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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에너지 독립의 미래 ‘태양·바람·물’
신재생에너지, 미래를 밝힌다- ② 현재와 미래
[79호] 2016년 11월 01일 (화) 정형석 azar76@electimes.com

독일·스페인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박차… 정부 정책 의지와 지원이 관건

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원자력을 배제한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전환 현주소는 세계 선진국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신재생에너지 모범 국가인 독일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교훈 삼아 탈원전으로 궤도를 수정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7.8%까지 끌어올렸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도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생산·소비하는 목표를 국가적 의제로 삼아 역량을 쏟고 있다. 한국도 전력산업의 지향 가치를 경제성보다는 안전과 환경, 주민 수용성에 방점을 두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정형석 <전기신문> 기자
 
이 세상에 저렴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가 있을까? 현재까지는 없는 게 현실이다. 원자력은 연료비와 건설비로 대표되는 발전 단가가 가장 저렴하고 온실가스 배출도 전혀 없는 장점이 있지만, 2011년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에서 볼 수 있듯 가장 위험한 에너지원 중 하나다. 또 원전 해체 비용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 비용, 중·저준위 폐기물 관리 등 사후처리 비용, 사고 위험 비용까지 반영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석탄은 원자력 다음으로 발전 단가가 낮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고 최근엔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 ‘더러운 에너지’의 대명사가 되고 있다. 가스는 상대적으로 원전에 비해 안전하고 석탄에 비해 깨끗하지만 연료 가격이 비싼 게 흠이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친환경적이고 안전성 면에서는 가장 우수하지만 아직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과 보급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제성이 점차 높아져 태양광과 풍력의 그리드패리티(Grid Parity·화석연료 발전 단가와 신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같아지는 것)가 달성되는 국가가 늘어나고 있다.
 
2016년 발간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육상 풍력의 발전원가(LCOE)는 할인율 3%를 적용할 때 74.7달러/MWh로, 석탄의 발전원가 76.3달러/MWh보다 낮아진다. 액화천연가스(LNG)는 98.3달러/MWh로 육상 풍력보다 비싸다.
 
   
▲ 인도네시아 자바주 원자력발전 건설 예정 부지에서 원전 반대 시위자들이 만든 인간띠 문구 ‘Clean Energy Now’. 원전은 발전 단가가 낮지만 가장 위험한 에너지원이다. EPA 연합뉴스
 
주요 국가 에너지 정책 동향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는 석탄발전 억제의 일환으로 ‘청정전력 정책’(Clean Power Plan)을 공식 발표하고, 석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이 계획은 2030년까지 화력발전 등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감축하고 청정 재생에너지원을 통한 전기 공급 비중을 확대한다는 것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후변화 방지 대책이다.
 
계획의 핵심에는 앞으로 15년 안에 전력산업계에서 배출되는 탄소 오염을 2005년 수준 이하로 32% 줄이는 것이 포함되며,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28%로 상향 조정됐다. 미국은 주마다 정책이 조금씩 다른데, 캘리포니아주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유럽과 달리 일조량이 풍부해 태양광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총전력설비는 2015년 기준 9만416MW인데, 이 중 신재생설비는 2만1700MW로 24%를 차지해 미국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선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신재생설비 중 3700MW가 주택용 태양광발전 등 분산 전원일 정도로 자가발전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모범적인 국가로 꼽힌다. 독일은 에너지 이용의 경제성, 공급 안정성, 환경친화적 이용이 라는 3대 목표를 근간으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1차 에너지 소비량의 약 61%를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수입국이지만, 원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확산과 온실가스 대응 필요성에 따라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원전의 경우 독일은 애초 가동 기한을 연장할 계획이었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으로 급선회해 원전 17기 중 8기는 즉시 가동을 중단하고, 나머지 9기도 2022년까지 전부 폐쇄할 계획이다.
 
2000년 만들어진 신재생에너지법(EEG)에는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의 장기 목표와 인센티브 방안이 명시돼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20년까지 최소 35%, 2030년까지 50%, 2040년까지 65%, 2050년까지 8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2014년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7.8%에 달해 현재 추세라면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에너지 정책을 크게 수정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은 사고 이전까지 총발전량의 30%를 원자력발전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원전 가동을 전면 중지하면서 액화천연가스 비중이 45%로 대폭 늘어났고 석탄도 31%로 확대됐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는 고정가격매입제도(FIT·Feed-In Tariff)를 다시 시행하면서, 2015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129TWh로 총발전량의 14.5%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설비용량도 2015년 기준 9010만kW로 세계 6위의 신재생에너지 선도 국가로 성장했다.
 
