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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특집] 판매 ‘친절·신속’ AS ‘비싸고 느리게’
휴대폰 보험·수리 ‘호갱’ 리포트- ② 제조사의 ‘갑질 AS’
[75호] 2016년 07월 01일 (금) 김수미 economyinsight@hani.co.kr

애플, 고객의 ‘수리 결정권’ 박탈해 공정위 시정 조처…
국내 제조사도 고가 수리비 개선해야

휴대폰은 통상 2년 이상 쓰는 물건인 까닭에 사용 기간 중 수리는 필수다. 휴대폰 제조사는 제품을 팔 때는 친절한 웃음을 띠지만, 일단 팔고 나면 표정이 돌변한다. 고객이 휴대폰을 들고 공식 AS센터를 찾아가면 뭉그적대거나 고가의 수리비를 부르곤 한다. 애플은 고장 정도와 상관없이 무조건 리퍼폰으로 교환하는 정책으로 악명 높기도 하다. 공정위가 애플에 시정 조처를 내려 일부 약관이 변경됐으나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에서 고객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별로 없다. 국내 제조사들은 사정이 다소 낫지만 수리비가 높다는 고객 불만은 여전하다.

김수미 <세계일보> 기자

2016년 6월13일 찾은 서울 종로구 한 빌딩 귀퉁이 서너 평 작은 가게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점심시간 학생과 직장인들로 붐비는 이곳은 소문난 맛집도, 편의점도 아닌 아이폰 사설 수리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보이는 안내문 맨 윗줄에 ‘수리 진행시 애플 공식 AS센터에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고딕체로 쓰여 있다.

“이곳을 찾아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리퍼폰을 원하지 않거나 수리 기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는 분들이죠. 수리비도 무시할 수 없고요.”

이 수리점 장아무개 대표 얘기를 종합하면, 손상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이폰 액정의 경우 사설 수리점에서 교체·수리하면 보통 20∼30분이 소요된다. 점심시간에 짬 내어 올 만한 시간이다. 반면 애플의 공인서비스센터로 가면 적게는 3∼4일, 많게는 2주 이상 걸리기도 한다.

   
▲ 아이폰은 독특한 ‘리퍼 정책’으로 고객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한 고객이 아이폰 제품과 가입 조건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폰만 3년째 쓰는 김아무개(40)씨는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에 한 번 수리를 맡겨본 뒤로는 사설 수리점만 이용한다. “아이폰6을 구입한 지 1년이 채 안 됐을 때 물에 빠뜨려 공인서비스센터에 맡겼는데 50만원 넘게 들었다. 수리비가 너무 부담돼 다음부터는 사설 AS센터를 찾아갔더니 비용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김씨는 “사설 수리점 부품은 정품이 아니라고 해서 불안했지만, 할부금 약정도 안 끝났는데 이미 수리비로만 아이폰 한 대 값을 써버려서 앞으로도 사설을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비와 수리 기간만으로 애플의 사후관리(AS)를 탓하는 것은 일견 불공평할 수 있다. 본사뿐 아니라 제조·부품 공장이 모두 국내에 있는 삼성전자, LG전자와 비교하면 물리적으로 애플의 AS 기간과 비용이 더 드는 것은 불가피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애플 추종자들마저 부글부글 끓게 한 애플의 AS 문제는 비싸고 더딘 것보다 더 근본적인 데 있다. 이른바 ‘갑질 AS’라는 애플의 일방적인 AS 정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까지 나서 직간접적으로 시정을 요구한 애플의 AS 정책은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소송으로 번진 ‘리퍼 정책’

아이폰 AS에 대한 불만의 중심에는 애플 특유의 리퍼 정책이 자리한다. 삼성과 LG 등 국내 기업은 물론 소니와 HTC 등 외국 기업들까지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수리를 맡기면 고장 난 부품만 그 자리에서 새것으로 교체해주거나 수리해주는 방식의 AS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반면 애플은 아이폰 수리를 맡기면 ‘리퍼비쉬 폰’(Refurbished Phone)으로 교환해준다. ‘리퍼비쉬 폰’이란 반품·고장 등의 사유로 회수된 스마트폰을 분해해서 사용 가능한 부품들을 모아 재조립한 것이다. 즉, 중고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이다.

리퍼 정책이 생소하다고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외관이 완전히 손상된 구형폰을 깨끗한 중고폰으로 바꿔주니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다. 되레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2015년 12월 최신형 아이폰을 구매한 뒤 부품을 빼내 중국산 가짜 부품으로 채운 ‘짝퉁 아이폰’을 반품하는 수법으로 2600여만원을 챙긴 일당이 구속된 사건이다. 문제는 홈 버튼이나 음량 버튼 등 사소한 고장에도 무조건 리퍼폰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수리·교환 비용이 얼마가 되든, 심지어 수리비가 얼마 나올지 모르는 채 소비자는 선택의 여지 없이 무조건 애플의 결정을 따라야 했다. 수리 범위와 비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최대 수리비를 낸 뒤, 수리가 완료되면 실제 수리비와 선결제 금액을 정산해 차액을 환불받는 것이다. 예컨대, 아이폰 액정이 깨져 수리를 맡기면 액정 교체 비용은 16만9천원이지만, 우선 전체 교체(리퍼폰 교환) 비용인 37만5천원을 내고 수리가 끝난 뒤 차액을 돌려받는다.

