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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꼭지를 영어로 뭐라고 해요?”
[Issue] 현대판 죽은 시인의 사회- ① 방황하는 교사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하우케 구스 등 economyinsight@hani.co.kr
난장판 교실에 교사들 극도의 피로감… 성적 농담은 기본에 ‘맘에 안든다’며 교사 폭행도
 
요즘 교사가 교실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상상 이상이다. 교권은 바라지도 않는다. 일부 무서운 학생들은 막말과 폭행을 일삼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교사들은 번아웃 증상과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을 호소한다. 생계를 위해 교단에 선 교사도, 참교육을 실천하려는 꿈에 부풀어 교단에 선 교사도 예외 없다. 학교에 들어서는 순간 다리가 풀리고 머리는 복잡해진다. 학생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점점 자신감을 잃고 있다. 학생들에게 성적을 매기는 일에도 확신이 없다. 교사에겐 치료가 절실하다.
 
하우케 구스 Hauke Goos
마이크 그로세카퇴퍼 Maik Großekathöfer <슈피겔> 기자
 
   
학생과 학교 업무에 치인 교사들은 정신건강 프로그램 모임에 참가해 서로의 경험담을 털어놓으며 위안을 삼는다. 교과서 더미를 양옆에 둔 채 수업 자료를 살펴보는 교사. 연합뉴스
 
바트 브람슈테트 정신신체의학 클리닉 세미나룸에 여자 11명과 남자 2명이 의자에 빙 둘러앉아 있다. 테이블에 커피와 쿠키가 놓여 있다. 한쪽에는 게시판과 플립차트, 형형색색의 카드, 사인펜이 가득 담긴 상자가 놓였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교사다. 때는 여름. 다음 학기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참가자들에게 오늘이 마지막 강좌다. ‘교직의 노동과 건강’의 약칭인 ‘Agil’로 불리는 강좌에서 번아웃(극도의 피로) 증상에 시달리거나, 지금 열리는 강좌처럼 번아웃 증상이 우려되는 교사들을 위해 개발된 치료가 이뤄진다.
 
둥그런 금속안경을 낀 빨간 머리의 비프케 키운케 전공의가 한가운데 앉아 있다. 키운케 전공의는 이날 오후 강좌의 주제 ‘휴식, 존중’을 소개한다. 존중은 무엇이고 휴식은 무엇인지, 노동이 휴식이 될 수 있는지 등을 다룰 예정이다.
 
키운케 전공의가 참가자들에게 준비물을 다 가져왔는지 묻는다. 반팔 셔츠와 편한 신발 차림의 두 남성 참가자는 무언가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듯 의자 등받이에 몸을 편안하게 기대어 발을 꼬고 있다. 무릎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여성 참가자들은 강사의 질문에 집중하며 꼿꼿하게 앉아 있다.
 
오늘 강좌는 다섯 번째 시간이다. 매 강좌는 4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참가자들은 강좌에서 ‘(스트레스 유발) 지옥의 사중주’ ‘고민 차단 전략’ ‘자기변명 반사’ 등의 개념을 배운다.
 
바트 브람슈테트 클리닉은 번아웃 및 우울증 치료를 전문으로 한다. 클리닉은 교사들을 위해 특수하게 개발된 번아웃·우울증 예방 강좌를 연 2회 연다. 이 강좌는 항상 조기 마감된다.
 
매년 우울증으로 입원치료를 받는 클리닉 환자 약 2천 명 중 의사로부터 강좌 참가를 권고받는 최대 직업군은 교사다. 강좌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다. 참가 교사들은 지역별로 시골과 대도시, 학교별로 김나지움(독일 중·고등학교 -편집자)과 초등학교, 직업학교를 불문하고 폭넓게 분포돼 있다.
 
독일 교사 3명 중 1명은 연령을 불문하고 번아웃 증상에 시달린다. 30살 이하 교사나 50살 이상 교사 모두 극도의 피로감, 불안감, 슬픔, 허무감을 호소한다.
 
교사들은 의욕도 없고 규율도 없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학교 당국과 동료 교사들과의 불화로 고통을 호소한다. 교단에 대한 이상과 실제 학교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교사들이 병들고 있다.
 
키운케 전공의는 강좌 참가자들에게 연습을 유도한다. 참가자들은 일상과 익숙한 것에서 거리를 두며, 스스로와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연습을 한다. 키운케는 교직을 파티로 상상해보라고 한다.
 
