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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냥꾼, 돈을 먹고 튀어라!
[Business] ‘욕망의 르네상스’ 행동주의 투자 ①
[92호] 2017년 12월 01일 (금) 마르틴 헤세 economyinsight@hani.co.kr
경영 개입 자제하는 패시브펀드 늘며 ‘행동주의’ 위력 더 커져… 단기 수익에만 관심
 
행동주의 투자는 경영의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투자해 일정 수준의 의결권을 확보한 뒤 구조조정 등을 유도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높여 수익을 올리는 투자 행태를 뜻한다. 최근 10년 사이 패시브펀드가 인기를 끌면서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소수의 의결권만으로도 기업을 공격하고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해 이런 목적을 실현한다. 행동주의 투자 자본의 침공이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정책을 스스로 추진하는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핵심이 아닌 사업 부문을 매각하고, 주주 배당금을 최대치로 올리고, 자사주를 적극 매입하는 것이다. 하지만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만족을 모른다. 게다가 여차하면 손을 털고 빠져나간다. 이 때문에 기업의 미래를 망치는 집단이라는 비판도 쏟아져나온다.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경영진에게 기업의 단기 쇄신을 압박한다. 기업가치 상승은 그들의 이익과 직결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트레이더. REUTERS
 
스위스 취리히 도심의 발보아 피트니스클럽은 전투적인 록키의 상징과 힙스터 세대 특유의 쿨함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비건(동물성 식품뿐 아니라 가죽제품 등도 이용하지 않는 이들 -편집자) 레스토랑이 있는가 하면, 일체의 실내 인테리어가 배제된 스파르타식 트레이닝센터도 있다. 트레이닝센터의 벽에는 아무런 장식 없이 형광등만 덜렁 달리고, 육중한 금속으로 된 고문 도구가 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경외의 대상이 되고 있는 행동주의 투자자 라르스 푀르베리를 만나기에 적합한 장소다. 푀르베리는 현대 금융계에서 일종의 무도인이다.
 
푀르베리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기업 지분을 매입하고 경영진이 수익을 올리기까지 고분고분 기다리지 않는다. 기업에 요구사항을 공세적으로 들이밀고, 기업 고소도 마다하지 않으며, 감독이사회에 자리도 요구하면서 다른 주주들을 선동하기도 한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여전히 과거의 록키 스타일로 움직이며, 경영진이 바닥에 쓰러져야 그만둔다. 이들의 희생양 중 한 명은 독일인 클라우스 클라인펠트다. 클라인펠트 지멘스 전 최고경영자(CEO)는 폴 싱어와 그가 경영하는 헤지펀드 엘리엇에 의해 미국 알루미늄 제조업체 아르코닉(옛 알코아)에서 쫓겨났다. 클라인펠트 CEO 역시 온갖 더러운 방법을 동원해 자리에서 쫓겨나지 않으려 했는데도 말이다.
 
대기업 CEO들을 해고시킨 전적이 있음에도 스스로를 ‘건설적 행동주의 투자자’라고 칭하는 푀르베리는 우아한 방식을 선호한다. 그는 취재진과 약속한 장소 발보아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바지 위로 셔츠를 내어 입은 그는 목 주위에 무언가를 걸고 있다. 첫눈에 검은 옷깃 주름 장식처럼 보인다. 푀르베리는 그것을 ‘자전거 운전자를 위한 에어백’이라고 했다. 그는 리스크 관리를 좋아한다.
 
라르스 푀르베리와 그의 스웨덴 파트너 크리스테르 가르델은 2004년 ‘독일의 구시대적 대기업들에서 주먹구구식 자본주의의 잔재를 털어내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유럽 최대 행동주의 헤지펀드 세비안캐피털(Cevian Capital)과 함께 독일에 진출했다. 당시는 외부에서 내부를 좀처럼 들여다보기 힘든 순환출자의 결집체인 독일 주식회사와 더불어, 오랫동안 철저히 고립됐던 독일 기업문화가 소리 없이 붕괴하기 시작한 때였다.
 
돈 놓고 돈 먹기
“그런 방식의 시스템과 기업경영은 더 이상 글로벌 환경에 어울리지 않았다”고 푀르베리는 지적한다. 독일을 제외한 전세계 각지에서 이미 주주가치가 높이 평가되고 있었으며, 경영 원칙은 오로지 주주들을 위한 기업가치와 주가, 배당금 인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당시 독일증권거래소를 공격했던 헤지펀드 TCI의 크리스토퍼 혼 CEO와 세비안캐피털은 독일 대기업의 CEO들을 해고했던 최초의 행동주의 투자자에 속한다.
 
오늘날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전세계에서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다.
 
어느 때보다 지난 수년 동안 행동주의 투자자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갔다. 저금리 기조로 연기금 등 여러 기금이 눈에 불을 켜고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라르스 푀르베리, 미국의 넬슨 펠츠, 칼 아이칸, 빌 애크먼 등 기업 사냥꾼들은 투자자에게 고수익을 약속하고, 그 압박은 기업에 고스란히 전가한다. 과거에는 온순했던 독일 펀드매니저들도 이제는 목소리를 높여 기업 경영진에 더 단호한 행동을 요구하고 있다.
 
