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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프랑스의 시한폭탄, 르펜
[Issue] ‘프랑스판 트럼프’ 마린 르펜이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84호] 2017년 04월 01일 (토) 기욤 뒤발 economyinsight@hani.co.kr
주류 정당 지리멸렬해 당선 가능성 높아져... “경제에 득 될 게 없다” 커지는 우려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바람이 거세다. ‘도널드 트럼프 파동’이 대서양을 넘어 프랑스를 덮친 양상이다. 그 선두에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후보가 있다. 르펜은 대선 공약으로 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실시, 프랑화 복원 등을 내걸었다. 르펜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럽 통합을 주도한 프랑스가 유럽연합을 떠나면 이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을 불러 오게 된다. 르펜이 내세운 경제정책 역시 ‘구세주’가 되기는커녕 서민 계층의 미래를 더 암담하게 할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스 대통령선거(2017년 4월23일 1차 투표 때 과반을 얻는 후보가 없으면 5월7일 1위와 2위가 결선투표를 치러 최종 승자를 결정한다 -편집자)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제1야당 공화당의 대선 후보 프랑수아 피용이 이른바 ‘피용 게이트’(피용의 부인과 아들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피용의 의회 보좌관으로 이름만 올려놓고 나라에서 주는 임금을 받았다고 프랑스 주간지 <르카나르앙셰네>가 폭로한 사건 -편집자)로 입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우파가 집권 시나리오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좌파는 좌파대로 집권 여당인 사회당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 좌파당의 장뤼크 멜랑숑, 중도 신당 ‘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사분오열하는 상황이다. 피용 게이트의 최대 수혜자는 여론조사에서 드디어 피용을 제친 극우 보수정당 국민전선(FN)의 당수이자 대선 후보 마린 르펜이다. 이제 누구도 르펜의 대선 승리 가능성을 부인할 수 없다. 더구나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도 르펜의 대선 가도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르펜이 엘리제궁 입성에 성공하면 프랑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것을 살펴보기에 앞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도대체 프랑스는 어쩌다 이 상황에 이르게 됐을까?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정치 위기는 기존 세계 질서의 종식과 지난 3세기 동안 서구 선진국들이 지배한 국제 무대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상황과 관련이 깊다. 물론 신흥국들의 부상은 여러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특히 선진국들의 국제 무대 지배가 거대한 불의와 불평등을 낳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불의와 불평등은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2017년 초 알제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이 지적했듯이 프랑스도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유럽 선진국에서 득세하는 극우정당들은 이 새로운 현실을 거부한다. 참고로 국민전선은 애초부터 알제리 독립에 반대해 탄생한 정당이다. 유럽에서 극우정당의 득세는 지난 40여 년 동안 자유주의 세계화가 초래한 심각한 기능 저하와 시장 중심 단일 유럽 건설이 야기한 부작용의 영향이 크다. 세계화와 단일 유럽 건설 프로젝트의 여파로 서구 선진국에서 대규모 탈산업화가 진행됐고, 이들 국가의 중산층과 서민층은 이전보다 더 가난해졌다. 사회보장제도와 각종 사회적 권리마저 흔들리게 됐다. 그런데도 지난 40년 동안 프랑스 지도층은 좌우를 막론하고 심각한 불균형을 개선할 의지도 여력도 없이 방치했다.
 
   
▲ 유럽 전역에 극우 바람이 거센 가운데, 프랑스 대선에서 국민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르펜 후보가 2017년 3월15일 파리에서 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다. REUTERS
 
