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국내 특집
     
[국내 특집] “보험사고 발생시 SKT가 이익 취한다”
휴대폰 보험·수리 ‘호갱’ 리포트- ① 분실보험의 진실
[75호] 2016년 07월 01일 (금) 김정필 economyinsight@hani.co.kr

‘휴대폰 호갱님(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은 휴대폰을 제값보다 비싸게 사는 고객을 일컫는 은어다. 이 ‘호갱님’은 휴 대폰 구입 이후에도 존재한다. 분실보험 가입 고객이 휴대폰를 잃어버릴 때마다 SK텔레콤이 수익을 거두는 내막 이 법원 판결을 통해 드러났다. 고객은 휴대폰을 분실해 보험 처리로 새로 구입할 경우 할인가가 아닌 정가를 내게 돼 자기부담금이 더 늘어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SK텔레콤은 제조사한테서 할인가로 확보한 전화기를 정가에 공급하면서 정가만큼 보험금을 챙긴다. 휴대폰 수리 서비스를 받을 때도 제조사들이 고객을 ‘호갱님’으로 알기는 마찬가지다. 고객은 애플의 독불장군식 ‘리퍼 정책’,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고가 수리비’에 불만이 많다. _편집자

   
▲ 연합뉴스
SKT-한화손보 소송 과정에서 ‘앉아서 돈 버는 비밀’ 드러나…
일부 고객, 불완전판매 의혹도 제기

우리 손에 익숙해진 휴대폰이지만 사실 그 가격을 생각하면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이 때문에 고객은 분실 위험에 대비한 이동통신사의 분실보험에 가입한다. 최근 이동통신사와 고객 간 분실보험 분쟁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고객은 자기부담금이 너무 많다고, 보험사는 손해율이 너무 높다고 불만이다. 이들 가운데에서 분실보험을 중개하는 이동통신사는 휴대폰의 ‘이중 가격’ 시스템 덕분에 보험사고가 추가될 때마다 이익을 챙기고 있다. SKT와 한화손보의 법적 분쟁 과정에서 SKT가 미소짓는 배경이 무엇인지 외부에 공개됐다.

김정필 부편집장
 
대학생 김홍기씨는 2015년 1월 스마트폰을 분실했다. 그의 단말기는 갤럭시노트엣지로, 구입한 지 고작 보름이 지난 시점이었다. 김씨는 SK텔레콤(이하 SKT)에 가입할 때 분실보험을 든 사실이 떠올랐다. 고객센터에 연락해 보험 처리를 요구한 김씨는 보상 방식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새로 갤럭시노트엣지를 보상받으려면 출고가(106만7천원)로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SKT 쪽 분실보험 담당 직원은 “출고가 106만7천원에서 보험계약상 최대 보상한도인 85만원을 뺀 21만7천원에, 보상한도 금액(85만원)의 30%인 자기부담금 25만5천원을 더하면, 고객님이 부담할 총금액은 47만2천원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씨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출고가? 보상한도? 자기부담금? 이게 다 무슨 말이지? 월보험료를 내면 그냥 공짜로 단말기 한 대를 주는 게 아닌가? 처음 구매할 때 약정할인으로 69만원에 샀는데, 출고가 106만7천원으로 사라는 말은 뭐지? 그런데 출고가는 뭐고, 약정할인 가격과는 왜 다른 거야?’ 그의 머리를 맴도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이었다.

고가의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분실보험에 가입하는 고객이 많다.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2015년 기준 휴대폰 보험(분실·도난 및 파손)에 가입한 고객은 총 773만6천 명으로 연간 보험료만 3224억원에 이를 정도로 대중적 보험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 분실보험 가입자들은 보험계약 구조와 내용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듣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서울 용산의 휴대폰 매장에서 가입 서류를 작성하는 고객. 연합뉴스
하지만 고객은 매달 2천원에서 4천원가량의 보험료를 내고도 정작 자신이 가입한 분실보험의 계약 구조와 내용을 잘 모른다. 이런 탓에 분실보험 사고 발생시 자신이 받는 보상이 과연 적절한지 가늠할 수도 없고 문제제기도 못한다.

