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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영상 지렛대로 마케팅 학습
[집중기획] ‘위탁생산 제국’ 폭스콘의 대변신- ② 샤프 인수 이후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왕충후이 economyinsight@hani.co.kr
사람 눈 4배 해상도 8K 디스플레이 앞세워 의료·보안·자율주행 등 진출 큰 기대
 
폭스콘 대변신의 기폭제는 2016년 일본 샤프 인수다. 이후 그룹에 마케팅 책임자를 두고 마케팅 투자 상한을 없애는가 하면, 언론 노출을 꺼리던 경영진이 전면에 나서는 등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샤프가 처음 양산에 성공한 해상도 8K 디스플레이가 ‘과학기술기업 폭스콘’으로 가는 열쇠가 될 것으로 폭스콘은 기대한다. 폭스콘은 ‘8K 생태계’ 구축에 온 힘을 쏟지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가 전면 보급되면 8K 생산라인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왕충후이 王瓊慧 <차이신주간> 기자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이 타이베이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폭스콘이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인수에 실패했다는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실은 대만 신문을 찢고 있다. 폭스콘은 도시바의 SSD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실패했다. REUTERS
 
산업화에 따른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가치관이 통일된 상태에서 동일한 수요와 심미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폭스콘이 체감한 소비자 수요와 심미관의 다변화는 세계 제조업체들이 함께 직면한 도전이다. 직원 120만 명을 보유한 ‘거대 공룡’에게 변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치 어부로 살던 사람들이 물고기가 고갈되자 농사를 지으려는 상황과 같다. 농작물을 길러본 경험이 없어 전문가에게 배우려고 해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샤프는 폭스콘이 소비자에게 대응할 방법을 학습할 기회를 줬다. 2016년 8월11일 폭스콘의 모회사 훙하이정밀그룹은 샤프를 인수했다. 훙하이는 주당 88엔(약 840원)에 샤프가 발행한 신주를 사들여 보통주 지분 66%를 확보했다. 이후 1천억엔(약 9550억원)을 출자해 샤프가 추가 발행한 ‘C급 주식’ 1136만4천 주를 매입했다. 이로써 훙하이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투표권은 66.07%에 이른다.
 
공격적 샤프 경영
궈타이밍 회장은 샤프를 전환의 계기로 간주했다. 폭스콘의 2인자 다이정우 부회장이 일본으로 날아가 샤프 사장으로 취임한 뒤 본격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폭스콘은 샤프가 그동안 외부에 허용했던 브랜드 사용권을 회수하고, 중국 대륙에 분산된 대리점들이 갖고 있던 샤프의 판매관리 권한을 되찾아왔다. 대리점 외에 오프라인 판매점 궈메이(國美), 쑤닝(蘇寧), 순뎬(順電)과 온라인의 징둥닷컴, 티몰(天猫)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뒤 샤프는 <후난TV>의 <나는 가수다>와 춘절 축하공연, 정월대보름 축하공연 등 인기 프로그램의 협찬사로 나섰다. 샤프의 브랜드 노출도가 크게 올라갔다. 위안쉐즈 폭스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과거 샤프가 하지 못한 일을 우리가 해냈다”며 “2017년 마케팅 예산에 상한선이 없어 1분기에만 2억위안(약 3280억원)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폭스콘 최초의 마케팅 관리자다.
 
줄곧 언론 노출을 꺼리던 폭스콘 경영진도 적극 나섰다. 천전궈 사장은 “그룹에서 17년 동안 일했지만 언론 인터뷰에 응한 것은 2017년부터”라고 했다. 그는 본인이 맡은 유통과 전자상거래 사업이 그룹의 전환을 이끄는 선두 주자라고 강조했다. “샤프는 훌륭한 브랜드이고 폭넓은 제품 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흑색가전과 백색가전이 섞여 있어 폭스콘이 이들 제품을 이용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폭스콘 소비자가전사업부에서 일한 그는 10년 가까이 공급망 관리를 했다. 2010년 샤프로부터 첫 번째 주문을 받아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샤프가 보유한 디스플레이 기술과 패널 기술은 스마트폰, 태블릿PC, 개인용컴퓨터부터 의료영상, 안면인식 등 디스플레이가 필요한 모든 분야를 포괄한다. 수직적으로는 생산, 제조, 소비자 유통에 이르는 공급망의 통합을 기대한다. 수평과 수직을 연결하면 과학기술, 교육, 엔터테인먼트, 보안, 의료, 구매, 커넥티드카, 환경을 하나로 묶는 산업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2017년 8월 샤프는 중국 상하이와 대만 타이베이, 일본 도쿄, 독일 베를린에서 첫 번째 해상도 8K 텔레비전인 ‘샤프 아쿠오스 8K’를 출시했다. 샤프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고 판매가격도 저렴하다. 천전궈 사장은 “4K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는 사람의 눈과 비슷하지만, 8K는 사람 눈의 4.3배”라며 “눈으로 구별할 수 없는 선명도를 8K 텔레비전으로 분명하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콘은 ‘사람의 눈을 초월한’ 기술이 감각 체험의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또 압축과 저장, 하드웨어, 콘텐츠를 관통하는 가치사슬을 구축하고 샤프의 브랜드와 폭스콘의 제조능력을 이용해 제조에서 최종 소비에 이르는 과학기술서비스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으로 확신했다.
 
