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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질 제고 등 다른 접근이 생존 열쇠
[Focus] 프랑스 중소도시들의 현주소- ① 쇠퇴는 불가피한가?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그자비에 몰레나 economyinsight@hani.co.kr
낙수효과 겨냥한 신산업 유치 경쟁은 소모적… 산업 변화 예측과 선제적 대응 필요
 
산업공동화, 공공서비스 구조조정,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 등으로 중소도시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중소도시에 일방적으로 사망선고를 내릴 수는 없다. 삶의 질이 높아 퇴직자를 중심으로 인구 유입이 늘어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과거의 제조업 노하우를 새롭게 발전하는 부문에 활용해 도시 재생과 전환에 성공한 곳도 있다. 쇠퇴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 분석해 작은 도시들의 살길을 모색해본다.
 
그자비에 몰레나 Xavier Moléna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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숄레, 페리괴, 알레, 몽뤼송 같은 곳에서 뭘하고 살 수 있겠나? 느베르에는 뭘 하러 가지? 어떻게 에피날 같은 곳에서 살 수 있지? 이런 질문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게 아니다. 그만큼 프랑스 중소도시들이 피할 수 없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중소도시란 도시 권역에 인구 2만~10만 명이 사는 곳을 말한다.
 
중소도시의 상황이 그리 고무적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많은 중소도시가 산업공동화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제는 대도시 인구 집중, 즉 대도시로 일자리와 경제활동이 집중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대도시 인구 집중은 정부가 2010년 광역도시법 제정으로 조장한 측면이 크다. 당시 정부는 일자리·경제활동의 집중과 그에 따른 교역 증가로 혁신이 촉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광역도시들이 국제무역에 편입되고 연구와 마케팅 등의 인력이 이들 도시에 집중돼 혁신이 빨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 혁신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다.
 
몇몇 중소도시는 산업공동화, 대도시 인구 집중 외에 정부 주도의 공공서비스 구조조정으로 피해를 입었다. 법원이나 유치원, 군부대가 철수하면 단지 법률·육아·국방 서비스와 일자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손님도 사라진다. 주택가엔 빈집이 늘고 학교엔 학생이 줄어든다.
 
이런 경제활동의 다중 쇠퇴가 특정 지역의 인구 감소를 불렀다. 1990~2015년 샬롱쉬르손의 주민은 1만 명이 줄었다. 크뢰조는 7천 명, 로안은 6천 명이 각각 줄었다. 도시경제학 전임강사 요앙 미오는 이런 인구 감소를 이농 같은 대규모 이동의 결과로 볼 수 없다며 대부분 신규 유입, 특히 도심 황폐화에 따른 유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제 위기, 공공기관 철수, 도시인구 감소 등은 중소도시의 매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더욱 부추긴다. 흉물스럽게 셔터가 닫힌 상점들은 중소도시의 쇠락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다.
 
지역의 매력과 역동성
그렇다면 중소도시들이 곧 완전히 쇠락해 후대인들의 추억 속에만 존재하게 될까? 이는 성급한 가정이다. 사람들의 예상과 반대로 ‘잘나가는’ 중소도시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대서양과 지중해 연안 지역이 그렇다. 이들 중소도시가 제공하는 삶의 질이 높아 퇴직자 등이 유입해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이는 관광 자원 유무와 상관없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 툴루즈 부근 중소도시 알비처럼 광역도시의 활발한 경제활동 덕을 보는 주변 중소도시들도 있다. 중소도시가 가진 ‘작은 덩치’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중소도시가 산업공동화 현상을 겪는 것도 아니다. 트랑데오(Trendeo) 연구소에 따르면, 2009~2017년 생나제르에서 6600개, 벨포르몽벨리아르에서 5500개, 숄레에서 2천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대도시만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의 반증이다.
 
몇몇 중소도시가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 북서부 셰르부르와 남동부 리옹을 잇는 선 위쪽과 중부 내륙에 위치한 도시들로, 역사적으로 제조업 위기를 타개하는 데 곤란을 겪은 지역이다. 결국 ‘중소도시’라는 범주가 문제다. 알비대학 전임강사 프레데리크 마르토렐은 정부의 도시정책이 언제나 ‘구역 획정’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구역을 설정하고, 구역을 대상으로 정책을 만든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도시 범주로 하나의 구역을 만든 셈이지만, 모든 중소도시가 동일한 문제를 겪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프랑스 중소도시 크뢰조에 있는 원전설비 업체 ‘아레바’의 원자로 부품 단조공장. 크뢰조에선 경제활동 쇠퇴와 공공서비스 축소 등으로 1990년 이후 15년 동안 인구가 7천 명 정도 줄었다. REUTERS
 
예측이 성공의 첫걸음
쇠락하는 도시들의 문제 가운데 하나는 관할 지역이 직면한 문제의 해법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단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이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나온 것 같다.
 
도시경제학자 미오는 가장 흔히 적용되는 정책 모델로 ‘지역 매력도(attractivity) 제고’를 들었다. 이 모델로 보면, 도시들은 정보통신·문화콘텐츠·금융·컨설팅 같은 유망 부문을 창출하는 상위 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경쟁하는 존재다. 이 부문을 유치하면 일종의 낙수효과로 지역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접근은 성과를 거두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요앙 미오는 말한다. 한창 발전하는 이 부문은 얼마든지 원하는 입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중소도시들은 정작 본래의 경제적 잠재력을 낮게 평가하고 주민들의 요구는 외면한 채, 사방에서 러브콜을 받는 ‘사회 엘리트’들을 끌어들이려 애쓰는 것이다.
 
도시정책 입안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또 다른 모델은 ‘클러스터’ 모델이다. 클러스터는 동일 상품이나 부문에 특화된 기업들이 같은 공간에 모이도록 유인한다. 하지만 경제학자 마리 페뤼클레망에 따르면, 이 모델이 언제나 적합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서부 중소도시 샤텔로는 생산 부문의 특화가 아닌 ‘인지적’ 특화를 추구했다. 샤텔로는 오랫동안 군수산업에 특화된 대표적인 산업도시였지만, 기존 특수 생산설비를 항공우주나 자동차 같은 새로운 산업 부문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결국 오랜 제조업 전통이 반드시 단점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지역은 과거 강점을 보인 부문에서 예전만큼 세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겠지만, 그동안 축적한 제조업 노하우를 다양한 부문에서 발휘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특정 상품에 특화된 지역보다 국제 경기 변동의 영향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다. 이런 도시들은 대도시만큼 혁신이 일어나는 곳이다.
 
따라서 굳이 일괄된 전환 모델을 찾을 필요는 없다. 다만 예측을 잘하는 것이 성공 열쇠라고 페뤼클레망은 말한다. 성공적인 전환은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지기 전에 시작된다. 프랑스 남부 중소도시 포 근처의 라크 천연가스전 개발은 예측과 선제 대응이 빛을 발한 좋은 사례다. 당국은 개발 초기부터 가스전의 고갈을 고려해 다변화를 염두에 두고 개발을 진행했다. 그 결과 오늘날 이 지역에선 중화학공업부터 농화학, 재생에너지까지 다양한 산업 부문이 발전하고 있다. 예측을 잘하면 전환 대상 산업 종사자들이 다른 부문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역 노하우 보존과 교육정책으로 지원할 수 있다. 과거 산업 지역의 중소도시들에서 부족한 건 이런 예측 능력일 것이다. 이런 도시들은 모든 걸 다시 만들어나가야 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2월호(제376호)
Requiem pour les sous-préfectures?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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