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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따로, 돈 버는 업체 따로
[Cover Story] 커피 비즈니스의 추악한 이면- ① 포스트 식민주의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주자네 아만 등 economyinsight@hani.co.kr
로스팅 원두 값, 생두의 두 배 넘어… 아동노동과 저임금 착취 통해 이윤은 글로벌 대기업에게
 
오늘날 커피업체들은 브랜드의 스토리를 판매한다. 시각적인 커피 매장의 디자인, 영적 행위를 연상시키는 바리스타의 추출 행위, 캡슐 커피를 시니컬하게 뽑아내는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까지 소비자들은 커피 한 잔에 담긴 스토리를 맛보려 한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진짜 스토리에 관심을 갖는 이는 없다. 말하는 이도 없다. 커피 수확부터 로스팅, 마케팅, 소비의 각 단계에서 우리가 보지 못하는 커피 비즈니스의 뒷얘기를 추적했다. 가난한 커피 농부들이 자본주의가 생산한 커피 식민주의에서 벗어날 길은 무엇일까. _편집자
 
손가락 한 마디보다 작은 커피콩이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식후 습관처럼 먹던 지루한 커피는 최근 돈 되는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커피에 트렌드와 문화 등 스토리를 입힌 브랜드가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한다. 소비자는 도회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도심 카페에 앉아 향이 그윽한 커피 한 잔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느낌을 만끽한다. 하지만 한 잔의 커피가 탄생하는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주자네 아만 Susanne Amann 마르쿠스 브라우크 Markus Brauck
지몬 하게 Simon Hage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크리스토프 파울리 Christoph Pauly <슈피겔> 기자
 
도대체 언제부터 커피가 이렇게 중요해졌을까. 커피는 오래전부터 독일인이 가장 애용하는 음료였지만, 지난 수십 년간 아로마 음료라고 대대적으로 내세워야 팔리던 지루한 음료이기도 했다. 커피는 기껏해야 가정주부들이 세탁세제, 주방세제, 마가린과 비슷하게 챙기는 대상에 불과했다.
 
이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커피는 고급 음료이자 라이프 스타일을 표현하는 제품이 됐다. 적어도 그렇게 연출되고 있다.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마시는 캡슐 커피는 네스프레소 매장에서 마치 귀금속처럼 판매된다.
 
스타벅스도 일회용 컵에 담긴 카페라테를 럭셔리 제품으로 만들었다. 스타벅스는 미국 시애틀에서 새로운 매장 콘셉트를 실험하고 있다. 시애틀 스타벅스 매장에선 원두가 필요할 때마다 매장에서 즉석으로 갈아 볶는다. 증기기관차를 연상시키는 주철로 된 로스팅 머신은 전통을 상징한다.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 미국 뉴욕의 스타벅스 매장도 머잖아 해당 콘셉트를 도입할 계획이다.
 
원두 로스팅 머신의 글로벌 선두 주자인 독일 업체 ‘프로바트’(Probat)는 스타벅스에 납품할 특수 기기를 제작했다. “커피 브랜드 성공의 90%는 해당 브랜드의 스토리에 달렸다.” 빔 아빙 프로바트 대표이사가 말했다.
 
사람들이 듣고 싶은 스토리는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20년 전만 해도 안락한 가족의 크고 작은 이야기가 커피 광고의 주된 내용이었다. 반면 스타벅스의 일회용컵 커피는 항상 어딘가를 다니고, 그 어디도 집이 아니면서 모든 곳이 집이기도 한, 노트북과 한 몸인 젊은 엘리트층을 겨냥한다. 이후 조지 클루니가 네스프레소 광고에 등장했다. 그는 캡슐 커피로 커피 자판기에서 개성을 끄집어냈다. 그가 광고한 캡슐 커피는 냉동 피자처럼 집에서 편하게 마시는 고급 커피로 등장했다.
 
 
  과테말라 커피농장에서 농부가 커피 생두를 따고 있다. 농부들이 수확의 대가로 받는 돈은 가공 커피로 중간 유통업자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푼돈에 불과하다. REUTERS
 “캡슐을 커피머신에 넣어 내려 마신 뒤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빠르게 돌아가는, 개인화되고 철저히 경제화된 시대정신과 맞다.” 독일 뮌헨대학의 슈테판 레세니히 사회학 교수의 설명이다.
 
