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 특집 2017 | 비즈니스
     
초코파이도, 화장품도 안 되고…
[집중기획] 중국 사드 보복 ‘불편한 진실’- ② 투톱의 몰락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이정연 xingxing@hani.co.kr
오리온 중국법인, 2017년 2분기 매출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 아모레도 ‘먹구름’
 
오리온과 아모레퍼시픽은 각각 제과 ‘초코파이’와 화장품 ‘이니스프리’를 주력으로 중국 시장을 점령한 한국의 대표 기업이다. 효자와 같던 중국 시장은 이들 기업에 함정이 됐다. 자연스럽게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커진 상황에서 사드 후폭풍 등으로 매출이 곤두박질치자 그룹 전체가 휘청이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인적 쇄신을 단행하며 신제품 개발과 다른 해외 시장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정연 <한겨레> 기자
 
한국 국방부가 2016년 9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부지로 롯데그룹 소유의 롯데성주스카이힐골프장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두 달 뒤인 11월부터 중국 롯데마트에 대대적인 세무조사와 소방점검을 시작했고, 그 뒤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든 롯데그룹은 중국 롯데마트 영업을 포기하고 매물로 내놨다. 중국 정부는 2017년 3월 한국 여행 상품 판매를 금지하며 한류제한정책(한한령)을 본격화했다. 심기 불편한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칼을 빼든 지 1년째 접어든다. 중국에 오랫동안 뿌리내린 기업들도 사드 배치 후폭풍에 휘청였다. 롯데마트처럼 송두리째 뽑히지는 않았으나, 만만찮은 도전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아모레퍼시픽과 오리온이다.
 
두 회사는 모두 1993년 중국 사업에 첫발을 내디뎠다. 중국이 외국 기업에 문을 활짝 연 직후부터 공들여 기반을 닦았다. 두 회사는 모두 중국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1990년대 초 중국에서 출시된 뒤 중국 파이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2012년 중국 내 매출이 1조원을 넘었지만 2017년 상반기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연합뉴스
 
날개 잃고 추락
오리온의 대표 상품 초코파이의 중문 이름은 ‘하오리유파이’(好麗友派)다. ‘좋은 친구’(好麗友) 같은 초코파이는 이제 중국인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온 친구나 다름없다. 대도시뿐 아니라 중국 전역에서 쉽게 구하는 과자가 됐다. 1997년부터 본격 현지 생산을 시작해 중국 파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오리온은 1993년 중국 베이징사무소를 열었고, 진출 20년 되던 해인 2012년 중국 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섰다. 오리온은 중국 매출 신장세를 꾸준히 이어가 2016년 중국에서 올린 매출은 1조3460억원에 이른다. 어린이·청소년 인구 감소 등의 여파로 2016년 오리온의 국내 매출은 전년보다 감소한 6794억원에 그쳤다. 오리온의 중국 매출이 국내 매출의 2배다. 판매량이 많으니 생산시설도 중국 전역에 6곳이나 있다.
 
‘란쯔’(‘라네즈’의 중문 이름)는 중국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화장품 길거리 매장 중 하나다. 라네즈의 중국 내 길거리 매장은 500곳이 넘는다. 아모레퍼시픽이 중국에서 주력하는 브랜드는 고급 제품 브랜드인 설화수를 비롯해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등이 있다. 이들 브랜드의 중국 내 단독 브랜드 매장(드러그스토어 등 제외)은 2017년 6월 말 현재 2001곳에 이른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중국에서 2016년까지 거둔 성적표는 화려하다. 중국법인 3곳(아모레코스메틱상하이, 아모레R&I상하이, 아모레퍼시픽트레이딩)이 올린 매출은 전년보다 40%가량 증가한 1조2606억원에 이른다. 중국 내 사업뿐 아니라 국내 매출에서도 중국 소비자가 미치는 영향은 꽤 컸다. 중국 여행객들의 면세 쇼핑 품목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이니스프리 등을 필두로 한 아모레퍼시픽 제품이다. 2016년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부문이 면세점에서 올린 매출만 1조4994억원이다. 역시 전년보다 40% 증가한 수치다. 이런 성장을 발판으로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미국 화장품·의류 전문 매체 <위민즈웨어데일리>에서 선정하는 ‘세계 100대 뷰티 기업’ 중 7위에 올라 10위 내에 처음 진입했다.
 
오리온과 아모레퍼시픽은 현지 생산 및 연구·개발 투자와 중국 소비자의 정서와 추세에 부합하는 마케팅으로 2000년대 중반 이후 탄탄한 성장세를 이어 갔다. 하지만 사드 배치 후폭풍은 피하지 못했다. 한한령이 본격화하고, 중국 소비자들의 혐한·반한 정서가 정점을 찍은 2017년 2분기(4~6월)는 아모레퍼시픽과 오리온에 한겨울과 다름없었다. 중국 내 매출뿐 아니라 중국 여행객의 급격한 감소로 국내 매출도 휘청였다.
 
