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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아프리카 짓누르는 유럽의 두 얼굴
유럽에 맞서는 아프리카 농부- ① 황폐화된 가나 농장
[70호] 2016년 02월 01일 (월) 마티아스 크루파 등 economyinsight@hani.co.kr

아프리카의 토마토 농장 농부에게 유럽은 알다가도 모를 곳이다. 유럽은 아프리카에 재정적 도움을 주겠다고 호들갑이다. 아프리카의 생활수준을 높여 유럽으로 이주하는 난민을 줄이겠다고 한다. 떡 하나 더 준다니 어쨌든 고마운 존재다. 그런데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수출되는 엄청난 양의 ‘토마토 페이스트’ 통조림은 아프리카 농부들을 유럽 난민으로 내몰고 있다. 하루 종일 땀 흘려 토마토를 수확해도 유럽산 통조림과 가격경쟁을 할 수 없는 탓이다. 가난에 내몰린 아프리카 농부들은 난민 신분으로 유럽에 흘러가 유럽산 ‘토마토 페이스트’의 원료가 되는 토마토를 따고 있다. 이들에게 유럽은 천사인가, 악마인가. _편집자

아프리카 난민 발생국 지원 사업 이면에 저가 식품 수출로 농민 생존 위기 초래

유럽은 밀려드는 아프리카 난민들로 골치를 썩고 있다. 유럽 각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난민 발생국에 재정적 지원을 해 난민을 근본적으로 줄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난민 문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토마토’로 상징되는 아프리카로 수출되는 유럽산 식품들이다. 아프리카는 유럽의 주요 수출 시장이다. 아프리카의 토마토 생산 농부들은 대규모로 생산되는 유럽산 토마토와의 가격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없다. 설 자리를 잃은 농부들은 살길을 찾으려 유럽으로 불법 이주를 할 수밖에 없다. 유럽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아프리카 난민 해결에 쏟아붓는 돈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마티아스 크루파 Matthias Krupa
카테리나 로벤슈타인 Caterina Lobenstein <차이트> 기자

농민 코요 에베네쿠의 생계 수단인 열매는 무릎 높이의 풀숲 속에 숨겨져 있다. 여린 열매를 향해 맨발로 다가가는 에베네쿠의 발가락 위로 흰개미가 기어가고, 발밑에서는 적갈색 대지가 바스락거린다. 그는 풀더미를 한쪽으로 제치고 허리를 굽혀 열매를 딴다.

토마토를 먹어치우는 벌레에 맞서, 끝없이 하락하는 가격에 맞서, 농업보조금을 받아 거대한 경작지에 대규모로 토마토를 재배해 세계로 수출하는 유럽 농민에 맞서, 유럽 농민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유럽연합(EU)에 맞서, 에베네쿠는 매일 이렇게 토마토를 손으로 하나하나 수확한다.

올해 45살이 된 에베네쿠는 진흙이 묻은 바지를 입은 단단한 체구의 남자다. 그는 10살 때부터 토마토를 땄다. 그가 배운 것은 제일 크고 잘생긴 토마토에서 씨앗을 발라내 종자를 만드는 법, 농기구로 눈 깜짝할 사이에 밭에 구멍을 내고 씨를 심는 법, 식물에 물과 거름을 주는 법이다. 그가 배우지 않은 것은 글을 읽고 쓰고 셈을 하는 법이다.

현재 에베네쿠는 진흙으로 벽을 쌓아올리고 풀로 지붕을 이은 원형 오두막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쿠알레도르 마을은 가나의 남동부, 전체 아프리카 대륙으로 치면 서쪽으로 튀어나온 부분에 있다. 평화롭고 선거가 실시되며 해마다 국내총생산(GDP)이 4% 이상 증가하는 가나는 서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모범적으로 발전해온 국가로 알려져 있다. 많은 가나인들은 가나가 언젠가 농업국가에서 공업국가로 번영하기를 꿈꾼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국민 대다수는 에베네쿠처럼 근근이 먹고사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빈농으로 살고 있다. 가나인들이 가장 원하는 건 고향에서 떠나는 것이다. 2014년 17만여 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유럽으로 도망쳤다. 그중 7만1천 명가량이 서아프리카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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