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 Finance
     
보호무역이 일자리 감소 막을까?
[Finance] 무역 충격과 민심의 변화
[83호] 2017년 03월 01일 (수)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유럽을 중심으로 극우의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다. 얼핏 보면 세계화로 인한 무역 충격이 국가주의 부활을 불러온 듯하다. 실제 무역 충격이 큰 지역일수록 유권자들의 성향도 극우로 급변했다. 이는 곧 극우 정치인의 득세로 이어졌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정치 성향 급변을 무역 충격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 일자리 감소 또한 무역 충격 때문만은 아니다. 소득불평등이야말로 민심 급변과 일자리 감소의 주요한 원인이다. 보호무역으로 대변되는 무역 충격 완화 못지않게 소득불평등 해소가 더욱 절실해지는 까닭이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유럽에 부는 ‘극우 바람’이 심상치 않다. 2017년 3월15일로 예정된 네덜란드 총선은 이후 치러질 프랑스 대선, 독일 총선 등의 향배를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유럽 극우 정당들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2016년 미국 대선 이후 점점 더 그 세를 불려가고 있다. 네덜란드도 예외가 아니다.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네덜란드 총선 결과는 유럽 정치판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풍향계 구실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결과를 예상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의 부활은 오늘의 현실이다. 잠자던 맹수가 깨어나듯 국가 이기주의라는 망령이 세계를 뒤덮고 있는 현실이다. 유럽에서 시작된 투표 결과는 대서양을 건넜고 이제 다시 서유럽을 극단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대체 왜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했다는 서구에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한 연구는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결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이들 연구의 대부분은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의 대두가 세계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처럼 세계화로 인한 무역 충격이 국가주의를 불러내고 있다. 
 
눈에 띄는 연구가 있다. 밀라노 소재 보코니대학의 이탈로 콜란토네(Italo Colantone)와 피에로 스타니그(Piero Stanig) 교수가 2017년 1월에 발표한 ‘경제 민족주의의 기원’이란 연구보고서다. 이들은 세계화의 충격과 선거 결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1988~2007년 유럽 15개국에서 치러진 76번의 선거를 대상으로 했다. 
 
특히 중국산 제품의 수입 급증과 유권자 행태 사이의 관계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지역별 산업 집중도와 산업별 무역통계 자료를 이용해 중국발 지역별 충격 정도를 측정할 수 있었다. 이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충격은 지역별로 상이한 영향을 끼쳤다. 연구팀은 무역 충격에 강하게 노출된 지역일수록 국가주의와 급진 우파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충격이 강할수록 국가주의를 표방하는 당의 지지율이 높았다. 충격이 셀수록 유권자들의 보수화가 진행됐고 이는 급진 우파당의 지지로 연결되었다. 
 
   
▲ 네덜란드 극우 정당인 자유당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도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유럽의 극우 바람이 더욱 거세질 수도 있다.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가운데)가 2017년 2월18일 로테르담에서 유세를 벌이고 있다. REUTERS
 
무역 충격 강할수록 민심도 급변 
무역 충격이 정치적 변화를 몰고 온 곳은 유럽만이 아니다. 주류 온건 정치인보다 극단적 정치인이 선호되는 현상은 심심치 않다. 미국 대선의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이런 유의 연구가 진행되었다. 2016년 9월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와 고든 핸슨(Gordon Hanson)이 발표한 미국 경제조사국의 연구보고서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제목은 ‘증가하는 무역 노출에 따른 선거 결과’이다. 
 
보고서에서 이들은 무역 충격이 큰 지역일수록 중도 정치인들이 더욱 빠르게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주목할 점은 정치인보다 유권자가 더 빠르게 변해 정치 판도를 바꾼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쉽게 자신의 입장을 바꾸지 않지만 유권자들의 성향이 급변해 더욱 극단적 정치인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선호가 양극단으로 치달아 일부는 극우로, 또 다른 일부는 극좌로 편향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보고서는 2002~2010년의 선거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하지만 무역을 둘러싼 이슈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도 가장 큰 논란이 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연구는 시간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사실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미국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트럼프나 버니 샌더스와 같은 비전통적이면서도 중도에서 벗어난 정치인들이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중국과의 무역 문제를 지적했다. 진보주의자인 버니 샌더스조차 중국과의 무역 확대나 자유무역 확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힐러리 클린턴까지도 과거에 했던 자신의 발언을 뒤집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를 공약했다. 클린턴은 무역협정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TPP를 꼽은 바 있다. 좌우, 중도를 막론하고 자유무역에 대한 반대 의견을 피력했고, 이는 유권자가 정치인의 태도를 변화시킨 결과였다. 
 
