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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희귀질병 환자 돕는 e커머스 플랫폼”
소셜벤처 전성시대- ② ‘서커스’ 송연섭 CEO 인터뷰
[76호] 2016년 08월 01일 (월) 나윤정 economyinsight@hani.co.kr

11살 홍원기군은 태어나서 10년 남짓한 세월 동안 노인의 생물학적 노화 과정을 겪어야 하는 프로제리아신드롬(소아조로증)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 질환을 앓는 사람은 원기뿐이다. 원기 어머니 이주은씨는 가족인형 브랜드 ‘미슈미츄’를 이끄는 인형작가다. 원기를 살리기 위해 시작한 인형 만들기가 지금은 직업이 됐다. 정성스레 인형을 만들지만 매장도 없이 온라인에서 수공예 작품을 판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이씨에게 소셜벤처인 수공예 e커머스 플랫폼 업체 ‘서커스’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나윤정 <머니투데이> 통합뉴스룸1부 기자
 
서커스의 송연섭 최고경영자(CEO)는 원기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듣고 미슈미츄가 판매채널을 열 수 있도록 도왔다. 미슈미츄는 서커스를 통해 고객과의 접점을 넓혔다. 서커스는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익을 원기 치료비와 프로제리아신드롬 신약 개발에 쓰기로 했다. 송연섭 CEO는 “원기의 아픔이 피부에 와닿았기 때문에 도와주기로 결심했다”며 “주변에서 ‘미슈미츄 인형을 구입하면 소아조로증을 앓는 원기를 도울 수 있어’ 같은 식으로 원기에 대해 한 번 더 언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커스는 어떤 기업인가.
e커머스 플랫폼 회사다. 수공예 작가들 제품의 모바일 유통과 마케팅을 지원해준다. 슈퍼모델 출신 모임 ‘아름회’와 연을 맺고 여러 사회적 사업을 같이 한다. 정기적으로 바자회를 열고 애장품 경매 등을 통해 얻는 수익금을 희귀질병 환자들에게 기부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나.
2016년 6월 서울 동대문에서 핸드메이드 박람회가 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하는 등 공예시장 활성화를 위해 여러 곳에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공예작가 대부분이 개인으로 움직이고 1인 기업이다보니 유통, 마케팅, 사진 촬영 등 상품 기획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일을 우리가 대행하고 그들은 창작활동에만 몰두하면 된다. 그래서 e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우리나라 공예시장은 1조2천억원 규모다. 이 중 온라인은 300억~400억원 정도다. 요즘 핸드메이드 박람회가 열리는 등 수공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는 홍익대 주변, 상수동 등 오프라인에 산재한 시장을 온라인으로 모으는 구실을 한다. 그래야 전국적인 판매망 확보가 가능하다. 개인기업이지만 제품 촬영, 컨설팅 등 자기 작품을 브랜딩화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지원한다. 사회적기업이지만 우리가 만든 플랫폼을 통해 제품이 팔리면 수수료를 받아 운영한다.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창업을 함께한 이들은 대부분 35~37살 젊은 기업인들이다. 모두 티몬, 이베이, 쿠팡 등 소셜커머스 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창업하게 됐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삼성전자 출신이다. 초기 창업자금은 에인절투자(개인들이 돈을 모아 창업하는 벤처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대고 주식으로 그 대가를 받는 투자 형태. 투자한 기업이 성공해 기업 가치가 올라가면 수십 배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실패할 경우 투자액의 대부분이 손실로 확정된다. -편집자)를 받아 마련했고 현재 2차로 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가족인형 브랜드 ‘미슈미츄’를 지원한 계기는.
아름회를 통해 소아조로증을 앓는 홍원기군 이야기를 전해듣고 어떤 식으로든 후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원기 어머니 이주은씨가 미슈미츄라는 브랜드로 본인의 가족 스토리를 담은 인형을 만들고 있어 판매채널을 열 수 있도록 지원했다. 미슈미츄는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이고 온라인 판매채널도 없었다.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결국 원기를 돕기 위해선 무엇보다 인형이 많이 팔려야 하니까 판매채널을 넓히는 데 도움을 주려 했다. 이뿐만 아니다. 원기의 스토리를 콘텐츠 형식으로 제작해 모바일을 통해 전파하는 작업도 기획 중이다. 현재 원기와 미슈미츄 제품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을 마치고 곧 오픈할 예정이다.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판매되는 수익은 전부 원기를 위해 쓰기로 했다.
 
희귀질병 환자에게 수익금 기부

   
▲ 수공예 e커머스 플랫폼 업체 ‘서커스’의 송연섭 최고경영자(CEO)는 “최고의 수공예 e커머스 플랫폼을 만들어 거기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사회적 기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연섭 CEO(왼쪽 세 번째) 등 서커스 임직원들이 아이템 회의를 하고 있다. 서커스 제공
홍보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아름회 쪽 연예기획사에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홍보할 예정이다. 캠페인을 통해 원기 이야기를 더 알리고 싶지만 사실 우리가 스타트업이다보니 공신력 확보가 쉽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최근에는 아름회가 SBS와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사업 아이템을 수공예 e커머스 플랫폼으로 정한 이유는 뭔가.
기본적으로 유통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공산품은 이미 대기업이 자리잡고 있어 경쟁력에서 상대가 안 된다. 상품의 차별을 어디서 찾을까 고민하던 중 희소성과 한정품이란 특성을 갖춘 제품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핸드메이드로 사업 아이템을 잡았다. 미국에는 비슷한 경우로 ‘에시’라는 기업이 있는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최근에는 상장도 했다. 일본, 유럽도 관련 아이템이 각광받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생소하다.

소셜벤처로서 느끼는 장단점은 뭔가.
대기업에 다닐 때와 비교하면 급여는 줄어들었지만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일을 대하면서 끊임없이 도전정신을 앞세우고 있다. 출퇴근도 시간이란 틀에 맞추지 않고 일에 맞춰 자유롭다. 대기업은 특정 사업의 의사결정에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소셜벤처는 기업 내부 상하관계나 업무 분장 등 여러 면에서 유연한 구조이기 때문에 즉각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의견을 수렴하면서 수정해야 할 부분은 빠르게 고쳐나갈 수 있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 됐으면 하나.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기본적으로 플랫폼 개발회사인 만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가장 편한 시스템을 제공하는 기업이 되었으면 한다. 둘째, 사회적 기여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 본연의 모습에 충실한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거창하게 사회를 변화시키겠다기보다, 원기를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소셜벤처의 몫을 어느 정도 하는 것 아닌가.

nyj11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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