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국내 특집
     
요람서 무덤까지, 한국은 ‘알바 공화국’
[국내특집] 늙어가는 프리터족- ② 늘어나는 초단기 노동자
[80호] 2016년 12월 01일 (목) 이현호 hhlee@sedaily.com
고용시장 한파에 10대부터 60대까지 알바시장 내몰려… 일자리 놓고 ‘세대 전쟁’ 현상까지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10대부터 60대까지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고 있다. 세대별로 사연도 다양하다. 청년층은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인 탓이 크고, 40대 이상 중장년층은 정리해고나 창업에 실패해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편입된 사례가 많다. 60대 이상 노년층은 불안한 노후를 해결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자연스럽게 아르바이트 시장에서 일자리를 놓고 ‘세대 전쟁’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은 알바 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이현호 <서울경제> 산업부 기자
 
“안정적 직장을 찾을 때까지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계속해야죠.” 서울의 한 사립대에 다니는 김아무개(26)씨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매일 저녁 6시간씩 근무한다. 김씨는 “취업 때까지는 단순일용직이나 파트타임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데 요즘에는 고임금인 건설 현장이나 물류센터 상하차, 공장 등의 일거리를 알아볼까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고용시장이 겨울 한파만큼이나 얼어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20~30대 청년들이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경기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하지 않고, 직원을 뽑더라도 상용직(풀타임)보다 알바 같은 시간제(파트타임)를 많이 고용하기 때문이다.
 
고용 한파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6년 1∼8월 대기업 제조업체 신규 채용은 3만98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천 명 감소했다.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나서길 꺼리는데다, 조선·해운 등의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된 탓이다. 통계청이 2016년 10월에 발표한 ‘취업시간별 취업자’ 통계를 봐도 임시직이나 일용직 가운데서 하루에 짧게 2~3시간 일하거나 일주일에 서너 차례만 근무해 일명 ‘단기 알바’로 불리는 초단기 노동자 수가 2016년 3분기 기준 134만3천 명으로 한 해전 같은 기간보다 9만1천 명 급증했다. 154만 명을 기록한 2011년 3분기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초단기 노동자는 2016년 1분기부터 3분기 연속 늘었다. 주목할 점은 증가 속도가 전체 취업자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2016년 3분기 전체 취업자가 1.2% 증가하는 동안 초단기 노동자는 7.2% 급증했다. 질 낮은 일자리 양산이 확대되는 것이다. 초단기 노동자가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장려한 영향도 있지만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비용 부담이 큰 상용직 대신 필요 인력을 유연하게 활용하려고 아르바이트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는 추세가 크게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 경기 불황 지속으로 10대부터 60대까지 생계형 아르바이트로 내몰리고 있다. 2015년 9월 서울 신촌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직원 처우 개선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청년 알바생들
 
20~30대 청년들이 ‘고용절벽’ 속에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향이 높아지면서 국내에도 ‘프리터족’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노진철 경북대 교수는 “프리터족은 청년층이 많은 취업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좌절을 경험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프리터’라는 표현처럼 자유롭게 혹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프리터족 청년층의 소득 불안정과 위태로운 생계가 훗날 한국 경제에 엄청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취업이 어려워 비자발적으로 아르바이트가 된 청년들에 대한 처우는 원조 프리터 국가인 일본보다 크게 떨어진다. 2016년 한국의 최저임금은 6030원이다. 2015년 5580원 대비 7.1% 인상됐다. 이는 전국 어디서나 통용되는 공통 임금이다. 반면 일본은 2016년 전국 평균 최저임금(시급)이 전년보다 25엔(약 280원) 오른 823엔(약 9200원)이다. 3100원 이상 차이가 난다. 생활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서울과 도쿄를 비교해봐도 서울시는 2016년 6756원인 반면 도쿄는 932엔(약 1만400원)으로 3600원 이상 높은 실정이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로 내몰린 청년들이 최저임금 받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280만 명에 달한다. 2017년에는 약 30만 명이 늘어난 31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노동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 비중은 2010년 12.4%에서 2016년 14.6%로 높아졌다. 2017년에는 16.3%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조건에 대한 문제제기가 쉽지 않고 근로계약서 작성도 미미한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최저임금 대상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이 10대부터 60대까지 ‘알바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뿐만 아니라 정리해고나 창업에 실패한 40대 이상 장년층과 불안한 노후 문제로 60대 이상 노년층까지 모두 각자의 사연에 따라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회사에서 등 떠밀려 퇴직금 정도만 손에 들고 은퇴해 창업했다가 고배를 맛보고 생계 유지를 위해 시간제 노동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지는 실정이다.
 