SKT·한화손보 송사로 분실보험 실체 공개

그런데 최근 SKT가 휴대폰 분실보험 정산금을 놓고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과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스마트폰 분실보험(서비스 명칭 ‘폰세이프’)의 실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SKT와 한화손보는 ‘SKT가 고객으로부터 분실보험료를 받아 매달 한화손보에 납부하고, 분실보험 사고 발생시 한화손보가 SKT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기업 간 보험계약을 맺었는데, 한화손보는 SKT의 ‘출고가 부풀리기’ 관행 탓에 그동안 보험금을 초과 지급했다며 “초과분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이에 서울고법 민사18부(재판장 김인겸)는 최근 1심을 그대로 받아들여 SKT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판결문에는 휴대폰 최초 출고가와 대리점 약정할인가 등 단말기의 유통단계별 가격 형성 구조, 분실보험 사고 발생으로 인한 새 휴대폰 구입시 출고가를 적용해 고객부담금이 증가하는 이유, 고객을 매개체로 SKT가 한화손보와 맺은 기업 간 분실보험 계약 내용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특히 고객이 휴대폰을 많이 분실할수록 SKT의 배를 불리는 ‘영업 비밀’도 들어 있다. 영문으로 작성된 두 회사의 기업 간 보험계약서에는 오역이 군데군데 발견되는데다, 현재 고객에게 제공되는 보험 혜택 방식과는 다른 내용도 일부 기재돼 있어 향후 법적 분쟁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판결문을 종합하면, 우선 휴대폰 소매가격은 시장에서 크게 ‘출고가’와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의 대리점 할인가’ 두 가지가 존재한다. 같은 물건이 ‘이중 가격’으로 시장에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휴대폰은 고객이 이통사의 대리점에서 구매하는 특수성 때문에, 시장에 공급되는 단말기의 95%는 ‘제조사→이통사→이통사의 대리점’ 순서대로 유통되며 가격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이통사들은 실제 단말기 가격보다 훨씬 싸게 물건을 들여온다.

휴대폰 유통단계별 가격은 다음과 같이 형성된다. 첫째, 제조사가 처음 공표하는 휴대폰 가격을 시장에선 ‘출고가’로 부른다. 쉽게 ‘정가’라고 보면 된다. 둘째, 제조사가 이통사에 파는 가격은 ‘공급가’라고 한다. 이통사가 대량구매를 함에 따라 제조사가 출고가에서 일정 비율을 할인해준 것이다. 예컨대, 사과 한개를 사면 1천원이지만 10개를 사면 9천원에 주는 식이다. 셋째, 이통사는 판매장려금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공급가’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대리점에 휴대폰을 팔고, 대리점은 다시 고객의 가입 조건 등에 따라 이통사가 고객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이것이 ‘대리점 할인가’다.

문제는 SKT 고객이 분실보험 사고 발생시 SKT 대리점에서 ‘출고가’로 새 휴대폰을 보상받는다는 점이다. 신규 가입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가’를 내고 구입해야 한다는 게 이통사 쪽 설명이다. SKT가 이렇게 지급하는 단말기는 사실 ‘공급가’로 싸게 들여온 물건이지만, SKT는 한화손보로부터 ‘출고가’를 기준으로 한 보험금을 받는다.

SKT가 한화손보와 고객 사이에서 분실보험을 중개하며 수익을 거두는 구조를 단순화해 예를 들면 이렇다. 고객 홍길동이 SKT에서 약정할인 등으로 50원(출고가는 100원)에 구입한 휴대폰을 분실할 경우 같은 단말기를 SKT에서 출고가(100원)로 구입해야 한다. 이후 SKT는 한화손보로부터 보험금 100원을 타낸다. 홍길동이 보상으로 받은 단말기는 사실 유통단계를 거쳐 100원보다 싸게 들여온 물건이므로 SKT는 그 차액을 앉아서 버는 셈이다.

SKT는 ‘단말기 유통의 마법’을 통해 수익을 챙기는 반면, 고객 입장에선 자기부담금(통상 기기 값의 30%)이 50원이 아닌 100원을 기준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그만큼 내야 할 돈이 많게 된다.