유럽연합의 사망선고 ‘프렉시트’
우리는 경제적·사회적 상호 의존이 심해지는 세계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 극우파가 정권을 잡더라도 그들이 국민에게 약속한 장밋빛 미래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극우 정권은 고립 정책을 추구해 나라의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을 더욱 악화할 것이다. 2016년 여름 국민투표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 국민들도 현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마린 르펜이 승리하면 그는 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Frexit·프렉시트)를 국민투표에 부칠 것이다. 실제 르펜이 2017년 2월5일 발표한 144개 대선 공약 중 첫번째가 프렉시트 국민투표다. 설령 국민투표에서 프렉시트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6월에 구성될 의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면 프랑스는 유럽연합에서 탈퇴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로 판단할 때 과반 확보에 충분할 만큼 우파 의원들이 르펜과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르펜의 바람대로 상황이 흘러가 프랑스가 유럽연합 탈퇴를 선언하면 이는 브렉시트보다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유럽연합이 브렉시트는 버텨도 프렉시트는 버텨내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 통합 과정에서 언제나 주변에 머물던 영국과 달리 주도적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정확히 60년 전 유럽 경제 공동체를 탄생시킨 로마조약에서 출발한 유럽 건설은 현재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유럽의 여러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 유럽은 공동 대외 정책, 통합 역내 치안·사법 정책, 에너지 전환 및 친환경 경제 정책, 정보기술 정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럽 각국이 현재의 사회보장 모델을 유지하려면 많은 분야에서 상황에 맞게 개입해야 하고 막대한 자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할 유일한 방법은 유럽 차원에서 각국이 공조하는 것이다. 또한 이제는 낡아빠진 유산에 불과한 국가주의의 회복이란 망상에 빠져 자국 위주의 정책을 추구하는 대신, 유럽의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의지와 열정이 필요하다. 특히 프랑스에 이것이 필요하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주요 실책 중 하나는 프랑스 상황에 집착한 나머지 ‘유럽 건설’이란 목표를 완전히 포기했다는 점이다. 현재 프랑스 국민 대다수가 유럽을 바꾸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올랑드 대통령의 실책과 관련이 깊다. 한편 독일 정부는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긴축재정 정책과 저임금 노동시장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이 정책은 독일에는 유리하지만 유럽의 경기 회복을 저해하고 다른 유럽 국가 국민들의 생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 사이에 심각한 갈등을 초래했다. 한마디로 유럽 통합의 진전을 방해하는 주요 걸림돌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지금 상황은 또 다른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1929년 대공황 직후 당시 유럽 각국이 위기 탈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너도나도 도입한 저임금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가 독일이다. 이제는 처지가 뒤바뀌어 독일이 똑같은 정책을 유럽 각국에 강제하고 있다. 더구나 정책 결과도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외국인 혐오와 민족주의 창궐이라는 불행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독일이었지만 지금은 프랑스에서 극우파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긴축재정보다 더 나쁜 것
그러나 반드시 최악의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독일 정부가 지금은 느리게 반응하고 있다 해도, 유럽 각국이 일관되고 현실적인 통합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밀고 나가면 독일 정부도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고 유럽 국경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독일 정부도 프랑스 정부와 연대해 유럽 건설에 매진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쨌든 20세기 양차 세계대전이란 비극을 일으켰던 독일로서는 유럽 통합 실패로 유럽에서 대립과 갈등이 폭발하는 상황을 만들어 또다시 역사의 죄인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유럽의 근본적 개혁이 성공할지는 확실치 않다. 그렇지만 르펜이 내놓은 대안이 실패할 것임은 확실하다. 일단 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는 프랑스가 유로화를 버리고 프랑화로 복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 프랑스 기업들이 국외투자를 유치하려면 지금보다 월등히 높은 금리를 보장해야 한다. 이미 르펜이 승리할지 모른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프랑스 국채 금리가 크게 올랐다. 더구나 현재 프랑스의 공공부채 규모는 매우 크다. 이 상황에서 금리마저 급등하면 국가 부도 사태가 터지는 것 말고 다른 식으로 상황이 정리되기 어렵다. 정말 프랑스가 국가 부도를 맞으면 이는 프랑스 역사상 최악의 사태가 될 것이다.
 
현재 프랑스 국채는 당연히 유로화로 표시돼 있다. 그런데 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로 프랑화가 다시 프랑스 화폐가 되면 먼저 외환시장에서 프랑화의 대유로 환율이 급등할 것이다. 이 상황에서 유로화 표시 국채가 프랑화로 전환될 테니 그 전에 프랑스 국채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이는 프랑스 정부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조차 국제금융 시장에 접근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따라서 정부, 가계, 기업의 경제활동이 심각하게 저해될 수밖에 없다.
 
국민전선의 기대처럼 유로화 대비 프랑화의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에는 긍정적이다. 그런데 르펜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단언했다. 따라서 프랑스 수출이 호조를 보이려면 다른 국가들이 프랑스 수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 기업들이 국민전선 정권 아래 프랑스가 너무 불안정해서 생산공장 설립을 꺼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어차피 수출품은 이 기업들이 생산하기 때문이다.
 
   
▲ 마린 르펜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프랑스에서 르펜의 경제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대규모 할인 행사에 나선 파리의 구두 매장. REUTERS
 
가장 최근의 기초단체장 및 기초단체의원선거 이후 3년 동안 국민전선 소속 기초단체의원 1518명 가운데 3분의 1이 의원직을 잃었다. 현재 다수의 의원이 법원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예로 최근 국민전선 돌풍의 상징적 존재였던 북부 아양주 시장 파비앵 앙겔만도 얼마 전 정실 인사 혐의로 기소됐다. 상황이 이렇다면 프랑스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결국 수출이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프랑스 국민은 하루아침에 스마트폰이나 석유 같은 수입품 가격이 치솟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프랑스 국민이 오늘날 긴축재정으로 인한 구매력 저하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구매력 저하를 경험할 것이라는 뜻이다. 게다가 르펜이 공약 이행을 위해 제시한 자금 조달 방식은 안 그래도 높은 물가를 더욱 뛰게 할 위험이 크다. 르펜은 프랑스 중앙은행이 정부의 공공적자를 직접 충당하는 방안, 다시 말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 정부의 적자를 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언제나 물가 상승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이들은 사회적 취약 계층이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취약 계층은 물가 상승을 상쇄할 만큼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전선의 정책은 ‘유럽 건설’을 파괴해 유럽에 또다시 갈등의 씨앗을 뿌릴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경제 측면에서도 프랑스에 득이 될 게 없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 대한 서민층의 분노가 워낙 커서 이런 주장만으로 르펜의 승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재앙을 막으려면 경쟁자들이 잘하는 수밖에 없다. 르펜의 경쟁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정책 기조와 다르면서도 긍정적이고 믿을 만한 전망을 그려내야만 르펜이 대통령이 되는 불행을 피할 수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3월호(제366호)
Ce que Marine Le Pen nous prépar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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