“파티에 꼭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원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런데 이 파티에 못 가게 막는 장애물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파티에 가기 위해 누구에게 가야 할까요?”
 
“수위에게 가야 합니다.” 두 남자 교사 중 연장자 교사가 말했다.
 
키운케 전공의는 정답이라면서 자신 내면의 수위에게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면의 수위’는 교직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가리킨다. 강좌 참가자들은 내면의 수위를 극복하는 연습을 한다.
 
전쟁터 같은 교실
둥글게 둘러앉은 참가자들 중 가장 오른쪽에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서 교사로 일하는 율리아가 앉아 있다. 회색 머리에 흰색 블라우스, 짙은 블레이저코트 차림의 율리아는 나이 밝히기를 꺼렸다. 아비투어(고등학교 졸업 시험 -편집자) 이후 책과 관련된 일, 특히 교열사로 일하기 원했다는 율리아는 “결국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사범대에서 특수교육학 및 독문학을 전공한 그는 교원연수 대신 작은 출판사에 취직했다. 그는 나이 마흔에 아동서적을 스페인어에서 독일어로 번역하는 일을 시작했다. 어느날, 율리아는 60살까지 이 일을 계속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1차 국가고시를 치른 시점에서 17년이 흐른 2007년, 율리아는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는 율리아는 교단에 서면서 교사만큼 힘든 직업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현재 담임교사로 일하는데, 교실에 갈 일이 있을 때마다 배가 아팠다. 교실에선 항상 무언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일어났다. 어느날 아침 학생들 사이에 격한 싸움이 벌어졌고, 율리아는 수업이 끝난 뒤 오랫동안 큰 소리로 울었다.
 
율리아의 말을 들어보자. “독일 극장영화 <괴테스쿨의 사고뭉치들>에 나오는 교사처럼 나도 총을 소지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때가 있다. 영화 속 교사는 말을 듣지 않는 학생들에게 컬러 잉크가 발사되는 총을 쏜다. 학생들의 불손한 언행과 아주 무심한 태도는 내 영혼을 잠식한다. 내가 담임을 맡은 학급에 학생 20명이 있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더 많다. 학생들 나이는 16살, 17살이다. 매일 누군가 한 명은 지각한다. 항상 누군가는 아침 1교시나 쉬는 시간 뒤 수업 시간에 온다. 지각생은 한두 명이 아니다. 5명, 8명 등 다른 학생들이 번갈아 지각한다. 지각생은 헤드폰을 쓰고 에너지드링크를 손에 든 채 신발을 질질 끌며 교실에 들어온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MP3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야구모자를 쓰지 않으며, 숙제를 해오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에 예외 없이 서명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서약서 따위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수업 시간에도 떠들고 통화를 하며 꾸깃꾸깃한 종이를 여기저기 던지기 일쑤다.
 
율리아가 학생들에게 연습문제 풀 시간을 주면 대다수는 책상에 머리를 눕히고 딴짓을 한다. 연습문제를 풀라고 재촉이라도 할라치면, 학생들로부터 “아줌마, 우리 좀 괴롭히지 마!”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
 
율리아는 요즘 ‘어떻게 학생들을 제대로 지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율리아는 “학급 통솔의 기술은 상황을 악화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남학생이 여교사를 폭행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한발 물러서서 감정적으로 격해지지 않으려고 한다. 각 학생의 행동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되뇐다.”
 
율리아는 영어 수업 때 학생들에게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라고 사전을 나눠준 적이 있다. 한 남학생이 ‘젖꼭지’라는 단어를 어떻게 찾냐고 짓궂게 물었다. 대여섯 명의 남학생이 폭소를 터뜨렸고, 율리아는 복도로 나와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렇게 20분이 지났을 것이다. 학생들은 율리아가 교실 밖에 나간 것을 처음에는 멋있다고 생각했다가 나중엔 적잖이 당황했다. 한 남학생이 복도에 있던 율리아에게 와서 계속 수업을 할 거냐고 물었다. 율리아가 “이렇게는 수업을 못한다”고 했더니, 남학생은 “우리도 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제야 수업이 웬만큼 차분하게 이뤄졌다.
 
