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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배고픈 하이얼 ‘미국의 자존심’ 삼켰다
하이얼의 도전- ① GE 가전부문 54억달러에 인수
[72호] 2016년 04월 01일 (금)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도전이 무섭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약 6조5천억원)에 인수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세계적 가전업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이얼의 GE 가전부문 인수로 미국 시장에서 가전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얼은 스웨덴의 일렉트로룩스, 월풀 등을 누르고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노리고 있다. 삼성과 LG 등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하이얼이 GE 인수를 발판으로 신흥국 가전시장에도 지배력을 확대할 경우 삼성과 LG를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_편집자

GE 브랜드 앞세워 북미 가전시장 공략 교두보 마련…
삼성·LG전자 추격 가시권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 부문을 54억달러(약 6조5천억원)에 인수했다. 이로써 하이얼은 북미 가전시장을 공략할 교두보를 마련하고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기업들은 100년 전통의 GE 브랜드를 앞세운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됐다. 하이얼의 GE 인수 규모는 중국 기업의 정보기술(IT) 분야 인수·합병(M&A)에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GE 인수가 하이얼의 북미 등 글로벌 전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시장점유율이 고작 1%대인 하이얼이 미국 시장점유율 15% 안팎인 GE 인수를 통해 단번에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추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장얼츠 張而弛 <차이신주간> 기자

2016년 1월5일 새벽 올해 나이 49살인 량하이산 하이얼그룹(海爾集團) 이사회 부주석이자 칭다오하이얼주식유한공사 회장이 미국 맨해튼의 한 고층 건물로 들어갔다. 어쩌면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협상을 앞두고 있었다.

량하이산 회장의 이번 임무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를 ‘빼앗아오는’ 것이었다. 2015년 12월 GE가 가전사업부 매각을 추진하자 유럽과 한국, 터키, 중국 기업들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최근 10년 동안 세 번째 추진하는 매각이었다.

량하이산 회장은 사실 GE 가전사업부를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없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 메이디(美的·Midea)를 포함한 최소 6개 넘는 경쟁사가 입찰에 참여했다. 그들이 원하는 것도 하이얼과 다르지 않았다. 글로벌 가전시장 경쟁 구도의 안정이다. GE 가전사업부는 누구 손에 들어가든지 나머지 경쟁사를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였다. 결전을 앞두고 량하이산 회장은 직원들에게 “이제 최선을 다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GE 경영진을 만난 량하이산 회장이 하이얼이 뉴질랜드 가전업체 ‘피셔앤드페이클’(Fisher&Paykel)을 인수했던 경험을 소개하자 현장 분위기가 반전됐다. “피셔앤드페이클이 인수된 뒤 1년 만에 중국 매출이 얼마가 늘었고 2년 뒤에 또 얼마가 늘었는지 듣고 난 뒤 GE 경영진의 태도가 달라졌다.” 현장에 있던 황야오허 PWC 파트너가 상황을 설명했다. PWC 기업금융부는 이번 거래의 전체 관리를 맡았고 메릴린치와 공동으로 재무컨설팅을 담당했다.

하이얼은 2012년 피셔앤드페이클을 인수한 뒤 자사의 유통 경로를 동원해 피셔앤드페이클 제품을 중국 시장으로 들여왔다. 피셔앤드페이클의 구체적인 실적을 확인하자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던 GE 경영진들이 술렁였다. 그들은 중국 시장에서 GE 제품을 얼마나 팔 수 있다고 예상하는지 물었다.

GE 가전사업부는 90% 넘는 매출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한다. 그런 GE 입장에서 하이얼이 제시한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은 인수가격 54억달러(약 6조4천억원)만큼 매혹적인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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