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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경쟁력 강화는 물 건너갈 판
[Focus] 프랑스 정부 새 예산 정책 분석 ②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기욤 뒤발 등 economyinsight@hani.co.kr
‘저임금 고용’에 집중해 숙련노동자 고용비용 늘 듯… 에너지세 강화 의지는 확고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세액공제를 기업의 사회보장분담금 인하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분담금 인하 대상이 저임금 노동자 고용비라서 기업들이 숙련노동자 고용을 확대할 유인책과는 거리가 멀다. 제조업의 노동비용이 올라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세 강화는 그나마 바람직한 변화로 꼽힌다. 다만,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완성되려면 저소득층 지원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클레르 알레 Claire Alet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tian Chavagneux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마르크 슈발리에 Marc Chevallier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사회보장분담금이나 거주세 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공무원들은 새 정부 조세정책의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2017년 5월 프랑스 경찰들이 칸 국제영화제 행사장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REUTERS
 
경쟁력 강화 및 고용창출 세액공제(CICE)를 영구화해 기업의 사회보장분담금 인하로 전환하겠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2019년 실현될 전망이다. 이는 9월11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발표한 ‘기업의 투자 및 성장을 위한 행동 계획’의 핵심 가운데 하나다. 현행 제도에서 기업은 최저임금의 2.5배 이하 임금을 받는 직원 임금총액의 7%만큼 다음연도 세금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이 세액공제는 2019년부터 폐지되고 대신 최저임금의 2.5배 미만 임금총액에 대해 사 쪽이 내야 하는 사회보장분담금이 인하될 예정이다. 세액공제는 다음연도에야 적용되는 반면, 사회보장분담금은 당해연도에 6%포인트 내린다는 점에서 기업은 즉각 감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최저임금에 직원을 고용할 경우, 기업의 사회보장분담금은 추가로 4.1%포인트 내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고용창출 세액공제보다 더 신속한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는데, 특히 비숙련 고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다.
 
법인세: 비숙련 고용 증가 기대
기업은 2019년에 두 가지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 2018년의 임금총액에 대한 세액공제와 2019년의 사회보장분담금 인하가 그것이다. 이 경우 기업은 210억유로(약 27조9500억원)의 유동자금을 추가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정부의 기대가 충족된다면 2019년 3만5천 개, 2020년 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그러나 경제전망연구소의 브뤼노 뒤쿠드레는 좀더 신중하게 전망한다. 뒤쿠드레는 2020년 1만6천 개, 2022년 4만2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 실제 추가 확보되는 유동자금은 신규 고용이 아니라 기존 직원의 임금을 인상하거나 주주의 배당금을 늘리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피에르 가타즈 프랑스 경영자연맹(MEDEF) 회장은 정부의 선물을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가타즈 회장에 따르면, 이는 결국 사 쪽 분담금 재인상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액공제율도 분담금 인하가 적용되는 2019년이 아닌 2018년부터 7%에서 6%로 내릴 예정이다. 사 쪽은 어차피 2018년 임금총액에 대해 공제받는 세금을 2019년에야 사용할 수 있을 테니 세액공제율 인하가 즉각 영향을 미칠 일은 없겠지만, 어쨌든 이는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정부는 GDP의 3% 미만으로 공공 적자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기한이 끝나는 해인 2019년에 과도한 공공 적자를 기록하는 것을 피하게 됐다. 브뤼노 뒤쿠드레는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프랑스는 세액공제가 분담금 인하로 전환되는 2019년에 GDP 대비 공공 적자 비중이 줄기는커녕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늘어나는 걸 피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다음으로, 사 쪽이 우려하는 점은 분담금 인하가 임금총액 감소와 영업이익 증대로 이어질 경우, 법인세 인상 및 상여금과 자본참여 증가로 귀결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정부도 이를 막기 위해 법인세율을 내릴 계획이다. 따라서 2022년까지 법인세율은 현행 33.3%에서 25%로 점차 내려갈 것이다. 더구나 유럽사법재판소가 규정 위반이라고 판결한 3%의 기업 배당금세까지 폐지된다면, 기업은 연간 110억유로(약 14조6400억원)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세액공제 폐지로 인한 기업의 손실을 보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업에 따라, 또는 부문에 따라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릴 여지는 있다.
 
그러나 또다시 저임금 고용이 정책적 우선순위가 되면서 고용창출 세액공제 개혁은 숙련노동자를 고용하는 부문에서 노동비용의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비록 이렇게 증가된 노동비용이 세액공제 도입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할지라도 이는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제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애초에 세액공제의 목표가 제조업의 경쟁력 확보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프랑스 정부는 노후 차량 폐차 보조금 재원을 위해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사륜구동 신차의 부담금을 1만500유로(약 1400만원)까지 올렸다. 니스의 주유소에서 디젤 차량에 경유를 넣는 시민. REUTERS
 
