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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부유세 유명무실화 시도
[Focus] 프랑스 정부 새 예산 정책 분석 ①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기욤 뒤발 등 economyinsight@hani.co.kr
자본소득세 인하 등 고소득층 감세에 집중… 공무원·퇴직자 피해 크고 사회보장 약화 우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의 새 예산 정책은 감세에 초점이 맞춰 있다. 사회보장분담금 인하, 거주세 면제, 부유세 완화, 자본소득세 인하가 핵심이다. 이 때문에 예산안의 최대 수혜자는 고소득층인 반면, 최대 피해자는 공무원과 퇴직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감세가 긴축재정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출을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보장제도 약화와 불평등 심화는 불 보듯 뻔하다.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클레르 알레 Claire Alet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tian Chavagneux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마르크 슈발리에 Marc Chevall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예산 정책은 부유세 완화 등 감세에 초점이 맞춰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7년 10월1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취임 뒤 첫 생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REUTERS
 
정치판의 예산안 논쟁에선 언제나 진실이 드러난다. 정부가 실제 어떤 정책을 중요시하는지 평가하는 기준은 결국 수치다. 객관적 수치를 봐야 비로소 정부 정책을 평가할 수 있다. 더구나 5년 임기 정부가 막 들어선 상황에서 새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은 모두가 기억하듯 고소득층에 유리한 조세정책이 핵심이었다. 반대로 2012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임기 첫해부터 공공 적자를 프랑스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감축하겠다는 헛된 희망으로 갑작스러운 증세를 단행했다. 이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예산안을 선보일 차례다. 사실 조세정책 관련 예산 깜짝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조세 분야 대선 공약을 철저히 이행하는 데 명예를 걸었기 때문이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될 만한 공약부터 살펴보자. 마크롱 대통령은 부유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작정이다. 심지어 우파 정부도 1986년 이후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게 부유세 개정이다. 게다가 자본소득 과세도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노동자가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사회보장분담금은 감소할 예정이다. 대신 2018년 초부터 일반사회보장세(CSG·직역하면 ‘일반사회기여금’ -편집자)가 증가한다. 그런데 임금노동자의 사회보장분담금 감소폭이 사회보장세의 증가폭보다 크기 때문에, 노동자는 세제개혁을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앞으로 5년 동안 전체 가구의 80%가 거주세 면제 혜택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거주세 면제는 지방자치단체의 낮은 재정자립도를 더욱 악화할 것이다. 거주세가 지방세이기 때문이다.
 
사회보장세 증가 부담은 퇴직자가 질 것이다. 공무원은 사회보장분담금이나 거주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퇴직자와 공무원이 새 정부 조세정책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다. 에너지세는 크게 오를 예정이다. 에너지세 인상은 모든 가구에 적용된다. 물론 환경보호 차원에서 에너지세 인상은 바람직하다.
 
사회보장분담금 감액, 거주세 면제, 부유세 완화, 자본소득세 인하 등 마크롱 정부의 감세 혜택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매우 불공평하게 배분된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어쨌든 재정 적자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면 감세는 결국 더 엄격한 긴축재정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 더 강력한 긴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사회보장제도가 약화되고 공공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공공투자도 감소한다는 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프랑스 경제를 약화하고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사회보장분담금을 낮추는 대신 사회보장세를 올려 퇴직자의 부담이 늘게 생겼다. 퇴직자들이 파리에서 연금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사회보장제도: 사회보장세의 마술
마크롱 대통령은 임금노동자의 실업보험분담금과 의료보험분담금을 내리는 대신 사회보장세를 1.7%포인트 올려 분담금 인하에 따른 세수 부족을 상쇄할 계획이다. 사회보장세는 임금과 성과급, 퇴직연금, 실업수당, 자산소득, 금융소득, 게임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다만 퇴직연금 사회보장세의 경우, 퇴직연금 수급자 중 소득 하위 40%는 사회보장세가 면제되거나 우대세율이 적용된다. 사회보장세는 명칭 그대로 사회보장제도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2016년 사회보장세 수입은 970억유로(약 129조원)로, 사회보장청 및 노령연대기금(FSV) 수입의 24%를 차지했다.
 
