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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고수익에 힐링까지… 고맙다 나무야
쑥쑥 크는 나무 재테크- ① 이것이 산림경영이다
[78호] 2016년 10월 01일 (토)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 연합뉴스
투자, 힐링, 소일, 건강… 나무로 돈을 캐는 ‘나무 재테크족’이 늘고 있다. 나무 재테크는 말 그대로 나무를 심고 키우고 팔아서 수익을 얻는 투자활동을 말한다. 나무를 키우면서 마음의 풍요를 얻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나무 재테크에 뛰어드는 은퇴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요즘처럼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시기, 나무 재테크로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떨까. _편집자

초저금리 시대에 유망 투자처로 부상…
경제적 혜택에 마음의 풍요까지 ‘일석이조’

최근 몇 년 사이 묘목을 심거나 산을 사들여 조경수를 키워 파는 이른바 ‘나무 재테크’가 각광받고 있다. 젊었을 땐 투잡으로 수익을 올리고, 은퇴 이후에는 나무와 더불어 삶을 풍요롭게 가꾸려는 나무 재테크족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수만 명에 이른다. 부동산 신화는 이미 물 건너갔고 주식시장도 선뜻 뛰어들기 쉽지 않다.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나무는 더욱 유망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나무를 심고 키우면서 건강도 챙기고 정서적 위안까지 얻을 수 있다.

김연기 부편집장
 
경북 경산역에서 자동차로 30분 남짓 달리면 경산시 용성면 송림리의 계곡에 닿는다. 계곡 양쪽으로 산줄기들이 마치 갈빗대처럼 퍼져 있어 이른바 ‘겹산’ 지대인 이곳은 임업자 함번웅씨 소유의 30만 평 규모의 사유림 ‘동아임장’이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산이지만 그는 지난 40년간 이곳에 모두 150종의 나무 100만 그루를 심었다. 이같은 식목 수종은 단일 사유림으로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자생식물을 포함하면 1천 종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이곳을 찾은 2016년 9월2일, 쏟아지는 늦여름 햇살에 녹음은 더욱 푸르렀다. 함씨의 동아임장은 여느 숲과는 차원이 다르다. 함씨가 철저히 생물다양성과 미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꾸려온 일종의 ‘금맥’ 같은 곳이다. 함씨는 1977년 평당 100원씩 3천만원을 투자해 이곳을 사들인 뒤 지금은 수백억원대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숲’으로 키워냈다.

“이곳에 150종, 100만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그루당 비싼 건 100만원을 넘는 것도 있지만, 평균 10만원만 잡아도 대충 어느 정도인지 짐작되지요. 그리고 나무 사이에는 50여 가지 약초를 심고 약초 아래에는 나물을 심었습니다. 그것뿐이 아닙니다. 염소와 소를 방목하고 나무가 잘 자라도록 돕기 위해 잔풀을 먹게 했습니다. 나뭇가지를 팔아도 큰돈이 되고 채취 계절이 되면 나무 수액을 뽑아 판매하지요.”

수액은 주로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에서 뽑아낸다. 10년생 자작나무의 경우 곡우(청명과 입하의 중간인 4월20일께)를 전후로 한 달간 그루당 하루 2ℓ가량 수액을 받을 수 있다. 보통 심은 지 6~7년께부터 수액 채취가 가능하며 동아임장에는 이러한 나무가 수천 그루 자란다.
 
부동산·주식보다 투자 리스크 적어  

   
▲ 시민들이 강원도 춘천시 사농동에서 열린 산림조합중앙회 주최 나무 전시회에서 각종 묘목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조경의 가치와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조경 관련 산업이 미래 유망 산업으로 대두돼왔다. 여기에 산업 발전과 더불어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나무와 조경의 중요성도 함께 늘어났다. 이뿐만 아니다. 나무를 키우고 가꾸면서 얻을 수 있는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 단련 효과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나무가 주는 혜택 중 최근 높은 관심을 받는 것이 재테크로서의 나무다. 부동산 투자로 큰돈을 버는 시대는 지나갔고 주식시장도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을 내기 여간 쉽지 않다. 특히 초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은행에 돈을 묻어놓는 것만으로도 손해를 보는 것 같아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산을 사서 나무를 키워 수익을 내는 나무 재테크가 더욱 유망한 투자처로 인식되는 것이다.

나무 재테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묘목을 키워 되팔거나 성목(成木)을 구입해 더 가치 있게 키워 되파는 식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나무 재테크에 뛰어든 사람이 크게 늘었지만 아직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나무는 다른 농작물보다 비교적 관리하기 쉽다. 또한 묘목 가격이 몇천원, 비싸더라도 1만원에 못 미쳐 초기투자 비용도 큰 부담이 없다. 여기에 토지 매입 또는 임대 비용과 비료 등 나무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관리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부동산, 주식 등 다른 투자 수단보다 위험이 적다. 물론 단시일에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렵지만 나무는 시간이 흐르고 공을 들일수록 꾸준하게 수익을 안겨다주는 정직한 투자처이다.

