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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의 꿈은 당신 손에 달렸다
[Life] 건강의 6가지 열쇳말- ① 비만, 유전자, 흡연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외르크 블레히 economyinsight@hani.co.kr
평소 생활 습관이 인간 수명 연장 결정… ‘유전자가 건강 결정’ 주장은 근거 없는 학설
 
영생불사는 진시황제만의 소망이 아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영원한 생명을 바란다. 그것도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닌 건강한 삶 말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노인의 머리를 떼어 젊은 뇌사자의 신체에 이식하는 수술을 준비할 정도다. 의학계에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일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체중을 잘 관리하고 음식을 골고루 먹고 담배를 멀리하면 수명을 최대 17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가 건강을 좌우한다고 주장하는 이도 있지만, 유전자가 한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비중은 고작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는 본인이 하기 나름이다.
 
외르크 블레히 Jörg Blech <슈피겔> 기자
 
   
담배를 피우는 순간은 달콤하지만 생명은 조금씩 단축된다. 금연만으로도 건강을 증진할 수 있다. 담배를 피우는 이탈리아 남성. REUTERS
 
2018년에 궁극의 노화 방지 기술을 보는 건 거의 기정사실인 분위기다. 자신의 머리를 분리한 뒤 더 젊은 신체에 이식하는 방식이다. 머리에 젊은 신체를 이식받은 사람은 마치 새로 태어난 기분일 것이다.
 
이 위험천만한 계획이 성공한다면 역사를 통틀어 최초의 머리 이식 수술로 기록될 것이다. 중국의 한 병원에서 머리 이식 수술을 감행할 사람은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 세르조 카나베로다. 신체 기증자는 뇌사자로, 영원한 청춘을 꿈꾸는 모험심 가득한 백발 노인이 해당 신체를 기증받을 것이다.
 
수술 의사는 기관지와 식도, 신경, 근육, 혈관, 척수를 완전히 분리해 5번과 6번 경추 사이 척추를 잘라낸다. 기존 머리를 젊은 신체에 이식하고 모든 기관을 서로 이은 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켜본다. 이 끔찍한 수술의 성공 여부는 당연히 전혀 알 수 없다. 전세계 의사와 윤리학자는 이런 머리 이식 수술에 경악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을 자연스럽게 연장시키는 일이 머리 이식 수술보다 훨씬 단순하고 안전한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인간은 극단적 조치를 취하지 않고도 예방의학의 최근 연구 결과만 이행하면 건강하게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술과 담배를 피하고 식단 조절과 운동을 적절히 배합해 실천하면 누구나 삶을 최대 17년 연장할 수 있다.
 
마음가짐에 따라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은 놀랍다. 사람들은 과연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새해 결심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알고 있을까?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독일암연구센터 전염병 전문의 루돌프 칵스(57) 연구팀은 건강에 유해한 요인을 줄이는 사람이 수명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는지 월 단위까지 측정했다. “그 결과가 나온 만큼 이제 누구나 선택해야 한다.”
 
비만은 금물
영양의학자, 운동연구가, 유전학자가 생각한 이상으로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의 건강은 불과 20%만 유전자로 결정된다. 30%는 태어난 환경으로, 나머지 50%는 스스로 결정하는 의학적 운명에 달려 있다.
 
“건강의 절반은 삶의 방식에 좌우된다.” 렘샤이트 병원 내과의사이자 심장전문의인 헤르베르트 뢸겐(74)은 자신의 주장을 실천하고 있다. 매일 아침 운동을 하고, 매주 숲에서 50km를 달린다. 독일스포츠의학예방협회 명예회장인 뢸겐은 강연을 다닐 정도로 건강하다. 뢸겐이 강연에서 “신체 움직임은 좋은 의학 치료와 다름없다”고 설명하면 청중은 건강한 노의사의 모습에 놀라워한다.
 
균형 잡힌 식단도 노화 과정을 늦춰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린다. 균형 잡힌 식단은 무엇일까. 이탈리아 피렌체 카레지 병원의 모니카 디누 영양전문가 연구팀은 완벽한 식단을 찾으려 128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디누 연구팀은 “양과 질이 균형 잡힌 식단은 건강 유지와 장수의 열쇠”라고 설명한다. “최상의 식단 전략이 뭔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지만 식물성 식단이 가장 근접해 있다.”
 