일본은 2003년부터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1994년부터 지원해온 주택용 태양광발전 설치 보조금을 폐지했다. 하지만 2012년 7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고정가격으로 매입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을 최종 소비자가 분담하는 FIT를 다시 시행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FIT 단가는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높다. 이에 따라 FIT 시행 이전(2010~2012년) 대비 시행 이후 (2013~2015년) 신규 건설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4.2배나 상승했다.
 
중국은 2014년 이산화탄소 배출량 106억t으로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전체 배출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2007년 6%에서 2014년 29.6%로 증가했다. 중국은 2017년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를 태양광 70GW, 풍력 170GW, 수력 330GW로 설정하는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또 2014년 한 해 1700개 이상의 소형 탄광 폐쇄를 추진하고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지역의 신규 석탄발전소 설립을 금지했다. 그 결과 2014년 온실가스 집약도는 2005년 대비 33.8%를 개선하고 수력·풍력·태양광발전 설비용량은 각각 300GW, 95.8GW, 28GW로 증가했다.
 
스페인은 전체 발전설비의 48%가 신재생에너지이고 그중 풍력발전이 45%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 강국이다. 2015년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51GW로 세계 7위이며,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중국,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다. 2015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98TWh로 총발전량의 36.9%를 차지한다.
 
스페인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촉진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신재생에너지 계획에 따라 풍력발전에 FIT를 도입하는 등 지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한 신재생에너지 지원으로 에너지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자 지원금을 축소하고 지원 규모 상한을 설정했다. 또 2013년 1월부터는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모든 발전원에 전력세를 적용했다. 일부에서는 스페인이 신재생에너지 과잉공급 상태고 지원 축소 정책으로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위축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오스트레일리아도 풍부한 석탄자원으로 발전량 중 화석연료 비중이 85%를 차지할 정도로 높지만 기후변화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 나라는 2001~2009년 세계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공급 의무를 할당한 신재생에너지의무발전목표(MRET)를 도입했고 이후 신재생에너지발전목표(RET)로 제도를 변경해,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를 확대하고 운영 기간을 연장했다. 신재생에너지 인증서 거래 시장 도입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주정부 주관으로 FIT를 시행해 시장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전력이 2001년 7.7%에서 2014년 14.9%로 증가했다. 발전원가를 기준으로 태양광과 풍력은 그리드패리티에 도달했다.
 
   
▲ 최근 신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으로 풍력 발전 단가는 화석연료와 비슷해졌다. 프랑스 남서부 평야 지대에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돌아가고 있다. REUTERS
청정에너지 확대 위한 정책 제언
2014년 한국의 1차 에너지 대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08% 로 2013년 대비 0.56% 포인트 증가했다. 폐기물·수력·풍력 비중이 감소한 반면, 바이오·태양광·연료전지 비중은 증가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에 힘입어 목재 펠릿과 하수슬러지(하수 처리로 인한 침전물), 바이오매스 혼소(混燒)발전 등 바이오에너지가 크게 증가했다. 태양광 신규 설치도 2013년 대비 59.6% 늘었다.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은 2013년에 견줘 25.4% 증가했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9182MW로 총발전용량의 9.4%를 차지한다. 태양광산업은 2012년 공급과잉과 가격하락으로 성장세가 다소 주춤했지만, 2013년부터는 연간 300MW 이상 설치될 정도로 다시 성장하는 추세다. 풍력은 2015년에 224MW가 신규로 설치돼 2014년 대비 5배 증가했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아직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태양광만 놓고 봐도 2015년 설치량은 320MW로, 1만489MW를 설치한 일본의 32분의 1 수준에 머무른다.
 
그동안 한국 전력산업은 저렴한 전기를 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 저렴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연료가격이 싼 원자력과 석탄을 많이 사용해야 했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넉넉한 발전설비를 보유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 안전과 환경, 주민 수용성이 경제성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지금부터 차근차근 에너지 세제 개편과 시장제도 개선을 통해 연료 전환을 위한 일종의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독일과 덴마크 등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의 적극 지원과 함께 시민들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됐다.
 
최근 몇 년 사이 국제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전력의 판매 기준인 계통한계가격(SMP)이 급락해 태양광발전 사업자들의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 소규모 태양광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일본처럼 FIT를 다시 도입할 필요가 있고,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해 신재생에너지가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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