스타벅스는 원두 로스팅 머신으로 미래의 세계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스토리를 들려줄 계획이다. 바리스타가 눈앞에서 바로 볶아 내린 커피. 분주한 도심에서 느림이 실현되는 장소. 대량생산된 커피가 아닌 수제 커피. 바리스타가 마치 영적 행위를 하듯 엄숙하게 커피를 내리면서 아라비카 원두와 거친 원두가 크레마에 미치는 영향을 전문용어를 동원해 고객과 대화하는 수많은 소규모 카페 같은 스토리를 말이다.
 
이런 스토리 뒤에 숨겨진 현실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커피는 지금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원두 가격을 마음대로 올리는 피 눈물도 없는 투기꾼들, 커피시장의 글로벌 집중화, 독일의 완벽한 로스팅 기술, 초현실적으로 비싼 에스프레소 머신, 그리고 슈퍼마켓 판매용 500g 용량의 형편없는 싸구려 커피.
 
커피는 전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중요한 원자재 중 하나다. 로스팅 원두시장의 매출액은 500억유로(약 67조1200억원)가 넘는다. 전세계적으로 매년 1조 잔 이상 소비된다. 독일에서만 성인 1인당 연평균 162l의 커피를 마신다.
 
소비자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 커피는 새로운 내용과 포장으로 변화를 거듭했다. 하지만 화려한 커피 이면의 스토리는 아주 오래됐고, 오늘날 세계화라고 불리는 것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식민주의에 불과하다.
 
커피 수확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의 함량은 5.2g이고, 가격은 30~40센트다. 1kg당 가격은 60유로(약 8만원)에서 80유로(약 10만7천원)다. 스타벅스에서 종이컵을 포함해 중간 사이즈 카페라테의 가격은 3.85유로(약 5100원)다. 카페라테 한 잔의 커피 함량은 약 15g이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판매하는 카페라테의 원두를 수확한 사람이 후안 곤살레스였을 수도 있다. 12살인 곤살레스는 마야 출신인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과테말라 수도 과테말라시티 서쪽에 있는 화산 톨리만의 언덕배기에서 커피를 수확한다. 이곳에선 독일인이 사랑하는 아라비카 커피가 재배된다. 곤살레스와 어머니 마리아는 카를로스 토레비아르테라는 농장주의 커피 대농장에서 일한다. 대농장에서 수확한 커피는 스타벅스에도 판매된다.
 
“아들은 50kg 넘는 무거운 원두 자루를 나른다.” 마리아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면서도 아들에 대한 자부심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마리아는 50살은 족히 돼 보인다. 마리아는 앞니 하나가 빠진 자리에 철제 핀을 박아놨다.
 
언덕에선 커피 수확이 한창이다. 아이들과 여자들이 산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커피를 수확한다. 기자가 한창 커피를 수확하는 노동자들과 말을 섞기는 어려운 일이다. 당장 커피농장의 무장한 경비요원이 나타나 대화를 막아선다. 마리아와 곤살레스 등 노동자들이 하루 업무를 마치고 화물차 짐칸에 타서 마을로 내려갈 때나 겨우 대화할 수 있다.
 
가치 창출 사슬의 초기에 발생하는 비용은 미미하다. 과테말라의 커피농장 여성 노동자는 수확한 커피 50kg에 42케찰, 환산하면 5유로(약 6700원)를 채 받지 못한다. 나중에 가공된 커피로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이는 과테말라에서도 저임금에 속한다. 독일에서 5유로는 스타벅스에서 캐러멜마키아토 빅사이즈 한 잔을 살 수 있는 돈이다.
 
마리아는 노란색 메모지를 보여준다. 마리아와 곤살레스가 매일 수확한 커피량이 적혀 있다. 15일마다 수확한 양에 따라 급여가 차등 지급된다. 하루 커피 수확량이 75kg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이하다. 수확 초기에 커피 열매가 완전히 익지 않아서 그대로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마리아가 받는 일당은 보통 87케찰(약 1만3천원) 이하다. 과테말라의 하루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공식적으로는 급여를 받지 못하는 곤살레스의 도움이 없었다면 마리아의 수입은 더 형편없었을 것이다. 과테말라에서 14살 미만 어린이의 노동은 불법이다. 하지만 대농장에서 아동노동은 일상적으로 이뤄진다. 아동노동 없이 커피를 이렇게 저렴하게 수확할 수 없을 것이다.
 
