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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위안부 할머니들 돕고 수익도 내고
소셜벤처 전성시대- ① 진화하는 소셜벤처
[76호] 2016년 08월 01일 (월)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소셜벤처에 인재와 돈이 몰리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가 국내에서도 급성장하는 것이다. 패기로 뭉친 젊은 창업가, 사회적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투자자,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중시하는 고객이 어우러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과거 제조업에 국한됐던 사업 영역도 에너지, 여행, 환경, 교육, 헬스케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바야흐로 소셜벤처 전성시대다 _편집자
 
   
▲ 연합뉴스
스마트폰 보급에 인재·투자금 몰리면서 사업 영역 확대…
대기업 투자도 한몫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인 ‘소셜벤처’가 급증하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젊은 창업가가 몰려들고 저성장·저금리 속에 갈 곳 잃은 투자금도 집중되고 있다. 정부 보조금으로 간신히 운영되던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이윤을 창출하면서도 사회문제를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풀어낸다. 소셜벤처 전성시대는 금융권의 이른바 ‘임팩트투자’(사회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하는 투자)에 힘입은 바가 크다. 국내에선 2015년 700억원 이상 임팩트투자가 이뤄졌다. 여기에 대기업의 중·장기적 투자도 소셜벤처 활성화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연기 부편집장

‘트리플래닛’이라는 기업이 있다. 숲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숲을 만들고 싶어 하는 개인이나 단체가 돈을 모으면 트리플래닛이 숲을 조성해주는 형태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 인근에 조성한 ‘세월호 기억의 숲’이 대표적이다. 오드리 헵번의 아들 숀 헵번이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숲을 만들고 싶다”는 전자우편을 트리플래닛에 보냈고, 오드리 헵번 어린이재단과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후원한 3천여 명, 세월호 유가족, 그리고 트리플래닛이 함께 만들었다. 트리플래닛은 세월호숲 외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과 연평해전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연평해전 영웅의 숲’도 가꾸었다. 김형수 트리플래닛 대표는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지만 사회문제와 관련된 숲을 가꿀 땐 이윤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고 말했다. 트리플래닛은 고객에게 받은 돈의 15%가량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85%는 숲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데 쓴다. 혁신적 기술과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인 것이다.

‘마리몬드’는 스마트폰 케이스, 가방, 모자 등 생활 소품을 만드는 회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만든 미술작품이나 할머니들의 사연을 응용해 제품을 만든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회사의 존재 이유에 대해 “우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한 번이라도 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한다.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풀어나가는 셈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윤 대표는 신입생 때 대기업 입사를 꿈꿨다. 하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역사적 아픔을 가진 할머니들의 존엄성을 알리면서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찾고 싶었다”고 했다. 2012년 창업 이후 꾸준히 성장한 마리몬드는 이제 반듯한 기업이 됐다. 2014년 초에는 인기 걸그룹 멤버 미스에이의 수지가 마리몬드의 휴대전화 케이스를 사용하면서 매출이 급증했다. 2015년 매출 16억원에 7천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그리고 수익의 대부분을 피해 할머니 돕기에 쓰고 있다.

‘어반비즈’는 도심 한가운데서 벌을 키운다. 현재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옥상정원을 비롯해 수도권 25곳에서 양봉을 하고 있다. 도시양봉장을 2018년 200개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양봉을 넘어 아이들이 꿀벌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강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조만간 서울시·CJ대한통운·코오롱스포츠 등 지자체·대기업과 제휴해 꿀벌숲을 조성할 방침이다. 2013년 1천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4년 3천만원을 넘어선 데 이어 2015년에는 8100만원으로 증가했다.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박진 어반비즈 대표는 “해외에서는 도시양봉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을 정도로 젊은 층에 인기가 높다”며 “도시에서 양봉을 하면 벌이 늘어나 자연스럽게 꽃이 잘 피고 곤충·나비·새들이 유입되는데다 벌을 키우면서 식물을 기르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해 생물 다양성 복원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투자금을 모은 어반비즈는 최근 일반인이 투자하면 배당금 대신 꿀을 보내주는 ‘허니뱅크’ 서비스도 시작했다.