의료 역시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갖는 응용 분야다. “외과 의사가 실험실에서 만든 영상을 우리 눈으로 보고, 줄기세포의 영상도 구현할 수 있다.” 위안쉐즈 CMO는 “과거에 종양수술이 실패한 이유는 대부분
완벽하게 절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세포와 세포 사이를 절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많은 의사가 내시경수술을 선호하고, 선명한 영상은 성공적인 수술의 중요한 조건이다. 8K 기술을 이용해 병변과 건강한 혈관, 신경을 구분할 수 있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도 선명하고 세밀한 영상은 의사가 미세한 질환을 구별하도록 돕는다. 원격의료 과정에서 선명한 영상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나 외모를 관찰해 병세를 진단하게 해준다.
 
응용 범위를 넓히면 해상도가 높은 영상은 안면인식과 예술품 감별, 자율주행에도 사용된다. 위안쉐즈 CMO는 안면인식 분야의 협력사인 쾅스과학기술(曠世科技)을 예로 들어 “8K 영상으로 축구장 관중석에 있는 수만 명의 얼굴을 뚜렷하게 볼 수 있다”며 “선명한 영상과 빠른 인터넷이 있으면 테러리스트도 신속하게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언급한 응용 분야는 대부분 기업고객용이다. 폭스콘은 일반인에게 8K 기술을 소개해 신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체감하게 함으로써 개인소비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필요했다. 국제 스포츠 행사가 그런 기회다. 개인의 꿈과 국가의 명예가 걸린 경기는 전국민의 열정을 자극하는 이벤트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8K 기술로 중계할 텐데 우리는 어떤 기술로 대응하겠나? 2K 기술로?” 샤프의 8K 사업에 투자한 IDG캐피털의 슝샤오거 회장은 투자 이유를 설명하면서 8K 기술이 스포츠로 소비자용 제품 보급을 촉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8K 기술은 하드웨어 기기의 세대교체를 이끌 것이다. 8K가 보급되면 스마트폰도 바뀔 텐데 그 자체가 거대한 시장이다.”
 
   
폭스콘 2인자인 다이정우 샤프 사장이 2017년 8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스콘 인수 뒤 개선된 샤프의 실적을 설명하고 있다. 폭스콘은 첨단기술 기업 변신을 위한 지렛대로 삼기 위해 2016년 샤프를 인수했다. REUTERS
 
‘8K 생태계’ 구축 총력전
폭스콘과 8K 기술 투자자들은 4K 기술을 과도기적 경쟁 대상으로 본다. 4K는 사람 눈이 구별할 수 있는 선명도를 구현했지만 큰 차이점이 없다. 하지만 8K 기술은 여러 업종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위안쉐즈 CMO는 “또 하나의 텔레비전을 내놓는 게 아니라 영상 교환 방식 전체를 바꿀 분수령이 될 기술”이라고 말했다. 폭스콘은 8K 기술을 위해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8K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스포츠경기 같은 콘텐츠도 있어야 한다. 화면 압축과 저장 기술, 장비는 물론 편집과 변환, 방영 등 후속 작업도 필요하다.
 
먼저 촬영장비다. 현재 일본 시장에는 8K 촬영장비가 있다. 가격도 비싸지만 40kg이나 되는 카메라 무게 때문에 보급 속도가 늦다. 위안쉐즈 CMO는 샤프가 곧 5kg 무게의 8K 촬영장비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무게는 현재 쓰는 카메라와 비슷하고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그다음 과제는 8K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법이다. 8K 콘텐츠의 높은 해상도를 유지하려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보내야 한다. 압축과 저장 기술도 필수다. 폭스콘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 인수에 적극 나섰던 중요한 이유다.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SSD가 필요하다. 상용 제품을 대규모로 만들어 소비자가 받아들일 만한 가격에 제공해야 한다.” 한 폭스콘 임원이 말했다. 2017년 3월1일 궈타이밍 회장은 광저우에서 열린 폭스콘 10.5세대 디스플레이 산업단지 착공식에서 처음 도시바 반도체사업부 인수 의사를 밝혔다.
 