“주주행동주의는 과거엔 틈새전략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글로벌 시장에서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이 앞다퉈 지상 과제로 여기는 콘셉트로 떠올랐다.”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의 한 보고서는 이렇게 표현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급부상은 전혀 상반된 성격의 인덱스펀드가 각광받으며 촉발됐다. 인덱스펀드는 특정 회사를 지정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지수(인덱스)를 선정한 뒤 해당 지수와 같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도록 운용하는 펀드를 일컫는다. 패시브펀드는 10년 전부터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 패시브펀드 전문 운용사들은 미국에서만 2016년 4920억달러(약 550조원)의 추가 수익을 냈다.
 
“펀드 비즈니스가 양극화하고 있다. 한 쪽에선 수익이 낮은 인덱스펀드에 돈이 몰리고, 다른 쪽에선 훨씬 높은 고수익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으로 액티브펀드 수가 늘고 있다.” 푀르베리의 설명이다.
 
총 12조달러(약 1경3416조원)를 운용하는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거대 자산운용사들은 오늘날 전세계 대기업들의 명실상부한 최대주주다. 전체 인덱스펀드 운용사들이 보유한 미국 500대 기업의 지분은 지난 15년간 무려 4배나 늘었다.
 
패시브펀드 투자자가 늘어날수록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더 적은 지분으로도 대기업에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용이해진다.
 
미국 자산운용 업계의 공룡들은 시장 점유율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의 한판 승부는 수백조달러의 투자액을 누가 가장 잘 운용하고, 각 대기업에서 누가 실권을 쥐며, 기업 내 궁극의 소유주가 누구이고, 장기적으로 누가 기업을 성공의 반열에 올려 유지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자산운용사 ‘서드포인트’ 창업자 대니얼 로브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콘퍼런스에 참여해 웃고 있다. ‘기업 사냥꾼’인 그는 3조여원의 개인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REUTERS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현재 얼마나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는 최근 대니얼 로브(55)의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다. 로브는 대표적인 기업 사냥꾼이다. 자산 29억달러(약 3조2400억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그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고 서핑광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자산운용사 서드포인트는 약 150억달러(약 16조7700억원)를 운용한다. 서드포인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말리부 해변의 지명에서 따온 이름이다.
 
대니얼 로브는 누구도 어려워하지 않으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는 과거에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을 험담하기도 했고, 채팅룸에서 기업들 비방도 서슴지 않았다. 로브는 경매업체 소더비를 고소했고, 인터넷 포털 야후의 CEO를 해고시킨 뒤 단물만 빼먹고는 손을 털고 나온 전력도 있다.
 
그래서 2017년 6월 로브가 스위스의 세계 최대 식품회사 네슬레의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하자 금융계가 술렁거린 것도 납득이 간다. 로브 자신도 단일 기업에 투자해본 적 없는, 전무후무한 35억달러(약 3조91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서드포인트는 파격적인 투자액을 쏟고도 네슬레의 지분 1.3%를 보유하는 데 그쳤다. 이렇게 적은 지분으로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단기적 사고방식
로브는 네슬레 쪽에 로레알 지분을 매각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더 많이 지급하라고 강력하게 지시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마르크 슈나이더 네슬레 CEO는 200억스위스프랑(약 22조5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해 화답했다.
 
이는 네슬레 경영진의 쿠데타였을까, 아니면 눈속임에 불과했을까? 네슬레의 자사주 매입은 로브가 네슬레 지분을 매입하기 훨씬 이전에 계획돼 있었고, 슈나이더 CEO는 네슬레를 개혁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을 오래전에 시작한 터였다. 하지만 슈나이더는 2017년 10월 첫쨋주에 로레알 지분 매각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대니얼 로브, 크리스토퍼 혼, 폴 싱어 등 행동주의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했다는 뉴스만으로도 해당 기업의 주가가 폭등하고 기업에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에 충분한 경우가 적지 않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지향점은 이미 일선 기업 경영 방식의 주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몸집이 비대한 기업은 이제 한물갔고 주식시장에서 주가 하락의 수모를 겪는다. 금융계는 사업모델을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는 최소한의 조직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대기업을 선호한다.
 
조 케저 지멘스 CEO 등 대기업 CEO들은 잠재적 기업 사냥꾼들의 압박에 못 이겨 먼저 행동에 나서고 있다. 케저는 지멘스 CEO가 된 뒤 전구 부문 오스람을 분리했고, 보청기 사업을 매각했다. 또 태양열 기술에서 손을 뗐고, 의학기술 부문의 주식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로 배당금을 올렸고, 자사주도 매입했다.
 
행동주의 투자자가 무엇을 더 요구할 수 있을까? 조 케저 CEO는 주주가치에 충실하게 교과서적으로 경영을 했다. 반면 주주들은 기업의 실수에 아주 제한적으로 책임지고, 언제든 기업에서 털고 나갈 수 있다. 그렇다면 기업 경영진은 왜 주주들의 요구만 들어줘야 하는 것일까?
 
ⓒ Der Spiegel 2017년 40호
Im Visier der Firmenjäger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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