“커피농장에서 어린이를 보셨다면 가족이랑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일 것이다.” 농장주 카를로스 토레비아르테가 <슈피겔>에 나중에 말했다. 그는 어린이를 고용하지 않고, 심지어 어린 자녀를 둔 노동자를 위해 어린이 돌봄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강변했다. 대기업 스타벅스와도 거래 중인 커피농장에는 위법 사항이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산토 토마스 페르디도 커피농장은 2016년 10월 점검에서 최고의 커피농장으로 뽑혔다. 스타벅스 쪽은 “아동노동 등 무관용 관행이 적발된 커피농장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100여 명에 달하는 커피 수확 노동자는 콘크리트와 돌로 만든 오두막에서 산다. 밤이면 자녀 여럿을 둔 두 가족이 아무것도 없는 콘크리트 바닥에 몸을 눕힌다. 요리는 오두막 앞 진흙탕에서 한다. 가구별 화장실 따위는 애초에 없다. 오두막에 사는 이들은 수확기에만 농장주에 고용되는 극빈층 뜨내기 일꾼들이다.
 
에마누엘 사북(26)은 글로벌 커피 무역의 추악한 이면을 잘 안다. 그는 어린 시절 한 때 산토 토마스 페르디도 커피농장의 오두막에서 거주했다. “당시 이곳에는 가구 수가 꽤 많아 마을이 형성됐다. 각 가족에게 오두막이 있어 오랫동안 살았다.”
 
하지만 카를로스 토레비아르테가 약 20년 전 대농장을 매입한 뒤 전원의 평화로운 삶은 끝나버렸다. “마을 전체가 대농장을 떠나야만 했다.” 국가카페협회의 영향력 있는 회원 중 한 명인 토레비아르테는 “그것은 사실이 아니고 대농장 부지에서 쫓겨난 노동자는 한 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커피 수확은 계절노동자가, 농장 관리는 이른바 ‘파르셀리스타’가 한다고 에마누엘 사북은 전했다. 파르셀리스타는 대농장의 일정 면적을 작업용으로 배정받은 노동자를 가리킨다. 이곳 노동자는 대농장주나 대농장의 관리인에게 전적으로 종속돼 있다. “노동자가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할라치면 일을 그만둬야 한다.”
 
   
값싼 커피 생두는 로스팅을 거쳐 고가의 원두로 탄생한다. 브라질은 커피 생두 최대 수출국이지만 로스팅 커피 최대 수출국은 독일이다. 생두가 대형 기계에서 로스팅되고 있다. REUTERS
 
로스팅
현재 커피 가격은 바닥을 치고 있다. ‘크라프트’(Kraft)나 ‘멜리타’(Melitta) 같은 대기업은 아주 오랫동안 대량 커피 위주로 사업을 해왔다. 이들 대기업은 커피 재배 국가에서 단식 농업과 경제적 혹사를 남발했을 뿐 아니라, 자체 마진도 과감히 최소한으로 줄였다. 커피 1kg은 슈퍼마켓에서 보통 6유로(약 8천원)에 판매된다.
 
소비자의 탐욕은 독일 기준 규격인 500g 진공포장된 분말 커피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500g의 가격은 몇 년째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분말 커피용으로 가공되는 원두의 품질에 악영향을 미쳤다.
 
슈퍼마켓에서 팔리는 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로스팅 업체들은 형편없는 원두를 사용해야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괜찮은 맛을 내기 위해 커피 로스팅 업체들은 속임수를 썼다. 과거에는 브랜드 커피를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함께 볶아 섞었다. 이제는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최종적인 향을 내기 위해 종류별로 커피를 분리해 볶는다. 그리고 커피의 각 향을 도드라지게 내기 위해 따로 간다. 이렇게 따로 작업한 커피를 마지막에 모두 섞는다. 훌륭한 로스팅 마이스터는 이런 방법으로 싸구려 커피에 그럴듯한 향을 부여한다.
 
로스팅은 미식가의 관점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로스팅 단계에서 저렴한 원자재 커피가 고가의 소비재로 둔갑하기 때문이다. 로스팅을 거친 뒤에야 커피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브라질은 생두의 최대 수출 국가다. 브라질은 수작업으로 일일이 수확한 커피 1kg당 2.7달러(약 3천원)를 벌어들인다. 독일은 로스팅 커피의 최대 수출국이다. 로스팅 커피 1kg당 6.21달러(약 7천원)의 매출을 올린다. 가치 창출이 100% 이상 이뤄졌다.
 
독일과 유럽연합은 자국 커피산업을 적극 보호하고 있다. 수입 로스팅 커피는 원산지를 불문하고 관세 7.5%가 부과된다. 반면 커피 생두는 무관세로 수입된다. 이런 경제정책은 커피 보호주의 또는 식민주의로 불린다. 뭐라고 부르든 결과는 같다.
 