그런데 새 정부의 사회보장분담금 인하 계획은 임금노동자의 분담금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노동비용 감소와는 상관없다. 정부와 여당은 임금노동자 분담금이 오직 노동소득에만 적용되는 반면, 사회보장세는 모든 소득에 적용되므로 과세 대상이 분담금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들어 사회보장세를 옹호한다. 따라서 사회보장세의 비중을 늘리면, 저소득 퇴직자의 생활에 타격을 입히지 않고도 경제활동인구의 구매력 상승을 유도하는 동시에 사회보장제도의 자금조달 부담을 좀더 공평하게 배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7년 8월 정부는 사회보장분담금 인하와 사회보장세 인상이 2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보장세는 2018년 1월부터 1.7%포인트 인상되는 반면, 사회보장분담금은 2018년 1월 1차로 2.2%포인트, 10월에 0.95%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프랑스 경제전망연구소(OFCE)에 따르면, 사회보장세 인상으로 2018년 세수가 40억유로(약 5조3200억원) 늘어날 것이다. 임금노동자의 사회보장분담금이 시차를 두고 인하되더라도 최종적으로 임금노동자의 구매력이 1.45%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법정최저임금(SMIC)을 받는 노동자의 경우 매년 260유로(약 35만원)를 더 버는 셈이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분담금 인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정부는 공무원의 사회보장세 인상분만큼만 사회보장분담금을 내릴 예정이다. 민간부문 노동자와 달리 공무원은 구매력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없다. 게다가 공무원 보수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지수도 2018년 동결할 예정이다. 2017년 9월 중순 공무원 노조는 정부의 첫 번째 타협안을 거부했다. 정부안의 공무원 사회보장세 인상에 대한 보상이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할 뿐만 아니라 신입에게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프랑스 공무원 노조는 10월10일 총파업에 나섰다.
 
연금수급자의 경우, 사회보장세 인상은 65살 미만이라면 월소득 1200유로(약 160만원)부터, 65살 이상이라면 1350유로부터 적용된다. 물론 연금수급자 중에는 거주세를 면제받아 인상된 사회보장세를 상쇄할 수도 있겠지만, 이마저도 간단치 않다. 첫째, 거주세가 완전 면제되려면 3년이 걸린다. 둘째, 거주세 감액은 지자체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경제전망연구소의 경제학자 마티외 플란은 연금수급액이 월 2500유로(약 330만원) 넘는 수급자는 아무 보상 없이 사회보장세 인상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거주세 면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급액이 월 2500유로가 넘는 연금수급자는 전체 수급자의 약 20%에 이른다. 더욱이 사회보장제도 운영비를 퇴직자에게는 더 많이, 현직자에게는 더 적게 부담시키는 것은 소득 변화를 고려할 때, 더욱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 조세개혁의 최대 수혜자는 자본소득자다. 자본소득자도 이론적으로는 사회보장세 인상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정부가 자본소득의 종류와 상관없이 모든 자본소득에 30%라는 단일 정액세를 도입할 예정이므로 대부분의 자본소득자들은 사회보장세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마크롱 정부의 조세개혁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본소득세: 부자에게 유리한 조세개혁
세계 최고 갑부 중 한 명인 미국 금융가 워런 버핏은 몇 년 전 이런 말을 했다. “분명히 계급투쟁은 존재한다. 그러나 계급투쟁을 주도하는 쪽은 내가 속한 계급, 즉 부자들이며, 우리는 거의 승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의 현실이 프랑스에서도 현실이 되고 있다.
 
마크롱 정부의 예산안이 통과되면 부자들은 두 가지 중요한 선물을 받을 것이다. 첫째, 부유세가 사실상 폐지된다.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금융소득자는 부동산을 제외한 자산에 부유세를 낼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약 30억유로(약 3조9900억원)에서 38억유로의 세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금융소득자는 이자·배당금·자본이득 등 금융투자 소득에 대해 30% 정액세를 내면 된다. 오늘날 금융소득은 임금소득처럼 가계소득에 포함된다. 이로 인한 세수 손실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5억유로(약 2조원), 경제전망연구소 소속 경제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40억유로다.
 