이는 한화손보와 SKT가 맺은 기업 간 분실보험계약에 기반한다. 휴대폰 분실보험계약의 각 주체는 ‘보험사’가 한화손보, ‘보험계약자’는 SKT, ‘피보험자’는 고객이다. 보험료도 고객이 내고 보험금도 고객이 받는데, 정작 보험계약은 한화손보와 SKT가 사전에 임의로 맺는 독특한 구조다.

SKT와 한화손보의 보험계약서와 업무약정서를 종합하면,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 SKT는 고객에게 휴대폰을 새로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을 우선 지급한 뒤, 한화손보로부터 고객이 받아야 할 보험금을 대신 타도록 설계돼 있다. 통상 보험사고 발생시 보험사가 직접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휴대폰 분실보험은 SKT가 중간에 끼어 보험사와 고객 간 보험료와 보험금 정산을 중개하는 셈이다. 실제 SKT와 한화손보의 보험계약서에도 손해 보상을 받는 ‘피보험자’는 SKT가 아닌 고객으로 명시돼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SKT의 휴대폰 분실보험은 고객이 SKT의 대리점에서 새 휴대폰을 ‘출고가’로 구매하는 것을 전제로 그 구매대금을 보험금으로 보상해주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출고가’로 휴대폰 판매가 이뤄지는 결과, SKT의 대리점이나 SKT의 휴대폰 도매상인 에스케이네트웍스가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보험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SKT가 이익을 취하게 된다”며 “보험계약자인 SKT가 분실보험의 보상물인 휴대폰을 판매하는 지위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보험사고 발생으로 고객이 새 휴대폰을 구매할 경우 그 판매 이익이 보험계약자인 SKT에 귀속됨으로써 나타나는 결과”라고 밝혔다.
 
일부 고객, ‘불완전 판매’ 의혹 제기

   
 
항소심 판결문에 담긴 SKT와 한화손보가 맺은 보험계약 약관의 ‘사고 발생시 회사의 의무’ 항목에는, 현재 휴대폰 구입비를 돈으로 보상하는 방식과 달리 “보험자인 한화손보가 피보험자인 고객에게 ‘단말기’로 보상을 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어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관련해 “보험증권 및 약관의 문언만을 보면, 이 보험계약은 피보험자인 고객들에게 분실된 것과 같은 단말기를 ‘현물’로 보상하는 내용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고 밝혔다. 한화손보가 휴대폰을 잃어버린 고객에게 ‘현물’로 보상해야 할 경우 고객으로선 ‘출고가’든 ‘대리점 할인가’든 가격과 상관없이 단말기 자체를 받는다는 점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재판부는 ‘물론 단말기를 반드시 현물로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석했지만, 고객 입장에선 해당 항목을 근거 삼아 SKT와 한화손보를 상대로 보험 혜택 방식을 놓고 다툴 만한 여지가 있다.

고객을 상대로 한 분실보험의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대목도 눈에 띈다. SKT와 한화손보가 맺은 업무약정서에는 ‘보험사고 발생시 SKT는 보험금 해당액을 피보험자인 고객에게 지급하고, 한화손보는 SKT에게 보험금을 일시불로 지급한다. SKT(SKT의 보험계약 체결 업무 위탁사는 SK마케팅)는 보험금이 SKT에 지급된다는 사항을 피보험자인 고객에게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SKT 분실보험에 가입하는 일부 고객들은 자신들이 보험계약상 피보험자라는 사실은 물론, 보험금이 한화손보에서 SKT로 지급된다는 등의 ‘설명’이나 ‘동의 요청’을 제대로 설명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신규나 기변 가입시 신청서에 분실보험 서비스 가입 여부를 간단히 체크만 하고, 대부분 휴대폰 동의 인증을 통해 가입 처리가 되기 때문에 상품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분실보험 가입 고객인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분실보험 가입 당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보험료를 내고 보상 혜택이 귀속되는 주체임에도, SKT와 한화손보가 임의로 계약을 맺고 보험 내용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fermata@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김정필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