심지어 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리퍼폰을 쓰지 않겠다고 해도 수리를 맡긴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았다. ‘수리가 접수된 제품은 반환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애플의 정책이었다. 이런 원칙은 아이폰 AS를 대행하는 SKT, KT 등 통신사들도 똑같이 적용해왔다.

애플의 일방적인 AS 정책에 대한 불만은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직장인 오원국씨는 2012년 12월 아이폰5를 구매한 뒤 2013년 11월 배터리 이상으로 수리를 맡겼으나, 수리업체는 ‘수리가 어려우니 34만원을 내고 리퍼폰을 받아가라’고 했다. 오씨는 리퍼폰 비용이 부담스러워 자신의 휴대폰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오씨는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손해배상액은 휴대폰 구입비 102만7천원에 정신적 피해, 사진 등 휴대폰에 저장된 자료를 돌려받지 못한 데 따른 손해배상금 50만원을 더해 152만7천원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유됐던 소송은 다윗의 승리였다.

그러자 머뭇대던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섰다. 2015년 12월 애플의 공인서비스센터 6곳은 불공정한 유상수리 약관을 수정했다. 공정위는 이어 애플코리아가 애플 공인서비스센터에 불공정 약관을 근거로 일삼았던 ‘AS 갑질’에도 제동을 걸었다. 소비자가 겪는 수리 절차 불편의 상당 부분이 애플코리아와 수리업체 간 위·수탁 계약서상 불공정 약관 조항에 기인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에서는 직영점인 애플스토어 내 ‘지니어스 바’에서 현장 수리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한국에는 애플스토어도, ‘지니어스 바’도 없다. 대신 애플코리아와 수리 업무 위·수탁 계약을 체결한 AS센터 89개, KT와 SK텔레콤의 스마트폰 AS센터 35개 등 총 124개의 AS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 애플의 국내 공인서비스센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 조처를 받고 최근 불공정한 유상수리 약관을 수정했다. 2016년 4월21일 민혜영 공정거래위 약관심사과장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 조사 결과, 애플코리아는 이들 공인서비스센터로부터 전산을 통해 부품 주문을 수락해놓고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주문을 취소하거나 부품을 배송하지 않고, 배송 지연에 따른 책임도 지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면책조항으로 약관에 보장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2016년 4월 공정위는 세계 최초로 애플코리아와 공인서비스센터 간의 불공정 약관 조항 20개를 시정 조처했다.

일부 소비자의 적극적인 대응과 공정위의 시정 조처로 애플의 AS 불공정 약관이 상당 부분 시정됐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2016년 2월 아이폰6s를 구입한 장아무개(36)씨는 두 달 만에 액정이 깨져 공인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센터 직원은 “액정만 고치려면 애플진단센터로 보내야 하기 때문에 2주 이상 소요되지만 리퍼폰은 40만∼50만원을 내고 지금 당장 받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LG 공식 수리점, 사설 수리비의 두 배

과거와 달리 부분수리를 할지, 리퍼폰을 할지 소비자의 의견을 묻고 대략적인 수리비도 미리 알려준 것은 분명히 약관 시정 조처의 효과다. 하지만 장씨는 “액정 하나 갈아끼우는 데 2주 넘게 걸린다고 하니 리퍼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직원도 리퍼폰을 계속 권유했다”고 말했다.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긴 했으나 고질적인 수리 기간 지연 및 높은 수리비 문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이폰4부터 각 시리즈별로 애플 제품을 이용해온 장씨는 그 동안 액정이 자주 깨져 보험에 가입했고, 그 덕분에 14만원에 리퍼폰을 받았다. 하지만 아이폰의 비싼 수리비에 애꿎은 국산 휴대폰 소비자만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아이폰의 보험료 인상을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의 리퍼 방식이 국산폰에 비해 과도한 수리비를 발생시켜왔고, 그 결과 국산폰 이용자가 낸 보험료가 아이폰 이용자의 AS에 사용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2016년 7월부터 아이폰의 보험료는 50% 올리고, 삼성전자와 LG전자 스마트폰 사용자의 보험료 부담은 10~20%가량 내릴 전망이다.

기자가 애플코리아 쪽에 리퍼폰 정책 적용 기준과 AS 개선 계획, 애플스토어 미도입 이유 등을 전화와 전자우편으로 문의했지만, 홍보팀은 ‘기사 관련 공식 코멘트 불가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라는 답변 한 줄과 홈페이지 주소를 전자우편으로 보내왔을 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스마트폰 관련 피해구제 신고는 2013년 496건에서 2014년 533건, 2015년 697건, 2016년 6월10일 현재 307건에 달하는 등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마트폰 AS 및 품질과 관련한 민원이 80%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직영 서비스센터를 통해 대부분 접수 당일에 현장에서 수리가 이뤄지는 등 애플보다 빠르고 유동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파손된 부품 반납시 수리비를 차감하거나, 정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하면 연차별로 일정액 이상 수리비를 받지 않는 수리비 상한제도 적용한다.

하지만 휴대전화 수리비에 대한 소비자의 부담은 여전히 크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사무국장은 “삼성이나 LG도 사설 수리점 수리비가 공식센터의 절반도 안 된다. 수리비의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정품과 재생 부품 선택권을 제공해 수리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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