이제 건강 유지와 장수를 위한 마스터플랜이 거의 나온 셈이지만 사람들은 이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항상 새해에는 많은 사람이 헬스클럽으로 달려가고, 과식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다. 이런 결심이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러닝머신에서 달리고 저녁 식사로 당근만 먹는 사람들은 신체 최적화의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수군거림에 시달리기 일쑤다. 사람들에게 건강을 충고하는 의학자와 정치인, 의료보험조합 직원은 ‘건강 선교사’로 폄훼당하곤 한다.
 
함부르크의 의사 잉그리트 뮐하우저는 저서 <난센스 예방의학>에 이렇게 썼다. “예방의학에 대한 광신은 의학이 전지전능하다는 믿음에서 비롯됐다. 또한 이상적 신체인 젊음을 영원히 유지하려는 인간의 바람, 인간이 긍정적 삶을 영위하기 바라는 사회의 기대에 힘입은 측면도 있다.”
 
오늘날 심장혈관 발병 원인 목록이 너무 길어져, 누구도 이 위험을 피해갈 수 없게 돼버렸다. <의학계의 어리석음과 오류>의 공동 저자들은 심근경색 위험이 가장 낮은 여성의 삶을 극단적인 풍자로 그리고 있다.
 
‘1925년 전 크레타섬의 한 작은 방에 살며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베타리포단백질과 혈중지질농도 수치가 낮으며, 껍질을 깎아낸 곡물과 엉겅퀴 오일, 물로 연명하는 갱년기를 앞둔 저체중에 깡마른 체구의 무직 여성이다.’
 
심장 건강 유지를 지상 과제로 생각하는 남성의 삶 역시 삭막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시에 거주하는 여성스러운 사무직 종사자이거나 장의사로서, 물리적·정신적으로 활기와 쾌활함, 의욕, 경쟁의식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으며, 어떤 약속도 지키려 노력해본 적 없는 남성이다. 과일과 채소로 연명하고, 식욕이 없으며, 옥수수기름과 고래기름으로 불을 켜는 남성이다. 또한 라디오와 텔레비전, 자동차 소유를 경멸하는 비흡연자로서, 머리숱이 많지만 몸은 비쩍 말랐고, 체력이 단련돼 있지 않지만 자신의 보잘것없는 근육량을 늘리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소득이 적고 혈압과 혈당, 요산,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남성은 질병 예방 차원에서 거세한 이후 비타민 B2와 B6, 그리고 오랫동안 항응혈제를 복용하고 있다.’
 
이런 옹색한 존재가 인간의 지향점은 아닐 것이다. 도대체 누가 이런 조건에서 평생 살고 싶겠는가.
 
다행히도 독일인은 완전히 노쇠한 금욕적 민족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독일인의 건강을 담당하는 헤르만 그뢰헤 연방보건부 장관대행(기독교민주연합)은 4년여 전 취임 뒤 자신은 운동을 싫어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건강한 식단을 짜고 신체활동을 더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의 바람직한 결심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지만 그로부터 “빡빡한 일정에 매여 있다”는 답변밖에 들을 수 없었다.
 
대다수 독일인의 상황은 그뢰헤 보건부 장관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거의 운동을 하지 않고 고칼로리 식사를 한다. 이 3박자를 갖추면 누구든 뚱뚱해져 병이 난다.
 
베를린에 있는 로베르트코흐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독일 남성의 3분의 2와 여성의 절반이 과체중이다. 독일 성인의 25%는 병적으로 비만이다. 이 때문에 통풍과 관절염, 수면장애, 지방간, 탄수화물대사 장애, 암,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질병 위험이 높아진다.
 
로베르트코흐연구소 연구 결과를 보면, 게으름은 모든 악의 시작인 반면 부지런함은 축복이다. 휴식은 신체를 녹슬게 한다. 음식은 치료제고, 치료제가 음식이 돼야 한다. 하지만 세대를 거쳐 전해지는 선조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건강을 의식하며 사는 일이 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까?
 