2007년 이후 1500여 곳 설립

   
▲ 박진 어반비즈 대표(왼쪽)와 민동석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2015년 9월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옥상에 설치된 양봉장에서 벌통을 열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바야흐로 소셜벤처 전성시대다. 대기업 출신 젊은 인재가 창업에 적극 나서고 투자도 이어진다. 소셜벤처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2000년대 초반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이 개발도상국에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등 사회적 활동을 하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10년 전부터 소셜벤처가 생겨났다.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면서 소셜벤처가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됐다. 2007년 30곳 남짓했던 소셜벤처 수는 2015년 말 기준 1500여 곳으로 크게 늘었다.

2016년 7월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6 소셜벤처박람회’는 최근 열풍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70개 소셜벤처가 사업모델과 투자 유치 사례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무대에 올라선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자신감과 활기가 넘쳤다. “저희는 야외 여가활동과 공유경제를 접목해봤습니다. 야외 활동을 원하는 사람과 전문가를 연결하고요. 야외 활동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주선하기도 합니다. 주로 등산·패러글라이딩·윈드서핑 같은 활동적인 스포츠를 원하는 이용자가 많습니다.”(프렌트립) “시골에 계신 노부모가 버튼만 누르면 자녀와 영상통화 연결이 가능합니다. 벽면에 이를 크게 비춰주는 통신기기도 만들었습니다. 늦은 밤 여성 혼자 귀가하다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버튼만 누르면 가장 가까운 파출소로 연결해줍니다.”(세이프존)

사흘간의 행사 기간에 1천 명 넘는 인파가 몰렸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은 소셜벤처 기업들의 사업모델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직접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부 보조금으로 간신히 운영되던 때와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행사를 기획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요즘 생겨나는 소셜벤처들은 정교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며 “사회적기업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2015년 임팩트투자 규모 700억원

   
▲ 마리몬드 윤홍조 대표가 2016년 6월2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37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길원옥 할머니에게 소녀상을 본뜬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연합뉴스
무엇보다 금융권의 ‘임팩트투자’가 소셜벤처 활성화의 불씨가 됐다. 임팩트투자란 금전적 수익을 넘어 사회적 가치에 초점을 맞춘 투자를 말한다. 임팩트투자는 투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자연스럽게 투자 대상도 사회활동과 맞물린다. 주로 환경, 교육, 가난과 질병 퇴치, 사회안전망 구축 등이 임팩트투자 대상이다. 특히 최근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갈 곳을 잃은 뭉칫돈이 임팩트투자로 몰리고 있다.

