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특집 > 특집 2015
     
[집중기획] 날개 커진 LCC 이젠 ‘장거리’ 전쟁
저비용항공사 10년, 빛과 그림자- ① 대형 항공사에 도전장
[66호] 2015년 10월 01일 (목) 김연기 economyinsight@hani.co.kr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장세가 무섭다. 대부분의 LCC들이 초기의 우려를 딛고 수지 균형을 달성했다.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우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뿐 아니다. 제2의 도약을 위해 장거리 국제선에 본격적으로 취항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간다면 대형 국적 항공사들의 자리까지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항공산업이 LCC 중심의 새판 짜기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 _편집자

실적 고공 행진으로 국내선 점유율 60% 육박… 장거리 노선 진출로 2차 도약 준비

2015년은 국내에 저비용항공사(LCC)가 운항한 지 정확하게 10년이 되는 해다. 이제 LCC는 국내선의 절반, 동북아 국제선의 10분의 1 이상을 감당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아 대형 항공사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2015년 상반기에도 LCC들은 사상 최고의 실적을 거뒀다. 초특가 이벤트 등을 통해 탑승률을 극대화하면서 박리다매식 수익 구조도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김연기 부편집장

“여기는 이스타항공(ZE 2815), 평양타워 응답 바랍니다.” “여기는 평양타워, 이스타항공(ZE 2815) 방문을 환영합니다.”

2015년 8월5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방북길에 이용한 여객기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Low Cost Carrier) 이스타항공이다. 국내 LCC가 휴전선을 넘어 북한 땅에 착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호남 지역 기반의 항공사라는 점도 고려됐지만 안전성 우려가 없는데다, 무엇보다 저렴한 비용이 방북 여객기로 이스타항공을 선택한 주요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국적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 한곳이 1억5천만원을 요구했으나 이스타항공은 약 5분의 1 가격인 32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LCC의 달라진 위상과 FSC와 비교되는 차별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10년 전 LCC 설립 초기엔 서비스의 질과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항공기를 이용한 여행의 소비 패턴이 실속 추구형으로 바뀌고 처음에 우려했던 안전사고에 대한 불신도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국내 LCC들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05년 한성항공(현 티웨이항공)의 청주~제주 운항을 시작으로 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이스타항공이 생겨났다. 이 가운데 진에어는 대한항공이, 에어부산은 아시아나가 모기업이다. 아시아나는 서울에어의 창립도 준비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출발한 LCC는 1990년대 유럽, 2000년대 아시아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이제는 FSC에 맞서 항공업계의 큰 흐름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 LCC는 국내선 시장에서 FSC를 상대로 이미 주도권을 빼앗아왔고 국제선 시장에서도 상당 수준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FSC와는 전혀 다른 DNA를 가진 LCC들은 기존 FSC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간의 시장 판도가 근본부터 바뀌는 항공 빅뱅이 시작되는 셈이다. LCC의 이같은 질주는 단지 업계의 성장만이 아니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20년 넘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주도한 과점 체제가 무너지면서 국내 항공시장에도 가격 파괴 바람이 불어닥쳤고, 그 수혜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직격탄에도 최대 실적 달성

LCC의 급부상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국내 LCC 업계의 대표주자인 제주항공의 실적이 가장 눈부시다. 2010년 15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천억원대 매출에 진입하더니 2011년 2577억원, 2012년 3412억원, 2013년 4323억원, 2014년 5106억원 등 해마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직격탄을 맞아 FSC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2015년 상반기에도 LCC는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 제주항공은 상반기 2869억원의 매출과 28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무려 851%나 급증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반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도 2015년 상반기에 전년을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한 대규모 투자가 2013년에 마무리되면서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며 “2015년 6400억원대 매출에 진입하고 오는 2020년에는 40대의 항공기를 아시아 각국 60여개 노선에 띄워 매출 1조5천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희호 여사와 방북단을 태운 이스타항공의 여객기가 2015년 8월5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이륙해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왼쪽). 마원 대표와 조현민 마케팅본부장(앞줄 왼쪽 네번째, 다섯번째) 등 진에어의 임직원들이 2014년 12월 인천국제공항에서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 인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10년부터 최근 5년간 LCC가 실어나른 수송객 수는 해마다 두자릿수 넘게 성장해왔다. 2015년 상반기만 놓고 보더라도 LCC 5개사의 전년 동기 대비 승객 증가율은 28.4%에 달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8.2%, 아시아나는 10.1%에 그쳤다. 이같은 추세라면 2015년 말 LCC를 이용한 승객이 처음으로 2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조병휘 키움증권 연구원은 “취항 10년째인 2015년을 기준으로 누적 탑승객 수도 총 1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탑승률 극대화가 수익 확보의 비결

저렴한 항공료 등을 무기로 높은 성장세를 이어 간 덕에 국내 노선에서 LCC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절반을 넘어섰다. 10년 전 LCC가 첫선을 보일 당시 0.2%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괄목할만한 성장세다. 조병휘 연구원은 “앞으로 국내선에서 LCC와 FSC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수 있다”며 “현 추세라면 2015년 LCC의 국내선 시장점유율이 60%대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선 노선의 선전도 눈부시다. LCC 5개사의 국제선 시장 점유율은 2013년 1분기 9.4%에서 2014년 12.1%, 2015년 상반기 14.7%까지 치고 올라왔다. 같은 기간 FSC의 점유율은 56.5%→53%→49.2%로 떨어졌다.