그러나 이들 연구가 유권자의 정치 성향 급변 이유를 온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무역 충격만이 유권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유일한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 인종, 사회적 추세, 제도, 정치 등도 영향을 준다. 게다가 이들 요소는 상호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위 연구가 이 모두를 분석해 포괄하기란 매우 어렵다. 경제로 주제를 국한시켜도 무역만이 단독 변수는 아니다. 
 
소득불평등에 따른 불만이 정치 성향 급변의 원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 소득불평등의 원인임도 분명하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반드시 무역 충격 때문만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컴퓨터와 로봇 등으로 대표되는 자동화 역시 일자리 감소와 무관치 않다. 거듭 말하지만 무역 충격은 정치 성향 변화 원인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사실 보호무역으로 대표되는 경제 국가주의와 극우의 대두는 타국에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대중의 분노를 자양분 삼아 인기를 얻었다. 중국과의 교역이 많아지면서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이미 경험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영향을 준 것은 아니란 사실 또한 명확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그렇다. 이에 관한 실증적인 연구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앤드루 헌터는 미국 제조업 산출물과 제조업 고용을 비교, 분석했다. 제조업 고용은 1980년대 중반 이후 급락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 무렵 부터 빠르게 하락했다. 이 결과는 일견 중국발 무역 충격이 고용 감소에 영향을 준 것처럼 보인다. 한데,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제조업 고용은 줄고 있지만 그 산출물은 1980년 중반 이래 증가해왔으며, 현재는 거의 금융위기 전 고점에 다다랐다 는 사실이다. 
 
생산성 증가로 인한 일자리 감소 
이 결과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다.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면서도, 즉 사람을 덜 쓰면서도 더 많이 생산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동화’의 힘이다. 헌터의 다음 발언은 이를 웅변한다. “지난 15년 동안 중국과의 경쟁으로 제조업 부문의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조업은 높은 생산성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와 전자산업 부문에서 그렇다. 이 부분의 생산성 증가는 놀라웠지만 그 대부분의 일자리는 사라졌다.” 그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2001년 이래 사라진 제조업 부문 일자리를 복원하는 것은 어렵다. 트럼프가 중국을 특정해 보호무역 수단을 동원한다면 미국 기업들은 다른 저비용의 공급자를 찾아 나설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를 축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전방위로 무역 전쟁을 벌이는 것이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제조업 일자리 상당수는 빠른 생산성 증가로 인해 사라질 것이다. 2001년 수준으로 제조업 고용이 복원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획기적 정책 변화가 없는 한 유권자의 정치 성향 급변을 막아내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말해준다. 앞의 연구들과 일자리 감소 추세를 결합한다면 당분간 극단의 정치가 유행할 것이라는 걸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일자리 감소는 무역 충격이 아니더라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자동화의 진전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이것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한 유권자 성향 변화는 불가피하다. 
 
이들 연구가 말하고 싶은 것은 비교적 명확하다. 유권자의 불안과 불만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추세 변화에 따라 정치인들의 대응방식은 바뀔 것이며, 그에 따라 이 변화를 정치인들이 실제 정책에 어떤 방식으로 적용할지 전망하고 싶은 것이다. 연구팀은 자신들의 분석을 이렇게 내놓았다. “세계화는 결국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특히 세계화의 ‘패자’(loser)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보상을 집중하는 적정 분배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계화로 유발된 ‘이익의 불평등 배분’은 대중의 깊은 불만을 낳아 자유무역에 대한 총체적 반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 분위기는 특히 국가주의적 급진 극우세력에 의해 활성화되고 있다. 이들의 정책은 보호무역과 국내 자유시장 정책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른바 경제적 민족주의이다. 불만이 쌓인 유권자들이 이들의 목소리에 갈채를 보내고 있다. 극으로 치닫는 정치 세력이 점차 성공하고 있다. 그로인해 우린 세계화의 종말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국가 간 상호연결성이 빠르게 해체될 수 있다. 
 
물론 반전의 기회는 여전히 있다. 그 시작점은 불평등의 완화에 있다. 극단의 정치가 각종 폐해를 불러오는 게 사실이라면 우린 이제라도 서둘러 불평등 완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만이 극단과 불신으로 치닫는 정치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치 행위는 경제를 지배하지만 경제 현상 역시 정치의 미래를 결정한다. 세계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것은 무역 충격이 아니라 불평등의 심화이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 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 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일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최우성 | 편집인 : 박종생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박종생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