지금도 전국적으로 1평에 1천원도 안 되는 산이 수두룩하다. 함씨처럼 나무를 직접 키우는 이들은 “나무만큼 훌륭한 재테크가 없다”며 “은퇴 후를 준비하는 수단으로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극찬한다. 젊었을 때 산을 사서 미리 나무를 심어두면 주말에 소풍을 가듯 취미생활로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은퇴 이후에는 짭짤한 수익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발품을 팔지 않고 무작정 산을 사들이면 실패 가능성이 높다. 박재완 동아임장 기술부장은 나무 심기를 업으로 삼고 싶다고 찾아오는 젊은이들에게 성공적인 산 투자를 위해서는 ‘최적지(地)에 최적수(樹)를 심어야 한다’는 충고부터 한다. 박 부장은 “동아임장은 10여 개의 봉우리가 각각 동서남북 방향으로 나 있어 각양각색 식생들의 성장 조건을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다”며 “동쪽 산에는 느티나무·자작나무·물박달나무를, 서쪽에는 가시오갈피를, 북쪽에는 산벚나무를, 남쪽에는 두릅나무·오갈피나무를 심는다”고 말했다.
 
수익 발생까지 최소 3년 기다려야

   
▲ 은퇴 이후 나무와 더불어 삶을 풍요롭게 가꾸려는 ‘나무 재테크족’은 전국적으로 수만 명에 이른다. 동아임장의 산림학교를 찾은 노년의 수강생이 산뽕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김연기 부편집장
여기에 어떤 나무를 심을지 수종 선택도 중요하다. 나무를 처음 심는 경우 특정 수목보다는 대중적 수요가 높은 수종을 우선적으로 고르는 게 무난하다. 고로쇠나무, 층층나무, 비목나무, 쉬나무, 때죽나무, 화살나무 등은 기후나 토양 적응성이 좋아 전국 어느 곳에 식재해도 잘 자라는 수종이다. 또한 입문기에는 느티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산수유나무 등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지만 꾸준하게 수요가 있는 스테디셀러 나무를 심는 게 좋다. 유망 산지를 고르는 것도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나무 재테크에 성공한 이들은 대체로 “교통망이 좋고 대도시에 인접해 있으며 누구든 부담 없이 찾아와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이 가장 유망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나무를 키워 어느 정도 수익을 내기까지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꾸준함과 인내가 필요하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 다른 투자 수단에 비해 나무 재테크가 남다른 매력을 지닌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산을 사들여 묘목을 심고 이를 잘 관리해 성목으로 키워내는 과정에서 정서적 풍요와 신체적 단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여기에 꾸준히 기다리면 경제적 이득까지 안겨주는 나무 재테크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영남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까지 대구에서 연매출 60억원 규모의 건설업체를 운영했던 함씨는 1983년 ‘나무를 잘라 돈을 버는 사업’에서 ‘나무를 심고 키워 돈을 버는 사업’으로 방향을 180도 바꾸었다. 당시 오일쇼크로 원자재값이 너무 많이 올라 시장조사를 하다가 자원을 직접 생산하는 임업이 앞으로 성장산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뛰어들었다. 그렇게 몇 달을 산에 푹 빠져 살다 아예 건설업체를 접고 산과 나무에 모든 것을 바쳤다. 처음에는 수익을 내려면 수십 년을 키워야 하는 낙엽송, 잣나무 등 목재용 장육림(長育林)부터 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나무들만으로는 생업을 이어갈 수 없었다. 손익분기점을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나무들을 심어야 했다.

이 때문에 함씨는 목재만 보지 않고 약재로 쓰이는 나무에 특히 관심을 기울였다. 약재 정보를 구하기 위해 중국, 일본 등지를 10여 차례 다녀왔을 정도다. 특히 토종나무의 약재 효과가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부터 자작나무·물박달나무·흑개나무·접골목·개오동나무·젓나무 등을 심기 시작했다. 자일리톨껌 원료로 쓰이는 자작나무와 물박달나무 수액은 면역력 강화에 좋다. 접골목은 이름 그대로 골다공증에 효과가 높다. 간암, 백혈병, 심부전증에 좋은 개오동나무도 대표적인 약재나무다.

함번웅 대표의 성공 사례를 듣고 직접 체험하고 싶은 사람이 매년 수백 명씩 동아임장을 찾는다. 상담료와 수업료 그리고 숙식비로 200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직장인들을 고려해 강의는 주말에 진행된다. 2016년 9월3일 토요일에는 30여 명의 수강생이 모였다. 30~40대 젊은 직장인부터 나이 지긋한 노년층까지 연령대도 다양한 이들은 모두 나무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 강의는 꼬박 이틀 동안 진행됐다. 이론 강의가 끝나면 직접 현장으로 나가 실습을 한다. 함씨는 “나무가 어떻게 하면 잘 살고 또 어떻게 하면 죽는지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연구해왔다”며 “무엇보다 ‘성장 포인트’를 잘 찾기 위해서는 늘 ‘철저한 준비와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음 산을 사들여 나무를 심고 키울 때만 해도 참고 자료가 없어서 한국 토양에 적합한 수종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많은 자료가 축적된 만큼 배우고자 하는 이들은 예전보다 수월하게 나무를 키우는 게 가능합니다. 여기에 산만큼 정직한 것은 없습니다. 뿌린 만큼 고스란히 거둘 수 있기 때문이죠. 어디 그뿐입니까. 산을 사서 나무를 심고 키우면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몸은 단단해집니다. 이만한 투자처가 어디 있나요. 산과 나무에 투자하세요.”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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