무엇보다 LCC의 향후 성장 전망이 밝다. 허희영 항공대 교수(경영학)는 “국내 LCC의 (국제선) 점유율은 글로벌 평균 25%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이는 반대로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허희영 교수는 “지난 1년간 LCC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빠르게 늘어난 곳이 동북아시아 지역”이라며 “동북아시아의 LCC 시장은 미국 수준인 30% 또는 유럽 수준인 40%까지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예상했다.

10년 전 출범 이후 몇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LCC 업체들은 어떻게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LCC가 꾸준하게 이익 규모를 늘려갈 수 있는 건 박리다매 수익 구조가 안정적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싸게 파는 대신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탑승률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14년 국적 LCC 5곳의 국내선 평균 탑승률은 87.8%에 달했다. 국적 FSC(72.6%)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LCC의 탑승률이 FSC를 압도하는 이유는 LCC 업체들이 수시로 특가 행사를 벌이기 때문이다.

2015년 9월15일 현재 LCC의 김포~제주 간 편도 기본요금(유류할증료, 공항이용료를 제외한 평균 가격)은 주중 6만5600원, 주말 7만6천원 정도다. FSC(주중 8만2천원, 주말 9만5천원)보다 20%가량 싸다. 하지만 여러 가지 특가 행사를 잘 활용하면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비행기표를 구할 수 있다.

LCC의 특가 행사는 주로 항공여객 수요가 적은 비수기인 3·4·5·9·10·11월이나 주중에 이뤄진다. 하지만 초특가 항공권은 전체 좌석의 일부에 불과하다. 한 LCC 관계자는 “노선이나 기간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LCC의 주요 기종인 B737-800(189석 규모) 기준으로 10% 내외(약 20석)가 배정된다”고 말했다. 초특가 항공권이 매진될 경우 남은 좌석은 기간별로 값을 올려 판매한다. 김포∼제주 국내선 편도 기준으로 LCC의 운항 원가는 1천만원 안팎이다. 좌석당 5만원 내외에서 판매하면 손익분기점(BEP)을 맞출 수 있다. 위 관계자는 “LCC 가격정책의 핵심은 잦은 특가 행사로 탑승률을 최대한 높이면 수익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라며 “전체 좌석의 일부를 초특가 항공권으로 팔고 나머지 좌석을 원가 이상으로 팔아 수익을 남기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LCC는 FSC가 하지 못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운임을 낮춘다. LCC는 기내식과 무료 음식료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이를 항공료에서 제외할 수 있고 그 무게만큼 연료비도 아낀다. 여기에 온라인 중심의 항공권 판매로 판매대행사 비용을 줄이는 것도 핵심 전략이다. 이미 에어아시아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등 세계적인 LCC들은 온라인을 통한 항공권 판매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단거리 시장 확보를 통해 사업 기반을 구축한 LCC들은 이제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여객기 도입 확대와 장거리 노선 진출이 우선 눈에 띈다. 보유 여객기를 늘리고 노선을 다양화해야 시장 규모를 키울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병휘 연구원은 “LCC 간 노선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LCC들은 이미 레드오션이 돼버린 국내선과 단거리 노선에 머물지 않고 사업 확장을 위해 장거리 노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과제는 증시 상장과 장거리 노선 개척

가장 야심차게 장거리 노선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LCC는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다. 진에어는 점유율과 규모 면에서 제주항공에 다소 뒤처지지만 모기업인 대한항공과의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장거리 노선 진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홍진주 연구원은 “진에어가 가진 최대 장점은 대한항공의 항공관리·정비·운항 인프라를 이용해 중·대형 항공기 운항이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진에어는 2015년 12월 인천~미국 하와이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하와이는 비행 시간만 9시간30분에 이르는 국내 LCC 최초의 장거리 노선이다. 국내 LCC 최초로 도입한 중·대형 항공기 B777-200ER을 투입해 월·수·목·토·일요일 등 주 5회 운항할 예정이다. 진에어는 하와이 왕복항공권을 FSC의 반값 수준인 최저 55만9600원에 내놨다. 진에어는 2015년 말까지 B777-200ER 항공기 2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B777-200ER 기종은 LCC의 주력 기종인 180~189석 규모의 B737-800 항공기보다 좌석 수가 2배 많다. 또 최대 운항 거리가 1만4400km로 미주와 유럽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B777-200ER 도입이 완료되면 진에어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19대로 늘어나 제주항공(20대)을 턱밑까지 추격하게 된다.

물론 LCC가 장거리 취항에 나서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현재 LCC들의 주력 항공기인 B737, A320 등의 기종은 단거리 전용이다. 국내 LCC의 선두주자인 제주항공마저 당장 중·장거리 노선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허희영 교수는 “LCC 모두 향후 성장동력으로 장거리 노선 확대를 꼽고 있지만 항공기 구매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나 아시아나 자회사인 에어부산 등을 제외하면 이를 운용·관리할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장거리 노선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LCC 업계에 부는 기업공개(IPO) 바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여객기 도입과 노선 확대 등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이 가장 가시화된 곳은 제주항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15년 8월20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증권업계에선 제주항공이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이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의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 제주항공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9월15일 기준으로 제주항공의 장외시장 가격 시가총액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제주항공과 더불어 에어부산·이스타항공도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다만 이스타항공은 2013년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2015년 말 기준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초과해 아직은 상장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당초 2015년 안에 상장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 인수 뒤 재추진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ykkim@hani.co.kr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