유전자 과대평가
유전자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내세우는 값싼 변명에 불과하다. 정말 유전자가 건강 여부를 결정한다면 장수를 꿈꾸는 사람은 부모를 꼼꼼히 선택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이런 시답잖은 농담은 사실 유전자의 영향력이 과장돼 있음을 주지시킨다. 언론 기사에서도 이런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국 의학자 토머스 펄스 연구팀은 선풍적으로 주목을 끈 ‘므두셀라(구약성경에 가장 장수한 걸로 기록된 인물 -편집자) 유전자’를 판독했다고 한다. 펄스 연구팀은 뉴질랜드에서 초고령자(95~119살) 수백 명의 혈액을 검사해 장수에 적합한 특정 유전자 형태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신생아의 수명 예측이 인류 역사상 처음 가능해진 듯 보였다.
 
의학계는 므두셀라 유전자 관련 지식으로 노화의 원인을 파악해 노화 방지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저명한 노화 방지 학자 니르 바질라이는 “획기적인 혁신”이라 환호하며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에 ‘인류 전체를 건강하게 만들 다음 단계’라고 쓰기도 했다.
 
하지만 므두셀라 유전자는 의학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학술잡지 <사이언스>에 므두셀라 유전자 발견 논문이 발표된 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여러 의학자들이 므두셀라 유전자의 오류를 잇따라 찾아냈고, 토머스 펄스는 <사이언스>에서 논문을 철회했다. 이는 학계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징계이자 불명예에 해당한다.
 
펄스는 데이터를 수정하고 새로운 해석을 달아 명성이 다소 떨어지는 학술지에 게재했지만, <사이언스> 논문 게재 철회 여파로 므두셀라 유전자는 단박에 별것 아닌 것처럼 비쳤다. 메시지는 결국 ‘장수는 복잡다단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단 하나의 유전자, 또는 일부 유전자가 장수를 가능케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즉, 므두셀라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유전학자들이 오랫동안 굳게 믿었던 것과 달리, 유전자는 인간의 노화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최신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연구팀은 유전자와 생활 방식이 동맥경화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려고 5만5천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학자들은 여기서 도출된 놀라운 결과를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게재했다. 누구나 좋거나 나쁜 유전자 형태와 무관하게 건강한 생활 습관으로 질병 위험을 절반가량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금연과 체중 관리, 꾸준한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이 중 최소 세 가지를 실천하면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실험으로 증명됐다고 한다. 아주 쉽지만, 실천하기란 간단치 않다.
 
장수의 적 ‘흡연’
흡연은 인체 건강에 가장 악영향을 미친다. 루돌프 칵스 전염병 전문의도 이에 동의한다. 칵스 연구팀은 수명을 빼앗아가는 요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35∼65살 2만5천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여기서 명백한 결과가 나왔다. 암을 비롯한 수많은 중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독성 담배 연기 흡입은 인간의 수명을 가장 많이 단축하는 요인이었다. 날마다 담배 10개비 이상 피우는 여성은 수명이 7년3개월 짧아진다. 남성은 9년4개월 줄어든다. 날마다 최대 10개비 피우는 사람은 평균 5년 일찍 죽는다.
 
이 수치를 토대로 개인의 수명을 일일이 추정할 수는 없지만(예외적인 경우 흡연자도 장수할 수 있다), 대규모 표본 자료이기 때문에 쉽게 반박할 수 없는 수준으로 대략적인 평균수명을 가늠해볼 수 있다. 흡연자는 눈에 띄게 폐암과 다른 질병에 자주 걸리고, 대다수 흡연자는 평균수명을 채우기 전에 죽는다.
 
성공한 기업 임원과 권력자를 포함해 수많은 흡연자는 조기 사망을 식단과 운동으로 피할 수 있다고 믿지만, 담배를 피우면 어떤 요법으로도 수명 단축을 막을 수 없다. 아무리 숲에서 조깅하고 채소를 많이 먹어도 흡연의 해악을 상쇄할 수 없다.
 
“새해 결심을 한 가지 해야 한다면 금연하거나 애초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 루돌프 칵스 전염병 전문의의 지적이다. 늦어도 30살에 금연하는 흡연자는 비흡연자의 기대수명까지 거의 살며, 50살에 금연하더라도 수명을 6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Der Spiegel 2018년 1호
Das Schicksal in unserer Hand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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