환경세: 의미 있는 진전
정부는 화석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세를 올릴 계획이다. 동시에 서민가구가 에너지세 인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특별 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물론 에너지세 인상과 서민가구 대책은 이전 정부에서도 시행된 정책이지만, 새 정부는 좀더 과감하게 에너지세 전반을 환경친화적으로 개혁할 예정이다. 이는 좋은 소식임이 분명하다. 예로, 경유에 부과되는 에너지소비세(TICPE)를 4년 동안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고급 휘발유에 부과되는 에너지소비세와의 차이가 거의 사라지게 된다. 이 또한 상당한 진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에너지소비세에 포함되는 기후에너지기여금, 즉 ‘탄소세’도 2022년에는 이산화탄소 1t당 86유로(약 11만4천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2015년 제정된 에너지전환법에 규정된 금액보다 20유로 증가한 것이다. 탄소세 증가는 상당한 효과를 낳을 것이다. 예로, 탄소세가 t당 86유로가 되면, 2022년 휘발유를 가득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은 다른 것이 변화가 없다고 가정할 때 2015년 말보다 20% 상승할 것이다. 탄소세는 2018년부터 인상될 예정이며, 이전 정부에서 결정한 t당 39유로가 아니라 44.6유로로 오른다. 따라서 탄소세가 t당 30.5유로였던 2017년보다 25억유로(약 3조3300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할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휘발유 차량은 생산한 지 20년, 디젤 차량은 17년이 넘는 경우 적용되는 폐차 보조금 지급이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서민가구만 폐차 보조금을 받았지만, 이제 모든 가구가 폐차 보조금을 받게 된다. 납세 의무가 없는 가구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현재의 2배인 2천유로(약 266만원)로 껑충 뛸 것이다. 폐차 보조금 확대 재원은 신차에 대한 부담금 인상으로 마련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일정 기준을 넘는 신차를 살 때 내야하는 부담금의 배출량 기준을 현행 주행거리 1km당 127g에서 120g으로 낮추는 한편, 오염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사륜구동 신차에 부과되는 부담금을 1만500유로(약 1400만원)까지 인상해 재원을 마련할 것이다.
 
유류세 증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1인 가구 기준 연소득이 7500유로(약 1천만원) 미만인 저소득 가구 대상의 에너지바우처 제도가 현재 시범 시행되는 4개도에서 프랑스 전국으로 확대된다. 바우처는 자동 지급되고 금액도 2019년 평균 150유로(약 20만원) 정도로 인상될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앞으로 5년 이내에 단열 처리 부실로 에너지가 줄줄 새는 모든 주택을 수리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 2019년 에너지전환 세액공제(CITE)를 주택수리 보조금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은 물론 좋은 소식이다. 돈이 부족해 수리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가구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주택 수리에 투자할 자금이 전혀 없는 가구가 보조금 때문에 수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보조금만으로 정부의 계획을 완성하는 데 충분치 않다.
 

마크롱은 올랑드와 다르다
흔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경제사회 정책 계승자로 소개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올랑드 대통령의 보좌관이었고 나중에 경제부 장관까지 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계 조세정책만 놓고 볼 때 마크롱은 결코 올랑드의 계승자가 아니다.
 
2000년대는 프랑스 조세 중 안 그래도 몇 개 없는 누진세가 지속적으로 약화된 시기였다. 프랑스에서 누진세는 소득세, 부유세, 상속세밖에 없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프랑스 정부의 조세수입에서 누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부가가치세·사회보장세·사회보장분담금 같은 비누진세보다 낮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누진세는 지속적으로 약화됐다. 실제 2000년 가계소득에서 세 가지 누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5%였으나, 2009년 4%로 감소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240억유로(약 31조9300억원)의 세금이 감소한 셈인데 이 변화는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누진세 인하는 2001년 당시 사회당 내각의 재무장관이던 로랑 파비위스가 시작했다. 2005년 도미니크 드빌팽이 바통을 이어받았고,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가 그 유명한 ‘노동·고용·구매력 강화법’을 앞세워 누진세 인하의 흐름을 이어갔다. 그런데 사르코지는 2011년 재정 적자 감축을 위해 고소득자에 대한 고삐를 조이기 시작했다. 올랑드는 부유세를 재도입하고, 갑부 상속자에 대한 상속세를 늘리고, 소득세율을 45%까지 인상하는 한편, 자본소득 정액세를 폐지함으로써 고삐를 더욱 조였다.
 
효과는 그야말로 놀라웠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세수 대비 누진세 비중이 꾸준히 늘어나 2000년 수준을 회복했을 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는 소득불평등 완화로 이어졌다. 2008〜2011년 서민층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반면 고소득층의 소득은 지속적으로 늘면서 심화됐던 소득불평등 추세가 2011년 이후 고소득층에 불리하게 역전된 것이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임기 중 소득불평등 완화를 한 번도 업적으로 내세운 적이 없다. 부유층의 집중 로비에 막혀 운신의 폭이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크롱 대통령은 부유세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자본소득세를 크게 내림으로써 자신의 멘토였던 올랑드의 조세정책과 단절한 셈이다. 이로부터 예상할 수 있는 결과는 불평등의 심화일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0월호(제372호)
Qui gagne, qui perd?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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