국내에선 2015년 700억원 규모의 임팩트투자가 이뤄졌다. D3쥬빌리 이덕준 대표,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 HGI 정경선 대표,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이병태 대표(카이스트 교수) 등이 국내 대표적인 임팩트투자자로 꼽힌다. 이덕준 대표는 2000년대 G마켓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실질적으로 상장을 이끈 인물이다. 2011년 D3쥬빌리를 설립해 현재까지 30여 곳의 소셜벤처에 30억원을 투자했다. 2012년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자회사를 만들어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D3쥬빌리는 주로 에너지, 금융, 교육 분야의 소셜벤처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이 대표는 “재무적 수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사회적 역할을 다하면서 성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웅씨가 2008년 설립한 ‘소풍’도 한국의 대표적 임팩트투자 기업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14개 국내외 소셜벤처에 평균 5천만원을 투자했다. 한국 카셰어링산업의 선두 주자 ‘쏘카’가 대표적인 투자 성공 사례다. 자본금 3억원으로 2011년 설립된 쏘카는 소풍의 초기 투자 이후 현재 기업 가치가 3천억원으로 늘어났다. 2014년 베인캐피털이 180억원을, 2015년에는 SK 최태원 회장이 590억원을 투자했다. 소풍은 쏘카 외에도 지식 공유 플랫폼 ‘위즈돔’, 농민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농사펀드’ 등에도 투자했다. 한상엽 소풍 대표는 “앞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소셜벤처에도 투자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팩트투자가 가장 많이 집행된 소셜벤처 유형은 무엇일까.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임팩트투자사 10곳을 조사한 결과, 주차 공간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노온’ 등 공유경제 분야가 39곳(29%)으로 가장 많았다. 트리플래닛 등 환경 분야가 30곳(15%)으로 뒤를 이었고 식품(29곳, 14%), 패션·디자인(27곳, 11%), 교육(23곳, 5%) 순으로 나타났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면 아직 국내 임팩트투자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라며 “임팩트투자를 효율적으로 운영,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기관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팩트투자 활성화는 전세계적 추세다. 2013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선 임팩트투자 활성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결성됐다.JP모건과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에 따르면, 2015년 전세계 임팩트투자 규모는 70조원에 달한다. 2010년 이후 해마다 10% 이상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2020년이면 임팩트투자 규모가 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대기업이 끌고 정부가 밀어주고

   
▲ 2016년 7월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소셜벤처박람회에서 사전 공연으로 홀로그램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170개 소셜벤처가 참석해 사업모델과 투자 유치 사례를 발표했다. 연합뉴스
대기업의 중·장기적 투자도 한몫했다. 대기업은 소셜벤처로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아이디어와 활력을 구하고, 소셜벤처는 대기업으로부터 창업 지원을 받고 있다. 장애인·노약자용 보조·재활기구를 만드는 ‘이지무브’를 세운 현대자동차그룹,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을 도입해 ‘스왈라비’ 등의 소셜벤처 탄생을 이끈 삼성전자, 대기업 최초로 사회적기업단인 ‘SK행복나눔재단’을 만들어 운영해온 SK그룹이 대표적이다.

2010년 설립된 이지무브는 현대자동차가 대주주인 소셜벤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들이 사단법인 행복한동행 등과 함께 이지무브를 설립하고 소셜벤처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설립 뒤 지금까지 이지무브에만 50억원가량 투자했다. 2014년까지 매년 적자를 이어왔으나 2015년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2012년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발상을 사업화로 이어주자는 취지에서 C랩을 도입했다. 스왈라비는 C랩을 통해 탄생한 대표적 소셜벤처다. 이 회사는 사용자의 걸음걸이를 분석해 건강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 헬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선보였다. 사용자는 자신이 걸은 만큼 기부단체에 포인트 형태로 기부할 수 있다.

2010년부터 SK행복나눔재단이 운영해온 사회적기업 콘테스트 행사에 가보면 소셜벤처 열기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각계의 대기업 관계자 100여 명이 매번 자리를 빼곡히 채운다. 김용갑 SK행복나눔재단 사회적기업 본부장은 “소셜벤처는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기업 형태로 이윤도 같이 추구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소셜벤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그 취지에 걸맞은 자본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전도 유망한 소셜벤처를 임팩트투자자와 연결해주고 소셜벤처박람회를 개최해 일반인들이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관계자는 “젊은 인재가 소셜벤처 시장에 몰려들고 관련 투자도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정부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지원제도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벤처의 성장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정부가 적극적인 창업 지원 정책을 펴서 진입 장벽이 낮아진데다 스마트폰 보급 확산으로 사업 적용 범위도 넓어졌다. 또한 한국에서도 사회적 활동이 기업에 점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젊은 층의 사회 인식 변화도 소셜벤처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병태 교수는 “소셜벤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변화가 자리잡혀야 한다”며 “최근 젊은 세대는 이윤 추구에만 몰두하는 기업보다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는 기업에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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