그렇다면 정부는 금리수입 생활자의 천국을 건설하려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정부는 사실상 부유세 폐지와 자본소득세 인하를 통해 여윳돈이 생산적 투자로 유입되는 두 가지 선순환 메커니즘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한편으로 부자들은 부동산보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려 함에 따라, 프랑스 기업들의 자기자본이 증가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기업들은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자본소득세를 보상하기 위한 배당금을 더 이상 지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배당금으로 나갈 돈을 투자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위 1% 부자들이 정부의 기대대로 금융투자를 늘릴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2014년 금융투자는 이미 상위 1% 부자들의 자산 71%를 차지했고, 상위 0.1%에 해당하는 3만 가구의 경우 자산의 84%가 금융자산이었다. 같은 바구니에 달걀을 전부 담아서는 안 되므로, 설령 금융투자가 증가한다 해도 의미 있는 변화는 아닐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이 배당금 지급을 줄일 것이라는 보장도 전혀 없다. 만약 모든 기업이 배당금을 줄이는 게 아니라면, 배당금을 줄이는 기업은 주주를 잃을 위험이 크다. 그럼에도 배당금을 줄이는 기업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생긴 자금을 반드시 투자 확대에 사용하리라는 보장도 없다. 마지막으로 자본소득세 수준과 생산적 투자 수준을 비교해보면 양자의 관련성은 매우 미미하다. 결국 정부는 50억유로(약 6조6500억원)에서 80억유로의 공적 자금을 확실하지도 않은 거시 경제적 이득을 위해 부자에게 재분배하는 셈이다.
 
지방세: 서민보단 중상층에 유리
   
마크롱 대통령이 선거 때 약속한 것처럼, 프랑스 정부는 전체 가구의 80%에 대해 거주세를 폐지할 계획이다. 현재 거주세는 실거주자에게 부과된다. 실거주자가 소유주인지, 임차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도 420만 명이 거주세 면제 혜택을 받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은 저소득 서민층이다. 그런데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과세표준 소득이 연 2만7천유로(약 360만원)보다 적은 1인 가구, 4만3천유로보다 적은 2인 가구, 4만9천유로보다 적은 3인 가구(부부+자녀 1인)의 경우 거주세가 앞으로 3년에 걸쳐 점차 낮아지고, 3년째인 2020년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마크롱의 거주세 개혁 평가’라는 논문을 발표한 피에르 마데크는 거주세 인하가 서민층보다 중산층, 특히 중·상위 소득계층에 유리한 구매력 향상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거주세 면제는 수혜 가구당 연간 579유로(약 77만원)의 평균 이득을 창출하지만, 서민가구는 이미 거주세 면제를 받기 때문에 이번 거주세 개혁의 혜택을 중산층보다 훨씬 덜 보게 된다.
 
거주세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 편이다. 최근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정부 대변인은 거주세를 ‘불공정하며 시대에 뒤떨어진 세금’이라고 규정했다. 거주세는 주택의 임대가치(토지대장에 등록된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임대가치 자체는 1980년대 초 이후 한번도 갱신된 적이 없다. 게다가 거주세율은 지자체가 결정한다. 거주세 수입은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주세 총액은 지자체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재정이 빈약한 지자체의 거주세가 다른 지자체보다 더 높다. 가난한 지자체는 거주세를 제외하면 다른 재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자체의 세수 손실을 마지막 끝전까지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전반적인 지방재정법 개혁도 약속했다. 그러나 시장연합회 부회장 앙드레 레넬에 따르면, 정부가 사회정의의 이름으로 약속한 지방재정법 개혁은 지자체 간 격차를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최근 몇년 동안 가장 수익성 높은 지방세는 기업의 부가가치분담금과 양도소득세였다.
 
현재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들은 두 세금의 수입이 매우 적다. 기본적으로 관내에 양도소득세를 물릴 정도로 가치가 오른 부동산도, 부가가치분담금을 낼 만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도 부자 지자체보다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지자체는 지방재정법 개혁으로 혜택은커녕 피해만 볼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마크롱 대통령은 중앙정부의 지자체 교부금을 2018년엔 현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2019년부터 5년 임기가 끝나는 2023년까지 130억유로(약 17조3천억원) 감축할 계획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0월호(제3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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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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