폭스콘은 5G 시대가 열리면 난제를 해결할 것으로 판단한다. 5G는 4G에 비해 1천 배 이상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5G 시대는 2020년에야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아이폰4를 생산할 때 인터넷 속도는 2G였다.” 천전궈 사장의 이 말은 기술 발전이 늘 상상을 초월하고, 하드웨어 제품의 세대교체는 모든 조건이 갖춰지길 기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폭스콘은 선전 룽화구에 촬영단지를 세울 계획이다. 이곳에서 8K 기술의 연구·개발과 반도체 설계, 촬영장비 설계와 생산, 기타 관련 콘텐츠 저장과 전송, 편집 등 각 단계에 필요한 연구·개발이 진행된다. 폭스콘 쪽은 “중국 대륙의 ‘할리우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사업은 국가급 건설사업으로 정부 허가를 받았다. 늦어도 2022년 베이징겨울올림픽 때까지 중국 대륙에서 완벽한 8K 산업의 가치사슬 기초를 완성하는 것이 폭스콘이 구상하는 이상적인 상황이다. 슝샤오거 IDG캐피털 회장은 “4~6년 시간이 있고 도쿄올림픽까진 3년 남았다. 시간이 많지 않은데 할 일이 너무 많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와 기술을 긴밀하게 결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년 안에 후회?
폭스콘은 하드웨어 제조 공법과 관리 시스템에 강점이 있지만,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서비스와 시장 운영의 경험이 없다. 궈타이밍 회장이 위탁제조에 성공한 경험을 소비자를 겨냥한 분야에 적용해 샤프를 일류 브랜드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전자제품 위탁생산 업체 폭스콘에 비용 대비 효율은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거액의 예산을 투입했을 때는 더 큰 이익이 따라야 한다. 폭스콘은 샤프 제품의 연간 판매 목표를 1400만 대로 설정했다. 시장조사기관 IHS가 발표한 2016년 전세계 컬러텔레비전 시장의 출고량은 2억2300만 대다. 차이나마켓모니터의 자료를 보면, 2016년 중국 국내의 컬러텔레비전 판매량은 약 5203만 대였다.
 
   
일본 도쿄 북쪽 도치기현 야이타시에 있는 샤프 공장의 아쿠오스 텔레비전 조립라인. 폭스콘은 샤프가 처음 양산에 성공한 해상도 8K 디스플레이에 큰 기대를 걸고 ‘8K 생태계’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REUTERS
 
한 증권사 시장분석가는 훙하이정밀이 3년 안에 후회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샤프 텔레비전의 가격은
국내 브랜드와 비슷해졌다. 그런데 국내 경쟁사들이 유통채널을 장악한 비결을 배우지 못했고, 삼성의 고가 브랜드 전략도 배우지 못했다.” 그는 “최근 패널 가격이 상승하자 업계는 산업 가치사슬을 통합해 겨우 버티고 있다”며 “하지만 3년 뒤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이 전면 보급되면, 패널 생산라인이 애물단지로 전락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며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연 폭스콘의 도박은 성공할까? 폭스콘 내부에서도 미래 디스플레이 기술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증강·가상현실(AR/VR), 프로젝션 디스플레이, 아니면 또 다른 어떤 기술이 소비자의 마음을 끌 것인가? 만약 디스플레이 소재에 관한 혁명적 기술이 나오면 완전히 다른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거액을 투자한 샤프와 8K 기술 외에 바이오의료와 유통, 전자상거래 등 비교적 최근에 설립한 핵심 사업부서는 아직 폭스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 미만이다.
 
모든 전환에는 도전과 기회가 따르고 언제나 ‘수성’과 ‘혁신’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나는 원래 수성을 맡아 ‘과일 고객’과 ‘밀림 고객’을 책임졌다. 그런데 지금은 직원들의 전환 속도와 열망을 이끌어야 하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천전궈 사장이 말하는 ‘과일 고객’은 애플이고 ‘밀림 고객’은 아마존이다. 폭스콘 직원들은 궈타이밍 회장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슴은 천만리를 품되 마음은 실처럼 정밀해야 한다”는 말을 잘 안다. 이 제조업의 거인이 앞으로 시작될 파격적인 혁신에서 건재할지, 샤프가 그 방법을 탐색할 것이다.
 
ⓒ 財新週刊 2017년 제46호
富士康重注轉型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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