관심을 가져야 할 또 다른 아르바이트 세대는 60대다. 전체 시간제 노동자의 절반을 20대와 60대 이상이 차지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0살 이상 시간제 노동자인 ‘노인 알바’는 55만여 명이다. 2010년 32만여 명과 비교해 23만여 명 급증했다. 전체 시간제 노동자 가운데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도 28%에 달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 프리터족 증가는 기업들의 신규 채용이 줄고 자유로운 근로문화를 지향하는 청년이 늘어나는 측면도 있지만 취업전선에 남아 있어야 할 장년층이 열악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로 내몰리는 구조적 문제도 크게 작용한 결과다”라고 진단했다.
 
인구 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조기 퇴직 등 중장년층의 아르바이트 시장 잠식이 청년실업과 맞물리면서 ‘알바 시장’에서 자리를 놓고 ‘세대 전쟁’이 벌어지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예전에는 10~20대 아르바이트가 차지했던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주유소 등에 장년층과 노년층 아르바이트가 대거 진입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에 따르면 2015년 50대 이상의 아르바이트 구직 이력서 등록 건수는 2만4천여 건이다. 2010년 3200건과 비교하면 5년 새 650% 이상 증가했다. 또 다른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 ‘알바몬’에서도 2016년 50대 이상 아르바이트 구직자가 전년 대비 26% 이상 늘었다.
 
   
▲ 2016년 7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알바노조 관계자들이 2017년 최저임금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6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280만 명에 달하는 등 아르바이트로 내몰린 청년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 연합뉴스
 
알바시장서 벌어지는 ‘세대 전쟁’
 
전상진 서강대 교수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고 청년실업이 심화되면서 과거 특정 세대와 계층에 집중됐던 시간제 일자리가 전 세대, 전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아르바이트로 대표되는 불안정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져 심각한 사회적·경제적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저성장에 따른 내수 침체 장기화로 알바시장이 더 꽁꽁 얼어붙으면서 20~30대 청년층을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민간 소비 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의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아르바이트의 평균 노동시간과 소득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지경이다. ‘알바천국’이 전국 아르바이트생 683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2016년 상반기 아르바이트생들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21.7시간으로 2013년 상반기(23.1시간)보다 1.4시간(6.1%) 줄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소득 증가율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2014년 3분기 아르바이트생들의 전년 동기 대비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10.4%(60만21원→66만2698원)였는데 이후 1년여간 분기마다 7.8%, 6.4%, 2.9%, 2.4%, 0.8%로 꾸준히 줄더니 2016년 1분기에는 -1.9%(68만2099원→66만9450원)까지 떨어지며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처럼 고용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청년층이 아르바이트 시장으로 내몰리는 지경인데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것은 정부의 안일한 인식이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248만 명. 박근혜 정부의 국정 목표인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필요한 취업자(일자리) 수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동안 매해 62만 개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야 가능하다. 수치로만 보면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출범 초기 2013년 1~5월 고용률은 63.7%였는데, 2016년 10월 기준 15~64살 고용률(OECD 비교 기준)은 66.5%를 기록했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 저하다.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했지만, 사실 비정규직이거나 기간제 파트타이머 등 ‘시간제’ 일자리가 대다수다. 정부에서 강조한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통계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와 유사한 상용형 시간제(근로계약 기간이 1년 이상) 노동자는 18만1천 명(9.4%)에 불과하다. 정부가 고용률 70%란 숫자에 집착해 일자리의 질에는 눈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 현장에서도 정부의 시간선택제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양질’이란 말로 포장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결국 기존 정규직 일자리 하나를 둘로 쪼개면서 고용시장 양극화를 불러오고 새로 만들어져야 할 청년 일자리마저 빼앗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용돈벌이용 알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질이 낮은 게 현실”이라며 “양질의 일자리라고 정부에서 강조하지만 허울 좋은 얘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