율리아는 딱 한 번 불같이 화낸 적이 있다. 한 남학생이 칠판 앞에서 장난쳤을 때다. “그때 나는 ‘너 정말 정신 사납게 만든다!’고 힘껏 소리쳤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부끄럽다. 자제해야 했다.”
 
   
독일 교사들은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험한 꼴을 당하기 일쑤다. 학생이 성적 농담을 하거나 교사를 폭행하는 일도 많다. 한 남학생이 수업 중 교사에게 의견을 말하고 있다. TASS 연합뉴스
 
이상과 현실의 간극
독일 뮌헨대학 학교교육학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사범대생의 3분의 1은 교사직에 적합하지 않다. 교사직에 적응 못할 위험이 있는 사범대생은 두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원래 아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하고 수업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 이 그룹은 교사 적성에 의구심을 품고, 차라리 화학이나 독문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스스로 기대치가 높거나 훗날 직장을 구하지 못할까봐 사범대에 진학한 경우다. 교사라는 직업을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 더 좋은 길이 떠오르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것일 뿐이다. 하지만 교사에 대한 교육학적 요구는 학급의 다양화로 오히려 커져가므로, 이 유형은 심리적 한계에 봉착하는 일이 더 늘어난다. 교실에서 뛰쳐나와 1시간 동안 울었던 율리아는 첫 유형에 속할 것이다.
 
둘째, 이상주의자다. 이 유형은 학생들을 각자의 재능에 맞게 육성하고 교육학적으로 지도하려는 의욕으로 충만하다. 이들은 이상과 현실의 간극 때문에 어느 날 좌절하게 된다. 직업에 충분한 거리를 두지 못하고 자신을 과대평가해 너무 높은 기대치를 갖는다. 이들은 현실에 맞지 않는 무한대의 헌신적 자세로 일한다. 이 유형 교사들의 문제점은 교사가 할 일을 막연하게 정의 내린다는 점이다. 교과 과정은, 얼마나 심도 깊게 가르칠지 또는 어떤 내용을 더 가르칠지를 각 교사의 재량에 맡긴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교사는 얼마나 해야 자기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한 것일까? “이상적인 교사에게 번아웃은 명예로운 증상”이라고 번아웃 예방 치료법을 개발한 안드레아스 힐러트 정신과 전문의는 지적했다.
 
브리타는 둘째 유형에 속할 것이다. 독일 북부의 한 김나지움 교사인 그는 번아웃 예방 강좌에서 동료 여교사 옆에 앉아 있다. 교사 집안 출신으로 짧은 머리를 한 브리타는 독일어와 프랑스어 교사다.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도 교사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브리타는 “내 수업도, 학교도 공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완벽주의는 결국 결정장애를 불렀다. 그래서 일의 진척이 느리고, 일이 끝나면 만족하지 못한다. 그는 스스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브리타는 교원연수 때 코칭 강좌를 들었다. 자신의 일 처리 속도가 느리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그는 4점을 받고 임용고시를 겨우 통과했다.
 
“학생 성적을 매기는 게 너무 힘들다. 학생이 정말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 충분히 고려했는가를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한다. 동료 교사들은 학생에 대해 큰 고민을 하지 않고 성적을 매긴다. 나는 학생이 왜 이런 점수를 줬느냐고 물을 경우 언제든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만큼 꼼꼼히 성적을 매긴다.”
 
브리타는 어떤 수업도 자신이 완벽하게 했다고 느끼지 않는다. 항상 다음 시험을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학생들의 과제 검토는 해도 해도 끝나지 않는다. 그는 각 학생의 진도를 충분히 칭찬해줬는지, 올바른 답변이 좋은지, 아니면 틀린 답변이라도 창의적이면 좋은지에 항상 의문을 품고 있다.
 
브리타는 교직에 대한 환상을 잃었다. 나흘간의 교원연수에서 수업 10시간을 했다. 그때는 공작도 하고 배포자료를 코팅하는 등 수업 준비에 정성을 다했다. 그는 나중에 교단에서도 이렇게 수업 준비를 할 것이라고 믿었다. 교사가 된 지금, 브리타는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내 문제는 내가 교직에 열정과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긍정적 측면에서 비롯됐다. 나는 정체성의 일부를 버리고 싶지 않다. 그래서 더 큰 딜레마에 빠져 있다.”
 
ⓒ Der Spiegel 2017년 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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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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