곽으로 터전을 옮기면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당 지자체가 도심 시설 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도 없어 결국 가난해지는 것이다. 다행히 각 지자체는 재정 부담의 많은 부분을 여러 지자체를 관장하는 광역 지자체로 이전하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2월호(제376호)
Des centres-ville en mode survi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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