증권업계 보고서를 종합하면, 오리온 중국법인의 2017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토막이 난 셈이다. 영업손실 규모는 141억원에 달했다. 국내 매출보다 중국 시장 매출이 2배나 많아 오리온의 전체 매출 성적도 좋지 않았다. 오리온의 2017년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2% 줄어 3912억원에 그쳤다. 김태현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와 베트남, 러시아 법인 판매 호조세에도 사드 여파에 따른 중국법인의 부진으로 큰 폭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서에 밝혔다.
 
오리온의 중국 매출 감소폭이 2017년 3월 70%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는 사실은 회복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증권업계는 오리온의 2017년 3분기 중국 매출 감소폭이 13~15% 될 것으로 내다봤다. 영업이익은 300억원대 후반으로 추정한다. 전년 동기의 절반에 그쳤으나 영업손실을 입었던 2분기에 견주면 큰 폭의 회복세를 보이는 셈이다. 희망의 단서가 포착되고 있으나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박애란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영업 환경이 정상화되지 않았고, 중국의 온라인 소비가 늘면서 비필수 식품인 제과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리온은 그나마 국내 매출이 소폭 증가한 반면,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이 크게 줄어 국내 매출에도 먹구름이 낀 상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017년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8% 감소해 1억413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57.9%나 줄어 1304억원에 그쳤다. 그룹 주요 계열사로 설화수와 라네즈, 마몽드 등 글로벌 진출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을 보면, 2017년 2분기 국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5%, 해외 매출은 2.1% 감소해 각각 8055억원, 4085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매출이 큰 폭으로 준 것은 중국 관광객 감소로 면세점 매출이 14.7%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2017년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1%, 30.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라네즈는 중국 내에 매장 500여 곳을 두고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중국 현지 사업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으로 인한 한국 내 매출도 쏠쏠하다. 중국 여행객의 필수품이 아모레 제품일 정도다. REUTERS
 
위기 탈출의 돌파구
문제는 중국 정부의 한한령 조처라는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면세점 등의 실적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한국관광공사의 방한 외국인 관광객 통계를 보면, 중국인 관광객 수는 2017년 4월 전년 동기 대비 67% 감소한 이후 별 변화 없이 매달 60%대의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해 지나치게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 역설적으로 위험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두 회사는 정석대로 현 어려움의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안으로 조이고, 바깥으로 넓힌다는 것이다. 기업 내부의 비용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중국 외 해외시장은 최대한 확장하고 있다. 사실상 두 기업의 선택지는 이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유일하고도 확실한 방안은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중단하는 길이겠지만, 이를 강제할 수 없으니 당장 실행 가능한 선택지에 집중하고 있다.
 
오리온은 2017년 6월1일, 2003년부터 중국법인 대표를 맡아온 김흥재 사장을 이규홍 부사장으로 교체했다. 더불어 판매 계약직 현지 직원 20%가량을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교체와 뒤이은 구조조정, 유통재고 축소 등 내핍 경영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베트남과 러시아 시장에서는 2017년에도 큰 폭의 매출 신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지화한 제품의 지속적인 개발과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오리온은 2017년 10월17일 글로벌 연구 개발 통합관리 체제를 구축한 뒤 첫 신제품을 내놨다. 한국과 중국, 베트남 시장에 최적화한 각기 다른 맛의 초코파이를 선보였다. 베트남에서는 진한 초콜릿 맛을 좋아하는 소비자 성향에 착안해 카카오를 많이 담은 ‘초코파이 다크’를 팔았다. 오리온은 “베트남에서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 앞으로 3년 내 초코파이를 베트남법인 최초로 연매출 1천억원에 달하는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아모레퍼시픽그룹도 인적 쇄신에 나섰다. 2017년 10월10일 조기 임원 인사를 단행해 안세홍 전 이니스프리 대표 부사장을 승진시켜 아모레퍼시픽 대표 이사 사장에 앉혔다. 더불어 미국법인장에는 프랑스화장품 전문 매장 ‘세포라’ 등에서 일한 바 있는 제시카 한슨 상무가 선임됐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임원 인사를 발표하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에두르지 않고 위기에 봉착한 현실을 반영한 인사임을 밝힌 것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미국과 동남아시아, 중동 시장 공략에 분주하다. 시장 규모는 세계에서 가장 크지만 매출 비중이 작았던 북미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 9월에는 세포라 144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계열사 제품 판매를 시작했고, 미국 뉴욕에는 이니스프리 단독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로빈 나 아모레퍼시픽 동남아시아 지사 대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몇몇 제품을 무슬림 여성의 수요에 맞춰 개량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여성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아모레퍼시픽이 현재 250곳인 동남아시아 매장을 2020년까지 40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