로스팅 머신의 명가 프로바트의 빔 아빙 대표이사는 커피 로스팅에 대해서라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전문가다. 그는 좋은 스토리텔링이 커피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이라고 본다. 프로바트 공장은 라인강변의 소도시 에메리히에 있다. 이 회사의 설립자는 1870년 전세계 최초의 원통형 로스팅기를 발명했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원두를 대부분 집에서 프라이팬으로 볶았다. 프로바트는 소규모 커피 공장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 로스팅기를 공급한다.
 
빔 아빙 대표이사는 로스팅의 시간과 분량, 공기 유입이 로스팅을 얼마나 가속화하는지를 열정적으로 들려준다. 그는 커피 로스팅이 점점 대규모에서 소규모 및 수공업화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커피 로스팅 업계에 만연한 속임수에 대해서는 좀처럼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고객 불만도 별로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멀건 물’ 같은 커피가 대량 판매되는 것이 의아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프로바트는 커피를 직접 판매하지 않지만 자사의 로스팅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자체 브랜드 커피를 생산해 직원들에게만 원가로 판다. “커피 1kg당 12유로(약 1만6천원)에 파는데, 좋은 커피는 이 가격 이하로는 생산할 수 없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커피에 이렇게 많은 돈을 낼 생각이 없다.
 
   
 
캡슐커피
전세계 최대 식품기업 ‘네슬레’에서 조그만 알루미늄 캡슐 커피가 성공하리라고 생각한 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네스프레소(Nespresso) 부서는 네슬레에서 승진에 밀려난 직원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장폴 가야르드 역시 1988년 실패만 거듭하던 네스프레소 부서로 옮길 때 “조심하라”는 주의를 받았다. 동료들은 “캡슐 커피 부서로 자리를 옮기지 말라”고 그를 뜯어말리기도 했다.
 
가야르드는 캡슐 커피에 그랑크뤼 고급 와인처럼 고급스러움을 불어넣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애플의 아이폰 고객층에 비견될 만큼 충성도 높은 캡슐 커피 마니아가 생겨났다. “우리는 ‘커피의 아이폰’이다”라고 가야르드는 말했다.
 
캡슐 커피 광고는 가히 엄청나다. 광고에서 조지 클루니가 미소짓고, 네스프레소 매장에선 검은 앞치마를 두른 직원들이 미소로 손님을 맞이한다. 매장 내 시음 구역에서 직원들은 고객에게 아주 은밀한 것을 묻듯 선호하는 커피 향을 묻는다. 네스프레소 매장 입구는 은행 입구를 연상시킨다. 입구에는 현금자동인출기 모양의 고급스러움이 잔뜩 묻어나는 커피머신이 놓여 있다. 커피머신에 신용카드를 넣으면 황금색 글씨가 적힌 종이백으로 캡슐이 떨어진다.
 
그런데 장폴 가야르드는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와 결별했다. 캡슐 커피 출시 이후 네슬레그룹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은 그는 회사를 떠나 경쟁업체를 세웠다. 가야르드는 2008년 ‘에시컬 커피 컴퍼니’(ECC·Ethical Coffee Company)를 설립해, 네스프레스 캡슐 커피의 대항마로서 무결점의 자체 캡슐 커피를 내놨다. ECC 캡슐 커피는 네스프레소 커피머신에 호환될 뿐 아니라 가격도 4분의 1가량 저렴하고, 가야르드가 강조하는 것처럼 캡슐 용기가 생물학적으로 분해된다.
 
네슬레그룹은 가야르드가 선전포고한 전쟁에 정면 대응했다. 네스프레소는 한때 캡슐 커피머신에 외부 커피 캡슐을 파괴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에 ECC는 법정 소송을 걸었다. 이후 네슬레그룹의 대변인은 이런 캡슐 커피머신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캡슐 커피 시장 규모는 엄청나다. 네스프레소의 연매출액은 40억유로(약 5조3600억원)다. 캡슐 커피 시장에 경쟁업체들이 뛰어들었지만, 네스프레소의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25% 수준을 유지한다. 네슬레그룹은 독일에서만 연간 커피 캡슐 20억 개를 판매한다.
 
네스프레소와 스타벅스는 잠자고 있던 커피업계를 깨웠고 탐욕을 부채질했다. 진공포장된 저렴한 분말 커피를 500g 단위로 팔던 커피업계는 일순간 배고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시아에도 때마침 커피 열풍이 불었다. 스타벅스는 ‘차의 대국’ 중국에도 진출했다. 다른 업계도 이제껏 별 볼일 없던 커피업계에 일순간 눈길을 돌렸다.
 
ⓒ Der Spiegel 2017년 38호
Die Bllionen-Bohne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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